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

투자관련 책들을 한동안 읽지 않았다. 신간이 나오면 훑어 보긴 했지만 각잡고 정독을 하진 않았다. 오히려 해외 블로거들의 숙성된 글들을 읽는 게 들인 시간 대비 효율이 훨씬 더 나았다. 그러고 보면 난 철저히 합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자에 가깝다. 지난 주말, 언젠가 꼭 봐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루고 있었던 미국 드라마를 꽤 긴 시간(1부만 8회) 집중해서 봤는데 드라마 주인공의 삶에 대한 생각이 나랑 겹치는 부분이 많아 흥미로웠다. 마지막회에서 주인공이 느꼈던 죽음에 대한 경험과 그에 대한 회상은 내 머리를 해킹한줄 알았을 정도..ㅎ

다시 투자로 돌아가서 책을 안읽다가 삶의 어떤 흐름때문인지 지금은 많이 시들해진(?) 퀀트에 대한 책을 연달아 3권 읽었는데 하나는 퀀트의 개념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과 실행 방법, 특히 백테스트를 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 꽤 성실하게 설명하는 책으로 퀀트 초보자용 책이다. 이전 퀀트책들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사항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책들이 많았다. 다른 하나는 퀀트를 직업으로 하고 싶어하는 사회 초년생들을 주 타겟으로 한 책으로 책의 특성상 금융공학에 대해 꽤 깊숙히 들어가긴 했지만 전문성과 실용성 사이에서 약간 길을 잃은듯 보였다. 직업으로 퀀트를 하려는 특정 소수의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두 책 모두 퀀트에서 내가 찾던 내용은 전혀 없었다. 주식 관련 책을 읽거나 동영상을 보고 나서 모두가 하는 질문, ‘그래서 뭐 사요?’ 와 마찬가지로 퀀트 책을 읽는 목적은 하나다. ‘그래서 어떤 전략이 제일 좋은거요?’ 물론 나를 포함 모두들 성배를 꿈꾸며 이런 질문으로 책을 찾지만 어쩌면 이런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뭘 사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어떻게 필터링해서 어떤 전략을 사용하더라도 돈을 벌 수 있다. 반대로 뭘 사도 손실을 볼 수 있고 어떤 퀀트 전략을 사용하더라도 돈을 잃을 수도 있다.

1977년부터 1990년까지 13년 동안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며, 한 해도 손실없이 연평균 29.2%의 수익률을 기록한 피터 린치에 의하면 자신의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돈을 번줄 알았지만 나중에 살펴 보니 가입자의 절반 정도는 수익이 아닌 손실을 보고 떠났다고 한다. 마젤란 펀드가 높은 수익률일 때 뉴스를 보고 들어왔다가 손실이 나자 너무 빨리 다른 펀드로 갈아 탔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선 황소도 돈을 벌고 곰도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살당한다.

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

그래서 잡은 세번째 책은 제목처럼 퀀트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제임스 오쇼너시가 쓴 “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이다. 비쌀 때 사는 돼지가 되지 않기 위해 이 책에서는 역시 싸게 살 것을 강조한다. 투자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다(물론 싸다는 것에도 많은 함의가 숨어 있다). 초판에서는 필립 피셔의 아들 켄 피셔가 주창한 PSR을 최고 전략으로 소개했지만 이번 4판(미국에서는 2011년 출간)에서는 VC2 전략(PER PBR PSR PCR EV/EBITDA 주주수익률)을 권하면서 가격 모멘텀(6개월)을 추가했다. PSR이 1년에 한번으로는 좋은 전략이었지만 1년을 매월 새로 진입하는 12번으로 나눠 분석해 보니 VC2전략이 더 나았다고 한다.

“스토리가 좋아서 주식을 매수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주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악의 성과를 냈다. 모두가 이들을 이야기하고 소유하고 싶어 한다. 종종 PER, PBR, PSR이 매우 높다. 단기적으로는 매우 호소력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치명적이다. 이들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항상 개별 주식이 아니라 전반적인 전략 관점에서 생각하라. 한 기업의 데이터는 매우 설득력 있을 수 있지만 무의미하다. 반대로 단순히 단기적으로 상황이 나쁘다는 이유로 시장이나 주식을 피하지 말라…그러나 도입부에 인용한 괴테의 말처럼 행동은 어렵고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략을 사용할 수 없어서 그날그날 주목받는 주식에 사로잡힌다면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크게 낮아진다.”
– 제임스 오셔너시, 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

