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클리컬 산업에 대한 투자가 어려운 이유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는데 새삼스레 새로운 한 달이 골고루 주어지는 것이 고맙다. 가장 시클리컬한 것이 바로 계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여왕이 있으면 계절의 왕도 있을텐데 싶어 물어보니 10월이라고 한다. 수확의 계절이라 그런가.

여전히 인질로 잡혀 있는 과거의 내가 쓴 글을 보기 위해 떠나온 SNS에 들어 간다. 과거 오늘엔 7개의 글(비공개 2개)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제일 위에 떠 있는 글의 제목은 ‘버핏의 교훈’이다. 몇 가지가 있었지만 오늘 내 눈을 끈 소제목은 ‘스스로 생각하라’였다. 소음에 휩쓸리거나 인플루언서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오직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라.

그 밑으로 가니 3년 전인 2022년 투자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유난히 많이 언급되고 있는 기업의 사진을 하나 찍어둔 글이 나왔다. 이 기업이 어떤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인지 전혀 모르고 사람들이 많이들 언급하고 있어서 그냥 사진만 찍어 뒀었다. 당시 매출과 이익이 급증하고 있었고 그에따라 주가도 잘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서 필터링에 많이 걸려서 사람들이 좋아보인다고 생각하고 추천했으리라..

송원산업 주가 2022

그 때 SNS를 이런 식으로 사용했었다. 특정 기업들의 사진을 찍어 두고 1년마다 한 번씩 돌려 보면서 누구의 생각이 옳았는지 체크해 보는 것. 혹은 내 생각이 맞았는지 확인해 보는 용도. 사람들은 말은 쉽게 하고 뒷 일은 나몰라라 하는 법이다. 그래서 버핏 말처럼 남의 말만 듣고 피같은 돈을 던지지 말고 돈을 던지기 전에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송원산업 영업이익

이런 그림을 보면 사람들 머릿속엔 자동으로 과거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외삽이 일어난다.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고 기대치도 올라가고 가격도 상승한다. 추세 추종자들이 뛰어들고 이런 소동을 확대재생산하는 핀플루언서들도 곳곳에 등장하게 된다. (일시적일지도 모를)좋은 실적과 추세 추종, 마이크를 쥔 인플루언서들의 확대재생산이 붙으면 한동안 모두가 행복해진다. 개미들은 분위기가 가장 좋고 소음이 가장 큰 바로 그때 매수하기 시작한다.

송원산업 분기실적

분기별 실적을 보면 바로 그 때 분기 매출 실적이 가장 좋았었고 그 뒤로 바로 평균회귀가 일어났다. 분기별 매출추이를 보면 추세가 우상향하는 괜찮은 기업이지만 국내 기업 거의 대부분은 시클리컬 산업의 특징인 바로 이런 식의 패턴을 보인다. 그래서 단순히 일시적으로 실적이 좋아져서 성장에 비해 PER가 낮다고 덜컥 들어갔다간 꼭지를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피터 린치는 시클리컬 산업 투자는 실적이 나빠 분모인 이익이 적은 고PER에 들어가라는 교훈을 전해 줬었다. 고PER에 들어가서 저PER에 나와야 한다고.

또한 시클리컬 산업(국내 거의 대부분 기업이 여기에 해당)의 밸류에이션에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일시적인 숫자를 가지고 밸류에이션을 하면 안되고 일정 기간 동안의 평균을 가지고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송원산업 주가 2023

1년 뒤 2023년 주가다. 인터넷에서 떠들어대던 시기가 정확히 꼭지였다. 물론 많은 경우 핀플루언서들의 추천 종목이 올랐던 적도 많을 것이다. 그런 경우 머릿속에서는 내가 잘해서 수익이 났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이렇게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에는 남을 탓하기 쉽다. 하지만 투자는 오직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으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그래서 남들의 추천을 받기 전에 스스로 투자에 대한 공부가 끝나있어야 한다. 자신의 철학이나 투자관이 서 있고 나서 남들의 의견을 필터링해서 들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버핏의 교훈’에는 “나에게 맞는 게임을 선택하세요”라는 항목이 있다. 투자에선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경험만큼 좋은 스승도 없다..ㅎ

가격과 가치

오늘 송원산업 주가를 다시 한번 확인해 봤다. 2022년 시총 6,500억에서 2023년 4,000억, 그리고 현재 2,700억이다. TTM 순이익 450억 이니 PER 6 수준에 배당 2.5% 수준이다. 지금 이 기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송원산업 현재 주가

과거 기사를 훑어 보다가 지분 35%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가 2023년 말에 기업을 매각하려다 철회했단 기사를 봤다.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하려면 대주주의 나이와 상속이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은 시장이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 측이 결국 변심한 이유를 몸값에 대한 높은 기대치 때문이라고 본다. 시클리컬(cyclical·경기 사이클을 타는) 산업 특성상 경기가 회복되면 지금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데, 지금 당장 현금이 급하지도 않은 상황에 무리해서 매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송원산업은 지난달 11일 본입찰을 진행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지 않고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매각 대상은 박 회장 등의 경영권 지분 35.65%였다. 인수전에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 티케이지태광(옛 태광실업), 심팩 등이 참전했다. 매각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였다.

