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락아정(常樂我淨)

투자에서 상락아정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2년 전에 남겨둔 글과 댓글 일부를 가져왔다. 내가 끄적이거나 모아둔 글 모두를 데려오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글들은 조금씩 이곳으로 옮겨와야…이 글은 말년의 부처와 그레이엄이 묘하게 오버랩돼서 그 느낌을 잊지 않으려 남겨뒀던 글이다. 상락아정.

“부처는 여든 살이 되자 휴가를 얻어 길을 떠나려 했습니다. 다시 가르치기도 재미없고 해서 곧 열반에 들려고 장기 휴가를 청했습니다. 이때 그는 우리에게 상반된 네 글자를 말했습니다. 즉 상(常), 락(樂), 아(我), 정(淨)입니다. 이것은 그가 평소 말하던 바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입니다. 최후로 그는 말했습니다. 진정으로 무아상, 무인상, 무중생상, 무수자상에 이르렀으며 수지하여 일체를 놓아 버렸다면 공(空)조차도 철저히 공이 되어 버렸다면 생명의 본원을 찾을 수 있는데 이 생명의 본원은 영원히 불변한다는 것입니다.”

“낙은 고통이 없는 것입니다. 도를 얻은 사람은 고통을 벗어 납니다. 일반인들은 도를 얻은 사람은 온종일 쾌락에 젖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즐거워 죽을 지경일 겁니다. 두통을 예로 들어 봅시다. 두통을 겪을 때는 당연히 아주 고통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일주일 정도 앓고 나면 고통이 사라지면서 머리가 상쾌해져 즐겁다고 말할 겁니다. 이때 이 상쾌함과 즐거움이 못 견딜 정도로 짜릿한 쾌락이라면, 이 사람은 사흘이 못 가 미쳐 버리고 말 겁니다. 고락(苦樂)이란 상대적 현상입니다. 상(相)에 집착하면 미쳐 버리고 맙니다. 무엇이 낙인가요? 고통이 없는 것이 낙으로서, 청정한 낙입니다. 청정은 경계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낙은 세간의 낙이 아니라 상락(常樂)입니다. 이때가 바로 진정한 ‘나’로서 불생불멸합니다. 이 불생불멸의 ‘나’는 결코 우리가 생각하듯 아상(我相)을 가진 세속적 존재가 아닙니다. 이 ‘나’는 아주 청결합니다.”
금강경 강의, 남회근

“I felt that I had established a way of doing business to a point where it no longer presented any basic problems to be solved. We were going along on what I thought was a satisfactory basis, and the things that presented themselves were typically repetitions of old problems which I found no special interest in solving.
저는 더 이상 해결해야 할 기본적인 문제를 제시하지 않을 정도로 비즈니스 방식을 확립했다고 느꼈습니다.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에 특별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오래된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죠.

We could have built up an enormous business had we wanted to, but we limited ourselves to a maximum of $15 million of capital-only a drop in the bucket these days. The question of whether we could earn the maximum percentage per year was what interested us. It was not the question of total sums, but annual rates of return that we were able to accomplish.
원한다면 엄청난 규모의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도 있었지만, 요즘으로 치면 양동이에 불과한 최대 1,500만 달러의 자본으로 제한했습니다. 연간 최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저희의 관심사였습니다. 총 금액이 아니라 달성할 수 있는 연간 수익률이 중요했습니다.

I think we can do it successfully with a few techniques and simple principles. The main point is to have the right general principles and the character to stick to them.
몇 가지 기술과 간단한 원칙만 있으면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일반 원칙과 그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추는 것입니다.

I am just finishing a 50-year study-the application of these simple methods to groups of stocks, actually, to all the stocks in the Moody’s Industrial Stock Group. I found the results were very good for 50 years. They certainly did twice as well as the Dow Jones. And so my enthusiasm has been transferred from the selective to the group approach. What I want is an earnings ratio twice as good as the bond interest ratio typically for most years. One can also apply a dividend criterion or an asset value criterion and get good results. My research indicates the best results come from simple earnings criterions.
저는 이 간단한 방법을 무디스 인더스트리얼 주식 그룹의 모든 주식에 적용하는 50년 간의 연구를 막 마쳤습니다. 그 결과 50년 동안 매우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다우존스 지수보다 두 배나 더 좋은 성과를 냈죠. 그래서 저는 선별적 접근 방식에서 그룹 접근 방식으로 열정을 옮겼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채권 이자 수익률보다 두 배 더 좋은 수익률입니다. 배당 기준이나 자산 가치 기준을 적용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 연구에 따르면 단순한 수익률 기준을 적용할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벤저민 그레이엄의 마지막 인터뷰 중에서