핵심은 PER든 PBR이든 PSR이든 PCR이든 EV/EBITDA든 어떤 지표로 분석하더라도 비싼 그룹보다 싼 그룹의 수익률이 거의 대부분 좋았다는 것을 백테스트를 통해 밝혔다. “시장은 오랜 기간 여러 순환 주기에 걸쳐 어떤 특성(예컨대 저PER, 저PCR, 저PSR)에는 일관되게 보상하고, 어떤 특성(고PER, 고PCR, 고PSR)에는 일관되게 응징한다.” 책은 800페이지가 넘는 두께지만 퀀트 결과를 동일하게 분석한 부분이 많아 금방 읽었다. 마지막 우리나라 시장에 적용한 결과도 읽어 볼만 했다.

몇 년 전 이미 퀀트에 대해 깊이 공부했었지만 아무래도 난 합리적 실용주의자인지라 퀀트로 나온 몇 십개의 기업들을 한꺼번에 샀다가 1년이나 혹은 특정 시간이 지나면 일괄적으로 리밸런싱하는 식의 방법을 무조건 수용하긴 어려워 퀀트를 보조적으로만 이용하고 있다. 퀀트의 핵심은 성공률이 높은 전략을 찾아 내서 백테스트를 믿고 인내심을 가지고 결과가 벤치마크보다 뒤처지더라도 꾸준히 전략을 따라가는 데 있는데 그러려면 전략에 대한 올바른 백테스트와 결과에 대한 믿음이 핵심이다. 대부분은 올바른 백테스트에서부터 실패한다. 특히 믿음은 직접 흘린 땀에서 나온다. 시장을 이기고 싶다면 그렇게 노력해야 한다.

“10,000페이지에 달하는 무디스의 모든 페이지를 두 번이나 넘기며 기업을 찾았습니다. 세상은 좋은 거래에 대해 알려주지 않습니다. 직접 찾아내야 합니다.”
– 워런 버핏

투자에선 황소가 됐든 곰이 됐든 일관성을 가지고 끝까지 버틴 인내심 많은 사람에게 돈이 가게 된다. 물론 시장에는 투자자든 트레이더든 퀀터든간에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인간 본성 탓에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시대는 과거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돼지같은 행동을 스스로 합리화하기 때문이다. 인덱스펀드가 효과적인 이유는 대형주를 매수하는 아주 단순한 전략을 일관되게 실행하게 해서 시장의 수많은 돼지를 ‘강제로’ 황소로 바꾸기 때문이다. 인덱스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늑대나 여우가 되려는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자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어떤 방법이든 높은 수익을 내는 투자자들의 공통점 하나는 바로 일관성이고 이는 높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일관성 유지가 열쇠
장기적으로 초과수익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합리적인 투자 전략을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이다. 모닝스타의 10년 단위 분석에 의하면 펀드의 70%가 S&P500 성과에 못 미쳤다. 펀드매니저들이 한 가지 전략을 시종일관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장기 성과가 망가진다.”
– 제임스 오셔너시, 월가의 퀀트투자 바이블 서문

이 책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간지 사시사이에 들어 있는 빛나는 인용문이다^^

  • 좋은 정보가 전투의 90%를 좌우한다 – 나폴레옹
  •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 괴테
  • 우리는 적을 만났다 적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 월트 켈리
  • 정돈과 단순화는 한 분야에 통달하는 첫걸음이다 – 토마스 만
  • 돈 버는 일에는 모두의 종교가 하나다 – 볼테르
  • 관습에 반하는 길을 가라 거의 언제나 잘 풀릴 것이다 – 장 자크 루소
  • 현명해지려면 진리를 발견하는 것보다 환상을 깨는 것이 낫다 – 루트비히 뵈르네
  • 가던 길을 바꾸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 노자
  • 사람은 사실을 보고 싶은 대로 그리기 십상이다 – 이솝
  • 전망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예술이다 – 조너선 스위프트
  • 나의 불행보다는 남의 불행을 통해 현명해지는 것이 훨씬 낫다 – 이솝
  • 합리적인 인간은 네스호의 괴물처럼, 보았다는 사람은 많아도 사진에 찍힌 적은 아주 드물다 – 데이비드 드레먼
  • 발견은 남들과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다 – 얼베르트 센트죄르지
  • 아는 것 때문이 아니라,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는 게 아닌 것 때문에 피해를 본다 – 아르테무스 워드
  • 언제나 가장 빠른 자가 경주에서 이기고 가장 힘센 자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기를 걸 때에는 여기에 걸어야 한다 – 데이먼 러니언
  •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다 – 토머스 헉슬리
  • 인간의 감정은 아는 것에 반비례한다 더 적게 알수록 더 쉽게 뜨거워진다 – 버트런드 러셀
  • 모든 진리는 일단 발견하고 나면 이해하기 쉽다 요점은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 갈릴레오 갈릴레이
  • 팩트는 무시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 올더스 헉슬리
  • 모든 것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본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 노자
  •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역사에서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 벤저민 디즈레일리
  • 미래를 판단하는 기준은 과거뿐이다 – 패트릭 헨리
  • 생각은 쉽다 행동은 어렵다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 괴테

