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고 병문안 다녀오는 길

병문안 다녀올 일이 있어서 1시간 정도 길게 버스를 탔다. 보통 이럴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거나 아니면 듣고 싶어 저장해 놓은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 날은 왠지 아무것도 듣지 않고 그저 멍하니 차창밖을 바라 보며 하릴없이 보내고 싶었다. 승객들은 적당히 자리에 앉았고 서있는 승객은 아무도 없었다. 예전 버스는 출발이 더뎠는데 전기 버스는 승용차보다 더 날렵해졌다. 악셀을 밟으면 바로바로 반응하기때문에 버스 기사들이 예전처럼 급출발 급정거했다가는 난리나겠단 생각을 잠깐 했다.

그 때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버스에 올라탔다. 빈 자리가 많이 있었지만 넓직한 장애인석 주변에 몰려 손잡이를 잡고 매달리며 자기들끼리 깔깔거리며 버스 속 소리를 독점했다. 조용하던 버스가 시장바닥처럼 소란스러워졌다. 기사분이 마이크로 학생들을 제지하며 위험하니 자리에 앉으라고 하니 아이들이 버스 제일 뒷자리로 약속한듯 우루루 몰려 갔다. 두 칸 앞자리에 앉아 있기도 했고 아이들의 목소리가 크기도 해서 본의 아니게 학생들의 대화를 그대로 엿듣게 됐다. 곧이어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들이 아이들의 조막만한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냥 욕설은 욕설이 아니었고 한 두 아이가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심한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

버스 안

이어폰을 꼽아 욕설이 내 귀로 들어오는 걸 차단했더니 조금 있다가 초등학생들이 내리고 이번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교복을 입은 아이 둘이 역시 그 뒷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어폰 사이사이로 비집고 들려오는 말을 들으니 역시나 똑같았다. 한 단어 지나가면 욕이고 한 문장 사이 수 십번의 욕이 들어 있다. 그냥 욕설이 입에 붙어 있어 욕이 없으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다. 놀라운 것은 잠깐 가족과 전화 통화할 때는 공손한 말투와 억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병문안 다녀오며 꼭 병원에 입원하고 있어야만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버스 안에도 아픈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정작 나도 환자인데 나만 모르는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인상적인 장면

주말에 투자 전략 지도를 가지고 놀면서 또 하나 한 일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을 4회까지 시청했다. 요즘 장안의 화제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나는 항상 이런 것에 늦다. 이거 완전 오징어게임의 요리버전이구만 하는 생각으로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한식대첩 승자 백수저 이영숙님과 장사천재 흑수저 조사장의 대결이었다.

흑백요리사

우둔살을 재료로 한 대결이었는데 작은 놋그릇에 담긴 미소곰탕과 전립투구 위에 차려진 풍성한 샤브샤브가 대조적이었다. 바로 며칠 전, 단순함에 대한 글 하나를 올렸던터라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그림 하나가 있었다. 미소곰탕이름과 비슷하게 미소짓는 그림이다..^^

단순성 지도

요리나 투자나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한다. 잘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법을 접목시켜 나가면서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그 속에서 앞으로 전진하면서 차차 실수를 피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장사천재 조사장은 위 그래프의 6~8레벨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단계에선 더 많은 지식이 축적될수록 더 많이 시도하고 싶어진다. 이영숙님은 몰라도 9~10레벨에 있지 않을까. 고수는 음식을 깊이 이해하여 몇 가지 고품질 재료와 기술을 활용하여 겉보기에는 절제된 듯하지만 맛은 놀라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10년동안 되게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달려왔다 생각했는데, 참 덜어 냄의 미학을 몰랐다는 걸, 오늘 진짜 너무 크게 깨달았어요.” 대결이 끝난 후 흑수저 조사장의 말이다.

