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볼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주말에는 투자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조금은 가벼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앞 글에서 권투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최근에 본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 권투가 들어간 게 있나 하고 생각해 보니 생각나는 영화 하나와 드라마 하나가 있어서 추천해 본다. 일본 영화 “백엔의 사랑”을 중국에서 리메이크한 “맵고 뜨겁게”는 자포자기에 빠져 기나긴 세월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던 여성이 복싱 코치를 만나면서 스포츠를 통해 인생을 바꾸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넷플릭스에서 원작과 리메이크작 모두 볼 수 있다.

추천하는 드라마는 감독이 일본 영화감독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1월에 나오자마자 봤다. 그저 조연 한 사람의 직업으로 나올 뿐 권투가 주요 이야기 소재는 아니지만 드라마 자체가 재밌고 보고나면 일본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알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한다. 역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고 제목은 “아수라처럼”, 1979년 NHK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를 46년 만에 리메이크 한 작품으로 일본의 대표 여배우들(미야지와 리에, 오노 마치코, 아오이 유우, 히로세 스즈)이 총출연한다. 70대 아버지의 바람을 알게 된 가족, 그중에서 특히 4명의 딸들에 대한 아수라같은 이야기다.

아수라처럼 주연 여배우들

“외국의 관객들은 저에게 오즈 야스지로와 나루세 미키오 등 거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들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질문합니다. 이는 물론 영광스러운 일입니다만 정작 저는 맨 먼저 무코다 구니코의 이름을 들게 됩니다…”일상의 디테일을 주의 깊게 살피는 눈”을 무코다 구니코를 비롯한 여러 TV 드라마 작가에게 배웠습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 걸어도,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브로커, 괴물…내가 봤던 감독의 영화들을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니 꽤 된다. 물론 빠진 것도 있겠지만…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공간에 2009년 쯤 감독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보고 짧게 남긴 감상평이 남아 있어 여기로 가져온다. 가족을 다루는 감독의 치밀함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아마도 올 연말쯤, 올 한해 본 영화중에 제일 좋았던 영화리스트를 적는다면 그중에 꼭 들어갈 것 같은 영화다. 나이가 먹을수록 생각이나 취향은 점점 고착화 된다고 하는데 요즘 영화를 보는 내취향은 점점 변해가는것 같다. 일본영화는 그 잔잔함과 너무 미시적인 것에 대한 집착(?)으로 그리 즐기지는 못했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내 취향을 조금은 허문듯..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한 걸음 늦게 깨닫게 된다.”

장남의 제삿날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 경험적으로 명절이나 제사 같은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면 즐거운 기운속에서도 늘 크고 작은 다툼이 있게 마련이고 이 부분을 다루는 우리나라 영화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이 영화는 일본 영화 특유의 관조하듯이 가족간의 자잘한 대화와 사건들을 통해 이 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 속에서 구성원들의 다름과 상처받음을 조금씩 조금씩 보여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자신과 비교하게 만든다.

늘 자신의 일에 열심이지만 뒤돌아 보면 가족들과는 이미 저만치 떨어져 있는 아버지, 현모양처로 한 세월을 살아왔지만 가장 큰 상처를 안고 속으로 곪아 있는 어머니, 아버지의 기대와 똑똑한 형을 따라갈 수 없어 늘 주눅들어 있는 아들, 시어머니와 미묘한 긴장관계일 수 밖에 없는 며느리, 그리고 양념과 같은 딸과 사위..엄마 토시코 역을 맡은 연기파 배우 키키 키린이 특히 돋보이는 영화다. 최근에 본 봉준호감독의 마더와 자연스레 비교가 되는데 내가 보기엔 이 영화속의 엄마가 훨씬 더 무섭다..ㅎㅎ”

2009년 유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를 보고

30년이 지나 보게 된 드라마 모래시계

내 나이또래 사람 중에서 드라마 모래시계를 안 본 사람이 있을까? 넷플릭스에 올라온 모래시계를 30년 만에 처음으로 보면서 왼쪽 상단에 표시된 날짜를 보니 1995년 1월 9일 방영된 것으로 적혀 있다. 그날은 약 한 달동안 합숙교육을 시작하는 날이었기에 모래시계가 방영되던 첫 달을 아예 TV를 볼 수 없던 곳에 있어 당시 귀가시계라고 불리면서 방영되는 시간엔 도로에 차가 없었단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은데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드라마가 됐다. 나중에 재방송이나 어찌어찌 보려면 볼 수도 있었겠지만 인연이 닿지 않아 보진 않고 지금까지…SBS 콘텐츠가 이번에 넷플릭스에 풀리면서 30년이 지나 이제는 당시 내 나이랑 비슷해지는 아이와 함께 보게 됐다.

30년이 지나 보면서 느낀 점. 아무리 제6공화국 초반 문민정부 시절이라지만 당시 80년 광주를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하고 자료화면까지 그대로 사용하는 드라마가 나왔다는 점에 놀랐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벌써 30년 전 드라마에서 그대로 묘사됐다는데 놀랄 수밖에 없었다. 8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홍콩느와르식 조폭영화 아류인줄로만 알았었는데 내 선입견은 드라마 시작하자마자 여지없이 깨졌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남성훈, 조경환, 김영애, 김인문 같은 훌륭한 연기자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이정재, 조민수, 이승연, 김보성, 김정연, 홍경인, 손현주 같은 주연 배우들의 신인 시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개발되기 전 정동진역 같은 90년대 중반 풍경과 당시 사람사는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추억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보너스였지만 정의로운 검사나 사명감있는 기자 같은 지금은 거의 사라진 유물(?)을 보는 씁쓸함도 있었.

