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예를 든 내재가치 계산 방법이 있다. 그동안 내재가치 계산에 대한 질문에 두루뭉실하게 원론적인 대답만 하던 버핏이 꽤나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했었다. 버핏의 대답을 듣고 누구는 커다란 인사이트를 얻을 것이고 또 누구는 다 아는 뻔한 이야기네 할 것이다. 버핏이 항상 말하는 이솝우화처럼 진리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속에 들어 있다.
“농장은 에이커(약 1,200평, 축구장 약 75% 크기)당 120부셸의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고, 에이커당 45부셸의 대두를 생산할 수 있다. 비료 가격은 X, 재산세는 Y, 농부의 노동력은 Z이다.”
이 간단한 회계는 투자자가 “상당히 보수적인 가정을 사용하여” 에이커당 창출할 수 있는 달러 가치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은 수수께끼의 큰 부분이다. “이러한 계산을 통해 에이커당 70달러를 벌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문제는 그 70달러에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농업이 조금 더 좋아져서 수확량이 조금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가정할 것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이 조금 더 오를 것이라고 가정할 것인가?”
만약 7%의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가 1에이커의 현금 가치를 연간 70달러로 예측하면 1에이커의 가치가 1,000달러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가격을 지불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농지가 900달러에 팔린다면 매수 신호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1,200달러에 팔린다면 다른 것을 살펴볼 것이다. 버핏은 버크셔 주주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업에서 하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기업(농장)이 무엇을 생산할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경쟁적 위치를 이해해야 한다. 비즈니스의 역학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많은 사업체를 살펴보고, 그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새를 줄 것인지, 언제 줄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사업체, 기본적으로 어떤 덤불을 미래에 매수하고 싶은지 결정하려고 노력합니다. 모든 것은 미래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미래의 현금 분배 능력, 또는 분배되지 않을 경우 높은 비율로 현금을 재투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찰리와 저는 미래의 흐름이 어떨지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는 온갖 종류의 사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흐름이 어떨지 전혀 모른다면, 그 가치도 전혀 모릅니다. … 지금 주식 가격이 얼마여야 하는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20년 동안 현금 흐름이 어떨지 전혀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인지 부조화가 생깁니다. … 우리는 일정 기간 동안 그 숫자를 살펴보고 할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을 찾습니다. … 우리는 절대적으로 가장 싸게 보이는 숫자를 얻는 것보다 그 숫자의 확실성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 워런 버핏
버핏이 구체적으로 든 예를 통해 투자자가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봐야 할 점을 한번 정리해 봤다. 물론 더 추가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바로 생각나는 점은 이 정도.
- “에이커 당 70달러를 벌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 흔히들 70달러를 재무제표에 찍힌 순이익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버핏은 오너스어닝으로 계산한다. 소유주이익 또는 주주이익으로 이야기하는 지금의 FCF에 가까운 개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숫자를 확신(確信)해야 한다. 스스로 굳게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버핏은 70이라는 숫자보다 그 숫자의 확실성, 그 숫자를 다른 사람에게 장담(壯談)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부자와의 대화 속에 ‘몇 %의 신뢰도’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확신의 정도를 말한다.
- 투자자를 “7%의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로 한정했다. 주식시장에 뛰어 드는 사람마다 목표수익률이 다 다르다. 누구는 30% 목표수익률이고 또 누구는 10% 목표수익률이고 또 누군가는 은행 예금 금리보다 조금 높았으면 좋겠다는 목표수익률일 수도 있다. 역대 S&P500 수익률은 10% 내외였다. 여기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대체로 실질수익률 8% 내외다. 따라서 버핏이 7% 정도의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로 한정한 것은 지극히 평범한(?) 목표수익률을 가진 투자자를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식투자자는 목표수익률(할인율이 되기도 한다)이 있어야 한다. 당신은 주식시장에서 몇 %의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인가? 목표수익률에 따라 매수할 수 있는 주식의 종류가 결정된다.
- 70달러 / 목표수익률 7% = 1,000달러 내재가치가 나온다. 이는 성장이 전혀 없는 것을 가정하고 있는 것으로 채권의 내재가치 계산과 동일하다. 이를 바꿔 생각해 보면 70달러 * 14.29로 PER 14.29로 구매하는 것과 같다. 버핏은 쉽고 빠른 방법으로 법인세를 차감한 평균적인 영업이익의 10배로 계산하기도 한다. 정확하게 틀리는 것 보다는 대충이라도 맞는 게 낫다.
- “하지만 그 가격(1,000달러)을 지불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말은 내재가치 계산에서 안전마진을 고려해야한다는 말이다. 내 내재가치 계산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마진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버핏은 50% 가까운 안전마진을 고려한 적도 있었다. 1,000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 농장을 500달러 이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매한다는 말이 된다. 만일 안전마진이 30%라면 700달러 밑에서 구매한다는 말이다. 버핏이 스승인 그레이엄에게 배운 것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개념이 바로 이 안전마진이고 안전마진을 가진 가격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산은 잘하지만 인내하진 못한다.
- 농장의 가치는 무엇보다 현금창출 능력에 좌우된다. 현금창출 능력은 농장이 무엇을 생산하는지, 어떻게 생산하는지, 누가 생산하는지, 경쟁자는 누구인지 등에 달려 있고 내재가치 계산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항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이런 정보들이 들어있다. 만일 미래의 현금창출 흐름을 알 수 없으면 즉시 계산을 멈춰야 한다. 역시 정확하게 틀리는 것보다 어렴풋이라도 맞추는 게 더 중요하다.
- 버핏은 단기간 대두 가격의 변화나 옥수수 가격의 변화에는 별 관심이 없다. 버핏은 최소 10년이상을 내다 본다. 20년 이상 꾸준히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농장(기업)만이 검토 대상이다. 긴 런웨이를 가진 기업을 선호한다. 미래 10년을 내다보려면 최소한 과거 10년을 봐야 한다. 미래 20년을 내다보려면 최소한 과거 20년을 봐야 한다. 버핏은 시대의 풍파를 이겨 낸 업력이 긴 기업을 좋아한다. 업력이 길수록 예측의 난이도는 낮아진다.
- 초기 버핏은 주변 농장의 모든 가격을 살펴 보고 에이커 당 가격이 가장 낮은 농장만 매수했다 매도하는 일을 반복했다. 결정이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수익률이었다. 하지만 곧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더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하는 좋은 농부가 있는 농장만으로 선택의 범위를 좁혀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