주말에 투자 전략 지도를 가지고 놀면서 흑백요리사를 봤기 때문인지 내 머릿속에서는 요리와 투자에 대한 생각들, 복잡함과 단순함에 대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뒤엉켰다. 투자 전략 지도에서 더 빼야 할 것은 없는가? 이 지도만 보면 좋은지 나쁜지를 90% 이상 정확도로 가려낼 수 있는가? 그리고 흑백요리사 같은 프로그램을 투자분석에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재야 고수들과 업계 전문가들의 기업분석 대결같은..ㅋ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입니다. 무언가를 단순하게 만들고, 근본적인 과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우아한 해결책을 내놓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미니멀리즘이나 잡동사니의 부재가 아닙니다. 그것은 복잡성의 깊이를 파헤치는 것을 포함합니다. 진정으로 단순해지려면 정말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필수적이지 않은 부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본질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 스티브 잡스

돌아가신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거금을 들여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라운딩하면서 지도를 바랬는데 라운딩 중에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이 회장이 조언을 부탁했더니 잭 니클라우스는 딱 한마디를 했다고 한다. “Do not head up.” 머리를 들지 마세요. 버핏에게 물으면 “절대로 돈을 잃지 마세요.”라고 할 것이다. 멍거는 아마도 “나쁜 기업은 멀리 하세요.”라고 하지 않을까?!

끝으로 넷플릭스 투자 전략 지도. 요리가 결국 좋은가, 맛있는가로 귀결된다면 투자는 결국 좋은가, 싼가로 귀결된다. 넷플릭스는 좋은가? 그리고 싼가?

넷틀릭스 투자 전략 지도

넷플릭스의 가장 큰 경쟁자는 누굴까? 디즈니, 아마존, 웨이브, 쿠팡플레이와 티빙 같은 동종업체일까, 아니면 유튜브일까?

TV 점유율

투자 전략 지도를 보면서 놀다.

주말에 투자 전략 지도를 가지고 놀았다. 퀄컴이 인텔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읽고 인텔(INTC) 투자전략 지도를 10초만 살펴 봤다. 저 좋은 회사가 저렇게 망가질 수도 있구나…정확히 대각선 반대쪽 천상계에 올라있는 엔비디아와 비교하니 더욱 초라해 보인다.

인텔 투자전략지도

인텔의 최근 10년을 1년 단위로 보면 다음 그림과 같다. 수익률과 성장률 모두 급락하고 있었다. 급락하는 기업을 다시 튀어 오르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턴어라운드 투자가 특히 어렵다.

그렇게 새로 만든 투자 전략 지도를 가지고 놀다가 재밌는 기업 하나를 발견했다. 원래 성장률이 이것보다 5%p 낮아져야 하는데 자본배분으로 이렇게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재밌군..^^1 이 기업을 보면서 지도가 내게 알려 주는 또 다른 하나를 알게 됐다.

미스터리 기업 투자 전략 지도

최근 20년 동안 size effect가 미미한 이유에 대한 분석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 금리 같은 경제환경을 고려해야 하고, 품질을 통제하면 다시 회복된다는 논문도 있었고 소규모 기업의 인수합병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문도 있었다. 빅테크를 포함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주도하고 있는 공격적인 자사주매입과 소각의 효과에 대해서도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생각만 잠시 했다.

S&P500 자사주매입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코스피200 기업의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매입 금액 비중은 0.22%로 미국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비중인 2.89%보다 낮다. 특히 펀더멘털 개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자사주 소각은 자사주 매입의 절반 수준(2023년 기준 자사주 취득 7조8990억원, 소각 4조7720억원)이다. 미국 상장사의 경우 매입한 자사주 대부분을 소각한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수(자본금)를 줄인다는 점에서 주당순이익(EPS)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주말에 재밌게 본 그림 하나. 예전에 언급한 애스니스말대로 인덱스 증가때문일까, 저금리 때문일까, 기술과 SNS 발달 때문일까.

S&P500 TOP10 비중
  1. “과학에서 듣는 가장 신나는 문구, 새로운 발견을 예고하는 문구는 ‘유레카’가 아니라 ‘재밌네…’입니다.” – 아이작 아시모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