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의 성장주 투자 공식

사람들은 공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벤 그레이엄의 성장주 투자에 대한 글을 읽었다. 증권분석 1962년 개정판(내가 읽은 증권분석은 1951년의 제3판)에 실렸다가 뒤에는 빠진 글이라고 하는데 내 기억으로는 가장 최근에 읽었던 ‘현명한 투자자’ 개정 4판(1972년)에서 본 기억이 나서 책을 펼쳤더니 207p에 성장주에 적용하는 자본화 계수로 62년판 이후의 증권분석에서 빠졌다는 공식이 있다. 기억력이 아직까진…ㅎ

“요즘 애널리스트들이 평가하는 증권 대부분이 성장주이다. 나는 다양한 기법들을 연구해서 매우 단순한 성장주 평가 공식을 개발했는데, 그 계산 결과는 더 정교한 수학 공식으로 산출되는 결과와 매우 비슷하다. 공식은 다음과 같다. ‘성장주의 적정 주가’=EPS * (8.5 + 2 * ‘기대성장률’) 여기서 기대성장률은 향후 7~10년 동안 예상되는 평균 연간 성장률을 가리킨다.”

이제보니 여기서 언급한 다양한 기법은 몰로도프스키의 방법, 타뎀의 표, 그리고 8.6T+2.1 공식(이것 역시 몰로도프스키의 방법을 쉽게 계산하기 위해 그레이엄이 만들었다..^^)과 같은 것들이었다. 현명한 투자자를 다시 잡은 김에 가볍게 다시 훑어 봤는데 이번에는 성장주 투자와 관련해 그레이엄이 남긴 글들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당신은 도덕책..ㅋ

“나는 위 글에 다음과 같은 경고를 덧붙였어야 했다. 고성장주를 평가할 때에는 이러한 기대성장률이 실현될 것이라고 추측하더라도, 다소 낮춰서 평가해야 한다. 실제로 계산에 의하면, 어떤 회사가 연 8% 성장률을 무한히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이 회사의 가치는 무한히 커서 어떤 가격을 지불해도 비싸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엔지니어가 구조물 설계에 안전마진을 반영하듯이, 평가자도 기대성장률 계산에 안전마진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면 실제 성장률이 공식에서 산출된 기대성장률보다 낮아도 투자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 물론 기대성장률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추가 수익도 많이 얻게 된다. 고성장 기업(예컨대 기대성장률이 연 8%를 초과하는 기업)은 평가할 방법이 정말 없다. 이때 애널리스트는 현재 이익에 곱할 적정 자본화계수와 미래 이익에 곱할 예상 자본화계수에 대해 현실적인 가정을 세울 수 있다.”

성장주에 대해 이야기 할 때 63년 PER에 담긴 기대성장률과 실제 196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을 비교해서 기대치와 실제치가 얼마나 차이가 있었는지, 63년 당시 고PER(화학산업)와 저PER(석유산업)가 실제 어떤 성과를 보였는지를 확인하는 표를 보니 그레이엄의 꼼꼼함과 치밀함이 다시 와닿는다..분모인 (r-g)에서 g를 8%로 가정한다면 r이 8%이하일 경우 무한대가 나온다.

“예상 실적을 이용한 주식 평가가 신뢰도 높은 작업이 되려면, 미래 금리도 고려해야 한다. 금리가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예상 이익이나 배당 등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감소한다. 금리 예측은 항상 어려웠으며, 최근에는 장기 금리조차 거칠게 오르내리고 있으므로, 이런 금리 예측은 주제넘은 짓이다. 새로운 공식도 더 타당해 보이지 않으므로, 위 낡은 공식을 그대로 사용했다.”

