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마지막 편지에서 언급한 톰 머피

실패를 두려워 말고 실수를 통해 배워라.

어제 버핏의 마지막 편지가 공개됐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번역본이 SNS를 한바탕 휩쓸었다. 물론 투자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타임라인에 국한하겠지만. 내 블로그에서까지 번역본을 그대로 올릴 생각은 없고 버핏의 마지막 편지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만 짧게 인용하고 언급하는 정도로.

“One perhaps self-serving observation. I’m happy to say I feel better about the second half of my life than the first. My advice: Don’t beat yourself up over past mistakes – learn at least a little from them and move on. It is never too late to improve. Get the right heroes and copy them. You can start with Tom Murphy; he was the best.”

실수를 통해 배워서 개선하라는 부분(never too late to improve)과 함께 버핏은 배워야할 올바른 영웅으로 톰 머피를 추천1하고 있다. 톰 머피도 젊은 시절 많은 실수를 했지만 결국 극복했다. 톰 머피에 대해 알고 싶으면 먼저 “현금의 재발견”을 권한다. 물론 이 책에서 그가 했던 실수들2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지만 책의 1장에 나오는 바로 그 사람이다.

책에는 버핏의 말도 인용하고 있다. “톰 머피와 댄 버크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고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경영 분야 최고의 2인조였다.” 참고로 COO 댄 버크는 톰 머피의 하버드 동창 친구의 동생으로 역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다. 댄 버크는 일상적인 운영 관리를, 톰 머피는 인수, 자본 배분, 그리고 월가와의 간헐적인 소통을 담당했다. 버크는 “자신의 역할은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고, 머피의 역할은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하진 않지만 버핏이 버크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문사 사장으로 스카웃하려고 했었단 글을 읽은 기억이…결국 머피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현재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에 머피와 버크의 자녀들이 포함되어 있다..^^

“부하들에게 하는 말은 조심하세요. 당신은 24시간 안에 잊어버리지만, 그들은 그 말을 한 마디 한 마디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누가 채용하는지 항상 주의하세요.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경향이 있어요.”
– 댄 버크

2019 6월 읽은 책

사진을 찾아보니 2019년 6월에 읽은 책에 들어있다. 저땐 여러 종류의 책도 참 열심히 읽었다.

아웃사이더

아마존에 찜만 해두고 있었다가 국내 투자자 중에서 믿고 듣는 VIP자산운용 최준철씨가 “신과함께”에서 추천하는걸 듣고서야 책이 번역된 걸 알고 당시 SNS에 남겼던 글. SNS가 좋은 점은 이런 짧은 생각이나 느낌들도 바로바로 남겨둘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로그에는 이런 식으로 생각을 남기기가 힘들다.

책 한 권을 읽는다고 얼마나 제대로 알겠냐마는…톰 머피가 사용한 기법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간단하다. 매력적인 경제성을 지닌 업종에 집중하고, 가끔 부채를 써서 대형 사업체를 인수하고, 경영을 개선한 다음 거기서 나오는 현금흐름으로 부채를 갚는다. 가격이 쌀 때 정기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했고 신주는 거의 발행하지 않았으며 배당금은 최소한으로만 지급했다. 조직을 슬림하게 운용해서 쓸데없는 비용을 통제하고 장기간 꼼짝하지 않다가 가끔 대규모 기업인수에 나섰다. 규모의 경제와 최적의 경영으로 이익을 얻는 방식, 바로 ‘롤업’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무엇보다 주주,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경영했다.

“나에게 사업이란 대형 의사결정이 몇 개 섞인 수없이 많은 자그마한 의사결정을 매일매일 처리하는 것이다.”
– 톰 머피

만약 톰 머피가 CEO가 됐던 1966년에 캐피털 시티스에 1달러를 투자했다면 그가 디즈니에 회사를 매각했을 때 204달러가 됐을 것이다. 29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 19.9%로 같은 기간 S&P500의 10.1%, 미디어 선두업체들의 평균수익률 13.2%를 압도하는 성과다. 이는 조금만 찾아 보면 흔히 나오는 숫자들이다. 하지만 톰 머피가 직접 밝힌 숫자는 다음과 같다. “People who became stockholders when Capital Cities went public got $2,000 for every dollar they put in. That’s 2,000 to 1. For the original stockholders, the gain was 10,000 to 1. Now, that’s a pretty good record.”

오래전부터 서로 알고 지냈던 버핏3과 머피4는 이후 1977년에 약 10배의 PER로 1,090만 달러(캐피털 시티즈 약 3%)를 투자한 것이 워런 버핏의 캐피털 시티스에 대한 첫 투자였다. 얼마뒤 주가가 급등하자 매도했는데 버핏은 나중에 이를 “일시적인 정신이상”이라고 자신을 비난했다. 1985년 캐피털 시티스가 ABC를 인수할 때 톰 머피의 전화를 받은 버핏은 인수금액 35억 달러 중 5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캐피털 시티즈 지분 18%에 해당했고 당시 버크셔 규모를 생각해 보면 엄청난 거래였다. 향후 버크셔해서웨이는 연평균 수익률 20% 이상을 취했다.

