주식 투자의 본질은 생각하는 사업

믿을 변명을 찾는 사람들로 채워진 투자 세계에서 스스로 생각하라

“기본적인 지표의 의미를 모른다고 투자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단호하게 직접 투자를 말리는 이유는 초보 투자자가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드는 이곳은 다른 스포츠 경기장과 달리 프로와 아마추어가 경력과 체급에 상관없이 모두 함께 경기를 치르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권투의 기초를 배운 초보 선수가 곧바로 무하마드 알리나 마이크 타이슨이 있는 링 위에 올라 풀타임으로 경기를 뛴다고 생각해보라. 혹시 마이크 타이슨 앞에 선 초보 선수가 자신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권투 경기의 룰도 모르고 주먹을 뻗을 줄도 모르면서 경기장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버핏은 포커판에서 30분이 지났는데 돈을 잃는 호구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호구는 바로 당신이라고 했다.”
– 오직, 가치투자

프로와 아기의 권투 시합

이런 그림을 책에다 꼭 넣고 싶었는데 AI가 발달한 이제서야 가능해졌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보여 줘야 글보다 훨씬 더 실감이 났을거다. 오늘 아침에 1968년 강세장 후반에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한 토막을 읽었는데 마지막 부분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저는 현재 상황에 맞지 않습니다. 게임이 더 이상 내 방식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새로운 접근 방식이 모두 잘못되었고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인간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내가 이해한 논리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성공적으로 실행하지 못했으며, 아마도 상당한 영구적 자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접근 방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크고 쉬운 이익을 포기해야 할지라도 말입니다... 철학적으로 저는 노인병동에 있습니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믿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희망에 차고, 속기 쉽고, 탐욕스러워서 믿을 변명을 찾는 사람들로 채워진 투자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지능적, 논리적으로 투자하라고 그레이엄이 평소에 말했던 부분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생전 자신의 책 “현명한 투자자”의 개정 작업을 맡기고 싶은 사람을 두 명 꼽았었다. 조지 굿맨(‘머니 게임‘의 저자로 필명 애덤 스미스로 알려졌다)과 워런 버핏이다. 조지 굿맨은 그레이엄에게 “당신의 책은 실제로 개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하고 버핏과 함께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자신과 버핏을 꼽은 그레이엄의 말을 직접 듣고 궁금증이 생겨 바로 버핏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무명의 버핏을 투자업계에 본격적으로 알린 사람이다.

후에 버핏이 저평가된 워싱턴 포스트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을 때, 굿맨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주위 펀드매니저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전혀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아이디어를 월스트리트 친구들에게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대도시 신문은 죽었다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트럭이 도로를 통과할 수 없다고 말했고 노사 문제는 끔찍하며 이제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단정했습니다.”

굿맨: 워런, 투자 관리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버핏: 그건 지적인 자질이 아니라 기질적인 자질입니다 . 이 사업에서 엄청난 IQ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 말은, 여기서 오마하 도심까지 갈 만큼의 IQ는 있어야 하지만, 3차원 체스를 두거나 브리지 플레이나 그런 종류의 면에서 최고 리그에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안정적인 성격이 필요합니다. 군중과 함께 있거나 군중에 맞서는 것에서 큰 즐거움을 얻지 않는 기질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여론 조사를 하는 사업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벤 그레이엄은 천 명이 동의한다고 해서 당신이 옳거나 그르다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천 명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이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사실과 추론이 옳기 때문에 당신이 옳은 것입니다.

굿맨: 워런, 당신은 시장에 있는 90%의 펀드 매니저들과 어떤 면에서 다릅니까?
버핏: 물론 대부분의 전문 투자자는 주식이 앞으로 1~2년 안에 어떻게 될지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예측하기 위해 온갖 난해한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사업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치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진정한 시험은 주식 시장이 내일 열리는지를 신경 쓰는지 여부입니다. 주식에 좋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 그들이 5년 동안 주식 시장을 닫았더라도 상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티커가 말해주는 건 가격뿐입니다. 가끔 가격을 보고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거나 터무니없이 비싼지 확인할 수는 있지만, 가격은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사업 수치 자체가 사업에 대해 뭔가를 말해주지만 주식 가격은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저는 차라리 주식이나 기업의 가치를 먼저 정하고 가격도 모른 채로 가치 평가를 내린 다음,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나중에 가격을 보고 내 가치와 맞지 않는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굿맨: 어떻게 월스트리트에 가지 않을 수 있나요?
버핏: 글쎄요, 제가 월스트리트에 있었다면 아마 훨씬 더 가난했을 거예요. 월스트리트에서는 과도한 자극을 받죠. 그리고 많은 것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집중력이 짧아질 수 있으며 짧은 집중력은 장기적인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저는 사업의 가치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워싱턴 포스트 신문의 가치를 알아내기 위해 워싱턴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회사의 가치를 알아내기 위해 뉴욕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간단합니다… 그것은 지적 과정이며 지적 과정에 소음이 적을수록, 정말로 당신은 더 나아집니다.

