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의 개

전광판만 바라보는 운동선수가 될 것인가

연초엔 나 혼자 SNS에 미국 ‘다우의 개’를 카피한 ‘한국의 개’를 올렸었다. 올해부턴 블로그에~ 작년 연초부터 정부에서 밸류업을 내세우면서 한국의 개처럼 시가총액이 크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들의 성과가 특히 좋았다.

2024년 한국의 개

(2024년 한국의 개, 1년 수익률 34.58% + DY 4.45%)

미국 다우 30개 기업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순서로 10개를 뽑는 것처럼(미국은 작년에 다우의 개 수익이 별로였을 것이다…DY 4.17% + 수익률 -3.7%) 우리나라 코스피, 코스닥 구분없이 시총 순서대로 상위 40개(이 숫자도 내 맘대로) 중에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순서로 10개를 뽑는다. 다우의 개야 누구나 조회해 볼 수 있으니 내가 뽑는 한국의 개 올해 리스트만 올려 보면…역시 과거처럼 금융주가 많다.

2025 한국의 개

배당률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리스트가 될텐데 대충 5% 넘는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지난 1년 수익률이 22%로 이미 많이 올랐다. 지난 해 우리나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마이너스였던 힘든 시장이었는데 배당과 수익률 둘을 합하면 27% 넘는 수익률이니 작년에 이 전략을 사용했거나 금융주 투자자들은 꽤 좋은 한 해가 됐을거다. 당연히 과거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미국과 우리나라 배당주들의 지난 1년, 서로 다른 결과가 재밌는데 다우의 개나 한국의 개와 같은 배당금 투자 전략은 2022년 미국과 작년 우리나라처럼 하락장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

2025 다우의 개

(2025년 다우의 개 리스트, 평균 DY 3.5%, 지난 1년 수익률 7.77%)

궁금해서 밸류업으로 뉴스검색을 해보니 “증시 전문가들 “밸류업 이대로면 효과없다”…법·제도 개정필요” 기사가 눈에 들어 온다. 전문가들조차 우리나라 밸류업이 별 효과가 없을거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낮은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법, 자본시장법 등 법개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기사에 정책 담당자들이 새겨 들어야 할 부분이 많이 보인다.

예전에 삼성전자와 애플의 재무제표를 비교 분석하면서 왜 두 회사의 주가는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를 꽤 자세히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이젠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하면서 그런 종류의 글을 적을 에너지가 내겐 없다. 방금 미국 야후파이낸스에서 검색해 보니 삼성전자 시가배당률 2.71%, 애플 시가배당률 0.4%로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 1년 수익률 -32.91%, 애플 1년 수익률 30.07%로 배당률과 다른 방향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전처럼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단 내가 만든 그림 두 장만 올린다. 먼저 애플의 5년 평균 현금흐름표다. 이 그림을 보는 방법은 대충 이자까지가 순이익, 운전자본변동까지가 FCF로 보면 된다. 애플 같은 회사는 운전자본변동이 플러스다..^^ CAPEX와 감가상각이 거의 같은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배당보다 훨씬 큰 자사주매입이 눈에 띈다. 애플은 최근 5년동안 영업이익의 거의 대부분을 주주들에게 배당과 자사주매입으로 돌려주고 있다. 버핏의 영향이다.

애플 5년 현금흐름

그리고 삼성전자의 최근 5년 평균 현금흐름이다. 영업이익 자체가 최근 5년 평균이 최근 10년 평균과도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면서 이익의 거의 대부분을 CAPEX에 쏟아붓고 있다. 투자가 제대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투자 전략 지도를 보면 짐작은 할 수 있다. 순이익과 FCF 차이가 크다. 주주들에겐 배당보다 자사주매입/소각이 더 좋은데 여전히 배당에 집중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 거의 대부분은 자사주매입 후 소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애플과 달리 운전자본에도 돈이 많이 들어간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이런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다. 찍히는 돈은 잘 버는 것 같지만 막상 들여다 보면 유지보수나 신규 투자를 위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돈이 대부분이라 주주에게 돌려주고 싶어도 돌려 줄 수가 없는 상황 같은.

삼성전자 5년 현금흐름

저렇게 많이 투자를 하고 있는데도 내가 계산하는 숫자로 계산한 성장률은 삼성전자 2% 내외(정부에서 발표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예상도 1.8% 수준), 애플 10% 내외로 거의 5배 차이가 나고 밸류 역시 삼성전자 PER 11 애플 PER 41로 큰 차이가 난다. 두 기업의 수익률 차이는 성장률보다 더 큰 차이가 난다.

돈 잘 버는 회사의 주가는 이익(FCF)과 함께 올라간다. 단순히 배당만 일시적으로 늘린다고 주가가 올라가진 않는다. 회사로 들어온 이익을 높은 이익이 예상되는 사업에 재투자하거나 좋은 기업을 인수하거나 좋은 인력을 영입하거나 미래 먹거리를 위해 투자를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부채를 갚거나 혹은 주주에게 배당이나 자사주매입, (국내기업은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자사주소각을 하는 것과 같은 자본배분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적극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그러면 주가는 자연스레 기업 가치 증가와 함께 따라 올라가기 마련이다. 선수는 오로지 운동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전광판만 쳐다 본다고 승리하지 못한다.

