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밤에 아내와 봉준호감독의 신작 “마더”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
저녁때쯤 신문을 읽다보니 방송시간표에 EBS에서 밤 11시10분에 바로 이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틀어준다고 한다. 순간 아내에게 마더는 담에 보러가자고 했다.
이영화, 내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바로 그 영화가 아닌가. 데이빗 린치 감독의..
이 영화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은 없었다. 다만 감독이 데이빗 린치라는것 빼곤.
(스포일러가 될수도 있으니 주의!)
솔직히 이런류의 영화는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중 하나다.
네가 본 모든건 꿈(혹은 상상이나 환상)이다. 라고 결론내린다면 참 허무한 일 아닌가.
이 영화는 전반부 2시간, 후반부 약 30분의 2중구조로 되어 있다.
만듬새를 보면 전반부가 환상이 되고 후반부가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환상속 2시간만으로도 훌륭한 영화 한편이 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의 호기심은
극대화되고 탄탄한 전개와 구조로 영화속으로 몰입하기도 쉽다.
기승전결 구조에 익숙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관객은 결론으로 가기도 전에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후반부를 맞이하게 돼 무척이나 당혹스러워진다.
앞부분과 익숙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앞부분의 이야기와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 그 생경함이란..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찬찬히 생각해 봤다.
첨엔 황당하다는 생각이 먼저였지만 차츰 이건 완전한 퍼즐 맞추기란 생각으로.
생각을 하다보니 결국 현실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전반부 환상속에서 전혀 다른 인물과 변종으로 등장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곤 현실못지않은 탄탄한 줄거리와 긴장감이 가미된 이야기 한편이 나온 것이다..그저 놀랍다.
이렇게 자유자재로 영화라는 장르를 주물럭거릴수 있다니…그리고 몰입을 이끌어 내다니..
기존의 영화보기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아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진행되겠구나,
혹은 이건 이러이러한 일을 전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하는 머릿속의 흐름을
일순간 뒤집어 엎어 버린다…ㅎㅎㅎ
소위 3부작이라고 불리는 “로스트하이웨이”와 “인랜드엠파이어” 역시 앞으로 볼 영화
리스트의 최상단에 올려놓았다.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이란 책도 이 영화를 보곤 급! 호기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