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의 인터뷰

집중력 단순함 그리고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능력

주말 아침에 우연히 추천영상으로 뜬 애플 CEO 팀 쿡의 인터뷰 하나를 보게 됐다. 워드프레스에 유튜브 링크 공유하는 걸 한번 시험삼아 해보려고 임베드해 본다. 팀 쿡은 1998년 Apple에 입사했다. Compaq에서 건너왔고 이전에는 IBM에서 근무한 전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잡스는 1년 전에 애플로 돌아와 파산 위기에서 회사를 되살렸는데 이 때 팀 쿡의 측근 대부분은 안전한(?) 컴팩에 남고 애플로 가지 말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잡스와의 전화 한 통이 그의 마음을 바꾸었다.

“스티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그가 매우 다른 종류의 CEO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제품, 제품, 제품에 집중하고 소규모 팀도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비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또한 모두가 기업형 회사로 가는 환경에서 Apple 소비자에게 다시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까요. 모두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저는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 산업 전체를 시작한 창의적인 천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스티브의 눈에서 반짝임을 보았고, 그것은 우리가 이 미국의 보물을 위해 이 전환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쿡은 40만 달러와 계약보너스 50만 달러를 받고 전 세계 운영 담당 수석 부사장(SVP)으로 영입되었다. 그는 Apple의 물류 전문가가 됐다(쿡은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면 수천 개의 서로 다른 구성 요소와 부품이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교향곡”이기 때문에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다고 말했다).

쿡은 잡스가 자신에게 가르쳐준 주요 교훈은 “집중력, 단순함의 중요성,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었다고 말한다. 멍거는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합리성(지성), 열정(집중력), 그리고 운”이라고 했고 직업을 결정하는 제 일 조건은 ‘존경하는 사람 밑으로 가라’였다. 팀 쿡은 그렇게 했다.

과거의 관점에 안주하고 있는 당신에게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람들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 이끌어 내는 혁신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신에게 도전하는 토론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오픈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잡스가 그렇게 했다.

“인생은 잘 세운 계획을 어기게 만드는 법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다.”


애플 5년 주가


애플이 과거(19%)에 비해 향후 훨씬 낮은 성장률(10%)이 예상됨에도 PER 36인 이유가 인터뷰에 담겨 있다. 그리고 밤새 버크셔 3분기 보고서가 공개됐다. 코카콜라와 같은 4억 주로 맞췄길래 매도를 멈추려나 했었는데 3분기에도 1억주를 매도해서 이제 3억 주가 됐다. 미래에도 PER 36을 유지하려면 10% 성장률로는 힘들다. 그리고 버크셔 자사주매입도 안했다. 애플이든 버크셔든 가치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인.

“버크셔는 3분기 동안 애플 보유 주식 등을 포함해 346억 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버크셔의 3분기 애플 보유 지분 규모는 699억 달러(약 96조원)로, 직전 분기 842억달러(약 116조원) 대비 약 25% 줄었다. 2분기 대비 1억주를 매도해서 현재 보유 애플 지분 규모는 3억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버크셔 현금 보유액이 사상 최대인 약 3,252억 달러(약 449조 원)로 늘어났다”

버크셔 보유 현금

“제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하는 일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연인과 마찬가지로 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마음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찾으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훌륭한 관계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좋아집니다. 그러니 찾을 때까지 계속 찾아보세요. 안주하지 마세요.”
– 스티브 잡스, 2005년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 중

단순함에 필요한 에너지

좋은 투자의 조건을 단순함이라고 했는데, 경험상 단순함으로 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론 소수의 천재들은 보는 즉시 단 한번에 단순함으로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나같은 둔재들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많은 길을 굽이굽이 돌고 나서 보면 그제서야 단순함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스티브 잡스가 1997년에 애플에 복귀했을 당시, 회사는 파산 직전이었으며 이를 되살리기 위한 주요 이니셔티브 중 하나는 애플의 제품 라인을 단순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잡스는 회사의 제품 로드맵에 대한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잡스는 분명히 그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만해… 미친 짓이야”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는 화이트보드로 걸어가서 2×2 행렬을 그려서 Apple의 새로운 전략을 설명했는데, 그것은 4가지 제품에만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 매트릭스

처음 10초 내재가치 계산기를 만들었을 때, 머릿속 디자인은 정말 단순했다. 다른 건 다 필요없고 버핏과 멍거의 머릿속을 기본 컨셉(이게 제일 어려운 일)으로 조건 한 두 개만 넣으면 내재가치와 가격이 나오는 구조였다. 이미 시나리오별 현금흐름할인법(DCF)를 하는 나만의 복잡한 분석틀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굳이 각잡고 분석으로 들어가기 전, 가볍게 10초 만에 계산할 수 있으면서 DCF와 비교해서 오차가 적은 계산기면 충분했다. 싼지 비싼지를 바로 알 수 있는 계산기.

그럼 지금 내재가치 계산기는 어떤 상태일까. 열역학 제2법칙 처럼 엔트로피(무질서라고 생각해도 된다)는 증가하기 마련이다. 싼가 비싼가에 좋은가 나쁜가 까지 보고 싶어지면서 단순한 디자인에서 보고 싶은 숫자들을 하나 둘 추가하다보니 결국은 기존 복잡한 분석틀에 거의 가까운 모델이 되어 버렸다. 이럴거면 굳이 10초 계산기를 만들 이유가…정신이 번쩍 들어서 다시 중요도가 낮은 정보들을 제거해 나갔다. 재밌는 건, 추가할 때보다 줄여 나갈 때 에너지가 훨씬 더 많이 소모됐다.

이전에 주식 투자는 어렵다라는 글에서 장기 투자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투자를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을 높이는 제일 좋은 방법이지만 불행히도, 장기적인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빛의 속도로 정보가 유통되고 순식간에 매수매도를 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 지금, 장기적으로 사고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졌다. 투자는 지능의 제일 높은 수준인 단순함과 인내를 통한 장기투자가 결합되어야 한다. 둘 모두 일반인이 쉽게 성취하기 어려운 특성이다. 그레이엄과 멍거와 버핏은 단순함에 이른 사람들이자 지능보다 기질의 중요성을 깨친 사람들이다.

“저는 항상 하나의 인사이트를 찾고 있습니다. 사업을 소유하는 것에 찬성하는 논거는 한 줄짜리 9포인트 글꼴로 몇 페이지에 걸쳐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지금까지 투자한 모든 투자의 결과는 명함 뒷면에 여백을 두고 모두 적을 수 있습니다.”
– 피터 키프, Rockbridge capital management

블로그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단순함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이것 저것 기능이나 플러그인이 추가되기 시작하면 곧 단순함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된다. 꼭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제외시키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물론 블로그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면서 꾸준히 글을 올리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투자나 블로그나 비슷한 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