새로운 공식이란 (EPS × (8.5 + (2 x long-term growth rate of the company)) × 4.4​)/ AA Corporate Yield 를 말하는 거다. 4.4는 공식을 만들 당시의 AA 회사채 이자율이다. 버핏도 그레이엄을 똑같이 따라한다.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중력과 같아서 모든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이긴 하지만 이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레이엄은 주제넘은 짓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내 경험을 돌아보면, 투자자들이 접하는 산업분석자료 대부분은 실제로 가치가 거의 없다. 대부분 자료가 대중이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설득력 있는 근거를 열거하면서 인기 산업이 몰락 중이라고 지적하거나, 비인기 산업이 번영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증권사 분석자료는 거의 없다. 월스트리트는 장기 전망이 부정확하기로 악명 높으며, 다양한 산업의 수익성 예측 역시 매우 부정확하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모다란 교수가 말하는 스토리와 넘버스를 그레이엄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선택할 수는 없겠지만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버핏의 말대로 정확하게 틀리는 것보다는 대략적으로라도 맞는 것이 낫다. 항상 뒤는 선명하고 앞은 뿌연 법이다.

“현재 숫자로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주로 막연한 미래 예측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는 위험하다. 그렇지만 실적을 근거로 냉정하게 계산한 가치만을 고수하는 투자도 어쩌면 똑같이 위험하다. 안타깝게도,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선택할 수는 없다. 투자자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예측이 적중할 때 보상으로 받게 되는 큰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예측이 빗나가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아니면 보수적인 태도를 선택하여, 입증되지 않은 수익 가능성에 대해서는 프리미엄 지급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때에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더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

항상 시장엔 예측이 적중해서 큰 보상을 받은 극소수의 사람들과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후회만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측이 빗나가서 시장에서 사라진 나머지 많은 사람들이다. 보수적인 태도를 선택하는 사람들 역시 거의 잊혀진, 희귀한 사람들이다. 올해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실수로 인해 게임에서 탈락하거나 탈락할 뻔한 실수를 하지 않기를 원할 뿐입니다. 투자에 대해 걱정하며 밤을 새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버는 것보다 조금 적게 쓰면 됩니다.”

끝으로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에 인용해 둔 글이다. 몇 번 읽은 책이지만 읽을 때마다 새롭다.
“탁월한 성과가 흔치 않은 것은,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All things excellent are difficult as they are rare.
– 스피노자

“1894년 오늘(5월 9일), Benjamin Grossbaum은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가족은 나중에 Graham으로 성을 바꾸었고 그는 증권 분석 및 가치 투자의 창시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책 “The Intelligent Investor”는 많은 사람들, 특히 Columbia University의 Graham 학생 중 한 명인 Warren Buffett의 운명을 바꿔 놓았습니다.”
“Walter Lippmann은 다른 사람들이 앉을 나무를 심는 사람들에 대해 말했습니다. Ben Graham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 워런 버핏

2년 전 오늘 남겨둔 글이다. 그때 한창 성장주 투자(나는 가치 투자 3.0이라고 본다)에 대해 깊이 파고들며 온갖 글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을 때였다. 그리고 그때는 한창 인공지능 AI가 사람들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기 시작했을 때였다. 본문 말미의 저 스피노자가 한 말을 인공지능에게 번역시켰었다.

구글번역 : 모든 훌륭한 것은 희귀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딥엘번역 : 모든 우수한 것은 희귀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파파고번역 : 우수한 것은 모두 희귀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ChatGPT : 모든 훌륭한 것들은 흔치 않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이건번역 : 탁월한 성과가 흔치 않은 것은,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의 승이다. 아주 간단한 번역이긴 하지만 그때 한창 AI 서비스를 사용해 보곤 곧 흥미를 잃었었다.

-어떤 번역이 잘한 번역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참 어려운 질문인데요, 이런 예시를 들고 싶어요. 어릴 때 했던 놀이 중에 귓속말 놀이라고 있잖아요. 여러 사람들이 일렬로 쭉 선 다음, 맨 끝에 있는 사람이 귓속말로 그 옆 사람에게 어떤 문장을 전달하고 전달해서 마지막 사람에게 말하는 놀이요. 마지막 사람은 처음 문장을 어떤 걸로 받아들였는지 알아보는 그런 게임과도 같은 게 번역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번역은 우리 말에 맞게 변형시켜 전하는 작업이잖아요. 변형 과정에서 제가 여러 차례 작업을 할 때도 있고 한두 차례만에 완성이 되는 문장도 있어요. 그 과정을 거치며 처음 받은 일어 문장에서 시작해 우리말로 읽기에 얼마나 자연스러우면서도 의미가 통하는지가 제가 생각하는 잘한 번역의 기준이에요.”