기사에 따르면 송원산업은 플라스틱의 제품 변형 등을 막는 산화방지제 시장에서 독일 바스프(BASF)에 이어 세계 2위 점유율(22%)을 기록 중이다. 실제 매각가도 3000억원대 초중반에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이번 딜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송원산업이 진짜 원했던 가격은 4000억원보다 훨씬 더 높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전체 인수가가 아니라 대주주 지분 35%의 가격이 4,000억 이상이다..ㅎㅎ 대주주는 다시 2022년 처럼 화학업황이 개선되길 기다리는걸 선택했다. 미국은 M&A 딜이 있으면 당연히 소액주주들도 대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팔 권리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ㅋ

화학 대장주 롯데케미칼 10년 주가를 보니…눈물만. 또 누군가는 이런 곳만 뒤지고 다니면서 자신만의 게임을 한다..투자란 그런 것이다.

롯데케미칼 10년 주가

추가) BASF도 궁금해서 봤더니 PER 30이다

BASF 주가

시가배당 5%가 넘는 배당주인데 현금흐름을 봐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BASF 현금흐름

가치 투자 3.0

알을 깨고 나오는 게 쉬울까

과거의 오늘을 챙겨 보는 편인데 아침에 2021년 오늘 찍은 사진을 봤다.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찍은 사진인데 10개 기업을 2022년 예상 FwdPER와 성장률(두 조합이 PEG)로 찍은 것이다. 그레이엄이 가르친 가치 투자 1.0에 익숙한 투자자라면 10개 모두 엄두도 못낼 밸류에이션이고 버핏이 보여준 가치 투자 2.0에 익숙한 투자자라면 그래도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고 생필품에 가까운 아래 5개 기업에 눈이 먼저 갈 것이다. 물론 피터 린치(가치 투자 2.0 투자자)가 말한 PEG에 익숙한 투자자라면 애플이나 메타를 골랐을 수도 있겠다.

10개 기업 밸류에이션

그렇다면 내가 주장하는 가치 투자 3.0으로 진화한 투자자라면 당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지금이라면 또 어떤 선택을 할까? 4년이 지난 이 시점에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익숙한 표로 2025년 4월 현재 10개 기업 현황은 다음과 같다. FwdPER는 애널리스트 예상EPS 평균으로 내가 따로 계산한 것이다.

10개 기업 현재 밸류에이션

오늘 현재 S&P500 PER 28 수준인데 저 10개 기업 평균 PER 27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상위 5개 평균PER 28.3 하위 5개 평균PER 26.2 로 별 차이가 없다. FwdPER로 보면 둘 사이 차이가 조금 더 벌어진다. 5년 성장률을 보면 10개 평균 10.7%에 상위 5개 16.9% 하위 5개 4.4%로 극명하게 갈린다. 한쪽은 풍부한 현금흐름을 투자와 자사주매입을 통해 성장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현금흐름의 거의 대부분을 배당(5개 평균 배당성향 72%)으로 돌려주고 있다. PEG로만 보면 구글과 메타가 1내외로 좋다.

10개 기업 투자 전략 지도

내가 고안한 투자 전략 지도로 보면 두 그룹을 따로 구분짓지 않더라도 상위 5개 기업과 하위 5개 기업이 자연스레 분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10×10 박스에 들어있는 4개 기업과 15×15 박스 밖에 있는 5개 기업이다. 가치 투자 3.0을 이야기하는 내 논리는 심플하다. 이처럼 성격이 뚜렷하게 다른 10개 기업을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는가? 1920년대 대공황 이후 나온 가치 투자 1.0 도구를 가지고 현재 기업을 똑같이 평가하는 것이 맞는가? 그렇다면 이들을 구분짓는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투자자라면 이런 질문도 해야 한다. 아마존은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투자 전략 지도의 오른쪽으로 옮겨갈 수 있는가? 아니면 적어도 코스트코처럼 현 위치를 고수할 수 있는가? 10×10박스 안에 있는 기업 중에서 박스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 기업은 누구인가? 구글의 원은 왜 저렇게 작은가? 구글은 왼쪽 아래 박스로 떨어질 가능성은 얼마인가? 같은 질문들..