국내 기업들이 회사의 이익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여전히 현금만 끌어 안고 있거나 부동산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으로 사업과 크게 관련없는 부동산만 사들이거나 (이런 일들이 모두 ROE를 떨어뜨린다) 우수인력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외면하거나 이익을 빼돌리는 편법증여를 모색하거나 주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경영이 계속되면 아무리 일시적인 배당을 높게 주더라도 밸류업은 구호에만 그칠 것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을 찍히는 이익이 아니라 FCF로만 바라봐도 투자할 기업이 극적으로 줄어든다. 순이익이 아니라 주주이익으로 바라보는 것, 버핏의 혜안은 무엇보다 여기에 있다.

탈피하지 못하는 뱀은 죽는다

감기약을 먹고 헤롱한 상태에 써 둔 글인지라 두서도 없고..난 왜 이런 글들을 그냥 올리고 있는걸까ㅋㅋ 올해가 뱀의 해라고 하는데 죽지 않기 위해선 제대로 탈피해야한다. 나도 기업도 대한민국도.

베리사인 VRSN

버크셔해서웨이 추가구매 기업 리스트

2024년 12월(벌써 작년이 됐다)에 버크셔해서웨이는 Form 41를 통해 세 회사의 지분 5억 6,300만 달러 추가 매수를 공시했다. OXY, SIRI, 그리고 베리사인(VRSN)으로 베리사인 1,300만주로 회사 지분의 13.6%를 보유하며 버크셔해서웨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0.9%에 해당한다. SIRI와 거의 같은 비중으로 포트폴리오 순위 13위와 14위에 해당한다.

세 회사는 지난 1년 동안 S&P500이 23.8% 상승할 때 마이너스 수익률이라는 반갑지 않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미스터마켓이 더 싼 가격을 제시하면 받을지 안받을지는 전적으로 투자자의 판단이다. 가격이 내려가면 할인이라고 기뻐할지 손실이 났다고 슬퍼할지 역시 투자자의 선택이다.

베리사인 가격비교

베리사인이 뭐하는 회사인지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인터넷 관련 기업인 도메인 등록업체로 국내에는 가비아, 호스팅케이알, 카페24 같은 기업이 있다. 왜 버핏 혹은 후계자가 좋아하는 기업인지는 딱 하나의 그림만으로 알 수 있다. 10년간 이익추이다. 이런 기업의 10년 후를 예측하는게 쉬울까, 어려울까. 그래프를 보면 빨간색 순이익과 녹색 FCF가 거의 같이 가거나 FCF가 더 큰 경우도 많다.

베리사인 10년 이익 추이

얼마전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수익성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리사인은 수익성의 극단적인 예가 될 정도로 수익성이 뛰어난 기업으로 이런 극단적인 수익률 투자 전략 지도는 나도 처음 봤다. 기존 50%로 세팅해 놓은 X축을 뚫고도 한참을 더 나갔다..ㅋ 4% 정도의 낮은 성장성 역시 자본 배분을 통해 상쇄시켜 나가고 있다.

베리사인 투자 전략 지도

영업이익률 10년 평균이 60%를 넘고 TTM 영업이익률이 68%에 달하는 기업이고 자본이 마이너스(자사주매입/소각)로 ROE를 계산할 수 조차 없다. 시가총액 규모나 2012년 부터 버크셔 포트폴리오에 들어온 것으로 봐선 버핏보단 후계자 2명 중 한 명의 선택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는데 유명한 투자 구루 중에서 베리사인을 구매한 사람이 있는지 조회해 보니 테리 스미스가 있다. 역시!

기존 내재가치 계산은 고평가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가치 투자 3.0도 포함하는 제일 오른쪽 2개는 가격과 거의 비슷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역시 3.0도 부분적으로 계산가능한 10초 내재가치 계산기(808103)로 나온 결과는 200달러였다. 당신의 안전마진은 얼마인가.

베리사인 내재가

투자에서 약간의 팁을 이야기하면, 이렇게 구루의 포트폴리오를 카피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노력으로 좋은 기업이나 위대한 기업을 찾았는데 열심히 계산한 내재가치가 200달러인데 가격이 이보다 높다면 그냥 바로 매수하거나 아니면 매수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본인의 안전마진을 계산해서 그 목표가격까지 가격이 내려오면 알람이 오도록 설정해 두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전마진이 30%(이것 역시 절대적이 아니라 기업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한다면 가격이 140달러 아래로 내려오면 알람이 오도록 설정하면 되는데 경험상 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알람이 오는 경우도 많았다. 연달아 알람이 날아오는 바로 그때는 공포에 질릴 때가 아니라 꼼꼼히 다시 내재가치를 계산해 보고 욕심을 부릴 때였다.

  1. 내부자의 회사 지분 증권 소유권 변경을 보고하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문서로 이사, 임원 및 10% 이상의 지분 증권 소유자를 포함하여 내부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지분변동이 있을 시 영업일 기준 2일 이내에 신고하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