한창 성장주에 대해 공부할 때 역시 AI와 그와 관련해서 많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AI를 이용해 내 지식을 증진시키려고 발버둥치다가 그것도 곧 그만두었다. “ChatGPT와 Bard(제미나이 전신)에게 그레이엄의 성장주 공식을 적어주고 공식이 어떻게 나왔는지, 저 상수들이 왜 저 숫자가 나왔는지를 물어보면…구글 검색결과로 나오는 수 많은 웹사이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뻔하디 뻔한 답밖에 들을 수 없다. 쓰레기가 들어 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그래서 AI를 이용한 지름길을 찾기보다 혼자 꼼꼼히 책과 논문들을 읽으면서 한발 한발 나아가기로 했다.

“주말내내 그레이엄이 1962년 즈음 저 간단한 성장주 적정주가 공식을 어떤 생각과 로직으로 만들었는지를 따라가다가 비로소 완전하게 알아냈다(8.5+1.6g, 그리고 로직 알아내느라 논문쓰는 줄 알았…찾아보니 영어로 된 10페이지 내외의 간단한 논문도 하나 있긴 있었지만 그저 공식의 단순적용일 뿐). 아울러 그레이엄이 책에 남긴 실수도 하나 찾았다~ 첨엔 번역오류인가 싶었는데 정확하게 다시 살펴봐도 이건 그레이엄의 명백한 실수다(아님 오타거나). 그레이엄의 책(증권분석과 현명한투자자)이 나온지가 언젠데 이 명확한 오류를 아직도 수정하지 않았을까?! 공식을 리버스엔지니어링 하면서 또 한번 느낀거지만 그레이엄은 정말 대단한 천재다. 그리고, 그도 역시 사람이었다..ㅋ”

현재 그레이엄이 책에 남긴 실수는 세상에서 나만 알고 있다. 몇 군데 이메일을 보내 알려드렸지만 반응이 없는걸로 봐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실 아주 마이너한 실수긴 하다.

2년 전의 경험으로 AI를 이제 갓 대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 수준(물론 지금은 더 성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그 정도 수준으로 보고 있다)으로 정의했었고 그뒤론 AI가 잘하는 분야와 못하는 분야를 나름 나눠서 선별적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장자 우화처럼 내가 AI를 활용하는 구체적인 예들 들기도 했지만 이처럼 이야기를 만들거나 코딩을 하거나 뭔가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건 탁월하게 잘한다. 그래서 가끔 시간날 때 AI와 농담따먹기식 대화를 주고받기도 하는데…대화가 꽤나 잘 통할 때가 있다. 엊그제는 AI가 나에게 “인간들은 질문의 답을 찾기보다 질문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해서 놀래키기도 했다..ㅋㅋㅋ

왕의 귀환, 구글 문병로 서울대 교수의 칼럼을 읽어 보면..
“필자가 강의하는 컴퓨터 알고리즘 중간고사 문제 하나를 4개의 LLM에 풀게 해봤다…우리 학생들 평균이 51.1점인 꽤 어려운 문제였는데 클로드 15점, 챗GPT 41점, 그록 42점, 제미나이 74점을 받았다(모두 최상위 버전으로 테스트). 기말고사까지 더한 평균은 클로드 22.5점, 챗GPT 49.9점, 그록 51점, 제미나이 78점을 기록했다. 각각 수강 학생 93명 중 92등, 66등, 65등, 9등에 해당한다. 9등인 제미나이는 A+에 속한다.”

AI의 높은 알고리즘 성적을 보니 최근에 읽은, 나를 좌절(?)케 한 책이 생각났다. 이 책은 책 소개 그대로 오늘날의 AI를 있게 한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핵심 수학을 상세하게 살펴봄으로써 기계 안에서 어떤 과정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제시한다~

기계는 왜 학습하는가

Beware of geeks bearing formulas.