굿맨: 지적 과정이란 무엇인가요?
버핏: 지적 과정은 당신의 수준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사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당신의 역량 범위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역량 범위 내에서 가치와 관련하여 가장 싼 가격에 팔리는 것을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치를 평가할 역량이 없는 모든 종류의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모르는 게 정말 많은데, 그게 너무 안타까울 수도 있지만, 왜 제가 다 알아야 하나요?

왜 사람들은 당신을 따라하지 않느냐는 말에 “너무 단순해서”라고 말했다. 물론 나중에 “자기처럼 천천히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기 이론의 단순함에 더해 다른 사람들은 데이터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언급했었다. 소음이 적을수록 나아지는 법이다. 나 역시 또 이렇게 소음 하나 추가했다. 시시각각 쏟아지는 소음속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기보단 생각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군중을 따라가지 말고 멈춰 서서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People calculate too much and think too little.”
– 찰리 멍거

AI시대에 블로그를 대하는 나의 질문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에서 AI가 생각하지 못하는 시나리오가 뭔지를 고민한다는 걸 들었다. “나도 살아남기 위해 AI가 절대 쓸 수 없는 시나리오를 어떻게 쓸까 매일밤 고민하고 있다” AI 시대에는 좋은 질문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블로그를 대하는 나의 질문은 무엇일까를 종종 생각해 본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제목과 내용으로 트래픽을 끌어 모아 광고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가 된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가 질문이 될 것이다. AI에게 자극적인 제목으로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고 잘 먹히는 키워드를 뽑아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아예 그런 글을 작성해 달라고 자동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SNS 활동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 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무작정 AI에게 맡길 순 없었다. 완전히 오픈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비교적 가감없이 남겨두려 노력했다. 물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보단 나 스스로를 위해서다. 내 글의 제 1 독자는 나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효과를 누구보다 내가 느꼈고, 기록해둔 글의 힘을 스스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오늘 저 멀리 영국의 한 블로거가 쓴 글을 읽었는데 자신은 트래픽이 제일 많은 글을 따지기 보단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꾼 글이 있는가’를 염두에 둔다고 했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다. 난 나의 생각을 남기기에도 바쁜 사람이었기에..

“사람들이 경쟁하면 누군가는 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혼자만 있는 곳으로 가세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자신과 함께 레이스를 펼치세요.”
– 피터 틸

이 곳은 남과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전적으로 나 혼자만 있는 곳이다. 나 혼자만 할 수 있는 생각을 하고 정리를 한다. 남을 의식하거나 남과 경쟁하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나만을 위한 휴식의 장이자 생각의 안식처다. 내 글로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면 기분은 좋겠지만 바꾸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뭐 어쩔건가. 내 생각을 엿보고 나를 비판한다면 그것도 또 어쩔건가. 그러려니 해야겠지..ㅋ 세상은 다양하고 무상하고 불인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AI가 뭔가 대단하고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버핏이 투자에는 세계 최고지만 다른 분야에는 젬병인 것처럼 내가 경험한 AI도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격차는 많이 줄어들겠지만 봉준호 감독이 추구하는 것처럼 미래에도 AI가 할 수 없는 것을 인간은 할 수 있을 것이다. AI가 내 블로그 전체를 읽고 내 문체와 비슷한 글을 양산할 수는 있겠지만 내 오리지널한 생각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블로그에 AI가 쓰지 못할 글을 쓸 생각도 없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꿀만한 글을 쓸 생각도 없다. 엊그제 잡은 책(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 한 부분에서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1이 있어 시간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다. 이 고민이 해결되면 아마도 정리된 생각을 블로그에 올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무도 나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만일 글로 써둔다면(요즘 내 상태로는 글을 남기지 않을 확률이 높다) 비슷한 고민을 한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아하” 소리 칠 수도 있을거다. 내 글이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진 못하지만 누군가의 생각을 더할 수는 있겠다. 아니면 전혀 의문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새로운 질문을 떠올릴 수도 있겠고.

