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갔다가 모처럼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는 신간 서적을 매대에서 발견하고 비록 내 투자철학과는 맞지 않지만 잠깐의 금쪽같은 시간을 들여 훑었다. 트레이더가 쓴 책이라 역시 예상대로 트레이더의 투자철학이 기저에 깔려 있다. 공매도를 주로 하고 옵션투자를 함께 하면서 칼같이 손절하고 수익비를 늘려 가는 단기 투자에 집중되어 있는 사람이다. 투기자들 역시 시장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라면서 꽤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책을 훑으면서 마치 투자 판타지를 보는 것 같았다.
이 책을 흥미진진하고 감명 깊게 읽은 일반 개인 투자자가 과연 이 책을 쓴 저자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을까? 저자처럼 공매도를 하고 옵션 스트래들을 하면서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어떤 방법을 배워서 실제 자신의 투자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책을 보면 전문 트레이더들을 위해서 번역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뭐 시중에 널린 워런 버핏에 대한 투자책 역시 그 책을 읽은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들이 결코 따라할 수 없는 방법들로 가득 채우고 있긴 하다. 단기에 많은 돈이 필요한 기업들이 개인 투자자에게 찾아 와서 8%이자를 단기(라고 해도 3년 이상이다)에 지불하면서 돈을 빌리고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까지 제공하는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다. 하물며 영원히 보유한다니..우리나라에 그렇게 영원히 투자할만한 기업이 몇 개나 될까..ㅎ
지금 버핏이 계속해서 지분을 줄여 나가는 기업 Bank of America 창업자 Giannini 자서전 “Biography of Bank”, 버핏은 젊은 시절 이 책을 읽었고 50년 후에 이 책을 읽은 경험을 토대로 BAC 우선주 투자를 시작했다. 책에는 좋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성질이 나온다. 이익보다는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광신적인 리더, 직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분산화된 모델, 이익 분배와 주식 소유 문화, 모든 이해 관계자가 혜택을 받는 시스템, 끊임없는 혁신, 핵심 사업에 대한 확고한 집중 같은 일반 기업에선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것들이다.
투자분야에는 버핏이나 멍거가 좋아하는 저런 종류의 재미없는(?) 책들보다 특히 자기만 따라하기만 하면 수익률 20~30%는 우습게 올릴 수 있다는 책들이나 강의들이 많다. 역시 투자 판타지 물이다. 아니 투자 SF물로 모두 픽션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세계에서 주식 투자로 가장 많은 돈을 번 워런 버핏을 조금만 공부해 보면 왜 저 숫자가 판타지인지 알게 된다. 아니 3~5년 정도만 직접 투자해 보면 바로 알게 된다. 블로그로 월 백, 월 천을 쉽게 벌 수 있다는 것들도 비슷하다. 이 이야기도 예전에 이미 블로그에서 다 했던 이야기들이다.
주식 투자를 생각하고 있는 예비 투자자라면 처음 만나는 책이 정말 중요하다. 어떤 책으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향후 경로가 결정될 확률이 아주 높다. 제발 올바른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고 배워서 따라 할 수 있는 좋은 투자책을 고르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험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보거나 해당 분야 고전을 읽으면서 스스로 공부해서 찾아 봐야 한다. 공부해서 걸러내는 일들을, 번거롭지만 먼저 해야 한다.
내가 쓴 책(독후감이기도 하다)에서 내가 읽고 많은 도움을 받은, 주식 투자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 20권 리스트를 부록으로 적었다. 만일 시간이 없어(책 읽을 시간이 없으면 안된다!) 그 중에서 단 한 권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추천리스트 1번으로 추천한 책이다. 한 때 초보자들에겐 11번을 먼저 읽을 것을 추천했었는데 이젠 확고하게 1번 책을 먼저 세 번 읽으라고 한다. 세 번 읽고 나면 비로소 자기 자신을 알게 된다. 시간의 시험을 이긴 책들은 다 이유가 있다.
“투자자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