머피 : “그걸 어떻게 해야 하죠, 친구?”

버핏 : “900파운드짜리 고릴라가 있어야 할 겁니다. 가격에 상관없이 팔지 않을 상당한 주식을 보유한 사람 말입니다. 당연히 그 사람은 매우 부유하고 전적으로 충성스러운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머피 : “친구야, 네가 고릴라가 되어 보는 건 어때?”

버핏은 이례적으로 머피에게 버크셔 해서웨이 캐피털 시티스 주식에 대한 위임장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매각 권한에 대한 법적 권한을 부여했다. 캐피털 시티스 연례 보고서 안쪽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분권화는 우리 경영철학의 주춧돌이다.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최고 인재를 채용해 그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모든 의사결정은 현장에서 이뤄진다.” 버크셔해서웨이와 거의 비슷하다.5

“저는 우리가 좋은 회사를 운영했고 주주, 직원, 대중에게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제가 일하러 가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는 무언가를 고치거나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법 등을 알아내는 것을 좋아했고 아침에 사무실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번도 일하러 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사치입니다.”
– 톰 머피

톰 머피가 젊은 사람들에게 권하는 말도 처음 버핏의 말과 정확하게 같다.

“미래의 기업가를 위한 조언에 관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반드시 이 조언에 따라 생활한 것은 아닙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돈이 부족하고 실패하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적어도 당신은 정말로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나는 또한 당신의 생각을 포기하지 말고, 결코 당신의 이상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목표는 가장 긴 기차를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은 연료를 사용하여 역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입니다.”

  1. 평소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톰 머피는 그 누구보다도 사업 운영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리는 50년 넘게 친구이자 정신적 동반자였습니다… 톰 머피는 그가 만나는 모든 이의 내면에 숨겨진 최고의 모습을 이끌어냈습니다. 톰은 행동으로 모범을 보였으며, 그 방식은 가난한 사람이든 왕자이든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는 그 둘을 차별하지 않았습니다.” ↩︎
  2. 군대에 복무할 때 몇 몇 실수들과 캐피털 시티스 사업 초기 거의 부도날 뻔 했던 실수들도 있었다. ↩︎
  3. 톰 머피가 직접 말한 버핏의 천재성.
    “그는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에요. 그는 단순화하는 능력이 뛰어나요. 만약 제가 항상 그와 함께 있다면, 저는 엄청난 열등감을 느낄 것 같아요. 그가 항상 저보다 훨씬 빨리 정답을 찾아내서 제가 약간 곤란해질 것 같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와 그런 식으로 경쟁하지 않으니 전혀 문제가 없을 거예요. 그는… 하지만 시간을 아낌없이 내주고, 누구에게도 위협을 가하지 않아요. 그는 투자자로서 천재일 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훌륭한 경영자예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죠. 사람들은 그가 단순한 투자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훌륭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
  4. 1969~1970년 톰 머피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창(빌 루안)을 통해 버핏을 처음 만났다. 만나자마자 너무 말이 잘 통해 바로 이사회에 넣고 싶어했지만 당시 버핏은 캐피털 시티스 멀티플이 너무 높아서 이사가 될 정도로 많은 지분을 매수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대신 톰 머피에게 언제든지 필요하면 전화하라고 채널을 열어 뒀고 이후 둘은 자주 통화하는 사이가 됐다. 머피의 말에 의하면 버핏이 향후 자신의 모든 거래에서 감독 역할을 했다고 인정했고 버핏은 오히려 머피를 자신의 ‘멘토’이자 ‘대화하고 싶은 가장 똑똑한 사람’ 중 하나로 꼽았다. 둘은 함께 TV가이드를 인수하려고도 했었다. 나중에 톰 머피는 버크셔해서웨이 사외이사(버크셔 A주 695주, B주 1,489주를 보유했었다)가 됐다. 둘 모두 좋은 사람과 거래하고 좋은 사람을 주위에 두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5. 로렌스 커닝햄은 둘의 관계를 이렇게 말했다.
    “톰은 경력 초기에는 주로 관리자였고, 나중에는 투자자였습니다. 워런은 경력 대부분을 주로 투자자로, 나중에는 관리자로 일했습니다. 두 분 모두 경력 초기에는 그 지식을 공유했고, 이후 성장하면서 그 지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서로에게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워런은 경력 초기에 대기업 내 기업들을 매우 면밀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설탕을 언제, 얼마나 사야 할지 조언하려고 애썼죠. 하지만 결국 그런 생각은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CEO들이 알게 될 사실들을 워런 자신도 모를 테니까요.” ↩︎