10개 기업 주가 상승률

10개 기업의 과거 5년 주가 상승률을 그림으로 그려 보면 위와 같다. 10개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가지고 있었다면 S&P500보다 괜찮은 수익률이었다. 단기적으로 시장은 투표기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체중계다. 포트폴리오 평균을 기준으로 우상단에 위치한 5개 기업과 좌하단에 위치한 5개 기업을 이처럼 명확하게 가른 건 과연 무엇일까? 1.0 가치투자자들이 천금같이 믿고 있는 평균회귀는 이루어 질 것인가? 애플 주가는 왜 더 많이 올랐는가?

2025년 지금 현재 주식에 피같은 돈을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돈을 던져 넣기 전(투자란 던질 투 재물 자)에 한번 깊이 고민해야 할 주제다. 과거를 배우는 것은 좋지만 과거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 워런 버핏이 그레이엄의 그늘아래 그대로 있었다면 지금의 버핏은 없었을거다. 주주총회에서 버핏에게 만약 50년을 더 산다면 능력 범위에 어떤 섹터를 추가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버핏은 기술분야라고 답했었다. 물론 늘 얘기했듯 당신은 버핏이 될 수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사업보고서를 읽는 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이 사람이 당대 최고의 투자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디저트를 먹을 무렵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가장 행복한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연례 보고서와 10-K 및 10-Q를 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워런 버핏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포기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일종의 심리 치료와도 같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워런 버핏이 최고의 투자자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워런 버핏의 최고 버전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 가이 스파이어, 2007년 버핏과의 점심식사 낙찰자 with 모니시 파브라이

“제 생각에는 월스트리트 보고서를 읽고 거기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직접 해보고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합니다. 40년 동안 월스트리트 보고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연례 보고서(10K)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 워런 버핏

“비교적 간단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연례 보고서를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실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찰리 멍거

빌 밀러가 말한대로 가치 투자란 무엇인가가 비싸 보인다고 배제하거나 무엇인가가 낮은 배수로 거래되기 때문에 싸다고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상의 가치가 무엇인지 실제로 묻는 것이다. 높은 PER와 낮은 PER 모두에 가치가 있을 수 있다. 관건은 투자자가 최상의 가치를 알고 또한 시장의 잘못 매겨진 가격을 알아 볼 수 있느냐의 문제다. 높은 PER지만 잘못 매겨진 가격일 수도 있고 낮은 PER지만 역시 잘못 매겨진 가격일 수도 있다. 맹목적으로 낮은 PER만 뒤지고 있진 않은가? 비싸 보이는 게 진짜 비싼가? 싸 보이는 게 진짜 싼가? 적어도 사업보고서(엊그제가 2024년 보고서 마감일^^)를 읽는 투자자라면 스스로 이 질문들에 답을 찾은 후에 투자를 시작하기 바란다. 투자하는 기업의 보고서도 안읽는 투기자라면 뭐 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일테고.

지금부터 5년 뒤 평균 회귀가 일어나면 어쩔려고 또 이런 글을… ㅉㅉ

추가) 우리나라에서 가치 투자 3.0 기업을 찾는다면 말리고 싶다. 기업에 따라 달라지듯 국가에 따라서도 다르다. 우리나라는 가치 투자 1.0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새로운 책을 안쓴다. 미국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나 벌어질 일들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바야흐로 강도남작(Robber Baron) 전성시대 ㅍㅎ

우리나라 현금부자 20선

또 이런 리스트만 보고 혹할까봐 코멘트 남기자면, 시총대비 순현금비중 1위 세원물산을 간단히 보면 대주주 지분이 무려 78%를 넘는다..ㅋ 작년 순이익 220억은 영업이익 13억에 금융수익 63억, 자산처분이익 같은 일시적 기타이익 100억, 지분법 손익 76억에서 법인세(31억)를 제한 금액이다. 청년시절 버핏이 구사했던 행동주의를 할래야 할 수도 없는 기업으로 배당률을 보면 그저 대주주의 선의(?)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기업이다. 물론 일시적이라고 보지만 영업이익 13억 나오는 사업에 5년 평균 CAPEX는 370억 가까이 투자하고 있다. 역시 대주주의 혜안으로 투자가 잘 돼서 이익이 급증하길 기대할 수 밖에..

세원물산 주가

세원물산 주가 보다가 상한가로 급등한 흔적이 있어 찾아보니 대선 관련주(이유조차 김문수 고향 경북 영천에 위치하고 있다는 그 이유 하나ㅋ)로 들어갔었다..ㅋㅋ 이래야 국장이지. 여기서 무슨 가치를 찾고 있을까. 대선 주자들 성이나 고향이나 학교를 뒤지는 게.

