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사진

핸드폰으로 달 사진을 찍어 봤다. 가끔 하늘을 쳐다 보는지라 따로 챙기지 않아도 보름 즈음을 알게 된다. 슈퍼문이라고 했던 날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안하던 짓 하느라 손각대로 좀 흔들렸다. 이게 말로만 듣던 달고리즘인지도 모르겠다.

슈퍼문


사진을 보면 새까맣게 달 주위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지만 그래도 난 구름이 달과 함께 있는 모습이 더 좋다. 이렇게 구름이 달을 가리기도 하고 또 달 빛이 구름을 빛나게도 하고.

구름 속 달


이리 달 사진을 찍었지만 사실 요즘은 달보단 일출 사진 찍기 좋은 나날이다. 새벽마다 눈을 뜰 때면 예쁜 하늘보면서 습관처럼 한 장 씩 찍고 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둠도 결국 지나간다. 일출 직전 여명의 색이 좋은데 난 아침 역시 구름없이 깨끗한 하늘보다 이렇게 구름 낀 하늘이 더 좋다. 그럴때면 항상 삶도 그럴거란 생각을 한다.

여명의 아침


결국 어둠과 구름은 걷히고 해는 뜬다. 모두에게 똑같이.
오늘 하루도 건강히~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빰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 처음으로 접은 부분이다. 곧이어 읽은 작가의 말.

“몇 년 전 누군가 ‘다음에 무엇을 쓸 것이냐’고 물었을 때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의 내 마음도 같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책을 덮으면서 이 책을 외국어로 번역한 사람은 정말 힘들었겠단 생각을 했고, 오늘 기사에서 프랑스어로 번역한 사람의 인터뷰를 봤다. 프랑스어는 주어가 있어야 해서 주어 없이 ‘작별하지 않는다’가 성립하지 않아 ‘불가능한 작별’로 책 제목을 번역했다고 했다. 어디 제목뿐이랴.

한강의 소설책을 구했다

모처럼 첫째 아이와 함께 점심을 먹고 습관처럼 동네에 있는 교보문고로 걸음을 옮겼다. 읽고 싶은 책을 고르면 사준다고 항상 서점에 들어가기 전에 얘기하지만 애들은 읽고 싶은 책이 없다고 한다. 아빠를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빠 마음은 좋은 책 한 권 사주고 싶은데.. 한강 작가가 노벨상 받았다고 온 나라가 난리인지라 덩달아 나도 한강이 쓴 책을 읽은 적이 있었나 싶어서 책장을 뒤져보니 ‘여수의 사랑’ 딱 한 권 밖에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

그러곤 한강 노벨상에 대한 뉴스를 보다가 한강의 낭독을 들을니 소설책 중에 ‘작별하지 않는다’만 읽고 싶어졌다. ‘소년이 온다’는 시대를 아는지라 읽기 힘들 것 같았고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는 하도 어렵다고들 해서 복잡한 일도 많은데 굳이.. 당연히 서점에는 품절대란일테니 지금 예약해도 11월에나 받겠다는 뉴스보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오늘 서점 매대에서 읽고 싶었던 바로 그 책을 발견해서 바로 구매..러키비키(무슨 말인지..ㅎ)잖아.

한강 작가 나이를 보고 모르긴 몰라도 함께 수업을 들었을수도..라고 행복회로를 돌렸다. 하다 못해 채플이라도~ 그러고 보니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상 받았다는 뉴스를 봤을 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ㅋ

부쩍 늘어난 글쓰기 책, 그리고 AI

신간을 훑어 보다(일전에 언급한 것처럼 신간안내를 RSS를 통해 자동으로 받아본다) 보니 글쓰기나 블로그 관련 신간들이 부쩍 늘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몇 개의 목차를 대충 훑어 봤는데 AI를 이용한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신간이 제법 있다. 이런 것에 대한 비판(?)은 그간 많이 했으니 그만하고, 어떤 책은 내용 반절이 AI사용법에 할애되어 있다. 이 정도면 글쓰기 책인지 AI입문서인지 분간하기 힘든 실정이다. 글쓰기 분야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AI사용을 먼저 해 본 사람이 자신의 노하우를 설명하는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공개하는 거니까 듣는 사람 입장에선 효용이 있을 수도 있고 특별한 테크닉을 배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ChatGPT 사이트 하나하나 캡쳐하고 가입절차 하나하나 스크린샷을 떠서 가입과정을 소개하거나 아주 단순한 기본적인 사용법을 알려 주면서 책을 채운다는 건…그건 그냥 사용 매뉴얼 아닌가.

블로그 글쓰기

(AI에게 AI를 이용한 블로그 글쓰기에 대한 그림을 그려달라니까^^)

그런건 ChatGPT를 만든 OpenAI에서 직접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나눠줘야 할 일이다. 그들이 그렇게 매뉴얼을 만들지 않는 것은 사용법이 너무 쉽거나 사용법을 공개하지 않고 사람들의 이용행태를 AI에게 학습시키려 하거나 아니면 이처럼 자발적으로 배포하는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그냥 들어가서 가입하고 궁금한거 물어보고 사용하면 되는 걸, AI 종류나 각 AI별 가입절차나 사용법을 일일이 세세하게 안내하는 게 책으로서 가치가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런 책들이 너무 많아졌다.

뭐 이런 일은 주식 투자 세계에서도 비일비재하다. 네이버 증권 사용법이라든지 HTS사용법, MTS사용법, 각 증권사 프로그램별 세팅방법, PER PBR 같은 용어 설명을 AI 설명하듯이 설명하는 책들이 정말 많고 주식투자를 처음하는 독자들도 그런 책들을 제일 많이 찾는다. 수요가 공급을 낳고 공급이 수요를 낳는다. 그러면서 정작 주식투자에 필요한 사고체계나 역사, 그리고 핵심 노하우는 책에 없거나 생략된다. 두리뭉실한, 어디서 짜집기해서 본듯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런 방식의 사용 매뉴얼들도 필요하지만 그런건 증권사 사이트 들어가거나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수두룩하게 나온다.

시작할 때 무엇을 읽을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읽지 않을 것인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어떤 책을 읽을까도 중요하지만 어떤 책을 읽지 않을까도 역시 중요하다.

“다음 세대 기업가와 창업자를 도울 수 있다면, 그들이 여기서 하루를 단축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내가 저지른 실수를 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면, 아니면 그저 약간 조언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에 대해 기분이 좋을 것이다.” Sequoia Capital의 투자 파트너이자 패션 웹사이트 Polyvore 전CEO였던 Jess Lee가 한 말이다. 기업가와 창업자를 “투자자”로 바꾸면 처음 책을 썼을 때의 마음이다. 내 책은 내 경험담이자 독후감이자 내가 저질렀던 실수에 대한 반성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블로그가 책이다. 수필같은,

투자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기보다 먼저 투자하는 것이다. 작가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쓰는 것이다. 길은 걸어가야 이루어지는 법이다.

“물고기에게 육지를 걷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수 있습니까? 육지에서 보낸 하루는 그것에 대해 천 년 동안 이야기한 것과 같은 가치가 있고, 사업을 운영하는 하루는 정확히 같은 종류의 가치가 있습니다.”
– 워런 버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