“팔순이 다 된 그레이엄이 몇 년 전 한 친구에게 바보 같은 일, 창조적인 일, 편견이 없는 일을 하는 일상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견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들릴 수 있지만, 훈계나 자만에 빠진듯한 표현을 피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솜씨 있게 잘 드러내고 있다. 그의 생각은 독창적이고 강렬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은 항상 부드러웠다. 독자들은 그레이엄이 창조적인 능력으로 이룩한 업적의 진가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 워런 버핏, 1976

워런 버핏

“투자는 매우 복잡한 분야입니다. 물론 초보자에게는 단순하게 보입니다. 결과가 딱 두 개 뿐이거든요. “버느냐, 잃느냐!” 그런데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기며 수익을 내는 건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걸 깨닫기 위해서는 엄청난 복잡성을 감수하면서 공부하고 경험해 봐야 하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잡성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복잡성을 뚫고 나아가 단순성에 도달해야 하지만, 중도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지요.”

“성장주는 보수적으로 추정한 미래실적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해야 한다.”
– 벤저민 그레이엄, 현명한 투자자

GARP의 피터 린치나 휼륭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라는 찰리 멍거나 모두 그레이엄의 유산을 물려 받았습니다. 다만 그레이엄은 성장주투자나 경영진을 포함한 질적분석이 일반인이 하기엔 너무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현대 주식투자자들은 모두 이 어려운 일들을 직접 하고 있습니다.^^) 방어적인 투자방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일부러 배제했을 뿐입니다. 62년판 증권분석에서 성장주 투자방법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중판엔 빠졌습니다.

팀 쿡의 인터뷰

집중력 단순함 그리고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능력

주말 아침에 우연히 추천영상으로 뜬 애플 CEO 팀 쿡의 인터뷰 하나를 보게 됐다. 워드프레스에 유튜브 링크 공유하는 걸 한번 시험삼아 해보려고 임베드해 본다. 팀 쿡은 1998년 Apple에 입사했다. Compaq에서 건너왔고 이전에는 IBM에서 근무한 전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잡스는 1년 전에 애플로 돌아와 파산 위기에서 회사를 되살렸는데 이 때 팀 쿡의 측근 대부분은 안전한(?) 컴팩에 남고 애플로 가지 말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잡스와의 전화 한 통이 그의 마음을 바꾸었다.

“스티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그가 매우 다른 종류의 CEO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제품, 제품, 제품에 집중하고 소규모 팀도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비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또한 모두가 기업형 회사로 가는 환경에서 Apple 소비자에게 다시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까요. 모두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저는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 산업 전체를 시작한 창의적인 천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스티브의 눈에서 반짝임을 보았고, 그것은 우리가 이 미국의 보물을 위해 이 전환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쿡은 40만 달러와 계약보너스 50만 달러를 받고 전 세계 운영 담당 수석 부사장(SVP)으로 영입되었다. 그는 Apple의 물류 전문가가 됐다(쿡은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면 수천 개의 서로 다른 구성 요소와 부품이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교향곡”이기 때문에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다고 말했다).

쿡은 잡스가 자신에게 가르쳐준 주요 교훈은 “집중력, 단순함의 중요성,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었다고 말한다. 멍거는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합리성(지성), 열정(집중력), 그리고 운”이라고 했고 직업을 결정하는 제 일 조건은 ‘존경하는 사람 밑으로 가라’였다. 팀 쿡은 그렇게 했다.

과거의 관점에 안주하고 있는 당신에게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람들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 이끌어 내는 혁신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신에게 도전하는 토론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오픈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잡스가 그렇게 했다.

“인생은 잘 세운 계획을 어기게 만드는 법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다.”


애플 5년 주가


애플이 과거(19%)에 비해 향후 훨씬 낮은 성장률(10%)이 예상됨에도 PER 36인 이유가 인터뷰에 담겨 있다. 그리고 밤새 버크셔 3분기 보고서가 공개됐다. 코카콜라와 같은 4억 주로 맞췄길래 매도를 멈추려나 했었는데 3분기에도 1억주를 매도해서 이제 3억 주가 됐다. 미래에도 PER 36을 유지하려면 10% 성장률로는 힘들다. 그리고 버크셔 자사주매입도 안했다. 애플이든 버크셔든 가치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인.