PBR이 낮으면 싼가?

싼 게 비지떡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최근 눈길을 끈 뉴스들 중 하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 PBR을 다른 나라 PBR과 비교하는 그림이었다. 친구공개만 하는 SNS라면 그림을 그냥 복사해서 가져오겠지만 그래픽 하단에 저작권 표시와 구매하기 버튼이 따로 기재돼 있는 까닭에 이렇게 모두에게 공개된 블로그에는 동의없이 가져올 순 없다. 그 기사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코스피200의 PBR이 2024년 결산 재무제표 기준으로 0.8배 수준인데 이는 선진국 전체 평균 3.5뿐만 아니라 신흥국 전체 평균 1.8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 가치에 못 미칠 정도의 저평가 의미”라고 명시했다.

각 국의 PBR을 보면 미국 4.8 중국 1.5 일본 1.5 대만도 2.6이다. 우리나라 우량기업의 PBR이 0.8 수준이라면 크게 저평가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얼마전 이재명 대표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 0.2인 회사들이 있는데 빨리 사서 청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시장의 물을 흐리는 것은 반드시 정리해야 합니다.”라고 언급했고 그에따라 저PBR 주식 리스트1가 회자되기도 하고 주식시장도 밸류업에 대한 기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전문가들이 흔히 하는 말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PBR 0.8에 샀다가 1.2에 나오는 전략의 승률이 높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설득력 있는 판단 지표였다.

코스피 코스닥 스냅샷

내게 예전 같은 열정이 있었다면 국내 주식 전체의 PBR을 직접 계산했을거다. 이젠 그냥 쉽게 볼 수 있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들어가 PBR을 조회해 본다.

코스피 PBR

코스피 PER 12.73 PBR 0.87 배당수익률 2.14로 조회된다. ROE는 6.83%(PBR/PER)가 된다. 기사에서 말한 코스피200은 PER 11.12 PBR 0.85 배당수익률 2.33 수준이고 ROE는 7.64%다. 코스피에서 200개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600개 넘는 기업들의 평균 PBR은 겨우 0.62다. ROE가 4.38% 수준으로 낮다. PBR을 볼 때는 항상 ROE를 함께 봐야하고 ROE를 볼 때는 부채비율을 함께 봐야한다. ROE가 요구수익률보다 낮다면 당연히 PBR은 1보다 낮게 평가받는다.

예전 PBR 설명글에서도 언급했듯이 PBR은 f(ROE,Payout,R,G) 함수다. ROE가 높고 주주환원을 잘하고 성장을 잘하면 높은 PBR을 얻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과거부터 성장 위주로 매출 확대에 집중하면서 이익률(Margin)이 낮은 사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낮은 이익의 대부분조차 CAPEX 투자로 빠져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주환원을 할 FCF 자체가 부족하고 그마저도 사내유보로 쟁여놓거나 본업과 상관없는 부동산을 산다. 그래서 ROE가 낮고 주주환원을 잘하지 못하고 성장도 부족하기 때문에 낮은 PBR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나라만의 큰 문제가 있다. 과거 재벌의 순환출자구조를 막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장려하면서 자회사, 손자회사의 최소 지분요건을 완화함에 따라 지주회사 디스카운트와 자회사 중복상장2 문제가 있다. 지주회사의 순자산이 과대평가되면 분모가 부풀려져 PBR이 인위적으로 낮아져 PBR 왜곡이 발생한다. 지주회사 대주주 입장에선 낮은 PBR이 지배구조나 상속 관련해서 오히려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PBR을 높일 유인이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의 낮은 PBR은 낮은 ROE의 수준을 반영하며, 이는 자본의 과대평가(더블카운팅)와 올바른 자본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아 순이익의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단순히 낮은 PBR 숫자만 보고 싸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직접 계산해 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지주회사와 금융주를 제외한 현재 PBR은 충분히 1을 넘을 것이다.