추가) “근본적으로, 저는 평생 인용구 중독자였어요. 똑같아요. 그래서 저는 인용구로 가득 찬 공책을 보관했어요.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 21살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것들을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제 생각에, 그것들을 합치면 엄청난 펀치를 날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들을 큐레이팅하면요. 월가에서 효과가 있는 것들을 읽으면, 저는 모든 장을 짧은 인용문으로 시작해요.” – 오쇼너시

이번에 새 책(Two Thoughts, A Timeless Collection of Infinite Wisdom)을 썼는데 인용문 모음집과 비슷한 책인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0명의 사상가로부터 얻은 500가지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역시^^

고잉 인피니트 GOING INFINITE

좋아하는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신작이 나온 걸 얼마전에 알았다. 고잉 인피니트 GOING INFINITE 라는 제목으로 암호화폐 세계를 다룬 논픽션으로 한때 뉴스를 뒤덮었던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립자 샘 뱅크먼프리드(SBF)에 관한 이야기다. 연휴동안 책을 다 읽고 FTX에 관해 이야기해 달라고 몇 개의 AI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의외로(?) DeepSeek의 결과가 제일 마음에 들 정도로 정리가 깔끔했다.

고잉인피니트 책표지

책을 통해 내가 모르는 암호화폐 세계를 슬쩍 엿볼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창립자 샘이 금융시장의 트레이더 출신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 효율적 이타주의자(Effective altruism)라는 사실도, 알고 보니 ADHD였다는 것도 알게 됐다.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공감능력이 부족했다. 예, 아니오로 명확하게 답변할 수 있는 일조차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는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였다. 바로 이 점때문에 트레이딩도 게임처럼 초연할 수 있어 초단타 매매회사인 제인스트리트에 쉽게 들어갈 수 있었지만 나중엔 이런 점 때문에 고객의 돈을 자기 마음대로 전횡하다가 파멸을 맞았다.

역시 새롭게 알 수 있었던 사실은 자신의 직업을 살려 알라메다 리서치를 먼저 설립해서 암호화폐 트레이딩을 했다가 후에 암호화페 거래소 FTX를 만들었다. 거래소로 들어온 고객들의 돈을 알라메다 리서치로 옮겨 전용하다가 손실을 크게 봐서 뱅크런이 왔을 때 줄 돈이 없어 파산한줄 알았는데 나중에 정산해 보니 고객들에게 돌려주고도 남을 돈이 있었다..ㅋ 문제는 단기로 들어 온 돈을 다른 암호화폐나 비상장기업 투자(트위터나 AI업체) 같은 중장기로 투자해서 만기일 미스매치가 난 게 컸다. 당시 암호화폐 가격의 급락에 따른 인출요구는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지만 몇 가지 안좋은 일이 연속으로 겹치면서 시장에 미스매치가 드러나면서 먹잇감이 됐다.

마이클 루이스는 21년 말 샘과 주식교환을 검토하는 지인의 요청(샘이 어떤 사람인지 직접 만나보고 판단해 달라는)으로 샘을 만나 2년 동안 곁에서 지켜보고 이 책을 썼다. 공교롭게도 FTX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 본 목격자가 됐다. 21년 FTX의 매출은 10억 달러(20년 1억 달러)였는데 마이클 루이스가 처음 만나서 어느 정도의 돈을 제안하면 FTX를 매각하고 돈 버는 것 이외의 일을 할 것이냐고 묻자 골똘히 생각한 뒤 1,500억 달러라고 답한 뒤, “무한 달러”라고 생각한다고 번복했다. 아마도 이 말때문에 책 제목을 고잉 인피니트로 한 것 같다.