“버크셔는 3분기 동안 애플 보유 주식 등을 포함해 346억 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버크셔의 3분기 애플 보유 지분 규모는 699억 달러(약 96조원)로, 직전 분기 842억달러(약 116조원) 대비 약 25% 줄었다. 2분기 대비 1억주를 매도해서 현재 보유 애플 지분 규모는 3억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버크셔 현금 보유액이 사상 최대인 약 3,252억 달러(약 449조 원)로 늘어났다”

버크셔 보유 현금

“제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하는 일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연인과 마찬가지로 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마음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찾으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훌륭한 관계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좋아집니다. 그러니 찾을 때까지 계속 찾아보세요. 안주하지 마세요.”
– 스티브 잡스, 2005년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 중

블로그 운영 철학

세계적인 대기업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화면이다. 그래픽 없다(가이코 로고정도). 메뉴없다. 그냥 방문자가 필요한 정보로 바로 클릭해서 들어갈 수 있는 하이퍼링크뿐이다. 하이퍼링크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텍스트 정보들과 역시 또다른 하이퍼링크로 구성됐다. 마치 초창기 인터넷 사이트를 보는듯한 기분이다. 돈을 잘 버는 회사에 방문했는데 허름한 사무실에 딱 필요한 인원만 분주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사이트를 방문하면 대략 그 기업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내 블로그에는 어떤 운영 철학이 보일까?! 블로그 운영 철학이 보이긴 할까.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화면

역시 초거대기업 구글 홈페이지 화면이다. 인터넷 모든 정보를 품고 있지만 초기 화면은 극도로 단순함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모습이다. 모든 광고를 가지고 있지만 아무 광고도 없다. 모든 인터넷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보여지는 기술은 아무 것도 없다.

구글 홈페이지

더 이상 뺄 수 없을 때까지 덜어내는 것. 불필요한 게 단 하나라도 없는 상태. 샤넬은 문을 나서기 전 전신 거울을 보면서 딱 하나 뺄 게 뭐가 있는지를 살펴 봤다고 한다.

거창하게 운영 철학이라고까지 할 순 없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먼저 제목 장사질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 장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모두의 시간만 빼앗는 백해무익한 행위다. 키워드를 먼저 선정하고 거기에 맞는 글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 누구 눈치 안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AI가 양산할 법한 뻔하디 뻔한 정보 나열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다 아는 정보를 단순 정리하는 AI가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글로 채워지는 공간이 되길 추구했다.

광고 클릭을 유도하거나 광고 블록 프로그램 제거를 요구하지 않겠다고도 생각했다. 내 블로그 공간에 광고를 올릴 내 자유도 있고 독자가 광고를 블록해서 보지않을 자유도 있다는 생각이다. 내 경우 좋은 콘텐츠를 보면 자발적으로 블록 프로그램을 중단해서 광고를 띄우는 것으로라도 수고에 대한 작은 기여를 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그러거나 그러지 않거나 다른 누군가의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위 두 개 사이트와 내 블로그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내 블로그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난 블로그에 복잡한 기능을 넣거나 현란한 디자인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지금 블로그 디자인(워드프레스 기본 디자인 중 하나)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CMS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내 블로그의 첫 독자는 나이므로 현재는 내게 필요한 기능만 적절하게 들어가 있고 글쓰는 공간도 최대한 단순하게 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포탈에서 블로그를 할 때는 특정 글에 트래픽이 집중되면(아주 오래전이지만 하루에 만 명 이상 들어왔을 때도 꽤 있었다) 그 글을 비공개로 돌리는 일을 반복했다. 어떤 일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특정 글에 트래픽이 몰리는 일이 종종 있었고 그때마다 하나하나 몰린 글들을 모두 비공개로 돌렸었다. 지금 블로그 운영하는 사람들이 보면 무슨 미친 짓이냐 싶을 행동이다. 언론에서 취재하겠다는 것도 두 번 정도 거절했던 기억이 난다.

내 블로그에 오프라인 지인들이 어찌 알고 찾아 오는 것은 말리지 않겠지만 일부러 알리는 일도 하지 않는다. 포털 사이트 블로그 서비스나 SNS는 이를테면 거대한 아파트 단지 방 하나를 월세나 전세로 살고 있는 셈이고 이런 독립형 블로그는 전원주택을 직접 짓는 것과 비슷하다(쓰다보니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적은것 같아 검색하니 역시 있었다^^) 아파트는 북적거리는 맛이 있고 전원주택은 한적하고 조용한 맛(예상은 했지만 역시 댓글과 좋아요 같은 상호작용이 정말 없다..ㅋ)이 있다. 최근엔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것 같아 조금 움직여볼까도 싶다..ㅎ

“당신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저 다른 사람 이야기의 일부가 될 뿐입니다.”
– 테리 프래쳇

이젠 나도 나이가 드니 오는 사람(트래픽)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 검색이 몰리면 그런갑다하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도 또 그런갑다 한다. 버크셔나 구글이 저렇게 단순한 홈페이지를 유지하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고, 다른 기업들이 복잡한 디자인과 현란한 기술들을 홈페이지에 집어 넣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 각자 편한 자신만의 옷을 입고 산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블로그에 혼잣말 남겨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무수히 번성했다 사라진 콘텐츠들…내 블로그라고 그렇게 되지 말란 이유가 없다. 언젠가 다 사라질 말들이다. 다들 그래서 책을 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