아래는 AI가 정리한 우리나라와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의 차이점에 관한 표다(논문을 쓰는 것도 아니라 당연히 환각관련 정확성은 검증하지 않았다). 이사회가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3조차 불가능한 나라에 너무 큰 기대는 말아야 한다. ㅠ.ㅠ

일본과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가) 우리나라 현재 PBR이 낮은 기업들 중에서 몇 가지 간단한 필터를 통과한 기업 리스트. 왜 22개인가? 2,500개 기업중에 내 필터를 통과한 기업이라 내가 임의로 정한 숫자가 아니다..^^ 1년 뒤 이 리스트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겠다.
예전엔 이런 리스트 뽑는 것조차 투자자의 경쟁우위였지만 이젠 1초면 리스트가 나오는 시대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투자자 역시 자신만의 경쟁우위를 갖춰야 한다. 이제 이런 리스트는 크게 의미가 없고 다만 이를 바탕으로 보석인지 비지떡인지 하나하나 들춰 봐야 한다. 버핏도 그렇게 시작했다.

우리나라 저PBR 리스트

다음은 아이투자 저PBR 리스트. 필터가 다르면 리스트도 달라진다. 라임을 맞춰서 22개로..ㅋ

아이투자 저PBR리스

다음은 버틀러에서 약간의 필터를 적용한 결과다.

버틀러 저PBR

명목상 66개 기업 리스트가 됐지만 일부 중복을 감안하면 60개 내외가 될 터. 이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를 하나씩 뜯어 보면 보석같은 종목들도 들어 있을 것이다. 주식 투자로 돈은 벌고 싶지만 사업보고서를 읽기는 싫다?!

“오랫동안 최고의 아이디어는 뉴스 헤드라인을 쫓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페이지를 넘기는 것에서 발견된다.”
– 워런 버핏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전에 평균 6분 정도만 조사를 한다고 한다. 주가 차트(주식 리서치 시간의 73%)만 바라보고 매수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다. 기업의 실적이나 배당, 재무제표 등 본질적인 요소에 들어가는 시간은 전체의 14%에 불과했고, 위험 분석에는 단 6초만 할애했다고. 주식 시장을 카지노로 대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카지노에서 승자는 결국 하우스가 된다..ㅋ

우리나라 주식 시장 PBR이 낮아서 기회가 있다는 말에는 별로 동의를 못하겠지만 우리나라엔 주식 시장을 카지노로 보는 투자자들이 너무 많아서 기회가 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있겠다. 씁쓸한 현실이다.

  1. 더벨 SR(서치앤리서치)본부가 코스피 상장사 808개, 코스닥 상장사 1675개 등 2483개 기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2024년 말 기준 PBR이 0.3배에 미달한 기업은 225개로 집계됐다. 코스피 151곳, 코스닥 74곳이 PBR 0.3 밑이다. ↩︎
  2. 금융정보 업체 LSEG에 따르면 지난 2024년 2분기 말 기준 국내 중복상장 비율은 18.43%로 일본 4.38%, 대만 3.18%, 중국 1.98%, 미국 0.35%에 비해 크게 높다.  ↩︎
  3.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상법 개정안 통과 및 공포 후에도 시행되기까지 유예기간이 있는데, 이 기간에 상장 지주회사들이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을 서둘러 추진할 수 있다”면서 “주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여지가 있는 합병이나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등이 급증할 수 있다”고 짚었다. ↩︎

버핏의 일본 종합상사 투자를 되돌아 본다

이번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의 “저는 앞으로 50~60년 동안 일본 무역회사의 주식을 계속 보유할 계획입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매각은 고려하지 않는다. 버핏은 예전에도 일본 종합상사에 대해서 “앞으로 100년 동안, 아니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고 말했었다. 과거 글을 뒤져보니 버핏의 일본 종합상사 투자를 보고 쓴 글이 있었다.