시간이 아주 많은 투자자(내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라면 리스트의 다른 기업들도 하나하나 뜯어봐야 알겠지만 대체로 싼 기업은 싼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 중에서 잘못 매겨진 가격을 찾아야 하는데 그럴려면 돌 하나 하나 뒤집어 봐야 한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미국에선 이런 기업들이 있을수도 없지만 우리나라엔 즐비하다. 저평가된 기업이 많다고 마냥 즐거워만 할 일이 아니라 이런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할 일이다. 멍거 말대로 투자가 쉬울리가 없다. 왜 투자가 쉬워야 하나?!

“우리는 쉬운 결정을 찾는 경향이 있지만 ‘쉬운 결정’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겨우 겨우 찾아냈고 그들은 그들만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 찰리 멍거

“Intelligent investing is not complex, though that is far from saying that it’s easy.”
– 워런 버핏

피터린치 PEG

세상에 싼 건 싼 이유가 있는 법

해외 블로거의 글을 읽다가 피터린치의 방법으로 몇 개의 주식을 필터링한 글을 봤다. 엊그제 피터린치의 마젤란펀드에 대해 짧게 언급해서인지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호흡으로 읽었다. 글쓴이는 피터린치 전략의 핵심을 PEG(Price Earnings to Growth ratio)로 봤다. 버핏과 멍거의 가치투자 2.0의 주 개념인 성장을 적정한 가격으로 구매한다는 GARP를 대표하는 핵심지표로 PEG를 본 것이다. PEG가 1보다 작으면서 부채비율과 같은 몇 가지 간단한 기준을 통과한 기업을 필터링한 전략이다.

저PEG 전략을 사용했을 때 수익률은 다음과 같다. 저PEG 20개 주식으로 구성된 월별 리밸런싱 포트폴리오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약 1,142.0%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 S&P 500을 667.4% 상회했다고 한다. 스스로 직접 백테스트를 했다면 믿음은 더 커진다..

저PEG 수익률

글에서 눈길을 끄는 해외 블로거가 뽑은 2월28일 현재 저PEG 상위 주식리스트는 단 9개 주식으로 다음과 같다. 저PEG의 당연한 특징이겠지만 리스트의 PER를 보면 대부분 10 내외의 비교적 싼 주식이다. 일반적으로 PEG에서 EPS성장률은 5년 정도의 기간을 이야기하는데 리스트에 나온 성장률은 정확히 어느 기간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저PEG 포트폴리오

구루같은 유명인이 뽑았든 아니면 내 노력으로 뽑았든간에 이런 리스트만 보고 일괄적으로 매수할 수 있을까. 앞에 쓴 글에서 개인적으로 퀀트를 보조적으로만 사용한다고 했다. 이렇게 특정 필터들을 통과한 몇 개의 종목을 뭐하는 기업인지도 모른채 일괄적으로 매수했다가 월별, 분기별, 혹은 1년 단위로 리밸런싱하는 방법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기에는 나는 너무 합리적이고(응?) 너무 인간적인 사람(기계가 아닌)이다..ㅋ

“최고의 투자자들은 10개, 20개, 30개를 찾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한두 개를 찾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하지만 한두 개만 있으면 됩니다…교육기관들은 투자를 잘할 수 있는 비법을 가르쳐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완전히 헛소리입니다. 천 개의 주식에 대해 충분히 알면서 아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정말 잘하고 싶다면 몇 개만 골라야 합니다. 저는 이를 종목 선택의 ‘우든 시스템1‘이라고 부릅니다.”
– 찰리 멍거

귀향길에 오디세우스가 키르케의 조언대로 세이렌(우리가 아는 그 사이렌이다)의 노래소리에 따라가지 않도록 하기위해 선원들의 귀에 밀랍을 넣은 것처럼 검증된 전략에 자신의 귀를 막고 맹목적으로 따라야 할지도 모르지만 난 귀를 막은 선원들보단 귀를 열어 둔 오디세우스에 가깝다. 아름다운 세이렌의 노래소리는 듣고 싶으니까..ㅋ 물론 스티븐 핑거가 오디세우스 기법2이라고 말한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저PEG 투자 전략 지도

해외 블로거의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들었으니 이제 내 방식대로 이걸 재구성해야 한다. 내가 고안한 간단한 투자 전략 지도로 기업들을 재배치했다. 앞에 블로거가 표로 나열한 것보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게 내겐 훨씬 더 유용하고 편리하다. 내 눈에는 이 9개의 기업들 평균만 놓고 보면 최근 5년 수익률은 벤치마크보다 아주 조금 높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S&P500보다 못한 집합으로 보인다. 꽤 괜찮은 집합이다. 자세한건 기업 하나 하나 뜯어 봐야 알겠지만 밸류만 놓고 보면 금융업종이 제법 포함됐으리라 추측된다. EWBC는 리 루 포트폴리오에서도 봤던 금융기업이다..^^ 혼자 외로이 떨어져 있는 AX도 마찬가지로 금융기업이고.