“무한은 그 어떤 경험, 관찰, 지식에 호소한다 해도 현실에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어떤 대상에 대한 사유가 그 대상과 크게 다를 수 있을까? 사유 과정이 대상의 실제 진행 과정과 다를 수 있을까? 다시 말해 현실에서 사유를 제거할 수 있을까?”
– 다비트 힐베르트

샘은 효율적 이타주의자였기 때문에 무한 달러가 필요한 이유는 지구상의 생명체인 인류가 맞닥뜨릴 수 있는 주된 존재적 위협을 해소할 계획(그것도 40세 이전에)을 세웠기 때문이다. 위협에는 핵전쟁, 코로나19 같은 치명적 전염병, 그리고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AI)도 포함된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공격들(트럼프도 그런 사람으로 판단했고 후에 얼마를 주면 대통령 선거에 나오지 않을 것인가 비밀 접촉을 한 것에 대해서도 책에서 언급한다..ㅋ) 산책이 끝날 무렵 마이클 루이스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샘과 주식을 교환해도 된다고 확답한다…여전히 샘이 누구인지도 모른 상태로.

“언젠가 샘은 한국의 일부 종목이 오르면 정확히 12시간 뒤에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일본의 특정 종목이 덩달아 오른다는 것을 발견했다. 과거 데이터를 찾아보자 과거에도 몇 달 동안 관련 종목에서 동일한 일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를 이용해 한국 주식이 오를 때 곧바로 일본 주식을 매수하여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인 스트리트 시스템은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한국의 주식 가격이 오르고 12시간 뒤에 일본 주식이 상승한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샘은 더 면밀하게 조사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ETF가격을 한 독일 은행의 트레이더가 움직이고 있음을 발견했다. 며칠마다 이 독일 은행의 트레이더는 한국과 일본에서 대량 매수 주문을 넣었다. 일과를 마치기 전에 한국 주식을 매수한 다음 일본 주식은 도쿄에 주재하는 동료가 일과 중에 주문하도록 맡겼다. 이제 제인 스트리트의 트레이더는 한국 ETF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되면 그 독일인이 사망하거나 은퇴하거나 자신의 게으름이 어떤한 비용을 야기했는지 깨닫기 전까지 신나게 일본 ETF를 매수하면 되는 것이다. 샘은 많은 거래의 성공이 다른 트레이더나 매매 알고리즘의 무능에서 비롯되었음을 발견했다.”

샘은 암호화폐에서도 같은 전략을 사용해서 돈을 벌었다. 시장의 비효율성을 이용하는 전략을 썼는데 이는 제인 스트리트에서 했던 일이다. 다만 암호화폐 시장은 24시간, 7일 내내 돌아가므로 사람이 직접 하기보단 봇이 필요했고 그러려면 프로그래머가 필요했는데 고등학교 수학캠프에서 만났고 같은 MIT 출신 중국계 게리 왕을 영입했는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게리가 암호화폐 거래소 선물시스템을 혼자 몇 일 만에 만들었다는 대목에선 눈을 의심했다..ㅋㅋ

“한국에서 비트코인이 미국보다 20퍼센트 더 비싸게 거래될 때 리플 코인은 25퍼센트 이상 더 비쌌다. 리플은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비정상성을 이용할 길을 터줬다. 한국에서 XRP를 매도해 확보한 원화로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비트코인을 미국으로 보내 매도해서 달러를 마련한 다음 그 달러로 XRP를 매수해 한국으로 보내는 방법이었다. 비트코인은 한국에서 미국보다 20퍼센트 더 비싸게 거래되었지만 리플 토큰에서 얻은 25퍼센트의 수익으로 충분히 매수할 수 있었다. 거래에서 기대되는 수익은 당초 20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줄어들었지만 제인 스트리트의 기준으로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유일한 위험이라면 매매에 5~30초가 소요된다는 점이었다.”

한때 샘은 차세대 워런 버핏으로 추앙받았던 사람이었다. 금융계에서 떠오른 신성이자 경영의 신으로 떠받들었지만 책을 보면 조직 경영은 한마디로 엉망 진창이었다. 들어온 돈 233억 3500만 달러, 나간 돈 144억 4300만 달러, 예탁금 30억 달러를 빼면 60억 달러가 사라졌다. 여기에는 해킹(10억 달러)도 포함됐다.

동전 던지기에 관한 다른 예도 들었습니까?

