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는데 새삼스레 새로운 한 달이 골고루 주어지는 것이 고맙다. 가장 시클리컬한 것이 바로 계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여왕이 있으면 계절의 왕도 있을텐데 싶어 물어보니 10월이라고 한다. 수확의 계절이라 그런가.
여전히 인질로 잡혀 있는 과거의 내가 쓴 글을 보기 위해 떠나온 SNS에 들어 간다. 과거 오늘엔 7개의 글(비공개 2개)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제일 위에 떠 있는 글의 제목은 ‘버핏의 교훈’이다. 몇 가지가 있었지만 오늘 내 눈을 끈 소제목은 ‘스스로 생각하라’였다. 소음에 휩쓸리거나 인플루언서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오직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라.
그 밑으로 가니 3년 전인 2022년 투자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유난히 많이 언급되고 있는 기업의 사진을 하나 찍어둔 글이 나왔다. 이 기업이 어떤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인지 전혀 모르고 사람들이 많이들 언급하고 있어서 그냥 사진만 찍어 뒀었다. 당시 매출과 이익이 급증하고 있었고 그에따라 주가도 잘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서 필터링에 많이 걸려서 사람들이 좋아보인다고 생각하고 추천했으리라..

그 때 SNS를 이런 식으로 사용했었다. 특정 기업들의 사진을 찍어 두고 1년마다 한 번씩 돌려 보면서 누구의 생각이 옳았는지 체크해 보는 것. 혹은 내 생각이 맞았는지 확인해 보는 용도. 사람들은 말은 쉽게 하고 뒷 일은 나몰라라 하는 법이다. 그래서 버핏 말처럼 남의 말만 듣고 피같은 돈을 던지지 말고 돈을 던지기 전에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이런 그림을 보면 사람들 머릿속엔 자동으로 과거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외삽이 일어난다.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고 기대치도 올라가고 가격도 상승한다. 추세 추종자들이 뛰어들고 이런 소동을 확대재생산하는 핀플루언서들도 곳곳에 등장하게 된다. (일시적일지도 모를)좋은 실적과 추세 추종, 마이크를 쥔 인플루언서들의 확대재생산이 붙으면 한동안 모두가 행복해진다. 개미들은 분위기가 가장 좋고 소음이 가장 큰 바로 그때 매수하기 시작한다.

분기별 실적을 보면 바로 그 때 분기 매출 실적이 가장 좋았었고 그 뒤로 바로 평균회귀가 일어났다. 분기별 매출추이를 보면 추세가 우상향하는 괜찮은 기업이지만 국내 기업 거의 대부분은 시클리컬 산업의 특징인 바로 이런 식의 패턴을 보인다. 그래서 단순히 일시적으로 실적이 좋아져서 성장에 비해 PER가 낮다고 덜컥 들어갔다간 꼭지를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피터 린치는 시클리컬 산업 투자는 실적이 나빠 분모인 이익이 적은 고PER에 들어가라는 교훈을 전해 줬었다. 고PER에 들어가서 저PER에 나와야 한다고.
또한 시클리컬 산업(국내 거의 대부분 기업이 여기에 해당)의 밸류에이션에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일시적인 숫자를 가지고 밸류에이션을 하면 안되고 일정 기간 동안의 평균을 가지고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1년 뒤 2023년 주가다. 인터넷에서 떠들어대던 시기가 정확히 꼭지였다. 물론 많은 경우 핀플루언서들의 추천 종목이 올랐던 적도 많을 것이다. 그런 경우 머릿속에서는 내가 잘해서 수익이 났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이렇게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에는 남을 탓하기 쉽다. 하지만 투자는 오직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그래서 남들의 추천을 받기 전에 스스로 투자에 대한 공부가 끝나있어야 한다. 자신의 철학이나 투자관이 서 있고 나서 남들의 의견을 필터링해서 들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버핏의 교훈’에는 “나에게 맞는 게임을 선택하세요”라는 항목이 있다. 투자에선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경험만큼 좋은 스승도 없다..ㅎ

오늘 송원산업 주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봤다. 2022년 시총 6,500억에서 2023년 4,000억, 그리고 현재 2,700억이다. TTM 순이익 450억 이니 PER 6 수준에 배당 2.5% 수준이다. 지금 이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과거 기사를 훑어 보다가 지분 35%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가 2023년 말에 기업을 매각하려다 철회했단 기사를 봤다.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하려면 대주주의 나이와 상속이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은 시장이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 측이 결국 변심한 이유를 몸값에 대한 높은 기대치 때문이라고 본다. 시클리컬(cyclical·경기 사이클을 타는) 산업 특성상 경기가 회복되면 지금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데, 지금 당장 현금이 급하지도 않은 상황에 무리해서 매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송원산업은 지난달 11일 본입찰을 진행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지 않고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매각 대상은 박 회장 등의 경영권 지분 35.65%였다. 인수전에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 티케이지태광(옛 태광실업), 심팩 등이 참전했다. 매각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였다.
기사에 따르면 송원산업은 플라스틱의 제품 변형 등을 막는 산화방지제 시장에서 독일 바스프(BASF)에 이어 세계 2위 점유율(22%)을 기록 중이다. 실제 매각가도 3000억원대 초중반에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이번 딜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송원산업이 진짜 원했던 가격은 4000억원보다 훨씬 더 높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전체 인수가가 아니라 대주주 지분 35%의 가격이 4,000억 이상이다..ㅎㅎ 대주주는 다시 2022년 처럼 화학업황이 개선되길 기다리는걸 선택했다. 미국은 M&A 딜이 있으면 당연히 소액주주들도 대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팔 권리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ㅋ
화학 대장주 롯데케미칼 10년 주가를 보니…눈물만. 또 누군가는 이런 곳만 뒤지고 다니면서 자신만의 게임을 한다..투자란 그런 것이다.

추가) BASF도 궁금해서 봤더니 PER 30이다

시가배당 5%가 넘는 배당주인데 현금흐름을 봐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