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K3 PRO 블루투스 스피커

어제 1년 전 오늘 글을 보니 스마트 워치 COLMI P71을 무려(?) 7,800원에 구매했다는 글이 보였다. 아마도 이맘 때가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매년 진행하는 광군제가 겹쳐서 그랬나보다. 아무튼 당시 기대도 안하고 구입했던 스마트 워치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내가 샀을 때는 사용기도 거의 없었는데 검색해 보니 꽤 많이 늘었다. 다만 그 뒤로 한글이 안된다는 사용기도 보이는데…아무튼 난 정말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그럼 이번 광군제에선 어떤 제품이 여기에 필적할까? 올해 광군제에서 내 원픽은 레노버 K3 PRO 블루투스 스피커다.

레노버 K3 PRO 블루투스 스피커


알리 익스프레스 천원마트에서 자주 보던 블루투스 스피커다. 사실 난 이런 스피커가 거의 필요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가끔은 테블릿에 연결해서 듣고 싶다는 아주 작은 바램이 결국 이번 구매까지 이어졌다. 물론 여기에는 알리의 저렴한 가격이 일조했다. 부담없이 샀다가 불량이라도 걸리면 그냥 버려도 되는 가격이니 죄책감이 1도 들지 않…기는 커녕 환경에 대한 걱정은 됐다. 중국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을 국내 제조업에 대한 걱정1도 들고. 뉴스를 보니 미국 아마존도 결국 중국 사이트에 대항하기 위해 저가 페이지를 개설하기로 했다.

알리 테무 쉬인 같은 중국 쇼핑몰은 처음엔 저렴한 가격에 열광하다가 역시 가격에 걸맞는 품질에 실망하면서 차츰 사용을 줄이는 루트를 걷게 된다. 스마트 워치처럼 가끔은 정말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나기도 하지만 흔치 않은 일이다. 이번에 구매한 레노버 K3 PRO 블루투스 스피커는 바로 그런 제품 중 하나다. 광군제 할인으로 1개 가격이 3,200원, 2개에 6,400원을 주고 구매해서 정확히 4일만에 배송됐는데 2개를 구매한 이유는 서로 연결해서 스테레오로 듣기 위해서다. 방금 스테레오로 연결(파워를 각각 누른 후 하나의 플레이 버튼을 두 번 연속으로 누르면 페어링 끝)해서 음악을 들어보니 훌륭하다..^^

주요 상대국별 수출비율

상대국별 수입비율

수출이 목숨줄인 우리나라에선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만일 정부에서 미국의 트럼프처럼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수입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하더라도 우리로선 정말 끔찍할 것이다. 가격경쟁력이 없어 개방에 취약했던 1차산업처럼 이제 2차 산업인 제조업도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저가 공세에 속수무책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의류 봉제쪽은 초토화되고 있는 분위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대문의 한 상가에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옷을 파는 업체 사장도 “걔네(테무·알리 익스프레스)랑 경쟁하다간 원단 값도 못 건진다”며 “중국 옷이랑 생산 단가 자체가 다른데, 겉으로 드러나는 가격만 비교하면 국내 의류산업 전체가 망할 판이다”고 우려했다.”

버핏 역시 1965년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해서 85년까지 양복안감을 만들면서 시장의 반을 장악한 1위 업체였지만 저가 제조업체(당시 일본같은)와의 가격 경쟁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결국 의류산업에서 손을 들었다. 그리고 버크셔해서웨이를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덜컥 인수한 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를 지나고 나서 스스로 인정했다.

“나는 그것이 힘겨운 사업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는 당시에 다소 오만했거나 순진했다. 많은 교훈을 얻은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곳에서 그 교훈을 배울 수 있었더라면 더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버핏이 가치 투자 1.0에서 가치 투자 2.0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이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버크셔해서웨이도 일개 섬유업체에서 보험, 은행, 투자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지금의 모습으로 변신해 가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어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까. 레노버 K3 PRO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소비자 입장에선 즐거운 일이지만 국내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걱정이 많아지는 요즈음이다.