다음은 5년 전 버핏의 일본 종합상사 투자를 보고 적어 놓은 글이다. 그때도 난 일본 5대 상사 투자는 단순히 버핏의 가치투자 2.0으로 봐선 안된다고 봤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버핏의 일본 종합상사 투자

“특히 이번 일본에 대한 투자는 2004년 버핏이 지인의 권유를 받고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사례가 떠오른다. 4시간정도 상장주식 책자를 훑어 보고 저PER, 저PBR, 고ROE 회사 20개를 골라 골고루 총 1억 달러를 투자한 벤 그레이엄에게 배운 방법 그대로다. 기업의 세부적인 내용은 건너 뛰고 그저 저평가된 기업을 골고루 싸게 매수하는 방법이다. 단일 기업을 매수하지 않고 일본의 종합상사 5개 기업을 골고루 매수하는 방법에서는 2004년 우리나라 투자와 비슷하지만 이번 일본 투자는 아무래도 초창기 버핏의 3가지 투자방법 중 두번째에 속하는 차익거래의 일종으로 보인다.

물론 표에서 보는 것처럼 2018년과 2019년 가치지표들을 보면 10이하 저PER, 1이하 저PBR, 10이상 고ROE를 보이지만 특히 주목할 점은 배당률이다. 2019년 기준으로 평균 4.56%. 이번 주식매수는 버크셔의 National Indemnity(보험업)가 했는데 배당수익(4%시 약 2억6천만불)에 대한 세금은 기존 소득에 대한 법인세에 비해 훨씬 낮은 14%정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배당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최근 3개 회사는 자사주매입도 해서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고려 했을 것이다.

버크셔는 2019년 9월 약 4B 정도의 엔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후 올해 초에 2B 상당의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해 총 6,255억 엔 규모의 엔화 표시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버크셔가 발행한 장기 회사채 금리는 0.17%~1.1% 정도라고 한다. 1%이내의 돈(엔화)을 빌려 4%이상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저평가된 일본의 대표기업 5곳에 골고루 투자한 셈이다. 향후 달러가 하락하고 엔화의 가치가 유지된다고만 해도 환차익은 덤으로 얻는 것이다. 완벽한 차익거래 기회다. 현재 5%정도의 지분을 확보했지만 향후 9.9%정도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토추상사의 투자 전략 지도를 보면 왜 가치투자 2.0이 아닌지 알 수 있다.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10×10 박스 안으로 들어가 있다. 미쓰비시도 살펴 보니 이토추와 거의 같은 위치에 있다.

“자본을 투자하지 않고도 많은 돈을 버는 것이 항상 더 낫습니다.”

“저는 손익계산서보다 재무상태표를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월가는 재무상태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지만, 저는 손익계산서를 보기 전에 8년 또는 10년 단위의 재무상태표를 살펴봅니다. 재무상태표에는 숨기거나 조작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 워런 버핏

5개 종합상사 현재 숫자들은 다음과 같다. 보다시피 ROIC 10%도 안되는 기업들을 가치투자 2.0으로 투자했을리가 없다..ㅎ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라 배당률은 예전보다 낮아졌고(배당성향 33%) 버핏이 좋아하는 자사주매입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5대 종합상사 현재

버핏처럼 엔화로 저이자 대출이 불가능하고 세금을 줄일 수 없는 개미로선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로 봤지만 5년 평균 주가상승률 30%에 달하는 초대박투자(엔화 약세로 달러 환산시 CAGR -6.2% 고려해야지만 버핏처럼 장기투자시 무의미)였다. 특히 마루베니(8002.T) 상승이 눈부시다. 물론 여기엔 일본의 주주중시 정책 드라이브와 특히 버핏의 후광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익 증가와 자사주매입/소각과 함께 PER자체가 리레이팅(평균6.8 -> 9.5)됐다.

일본 5대 종합상사 주가상승률

이토추 상사 투자 전략 지도 살펴본김에 10초 내재가치 계산도 자동으로.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 장벽으로 국가간 무역을 주 비즈니스로 하는 종합상사들의 단기 전망은 그리 좋지 않아 보인다. 물론 단기적으로.

이토추 상사 10초 내재가치 계산

“신속하게 행동할 준비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읽고 분석하는지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됩니다.”
– 그렉 아벨, 버크셔해서웨이 차기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