증권분석 7판

이제는 정교한 증권분석 기법을 활용해 우량 가치 종목을 찾아내는 전략을 지지하지 않는다. 40년 전에는 먹혔던 전략이지만 그 이후로 상황이 많이 변했다 – 벤저민 그레이엄

드디어 증권분석 7판이 국내에도 번역되어 출간됐다. 대략 2년 전 미국에서 책이 나왔을 때 워런 버핏의 공식 후계자 중 한 사람인 토드 콤스의 글이 책에 실렸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있지 못하고 어떻게든 찾아서 읽어 보려 했던 기억이 난다. 올 초에 쓴 투자가 진화해야 하는 이유 라는 글에서 “토드 콤스가 말한 “할인율 10%에서 PER 26이 되려면 성장률이 15%가 되어야 한다.”의 의미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대략 아래와 같다.”로 간단하게 설명했던 적이 있었는데(2년 전 원 글을 페이스북에 비공개로 남겼었는데 도저히 검색해서 찾을 수가 없다..ㅠ.ㅠ) 이제 번역된 책을 통해 전체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됐다.

증권분석 7판

2년 전 내가 찾아 읽은 토드 콤스의 인상적인 글 일부는 다음과 같다.

“A business is worth the sum of its discounted cash flows in perpetuity. This concept sounds simple enough, but there are a few key variables involved in this calculation: the discount rate to be used and one’s assessment of those cash flows in perpetuity. Estimating future cash flows entails a determination of a company’s capital intensity, its growth rate, and management’s allocation objectives. A couple of examples may demonstrate the power of these estimates. Assuming a constant 10% discount rate, a business that will grow at 15% a year without requiring any additional capital is worth ≈26x its current earnings, whereas the same business growing at 15% but needing to reinvest much or all of its earnings to achieve that growth would be worth only ≈16x. A business that grows at 5% and doesn’t need any capital would be worth ≈14x its current earnings, and the same business needing all of its earnings reinvested would be worth ≈7x. A return of 15% compounded over 30 years is worth over 87x the initial stake, whereas 5% compounded over the same period is worth just under 4.5x. In this example, a threefold increase in the compound rate (from 5% to 15%) leads to an almost twentyfold increase in return (87x vs 4.5x).”

그리고 AI 번역기 딥엘(DeepL)의 단순 번역.

“기업의 가치는 영구적인 할인 현금 흐름의 합계와 같습니다. 이 개념은 간단해 보이지만, 계산에는 몇 가지 핵심 변수가 포함됩니다: 적용할 할인율과 영구적인 현금 흐름에 대한 평가입니다. 미래 현금 흐름을 추정하려면 기업의 자본 집약도, 성장률, 경영진의 배분 목표를 결정해야 합니다. 몇 가지 예시를 통해 이러한 추정치의 중요성을 살펴봅시다. 일정한 10% 할인율을 가정할 때, 추가 자본 없이 연간 15% 성장하는 기업의 가치는 현재 수익의 약 26배입니다. 반면 동일한 기업이 15% 성장하되 그 성장을 위해 수익의 상당 부분 또는 전부를 재투자해야 한다면 가치는 약 16배에 불과합니다. 5% 성장하며 자본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사업은 현재 수익의 약 14배 가치이며, 동일한 사업이 수익 전액을 재투자해야 한다면 약 7배 가치에 불과합니다. 30년간 복리로 15% 수익을 낸다면 초기 투자금의 87배 이상이 되지만, 같은 기간 5% 복리 수익은 4.5배 미만에 불과합니다. 이 예시에서 복리 수익률이 3배 증가(5% → 15%)하면 수익은 거의 20배 증가합니다(87배 vs 4.5배).”

끝으로 이번에 국내 출간된 증권분석 7판에서 번역한 부분.

“우선 할인율로 10퍼센트 고정금리를 가정하자. 추가적인 자본 투자 없이 연간 15퍼센트씩 성장하는 사업이라면 대략 현재 이익의 28배 가치를 줄 수 있다. 반면 성장률이 같아도 성장을 위해 이익의 대부분을 재투자해야 한다면 그 가치는 현재 이익의 16배 정도가 된다. 마찬가지로 추가적인 자본 투자 없이 연간 5퍼센트씩 성장하는 사업에는 대략 현재 이익의 14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 이익을 모두 재투자해야 한다면 그 가치는 6배 정도가 될 것이다(10년간 성장하고 이후 성장이 멈춘다고 가정한 2단계 DCF 모형을 사용-옮긴이). 15퍼센트 수익률이 30년간 복리로 누적되면 초기 금액의 66배가 넘지만, 5퍼센트 수익률이라면 4.5배가 안 된다. 성장률은 5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3배 증가했지만, 최종 수익은 4.5배에서 66배로 거의 15배가 증가한다.”