리스트 중에서 특히 눈에 익은 중국 기업 바이두(BIDU)가 보인다. 9개 기업 중에서 5년 동안 주가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유일한 기업이다. 왜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을까? 역시 개별 투자 전략 지도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10년동안 성장률과 수익률 모두 떨어지고 있다. 지도상 현재 위치가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이런걸 턴어라운드라고 한다) 확신이 있지 않은 다음에야 쉽게 들어가기 힘들어 보인다.

바이두 투자 전략 지도

세상에 싼 건 싼 이유가 있는 법이다. 세상이 싸다고 한 이유가 자신이 보기에는 정확하게 틀렸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찰리 멍거가 말한 내 의견의 반대편에서 싼 이유를 말하는 최고 전문가와 논쟁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스스로 반대 근거를 가질 논리적인 이유가 된다. 본인의 피같은 돈을 투자한 기업마다 그럴 자신이 있는가?

주말 아침 해외 블로거의 글 하나를 읽으면서 또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다.
네가 안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아는거니?
넌 오디세우스처럼 몸을 묶지 않고 세이렌의 노래 소리에 목숨을 잃지 않을 자신이 정말 있는거니?
블로그에 남기는 건 모두 나에게 하는 말이다..

  1. 버핏은 사실상 최고의 선수 7명에게 거의 모든 출전 시간을 배분하는 방법을 터득한 후 가장 자주 우승한 유명한 농구 감독인 존 우든의 승리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상대는 항상 2인자가 아닌 최고의 선수와 맞붙게 되고 최고의 선수들은 출전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평소보다 더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게 된다.

    “성공은 마음의 평화입니다.”라고 우든은 말했습니다. 그는 선수들에게 “승리”라는 단어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태도: 자신의 잠재력을 향상하고 극대화하면 성공한 것입니다. 마음과 정신, 영혼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 그것이 그가 정의한 성공의 모습입니다. 우든은 선수들의 마음에서 승리를 잊어버리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고, 매 시간, 매일매일 연습을 통해 작은 개선이 이루어지면 우승은 부산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말해, 우승은 완벽한 프로세스의 후행 지표에 불과했습니다. “하루하루를 걸작으로 만들어라.”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자신에게 진실하세요. 매일을 걸작으로 만드세요. 다른 사람을 도우세요. 좋은 책을 깊이 음미하세요. 우정을 예술로 승화시키세요. 비오는 날을 대비해 대피소를 짓습니다.”

    “우든은 스카우트 보고서나 상대 팀 평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팀이 단순함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집중하기를 원했습니다. 비즈니스에 비유하자면, 경쟁사를 모방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매일 혁신하고 최고의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경기가 시작되면 선수들이 벤치에 앉아 감독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는 타임아웃을 거의 부르지 않았습니다. 코치이자 스승으로서 그는 자신의 일은 대부분 연습 중에 끝난다고 믿었습니다. 경기는 선수들에게 기말고사나 다름없었죠. 스타 플레이어가 원정 경기를 위해 팀 버스에 2분이라도 늦으면 그 선수는 그날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UCLA가 첫 전국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16년 동안 코치로 재직하며 인내심에 대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오늘날 일부 코치는 1년간의 저조한 성과로 해고됩니다. 오늘날 일부 사람들은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우든은 위대함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
  2. “인간은 자기 통제를 성찰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것을 향상시킬 방법도 함께 고민했다.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을 시켜 제 몸을 돛대에 묶었고, 선원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았다. 배가 좌초하는 일 없이 안전하게 사이렌들의 유혹적인 노래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현재의 자신이 미래의 자신을 불리하게 만드는 기법을 가리켜 오디세우스 기법 혹은 율리시스 기법이라고 부른다. 예는 무수히 많다.” – 스티븐 핑거,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줄이는 것과 같은, 고용주가 우리 월급 중 일부를 연금으로 떼어 놓도록 허락한다거나 소소하게는 잠잘 때 자명종 시계는 일어나서 끌 수 있어야 하는 정도의 거리를 두고 놓는 것과 같은 것들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