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피셔의 말

인질(?)로 잡혀 있는 글들을 읽기 위해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과거의 오늘을 돌아보고 나오는 게 아침 루틴중 하나다. 그곳에 오랜 기간 너무 많은 글과 생각들이 담겨 있어 한꺼번에 구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은 정말 잘 기획된 기능이다. 대부분의 내 생각과 스크랩들은 그 곳에 비공개로 남아 있다. 한글날인 오늘은 필립 피셔의 말을 스크랩해 둔게 눈에 들어왔다. 블로그에 쓸 소재들도 떨어져 가는데 오늘은 스크랩해 둔 이 녀석을 구출하면서 블태기를 극복하련다. 필립 피셔의 단기간은 최소 3년이고 그레이엄의 투자기간은 최대 3년이었다.

“투자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 있습니다. 벤 그레이엄이 개척한 접근법은 본질적으로 너무 싸서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종목을 찾는 것입니다. 그는 이에 대한 재정적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고 조만간 가치가 상승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 접근 방식은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매우 큰 성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것을 찾는 것입니다. 장점은 제가 투자하는 주식 중 더 많은 비율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 주식은 시작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고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식이 정말 이례적인 경우에는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움직임을 보입니다. 벤 그레이엄식 접근법의 단점은 그가 설교한 것처럼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고 그의 공식에 맞는 것을 채택한 좋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제 방식이 성공의 유일한 공식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만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성장주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 필립 피셔

모건 하우절의 말처럼 “영감적으로 대담함”과 “어리석을 정도로 무모함” 사이의 경계는 두께가 1밀리미터에 불과할 수 있으며 지나고 나서 나중에야 볼 수 있지만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과정은 본받아야 할 것으로, 실패로 이어진 과정은 피해야 할 것으로 보기 쉽다. 아무리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과정을 본받더라도 가끔씩 발생하는 실수를 완전히 피할순 없다. 실수를 피하려고 시도하는 것보다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견디고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면 오히려 그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누가 말했듯 투자에는 결국 신념과 프로세스만 남는다. 필립 피셔가 말했듯 실수를 할수도 있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투자는 결국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이 인내심 많은 사람에게로 옮겨지는 게임이다.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진정한 성공의 일부는 100% 반대자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도시의 오래된 전차 시스템을 대체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아무도 전차 주식을 원하지 않을 것이므로 전차 주식을 사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투자 비즈니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 필립 피셔

큰 성공을 거두려면 기존의 통념을 깨뜨려야 하지만 통념은 대개 옳고 따를 가치가 있다. 그러니까 통념이다. 가치투자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역발상으로 무조건 반대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싸고 소외된 것을 찾아 반대로만 가다 밸류트랩에 빠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시장은 꽤 똑똑하고 대체로 효율적이기 때문에 싼 데는 싼 이유가 있다. 싼 것을 찾아 가는 게 목표가 아니고 잘못 점수가 매겨진 것을 찾아가야 한다. 잘못된 채점을 찾으려면 필립 피셔가 강조한 것처럼 투자자가 직접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스스로 투자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이 정말 옳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다 하더라도 그것을 사수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투자에서 성공은 열정과 지성, 그리고 성실함을 모두 겸비해야 이루어 진다. 버핏이 버크셔에서 직원을 뽑을 때 중점적으로 보는 항목도 바로 이것이다. 결국 투자란, 잘못된 채점표를 찾을 수 있는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가? 자신의 판단을 믿을 수 있는가?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가? 자신이 틀렸을 때 솔직히 인정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거기에는 호기심과 열정, 상식과 지성, 그리고 정직과 성실,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매일 성실하게 돌멩이를 뒤집어야 하는 투자는 정말 어렵다.

“시장이 선호하는 주식도 사지 않습니다. 특히 기술주 관련 회의에 참석했을 때 사람들이 회의실에 꽉 들어차 있는 것을 볼 때 특히 그렇습니다. 입석만 있다면 보통 그 주식을 매수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라는 꽤 공정한 신호입니다.”
– 필립 피셔

빅쇼트 주인공 마이클 버리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를 재밌게 봤었다. 빅쇼트 주인공 마이클 버리는 내게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엊그제 알리바바에 관한 글을 하나 쓰면서 마이클 버리 포트폴리오를 얘기하다보니 또 아주 오래전에 메모해 놓은 글이 생각이 나서 읽어 보고, 시간많은 개천절에 또 이렇게 블로그에 들어와 생각을 끄적인다. 나이들어 취미가 블로깅이 될 판..^^

영화 빅쇼트

마이클 버리는 1971년생 의사 출신으로 미국의 주식 토론 사이트 실리콘 인베스트의 유명 필자였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했지만 다른 투자자와 자신의 투자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하는 걸 싫어했다. 토론 하다보면 아이디어의 수호자가 되어 사고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싸보이면 숏을 치고 싸보이면 롱을 하는 전형적인 롱숏 플레이어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실제 투자에서 가치투자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알리바바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괜찮은 회사가 악재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걸 기피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한다. 기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 분석을 통해 괜찮은 회사지만 사람들의 관심에서 버려진 인기없는 주식을 선호한다. DCF를 해보면 기업의 가치 대부분은 지금부터 10년까지가 아니라 10년 이후부터 망할 때까지의 가치가 결정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3년 정도의 시간은 기업의 전체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이하로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특정 악재로 가치에 비해 가격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떨어진다면 마이클 버리는 안전 마진이 있는 한, 전혀 두려워 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신문방송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의 투자 타임라인은 대체로 3~5년이지만 단기간 50%이상 급등하면 매도하기도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도 그렇게 했다..^^

지금은 중단된 MSN money central stock screener를 통해 저렴한 주식들을 스크리닝했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시가총액 규모는 거의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기관들의 관심이 적은 중소형주를 선호했으며 벤저민 그레이엄에게서 배운 NCAV전략도 사용하고 EV/FCF, EV/EBIDTA가 절대적으로 낮은 종목들을 선별해서 투자하기도 한다. 특히 부채가 적거나 거의 없는 기업을 선호하고 버핏처럼 자산을 재조정한 PBR을 고려하고 PER와 ROE는 무시한다. 이렇게 보면 가치투자 1.0과 가치투자 2.0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모두 내가 책을 쓰면서 이야기했던 전략들이다.

포트폴리오에 12~18개 기업 정도가 들어있을 때 편안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현금 비중을 의식적으로 따로 가져가지는 않고 대체로 모두 투자하려고 한다. 포트폴리오 회전률은 보통 50% 수준이고 52주 최저가의 10~15% 범위 내로 들어왔을 때 매수하는걸 선호하고 가치투자 1.0으로 매수했다면 52주 최저가를 깨고 내려가면 바로 손절한다.

“In the end, investing is neither science nor art — it is a scientific art.”

“결국 투자는 과학도 아니고 예술도 아닙니다. 두 가지가 혼합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들이 훌륭한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의 주요 도구는 리서치입니다. 투자하기 전에 기업의 가치를 이해해야 합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났을 때 저는 가치 투자자로 태어났다고 느꼈습니다. 저의 모든 선택 과정은 안전 마진이라는 개념에 기반합니다.”

– 마이클 버리

알리바바에서 언급했지만 현재 그의 포트폴리오 약 45%는 중국관련 주식(알리바바, 바이두, JD)이다. 아마 지금은 비중이 또 달라졌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