네. 세계를 위한 선에 대해 고민하는 맥락에서 동전 던지기를 언급했습니다. 뒷면이 나오면 세계가 멸망하지만 앞면이 나오면 선이 두 배로 증가한다면 동전을 기꺼이 던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암호화폐 가격의 급등으로 예치금을 맡긴 사람들은 자신의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받았을 것이라는 기사들도 많다. 그럼에도 판사는 피고가 지구상의 생명체과 문명의 존속이 달려 있더라도 재앙을 모면할 확률이 미세하게 높을 뿐인 동전 던지기를 기꺼이 할 사람이자 이런 게임을 즐기는 것이 그의 본성이라고 판단하고, 향후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전에 했던 그런 일들을 몇 번이고 반복할 사람으로 가석방 없는 징역 25년 형을 선고했다. 물론 모범수로 잘 생활하면 반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퀄리티 투자

얼마 전 품질에 대해 이야기 했었는데 오늘 신간안내 메일에서 관심가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퀄리티 투자”로 지은이를 보니 워런버핏 에세이를 쓴 로렌스 커닝햄이 들어있다. 다른 두 사람은 AKO 캐피털 사람들이다. 이 책은 AKO 캐피털이 그동안 해왔던 투자 전략을 분석하고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이 책은 기업의 본질적 특성에 주목하며, 강력하고 예측 가능한 현금 창출 능력, 지속적인 자본 수익률, 그리고 매력적인 성장의 기회를 겸비한 ‘퀄리티 기업’을 분석한다. 또한, 퀄리티의 정의와 성공 요인부터 투자 패턴, 위험 관리, 실행 전략까지 퀄리티 투자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투자 전략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성공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AKO 캐피털 수익률

AKO 캐피털은 영국에 있는 투자 회사로 설립자(국가 정보기관 출신)가 2020년 노르웨이 국부펀드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회사인데 현재 약 22B을 운용하고 있고 최근 수익률은 위와 같다. 호기심이 생겨 현재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기업 숫자들을 내 관점에서 살펴 봤다. 대체로 좋은 데 비싸네?!

AKO 캐피털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내가 좋아하는 투자 전략 지도로 보면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10×10박스를 벗어나 있는 것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투자 철학처럼 퀄리티 기업을 목표로 하는 게 지도에도 보인다.

AKO 캐피털 포트폴리오 투자 전략 지도

책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기업 사례들을 시간나면 하나씩 분석해 보고 싶지만 요즘 내겐 그럴 에너지가 없다. 에너지 많은 분들이 알아서들 하시겠거니 하고 넘어가려다…책에서 다양한 성장 동력의 예로 지역 확장 전략을 사용하는 유니레버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투자 전략 지도만 살펴 봤는데 10×10 박스 안에서 성장을 하고 있다.

유니레버 투자 전략 지도

퀄리티 투자가 맞나 싶어 바로 다음에 있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예로 든 무형의 아름다움을 제공한다는 로레알 투자 전략 지도를 살펴 봤다. 10×10 박스를 뚫고 나오는 좋은 움직임이다.

로레알 투자 전략 지도

우호적인 중개자 사례로 얘기하는 게버릿(수조 및 피팅을 포함한 화장실 설치 기술 및 수세 시스템, 건물 배수 및 공급 시스템으로 구성된 배관 시스템)의 투자 전략 지도도 봤다.

게버릿 투자 전략 지도

책을 읽으면서 나처럼 이렇게 사례로 제시된 기업을 함께 찾아 보면서 읽으면 훨씬 나은 독서가 되겠지만 노파심에 추가하면 우리나라엔 훌륭한 퀄리티 기업을 찾기가 아주 힘들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책은 이렇게 생겼다. VIP자산운용 최준철 대표 추천(내가 직접 운용하는 대표 펀드의 이름이 왜 ‘하이퀄리티 밸류’인지 묻는 사람들에게 이 책으로 답변을 대신하고 싶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유형과 이와 연관된 종목 사례를 접하고 나면 성장주 투자와 퀄리티 투자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이니 책 내용이야 믿을만 하지 않을까.

퀄리티 투자

“우리가 보기에 어떤 기업이 퀄리티 기업임을 시사하는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강력하고 예측 가능한 현금 창출 능력, 둘째, 높은 수준의 지속적인 자본 수익률, 셋째, 매력적인 성장의 기회다. 이 재무적 특징들은 하나하나가 이미 매력적인 요소지만, 이들이 한데 합쳐졌을 때 특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렇게 간만에 쓰는 글을 아직 읽지도 않은 새로 나온 책 소개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