두서없이 의식의 흐름처럼 후다닥 쓰는 글도 오랜만이다. 이게 내 스타일이다. 오타도 있고 SEO에 맞지 않고 그림도 없어 검색엔진에게 낮은 점수를 받는 글. 그런 글들이 켜켜이 쌓여 역설적으로 사람냄새 나는 곳이 바로 내 블로그다. 그게 바로 AI가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곳이다.

  1. 시간을 두고 고민하는 부분은 내가 사용하고 잇는 버핏의 밸류에이션이 결국은 RIM(Residual Income Model)과 거의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핵심은 역시 꾸준하고 예측가능한 ROE다. RIM 도출 식을 봤는데 DDM에 잉여항을 더하고 극한으로 보내는 부분이 선명하게 이해되지 않아서 조금 헤매고 있다..ㅋ ↩︎

블로그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숫자들

몇 번 반복해서 올리지만 내가 블로그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숫자들이다. 숫자들을 기록하는 것도 블로그 운영의 묘미라 생각해서 이렇게 가끔씩 내가 보기위해 사진 찍어둔다. 방문자당 보는 페이지수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검색을 통해 들어 온 방문자들은 거의 대부분 그 글 하나만 읽고 빠져 나가지만 재방문자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글을 읽는다. 지난 1월 한달 동안 지속적으로 4분 이상 유지하던 블로그 체류시간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새로운 글이 올라가지 않으니 재방문율은 10% 밑으로 떨어졌다. 모두 다 새로운 글, 그리고 글의 품질과 상관관계가 높은 숫자들이다.

블로그 통계


이 작은 블로그 하나를 운영하는 것도 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최근엔 내재가치 계산기 하나를 만들어 놓고는 그만 새로 글을 쓸 에너지가 고갈돼 버렸다. 내리막 길이 아닌 이상 자전거는 페달을 계속 밟아야 넘어지지 않듯 블로그란 놈은 새로운 글을 계속 올려야 한다. 예전에 이 블로그가 그랬듯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고 방치된 블로그는 죽은 블로그다. SNS를 떠날 때부터 이미 각오한 일이지만 이 곳은 독자와의 상호작용은 거의 기대할 수 없이 그냥 인터넷이라는 허공에 소리치는 것과 같아서 운영자가 홀로 서지 않으면 블로그는 계속 유지할 수 없다.

물론 사업하듯 AI를 이용(아무리 사람 손을 탔다 해도 AI가 쓴 글은 티가 난다)해 하루에도 몇 십 건의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엄청난 광고 수익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고 활발하게 독자와 소통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분야에는 그런 아웃라이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예외적인 상황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내 스타일은 그런 방법들을 모두 안다해도 안한다는 쪽이다. 그렇게 생겨먹었다. 그럴 능력도 없지만 하루종일 모니터를 쳐다보며 단타로 수 억을 벌 수 있다고 해도 안한다. 효율, 비용편익, 기회비용, 로직, 확률과 기대값…이런 것들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다.

블로그 국가별 통계

Contact을 통해 들어오는 거의 대부분의 메시지는 돈을 써서 광고하라는 글이다. 영어로 써놔서 그런지 대부분 해외 사이트다. 돈을 주면 블로그를 홍보해서 트래픽을 쏴주겠다는 글, SEO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글, 더 좋은 도메인을 구매해 보라는 글, 엊그제는 해외 대출을 해주겠다는 글이 들어오기도 했다. 다들 이 작은 블로그까지 들어와서 홍보하느라 참 열심히 살고 있다. 물론 하루에 1~2건의 해킹 시도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정말 열심히들 산다. 이런 조그만 블로그 해킹해서 뭐가 남는다고..

넘어진 자전거

아직까진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 비용보다 편익이 크기 때문에 이리 주말에도 들어와서 글을 남긴다. 이게 뒤집히는 순간이 오면 아마 그때는 또 넘어진 자전거가 될지도 모르겠다. 넘어지면 블로그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숫자들도 추락할 것이다. 늦은 숫자보다 빠른 숫자 이면을 미리 볼 수 있어야 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