“가령 우리는 직물 사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끔찍한 일상품 사업이죠. 게다가 우리가 만드는 건 진짜 일상품인 저가 직물이었습니다. 어느 날, 회사 사람들이 워런에게 와서 “기존 방직기보다 두 배나 많은 직물을 만드는 신형 방직기가 개발되었습니다.”라고 알렸습니다. 그러자 워런은 “맙소사! 그게 잘 작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잘 작동한다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하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은 진담이었습니다.”
– 찰리 멍거

버핏의 진화를 직접 도운 찰리 멍거는 경쟁 우위와 그 지속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경쟁 우위가 있는 기업,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이야말로 이런 저가 공세에 버틸 수 있다. 그런 훌륭한 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자의 폭과 깊이가 넒어지고 깊어진다. 저가 공세에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기업이라면 해자가 얕고 좁다는 말이다. 멍거와 버핏이 가치 투자 2.0에서 가장 집중하는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하면 이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을까. 돈과 자원만 있다면 똑같은 회사를 바로 만들 수 있을까.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기업은 아주 극소수라는 게 버핏과 멍거의 결론이고 그런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찾았으면 아주 크게 투자하고나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복잡해 보이는 그들의 투자법도 결국 이게 다다.

11월 16일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에서 만난 글.
“펀더멘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고 원래의 투자 논지가 깨질 수 있으므로 “절대 매도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는 결국 창조적 파괴의 힘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를 추적하고 잠재적 손상을 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주식이 임의의 가격 목표에 도달하거나 섹터 순환이 진행 중이거나 다른 이유가 있을 때마다 매도하는 것과 같은 대안보다 절대 매도하지 않는다는 아이디어(또는 적어도 열망)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무엇이든 저는 특히 시장이 규칙적인 난기류를 겪을 때 이 회사들에 계속 추가할 것입니다.”

  1. 단순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중국 전기차 1위 기업 BYD가 우리나라에 진출한다는 기사도 봤다. “자동차 업계는 가격이 BYD의 국내 진출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최대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 출시가 예정된 아토3와 실, 돌핀은 중국 현지 가격이 1천만∼2천만원대로, 가격경쟁력이 매우 뛰어나다. 여기에다 8%가량의 관세와 판매 인센티브, 국내 전기차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세 모델은 2천만원 후반대에서 3천만원 초반대의 가격에 국내 출시될 것이 유력하다. 이는 국산 저가 전기차인 현대차 코나EV, 기아 니로EV·EV3보다 500∼700만원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

왜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가

제법 긴 시간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면서 직접 주식 투자를 했고, 비록 큰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긴 시간동안 잃지 않는 투자를 하면서 직접 공부하고 경험한 걸로 투자에 관한 책까지 썼으면서 왜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2년 전 2022년 이맘때 그동안 경험하고 공부했던 지식을 바탕으로 재무제표를 좀 더 쉽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세계 여러 기업의 10년치 재무제표를 요리조리 살펴봤던 적이 있었다. 2년 전에 있었던 일은 당시 사용하던 SNS에 그대로 적혀 있고 여기에선 1년 전에 그 일에 대해서 짧게 언급한 글이 하나 있다. 2022년 이맘때, 오로지 재무제표 분석만으로 30개 넘는 기업을 찾아서 리스트에 올려 두고 지켜 본 2023년까지 1년 수익률이 약 10% 정도였고, 거기서 좋아보이는 몇 개 기업을 발견하는대로 추가해서 현재는 45개 기업이 됐다. 여기에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일본 기업도 포함돼 있다. 평균 보유기간이 670일 정도 되고 현재 누적 수익률은 45%를 넘는다. 2년 동안 연평균 20%가 넘는 아주 좋은 수익률이다.

최근 2년 수익률


그림은 최근 2년 시장수익률이다. 나스닥 77%, 내가 지수로 생각하고 책에서도 강력(?) 추천한 버크셔 해서웨이 69%, S&P500 63%, 다우 43%, 우리나라 코스피 17%, 코스닥 9% 순이다. 내가 수 만개의 기업 중에서 시간 되는대로 재무제표를 살피고 공부해서 엄선한 45개 기업의 2년 정도 기간 수익률이 다우지수를 조금 앞서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 다가올 미래까지 시간 지평을 늘린다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지난 2년의 결과를 놓고 보면 내 실력이란 게 이 정도 수준이다. 만약 전업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고민할 필요없이 자신의 수익률을 대표 지수와 비교해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최근 5년 동안 자신의 수익률이 S&P500 수익률을 뛰어 넘었는가.

