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오늘에서 PBR을 보다가

과거의 오늘에서 PBR을 보다가 또 귀한 댓글 하나를 읽고 미래를 위해 같은 날 글 하나 남겨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늘 하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남긴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과 미국의 대표 기업을 비교해 보는 것은 좋은 인사이트를 준다. 투자는 비슷한 것끼리 항상 비교하고 대조해서 더 좋은 것을 선택하는 행위다.

애플의 최근 5년 평균 이익의 배분 그림이다. 이익의 76%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극단적인 주주환원 모습이다. 주주환원도 대부분 자사주매입과 소각의 형식이다. 최근에는 일부러 부채를 활용해 이자를 지불하면서 주주환원을 하기 때문에 법인세 비율도 반 가까이 낮추고 있다.

애플 5년 평균 이익 배분

이는 최근 법인세 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애플 법인세율 추이

이렇게 이익의 대부분을 법인세와 주주환원으로 배분할 수 있는 이유는 부채도 거의 없고 CAPEX도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따박따박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CAPEX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찍힌 순이익과 FCF가 거의 일치한다. 버핏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다. 순이익보다 FCF가 더 크면서 둘 모두 장기 추세가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머니 머신인 셈이다.

애플 이익 추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식수가 꾸준히 줄어 들고 있으며 자본총계도 같이 감소하고 있다. 10년간 연평균 4.7%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바꿔 말하면 배당과 함께 주주들에게 그만큼 돌려 주고 있다는 말이 된다. 배당률이 0.4% 수준이니 5% 정도를 주주에게 돌려 준다고 생각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애플 주식수 추이


이 그림들과 똑같은 그림을 우리나라 대표 기업 삼성전자에 적용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최근 2년동안 삼성전자는 법인세가 없었다.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이 법인세를 환급받고 있다면..우리나라 법인세가 감소했다는 뉴스가 새삼스럽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 법인세율


이익에서 최근 5년 평균 법인세 비중이 애플보다 더 낮다..ㅋ 애플이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환원으로 돌려주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삼성전자는 이익의 대부분인 74%를 CAPEX와 운전자본에 투자하고 있다. 끊임없이 재투자해야 하는 삼성전자와 이익의 8.6% 정도만 재투자하고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애플. 법인세를 환급받을 정도의 기업이면 ROIC나 ROE 추이는 안봐도 짐작이 된다.

삼성전자 5년 평균 이익의 배분

두 기업의 이런 차이는 미미하게나마 우상향하는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과 정확하게 우하향하고 있는 FCF 차이다. 버핏은 투자를 검토할 때 재무제표에 찍힌 순이익을 보지 않고 FCF와 유사한 주주이익을 본다. 버핏의 이 하나의 관점에서 국내 기업을 살펴 보면 버핏의 허들을 넘을 기업은 거의 없다.

삼성전자 이익 추이


물론 돌을 잘 뒤집어 보면 국내 기업중에서도 현금흐름도 괜찮으면서 이런 훌륭한 이익 배분을 하는 기업들도 간혹 만날 수 있다. 몇 년 전에 봤을 때 정확히 4등분이었는데 최근 투자가 좀 늘고 유보이익이 그만큼 줄었다. CAPEX와 운전자본에 투자된 돈은 주로 ROIC에 영향을 미치고 유보이익과 배당같은 주주환원은 ROE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익 배분을 하는 기업이 10년 동안 ROIC와 ROE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면 아주 좋은 징조다.

미스테리 기업의 이익 배분


이익은 중요하다. 현금흐름은 더 중요하다. 장기적인 현금흐름은 더더욱 중요하다. 경영자는 중요하다. 경영자의 자본 배분은 더 중요하다. 경영자가 주주를 어떻게 대하는지는 더더욱 중요하다. 언제 다가올지 모를 위험을 대비해 이익의 대부분을 유보해서 필요보다 과하게 현금으로 쥐고 있는 경영자가 있는 기업이라면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그 이익을 재투자해서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으로 바꿀 자신이 없으면 더 좋은 기업을 인수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주주에게 돌려 줘야 한다. 기업의 가치보다 가격이 더 싸다면 그때는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하는 자본 배분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런 당연한 자본 배분이 당연하지 않은 곳, 그게 바로 우리나라다. 마치 자신의 돈인 양 모두 현금이나 부동산으로 쟁여만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높은 연봉을 받는다. 낮은 ROE, 낮은 배당성향, 거의 없는 M&A, 소각하지 않는 자사주매입..