모래시계 마지막 장면

평균 시청률 46%에 위 장면이 들어가는 마지막 회 시청률이 무려 64.5%였다고 하니 이 드라마를 안 본 나같은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듯..사진은 딱 봐도 지리산!! 95년 아님 96년인가 여름에 지리산 3박 4일 종주했던 기억도 난다..^^ 지리산 종주를 한 이유는 모래시계때문에 간 게 아니라 소설 태백산맥을 읽고.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보는 50명 남짓한 사람들 속에서 뜻밖에 아는 사람을 만났던 기억때문에 내겐 잊지 못할 산이다.

“이제 그만 보내줘.
어디로
어디든 여기 아닌데로

이 사람 이렇게 보내는 걸로 뭐가 해결됐어?
아직은 아무것도..
그런데 꼭 보내야 했어?
아직이라고 말했잖아. 아직은 몰라..

그럼 언제쯤이냐고 친구는 묻는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어쩌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먼저 간 친구는 말했다.
그 다음이 문제야
그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그걸 잊지말라고.”

두 친구 중 한 사람은 계엄군으로 한 사람은 시민군으로 80년 5월 광주에 있었다. 그리고 난 다음에 두 사람의 삶은 큰 변곡점을 맞는다. 주인공 내레이션처럼 ‘그 다음이 문제다 그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다시 비정상적인 계엄을 경험했다. 그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살 것인지 그걸 잊지말아야 한다.

제목이 모래시계인 이유는 드라마 중 혜린 아버지 윤회장(박근형)이 혜린(고현정)에게 엄마랑 해외 여행을 갔다가 엄마가 사면서 들려줬다는 대사에서 나온다 : “이거 봐. 뭔가 뜻이 있는 거 같지 않냐. 한쪽 모래가 다 떨어지면 끝나는 게 꼭 우리 삶 같아. 아무리 대단한 것이라도 끝이 있는 법이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인상적인 장면

주말에 투자 전략 지도를 가지고 놀면서 또 하나 한 일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을 4회까지 시청했다. 요즘 장안의 화제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나는 항상 이런 것에 늦다. 이거 완전 오징어게임의 요리버전이구만 하는 생각으로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한식대첩 승자 백수저 이영숙님과 장사천재 흑수저 조사장의 대결이었다.

흑백요리사

우둔살을 재료로 한 대결이었는데 작은 놋그릇에 담긴 미소곰탕과 전립투구 위에 차려진 풍성한 샤브샤브가 대조적이었다. 바로 며칠 전, 단순함에 대한 글 하나를 올렸던터라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그림 하나가 있었다. 미소곰탕이름과 비슷하게 미소짓는 그림이다..^^

단순성 지도

요리나 투자나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한다. 잘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법을 접목시켜 나가면서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그 속에서 앞으로 전진하면서 차차 실수를 피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장사천재 조사장은 위 그래프의 6~8레벨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단계에선 더 많은 지식이 축적될수록 더 많이 시도하고 싶어진다. 이영숙님은 몰라도 9~10레벨에 있지 않을까. 고수는 음식을 깊이 이해하여 몇 가지 고품질 재료와 기술을 활용하여 겉보기에는 절제된 듯하지만 맛은 놀라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10년동안 되게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달려왔다 생각했는데, 참 덜어 냄의 미학을 몰랐다는 걸, 오늘 진짜 너무 크게 깨달았어요.” 대결이 끝난 후 흑수저 조사장의 말이다.

주말에 투자 전략 지도를 가지고 놀면서 흑백요리사를 봤기 때문인지 내 머릿속에서는 요리와 투자에 대한 생각들, 복잡함과 단순함에 대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뒤엉켰다. 투자 전략 지도에서 더 빼야 할 것은 없는가? 이 지도만 보면 좋은지 나쁜지를 90% 이상 정확도로 가려낼 수 있는가? 그리고 흑백요리사 같은 프로그램을 투자분석에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재야 고수들과 업계 전문가들의 기업분석 대결같은..ㅋ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입니다. 무언가를 단순하게 만들고, 근본적인 과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우아한 해결책을 내놓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미니멀리즘이나 잡동사니의 부재가 아닙니다. 그것은 복잡성의 깊이를 파헤치는 것을 포함합니다. 진정으로 단순해지려면 정말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필수적이지 않은 부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본질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 스티브 잡스

돌아가신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거금을 들여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라운딩하면서 지도를 바랬는데 라운딩 중에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이 회장이 조언을 부탁했더니 잭 니클라우스는 딱 한마디를 했다고 한다. “Do not head up.” 머리를 들지 마세요. 버핏에게 물으면 “절대로 돈을 잃지 마세요.”라고 할 것이다. 멍거는 아마도 “나쁜 기업은 멀리 하세요.”라고 하지 않을까?!

끝으로 넷플릭스 투자 전략 지도. 요리가 결국 좋은가, 맛있는가로 귀결된다면 투자는 결국 좋은가, 싼가로 귀결된다. 넷플릭스는 좋은가? 그리고 싼가?

넷틀릭스 투자 전략 지도

넷플릭스의 가장 큰 경쟁자는 누굴까? 디즈니, 아마존, 웨이브, 쿠팡플레이와 티빙 같은 동종업체일까, 아니면 유튜브일까?

TV 점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