최근 5년 수익률


2020년 책을 쓸 때의 생각이나 지금 2024년 현재의 생각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나를 포함해서 본업이 따로 있는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들은 직접 투자보단 지수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2020년에도 강조했지만 우리나라 지수에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 특히 미국시장에 달러 형태로도 반드시 분산해서 투자해야 한다. 이는 내가 그렇게 했듯 미국 시장과 우리나라 시장의 과거 연평균 수익률을 비교, 분석해 보면 바로 답이 나오는 아주 단순한 결과다. 물론 시간이 많고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부을 열정이 많은 전문투자자들은 또 다른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서 적절한 목표는 가장 높은 수익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정교한 사상가들은 수익과 위험 간의 최상의 관계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는 것을 지적으로든 직관적으로든 이해합니다 . 후자의 명령을 따르면 기대 수익이 위험을 보상하기에 충분한 자산으로 이어지고, 따라서 매력적인 위험 조정 수익의 잠재력이 있는 포트폴리오로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포트폴리오의 절대적 위험 수준은 위에서 설명한 자산 배분 과정이나 우수한 위험 조정 수익률에 대한 탐색의 무의식적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적 위험 수준은 의식적으로 타겟팅되어야 합니다. 사실, 제 생각에는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투자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포트폴리오의 위험 수준이 잘 보상되어야 하며 원하는 범위 내에 있어야 합니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아야 합니다.”

– 하워드 막스

그럼 나는 왜 투자관련 글을 이렇게 블로그에 남기고 있는가. 메인은 간접 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주 소액으로 여전히 직접 투자도 하고 있다. 공부한 지식을 기반으로 재무제표 분석을 자동화하고 기업 가치평가하는 작업도 재밌고 그걸 바탕으로 소액투자를 하는 것도 재밌고, 결과를 이렇게 지수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고 또 그것을 이렇게 블로그에 글로 남기는 것도 재밌기 때문이다. 내가 걸은 길을 따라 걷고 있는 후배(?)에게 내 글이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재밌고 좋을 것이다. 거액을 직접 투자해서 손익에 따라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일련의 일들이 적성에도 맞으면서 본인에게 재밌는 사람들이 있고 또 나처럼 이런 일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내 경쟁자 중 누구라도 익사하고 있다면, 나는 그들의 입에 호스를 꽂고 물을 틀 것이다. 이것을 산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이것은 산업이 아니다. 이것은 쥐가 쥐를 먹고, 개가 개를 먹는다. 나는 그들을 죽일 것이고, 그들이 나를 죽이기 전에 내가 그들을 죽일 것이다. 당신은 적자생존이라는 미국식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레이 크록, 맥도날드 창업자

투자 세계도 레이 크록이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랜 시간 남의 돈을 운용하거나 큰 돈을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을 곁에서 지켜본 결과, 나랑은 그릇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내가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버핏이 될 수 없다면 버핏 같은 사람을 찾아 그에게 돈을 맡기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굳이 내가 다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버핏이 태어나기엔 너무나도 척박한 시장이다. 그게 내가 최근 5년동안 간접 투자를 하면서 다시 한번 깨달은 결과다. 내겐 버크셔 해서웨이 수익률이 1등이었다. 물론, 과거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을 포함한 다른 사람의 미래 예측 능력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고, 대신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추구해야 합니다.”
– 세스 클라만

경험해본 바, 기업 분석에는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잘 분석된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가치를 계산하면 포트폴리오 구축비용이 인덱스의 비용 비율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은 정말 소중한 자산이다.

