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주인공 마이클 버리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를 재밌게 봤었다. 빅쇼트 주인공 마이클 버리는 내게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엊그제 알리바바에 관한 글을 하나 쓰면서 마이클 버리 포트폴리오를 얘기하다보니 또 아주 오래전에 메모해 놓은 글이 생각이 나서 읽어 보고, 시간많은 개천절에 또 이렇게 블로그에 들어와 생각을 끄적인다. 나이들어 취미가 블로깅이 될 판..^^

영화 빅쇼트

마이클 버리는 1971년생 의사 출신으로 미국의 주식 토론 사이트 실리콘 인베스트의 유명 필자였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했지만 다른 투자자와 자신의 투자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하는 걸 싫어했다. 토론 하다보면 아이디어의 수호자가 되어 사고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싸보이면 숏을 치고 싸보이면 롱을 하는 전형적인 롱숏 플레이어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실제 투자에서 가치투자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알리바바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괜찮은 회사가 악재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걸 기피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한다. 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 분석을 통해 괜찮은 회사지만 사람들의 관심에서 버려진 인기없는 주식을 선호한다. DCF를 해보면 기업의 가치 대부분은 지금부터 10년까지가 아니라 10년 이후부터 망할 때까지의 가치가 결정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3년 정도의 시간은 기업의 전체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이하로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특정 악재로 가치에 비해 가격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떨어진다면 마이클 버리는 안전 마진이 있는 한, 전혀 두려워 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신문방송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의 투자 타임라인은 대체로 3~5년이지만 단기간 50%이상 급등하면 매도하기도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도 그렇게 했다..^^

지금은 중단된 MSN money central stock screener를 통해 저렴한 주식들을 스크리닝했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시가총액 규모는 거의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기관들의 관심이 적은 중소형주를 선호했으며 벤저민 그레이엄에게서 배운 NCAV전략도 사용하고 EV/FCF, EV/EBIDTA가 절대적으로 낮은 종목들을 선별해서 투자하기도 한다. 특히 부채가 적거나 거의 없는 기업을 선호하고 버핏처럼 자산을 재조정한 PBR을 고려하고 PER와 ROE는 무시한다. 이렇게 보면 가치투자 1.0과 가치투자 2.0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모두 내가 책을 쓰면서 이야기했던 전략들이다.

포트폴리오에 12~18개 기업 정도가 들어있을 때 편안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현금 비중을 의식적으로 따로 가져가지는 않고 대체로 모두 투자하려고 한다. 포트폴리오 회전률은 보통 50% 수준이고 52주 최저가의 10~15% 범위 내로 들어왔을 때 매수하는걸 선호하고 가치투자 1.0으로 매수했다면 52주 최저가를 깨고 내려가면 바로 손절한다.

“In the end, investing is neither science nor art — it is a scientific art.”

“결국 투자는 과학도 아니고 예술도 아닙니다. 두 가지가 혼합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들이 훌륭한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의 주요 도구는 리서치입니다. 투자하기 전에 기업의 가치를 이해해야 합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났을 때 저는 가치 투자자로 태어났다고 느꼈습니다. 저의 모든 선택 과정은 안전 마진이라는 개념에 기반합니다.”

– 마이클 버리

알리바바에서 언급했지만 현재 그의 포트폴리오 약 45%는 중국관련 주식(알리바바, 바이두, JD)이다. 아마 지금은 비중이 또 달라졌을거다.

알리바바 왜 자꾸 오르는데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제일 좋았을 때 SNS나 블로그에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 것처럼 이런 종류의 글들은 잘 된 케이스만 올린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올 1월 말 SNS에 비공개로 써 둔 글이다. 마윈 회장이 주식을 매입했다는 뉴스와 함께 알리바바 스냅샷을 찍어 뒀었다. 한때 찰리 멍거가 보유했던 주식인데 PER 10 정도면 싸지 않나 싶은 생각이었다. 당시 애널리스트 목표가격이 대략 117달러 내외였었다.

알리바바 24년 1월 주가

당시 알리바바에서 좋게 본 것은 FCF가 당기순이익보다 훨씬 컸다는 점이었다. FCF는 증가하고 있는데 주가는 하락하고 있었다.

알리바바 FCF 순이익 추이

어제 알리바바 주가 112달러다. 1년동안 대략 30% 정도 오른 셈이다. 최근 급등은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중국 본토 교차 거래 개시 등 여러 호재때문인데 현재 애널리스트 평균 목표가격 108달러를 뛰어 넘었다.

알리바바 주가

지난 1월에 알리바바를 보면서 역시 눈여겨 본 투자자가 있었는데 바로 빅숏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였다. 당시 그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포트 1위가 알리바바였고 2위가 동종업계에 속한 JD였다. 버리의 알리바바 진입 가격은 88달러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비중을 조금씩 늘려갔을 것이다. 당시 마이클 버리도 맛이 갔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을 것이다.

마이클 버리 2023 포트폴리오

지금 마이클 버리 포트폴리오를 보면 다음과 같다. 종목은 많이 줄여 현금비중이 높은 것 같지만 알리바바가 여전히 포트비중 1위로 전체 21%를 차지하고 있다. 1월 75,000주에서 155,000주로 두 배 이상 늘면서 정확하진 않지만 현재 예상 수익률 55.6%다. JD는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어쨌든 BIDU와 JD까지 합하면 전체 포트의 약 45%를 중국주식에 투자했다. 마이클 버리의 올해 수익률도 아주 좋을 것 같다.

마이클 버리 현재 포트폴리오

“훌륭한 투자자가 되려면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투자해야 합니다.” 버리가 루이스에게 말했다. 그는 버핏이 멘토인 벤저민 그레이엄을 따라하지 않고, 대신 자신만의 투자 접근 방식과 철학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루이스는 버리가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를 연구하면서 얻은 핵심 통찰력에 대해 “버핏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화려하게 성공하려면 화려할 정도로 독특해야 한다”고 썼다. 버리는 1999년에 애플을 “버핏 주식”이라고 묘사했는데 , 이는 버크셔가 아이폰 제조업체를 자사 주식 포트폴리오의 핵심으로 삼기 거의 20년 전이었다 .

1999년 애플의 가치를 발견한 버리는 애플을 구매했다가 50~75% 수익을 보고 매도한 경험이 있다. 2016년에 다시 매수했다가 곧 매도했었다. 과연 알리바바는?! 방금 내재가치 계산기로 계산하니 고만고만해서 알리바바 투자 전략 지도를 보니 다음과 같은 궤적이다. 수익률이 조금 더 회복되면 참 좋을텐데..

알리바바 투자 전략 지도

최근 편입해 포트 두번째 비중까지 늘린 결제 솔루션 업체 FOUR 투자 전략 지도.

FOUR 투자 전략 지도

그리고 포트 세번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역시 신규 편입한 메디케어 MOH 투자 전략 지도.

MOH 투자 전략 지도

물론 다 그렇진 않겠지만 이렇게 투자 전략 지도를 비교해서 보면 마이클 버리가 좋아하는 어떤 일관성이 보이기도 한다. 사실 그 사람의 포트폴리오 기업 리스트를 보면 그 사람의 취향이나 투자성향을 엿볼수 있다. 자신의 투자철학과 맞는 구루를 선택해서 그 사람의 포트폴리오를 깊이 분석해 보면 단순히 투자책을 읽는 것보다 더 많은 공부가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