아마도 책을 읽은 사람이나 읽을 사람들 그 누구도 궁금하지 않겠지만 숫자 몇 개가 원서와 달라진 게 보인다. 달라진 숫자나 추가된 부분을 굵게 표시했다. 한 두 개도 아니고 믿고 읽는 이건 선생님과 구루(GURU)가 오역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가정하에 2단계 DCF 모형을 사용해 직접 계산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과감하게 원문과 다른 숫자들을 사용했을 것이다.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는 15% 수익률로 30년간 복리로 누적((1+0.15)^30)하면 87배가 아닌 66.2배가 되니 공동 번역가들이 꽤 신경써서 직접 계산하며 오류를 수정해서 번역한 게 맞다. 책을 쓴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다. 앞서 내가 쓴 글에서 부분캡처한 그림을 보면 7년으로 15% 성장으로 계산했을 경우 26.2배라는 숫자가 나왔으니 아마도 10년으로 했을 경우 28배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정확한 답을 구하기 위해선 엑셀이나 재무 계산기 같은 도구를 사용해 직접 2단계 DCF로 정확하게 계산해 보시길~

내재가치 계산기

이렇게 말하면 아무도 계산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만들어 블로그에 공개한 내재가치 계산기를 사용해 5초도 안걸려 계산해 봤더니 28.5배가 나왔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지만 이 정도면 내 계산기도 믿고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뭐 그래봐야 아무도 사용하지 않겠지만 ㅋ

“추가적인 자본 투자 없이 연간 5퍼센트씩 성장하는 사업에는 대략 현재 이익의 14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토드 콤스의 계산도 내재가치 계산기로 한번 해보면,

내재가치 계산

토드 콤스가 말한 수익의 상당 부분이나 대부분을 재투자 하는 기업이라면 Cash Conversion(FCF/순이익)이 낮은 기업이다. 난 구체적으로 애플과 삼성전자의 자본배분표를 비교하면서 이미 이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당연히 Cash Conversion(FCF/순이익) 높은 기업이 멀티플도 높게 받는다. 토드 콤스는 거의 2배 차이로 평가했다. 바로 위 내재가치 14.1이 나온 표에서 어떤 숫자를 바꾸면 Cash Conversion을 고려한 숫자가 될까^^ 삼성전자의 Cash Conversion은 얼마일까? 내가 간단 기업분석 할 때 제일 처음에 보여주는 그림(좋은가?)이 바로 Cash Conversion이다. 좋은 기업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높은 Cash Conversion이고 워런 버핏과 토드 콤스가 좋아하는 기업도 바로 그런 기업이다.

이런 종류의 계산이 어려운 게 아니라 성장률과 할인율을 얼마로 봐야할지, 시간 지평은 또 얼마까지 봐야할지, 경쟁사 대비 기업의 경제적 해자는 있는지, 경영진은 우수한지 같은 기업의 질적 분석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이야기해 봤자 어차피 내재가치 계산기를 쓸 사람은 요긴하게 쓸거고 안 쓸 사람은 무슨 소리를 해도 안 쓸거다. 나도 그렇다..^^

버핏이 무려 4번이나 정독한 책이기도 하지만 특히 이번 증권분석 7판은 편집을 책임진 세스 클라만과 버핏의 후계자 토드 콤스의 에세이 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렇게 말해도 어차피 읽을 사람은 읽고 안 읽을 사람은 안 읽는다. 이 책을 읽는다고 당장 수익률이 좋아지는 것도, 안 읽는다고 수익률이 나빠지는 것도 아니니까. 다만 기업의 가치는 영구적인 현금 흐름 할인의 합계와 같다는 공리를 받아들이는 투자자라면 반드시 한번은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물론 그레이엄이 직접 말했듯 읽고 나서 벗어나야 할 책(가치 투자 1.0)이기도 하다. 1934년 처음 책이 나왔고 거의 40년이 지난 1976년 벤저민 그레이엄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바뀐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50년이 지났지만 아무도 진화된 현재 상황(가치 투자 3.0)에 대해 제대로 된 분석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그레이엄은 3.0까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대공황의 영향과 초보 투자자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에 국한했기 때문에 스스로 멈췄을 뿐, 모든 것을 꿰뚫어 봤던 진정한 천재였다. 그리고 그가 살던 시대는 7% 이상 고성장을 1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경량기업들이 흔치 않은 시대였다. 그랬기에 그레이엄은 PER 20이하로만 투자를 제한해도 충분했다. 하물며 토드 콤스가 언급한 ‘추가적인 자본 투자 없이 15% 고성장을 10년 이상 지속할 기업’이 있었을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