블로그 운영 철학

세계적인 대기업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화면이다. 그래픽 없다(가이코 로고정도). 메뉴없다. 그냥 방문자가 필요한 정보로 바로 클릭해서 들어갈 수 있는 하이퍼링크뿐이다. 하이퍼링크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텍스트 정보들과 역시 또다른 하이퍼링크로 구성됐다. 마치 초창기 인터넷 사이트를 보는듯한 기분이다. 돈을 잘 버는 회사에 방문했는데 허름한 사무실에 딱 필요한 인원만 분주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사이트를 방문하면 대략 그 기업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내 블로그에는 어떤 운영 철학이 보일까?! 블로그 운영 철학이 보이긴 할까.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화면

역시 초거대기업 구글 홈페이지 화면이다. 인터넷 모든 정보를 품고 있지만 초기 화면은 극도로 단순함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모습이다. 모든 광고를 가지고 있지만 아무 광고도 없다. 모든 인터넷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보여지는 기술은 아무 것도 없다.

구글 홈페이지

더 이상 뺄 수 없을 때까지 덜어내는 것. 불필요한 게 단 하나라도 없는 상태. 샤넬은 문을 나서기 전 전신 거울을 보면서 딱 하나 뺄 게 뭐가 있는지를 살펴 봤다고 한다.

거창하게 운영 철학이라고까지 할 순 없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먼저 제목 장사질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 장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모두의 시간만 빼앗는 백해무익한 행위다. 키워드를 먼저 선정하고 거기에 맞는 글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 누구 눈치 안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AI가 양산할 법한 뻔하디 뻔한 정보 나열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다 아는 정보를 단순 정리하는 AI가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글로 채워지는 공간이 되길 추구했다.

광고 클릭을 유도하거나 광고 블록 프로그램 제거를 요구하지 않겠다고도 생각했다. 내 블로그 공간에 광고를 올릴 내 자유도 있고 독자가 광고를 블록해서 보지않을 자유도 있다는 생각이다. 내 경우 좋은 콘텐츠를 보면 자발적으로 블록 프로그램을 중단해서 광고를 띄우는 것으로라도 수고에 대한 작은 기여를 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그러거나 그러지 않거나 다른 누군가의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위 두 개 사이트와 내 블로그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내 블로그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난 블로그에 복잡한 기능을 넣거나 현란한 디자인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지금 블로그 디자인(워드프레스 기본 디자인 중 하나)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CMS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내 블로그의 첫 독자는 나이므로 현재는 내게 필요한 기능만 적절하게 들어가 있고 글쓰는 공간도 최대한 단순하게 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포탈에서 블로그를 할 때는 특정 글에 트래픽이 집중되면(아주 오래전이지만 하루에 만 명 이상 들어왔을 때도 꽤 있었다) 그 글을 비공개로 돌리는 일을 반복했다. 어떤 일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특정 글에 트래픽이 몰리는 일이 종종 있었고 그때마다 하나하나 몰린 글들을 모두 비공개로 돌렸었다. 지금 블로그 운영하는 사람들이 보면 무슨 미친 짓이냐 싶을 행동이다. 언론에서 취재하겠다는 것도 두 번 정도 거절했던 기억이 난다.

내 블로그에 오프라인 지인들이 어찌 알고 찾아 오는 것은 말리지 않겠지만 일부러 알리는 일도 하지 않는다. 포털 사이트 블로그 서비스나 SNS는 이를테면 거대한 아파트 단지 방 하나를 월세나 전세로 살고 있는 셈이고 이런 독립형 블로그는 전원주택을 직접 짓는 것과 비슷하다(쓰다보니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적은것 같아 검색하니 역시 있었다^^) 아파트는 북적거리는 맛이 있고 전원주택은 한적하고 조용한 맛(예상은 했지만 역시 댓글과 좋아요 같은 상호작용이 정말 없다..ㅋ)이 있다. 최근엔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것 같아 조금 움직여볼까도 싶다..ㅎ

“당신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저 다른 사람 이야기의 일부가 될 뿐입니다.”
– 테리 프래쳇

이젠 나도 나이가 드니 오는 사람(트래픽)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 검색이 몰리면 그런갑다하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도 또 그런갑다 한다. 버크셔나 구글이 저렇게 단순한 홈페이지를 유지하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고, 다른 기업들이 복잡한 디자인과 현란한 기술들을 홈페이지에 집어 넣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 각자 편한 자신만의 옷을 입고 산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블로그에 혼잣말 남겨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무수히 번성했다 사라진 콘텐츠들…내 블로그라고 그렇게 되지 말란 이유가 없다. 언젠가 다 사라질 말들이다. 다들 그래서 책을 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