마켓 밸류에이션

우리나라 시장의 현재 밸류에이션이다. 코스피 코스닥을 합하면 대략 PER 20, PBR 0.93, ROE 4.6% 수준이다. 이익이라 변동성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PER 역수인 주식수익률 5% 정도. 우리나라 10년 국채수익률이 현재 3%, 미국 10년 국채수익률이 4% 수준이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미국 국채 대비 0.6%, 또는 1%를 더 먹겠다고 주식 리스크를 감당할까. 버핏의 ROE 기준은 적어도 15%를 몇 년동안 유지해야 한다. 이 단하나의 조건으로 역시 99% 기업은 사라진다. 참고로 현재 S&P500 평균 ROE는 10% 정도, 기업별 편자가 심해서 평균보다 중간값을 계산해 보면 15.3%다. 500개 기업 ROE 중간값이 15%다. 우리나라 코스피와 코스닥 합쳐서 시가총액 상위 300개 기업의 ROE를 계산해 봤더니 4.86%가 나왔다. 우리가 PBR 1 내외에서 움직이고 미국이 PBR 3 주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이유면서 버핏이 미국에서 태어난 걸 난소복권(ovarian lottery)에 당첨됐다면서 감사해 하는 이유다.

“가장 좋은 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매우 높은 수익률로 많은 양의 증분 자본을 사용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 가장 나쁜 사업은 그 반대의 일을 해야 하거나 할 것입니다. 즉, 매우 낮은 수익률로 지속적으로 더 많은 양의 자본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자본과 전체 증가 자본 모두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수익을 보이는 많은 기업들은 실제로 유보 이익의 상당 부분을 경제적으로 매력적이지 않고 심지어 재앙적인 기준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매년 수익이 증가하는 놀라운 핵심 사업은 다른 곳에서 자본 배분의 반복적인 실패를 위장합니다.”

“수익 1달러당 보유액은 보유액이 시장 가치를 최소한 같은 금액만큼 증가시킬 경우 보유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급해야 합니다. 수익 보유액은 보유된 자본이 투자자에게 일반적으로 제공되는 것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증분 수익을 낼 때에만 정당화됩니다.”

– 워런 버핏

자본없는 자본주의(가치 투자 3.0 세상)에서 PBR이 효력을 잃으면 ROE도 효력을 잃는다. 그럼 이제 무엇을 기준으로 기업을 볼 것인가?

후계자가 된 토드 콤스를 만난 찰리 멍거가 한 첫 질문

지금은 후계자가 된 토드 콤스를 만난 찰리 멍거가 한 첫 질문은 이것이다. “What percentage of S&P 500 businesses would be a “better business” in five years.” 이 질문에 콤스는 5%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멍거는 2%미만이라고 말했다. 콤스는 500개 기업중에 25개 정도로 생각했고 멍거는 10개도 채 안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콤스가 버크셔에 합류해서 멍거와 버핏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은 향후 5년 동안의 비즈니스 전망에 대해 대략 7/10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대략 1/10 정도 예측이 맞았다고 한다. 세상의 본질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좋은 비즈니스를 알아보는 성과지표가 있는지, 그리고 버크셔는 양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콤스는 일반적으로 매일 한 가지 질문을 지속적으로 묻는 방법과 비즈니스에서 해자가 더 넓은지 좁은지 여부를 설명했다. 버핏과 콤스가 기업에 대해 토론하는 것의 98%는 정성적(품질)인 부분이다.

만일 한 기업의 계산한 PER가 30이라면 그것이 정당화 되려면 어떤 일들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을 살펴봐야 한다. 최악의 비즈니스는 성장하면서 수익은 감소하는 무한대의 자본이 필요하고(아쉽게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이 여기에 속한다) 최고의 비즈니스는 자본없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버크셔는 보고된 이익이 아니라 owner’s earnings(FCF에 가깝다, 순이익+감가상각비-유무형자산투자-운전자본변동)에 집중한다. 보고된 이익과 owner’s earnings이 비슷하면 아주 좋은 사인이다.

애플 실적


콤스는 매주 토요일마다 버핏의 집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데(지난 주에도 몇 시간동안 얘기를 나누었는데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30초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바로 이것이다.

“How many names in the S&P are going to be 15x earnings in the next 12 months? How many are going to earn more in five years (using a 90% confidence interval), and how many will compound at 7% (using a 50% confidence interval)?”

당시 이 시험지를 활용한 대화에서 동일한 3~5개의 이름이 계속나왔기 때문에 애플을 찾는데 이 채점기준표가 사용되었다고 밝혔다. 애플의 투자에 콤스가 어느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다른 후계자 테드 웨슬러가 아닐까 추측했었는데…과거 테드 웨슬러의 2016년 독일 잡지와의 인터뷰를 보면 아이폰의 높은 충성도와 애플 생태계에 대한 언급이 있다.

테드 웨슬러 애플


처음에 내가 틀렸다고 적었었는데 아직 틀렸다고 단정짓기엔 이른것 같다. 둘 다 기여했을 수도 있고. 버핏도 이전에 그의 젊은 투자 대리인인 Todd Combs와 Tedd Weschler 중 “한 명 이상” 이 그 투자 배후에 있다고 암시했었고 구체적으로 밝히길 꺼려했다.

토드 콤스는 본인이 직접 버크셔에 전화해서 찰리 멍거와 만나게 됐고 테드 웨슬러는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2년 연속으로 낙찰되어 버핏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