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밀린 글들을 읽다가 애스워드 다모다란 교수의 글과 영상 몇 개를 봤는데 꽤나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가치투자자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소형주 프리미엄과 가치 프리미엄이 최근 20년을 반추해 보니 거의 사라지고 없다는 내용이다. 물론 내가 늘 불만인 것처럼 가치주의 정의를 PBR로만 했다는 단점(PER도 마찬가지)은 있지만 단순히 저PBR, 저PER를 가치주로만 고집하는 사람들은 음미해 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평균회귀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역시.
다모다란 교수는 최근 소형주 효과가 사라진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1) 모멘텀 스토리 : 정보 접근성 증가와 거래 편의성이 높아지고 SNS의 발달로 모멘텀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매우 커졌다. 물론 모멘텀이 바뀌면 반대로의 변동성도 커진다. 2) 패시브 투자 : 2024년 50% 이상이 패시브(인덱스투자와 ETF투자)로 바뀌면서 시가총액에 비례해 보유하면서 대형주가 더욱 상승하는 추세를 만들었다. 3) 산업 경제학 : 산업이 통합되면서 소수의 큰 승자가 산업을 지배하는 추세가 강화된다. 독점 금지법과 규제로 제약을 가할수도 있지만 쉽진 않을 것이다. 이런 추세로 인해 소형주 프리미엄이 다시 돌아오긴 쉽지 않아 보인다.
가치 프리미엄은 1927년부터 지금까지 가장 낮은 10분위와 가장 높은 10분위를 비교해 보면 가장 낮은 10분위 연간 프리미엄이 2.43%로 나왔지만 최근 20년을 보면 -5.42%로 역전됐다. 가치 투자자, 적어도 저PBR과 저PER를 주요 지표로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시장을 비트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누군가는 기다리면 이것이 역전될 것이라는 희망을 여전히 가지고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로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가격 대비 장부가치는 가치가 아니다 : 낮은 장부가치를 가치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 가치 판단을 내리기 전에 고려해야 할 다른 여러 요소(양호한 경영, 수익 품질, 해자)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의 중심이 유형 자산이 아니라 무형 자산으로 옮겨 가면서 장부가치가 점점 더 의미없는 지표가 되고 있다. 2) 모멘텀 : 앞서 소형주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맥락에서 살펴 봤던 모멘텀의 힘을 강화한 동일한 힘이 가치 투자의 힘을 약화시켰다. 3) 구조적 변화 : 가격 대비 낮은 장부가치 프리미엄의 핵심은 평균 회귀이며, 이러한 주식이 얻는 높은 수익의 대부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평균으로 이동하는데서 나온다. 이는 미국이 가장 평균 회귀적이고 예측가능했던 20세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혼란과 세계화가 평균 회귀를 약화시키면서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따라서 저PBR(혹은 저PER) 주식에 투자하고 가치 프리미엄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데는 보상이 없다고 본다.
2024년 미국 주식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투자자들에게 친숙해진 경로를 따랐는데, 많은 기술 중심의 대기업이 시장을 이끌었고, 소형주나 저PBR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같이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전통적인 전략은 흔들렸다. 이는 일시적인 단계가 아니며, 시장이 변화된 경제 질서와 투자자 행동을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자를 위한 조언 : 오늘날 실행되고 있는 액티브 투자에 대해 몇 가지 가혹한 말을 했는데 액티브 투자의 대부분이 역사와 평균 회귀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저 PER 주식과 고성장 주식을 선별하고 막대한 관리 수수료를 요구하는 뮤추얼 펀드 매니저는 ETF나 인덱스 펀드로 대체되어야 하며, 그러한 대체는 계속될 것이며 액티브 인구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퀀트 전략이나 인공지능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는 액티브 투자자들에게는 실망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트레이더를 위한 조언 : 트레이더는 모멘텀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며, 시장 모멘텀이 계속 강해지면 모멘텀이 바뀌기 전까지는 수익 창출이 쉬워 보일 것이다. 2024년과 같이 모멘텀을 추격하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해를 지나면서 시장은 트레이더에게 하락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 트레이더는 시장 모멘텀 변화를 감지하는 기술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때로 본다.
물론 이런 추세에는 저금리 저물가도 무시못할 이유인데 낮은 금리는 더 높은 PER를 정당화한다. 주가 수익률(E/P)은 비록 최근에 역전되긴 했지만 최근 20년 동안 10Y국채수익률을 상회하고 있었다. 이게 최근 역전되었다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E/P에서 E가 증가하고 있고 ROE > WACC인 상황이라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S&P 500 기업의 수익은 2000년에서 2024년 사이에 연간 6.58% 증가했고 S&P 500 기업의 자본 수익률은 2023년에 20.61%였고 2000년 이후 평균 16.38%였다.
다모다란 교수는 새로운 글과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주의깊게 보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아낌없이 공유하는 태도도 배울만 하지만 무엇보다 항상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번뜩이는 통찰력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