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포르노(Investment Porn.)

투자 판타지는 약과

투자 판타지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과거의 오늘에 있는 글을 보다 투자 포르노(Investment Porn.)란 단어를 봤다. 무려 2년 전에 킵해 놓은 글인데 마치 처음보는 글처럼 생경하다. 책 속에 투자 판타지가 많다면 언론에는 투자 포르노(Investment Porn.)가 즐비하다. 그렇게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그렇게 고수익을 확신하고 그렇게 빨리 부자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주지 못해 안달일까? 그냥 조용히 자기만 그 방법으로 돈 벌면 되는데.

과학자들이 유사 과학자(사이비 과학자가 더 적당할듯)를 가려내는 방법 중 하나가 ‘의심을 권유하면 과학, 믿음을 강요하면 유사 과학’이다. ‘이건 확실하니까 믿어’라고 하면 일단 유사 과학으로 보면 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믿음이나 확신을 강요하면 투자 사이비고 투자 판타지고 투자 포르노다. 자신의 방법이 확실하다고 강요하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기간의 고수익이나 빠르고 쉽게 부자가 되는 방법은 없다는 걸 투자자가 먼저 깨달아야 한다.

“투자 포르노(Investment Porn.)란 무엇입니까? 투자자들이 작은 자본으로도 누구나 단기간에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미디어 진술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빨리 부자가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모두들 빨리 부자가 되기 위해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많은 행운을 빕니다. 투자자들이 돈을 잃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금융 매체의 터무니없는 서커스에 의해 강화되는 비현실적인 기대입니다. 실제로 증권 시장에 관한 언론 매체의 의미있는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투자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제품에 대한 판매나 거래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최신 기회, 메가트렌드, 가격 목표 등이 지속적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투자는 지루합니다. 반복해서 반복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과를 보기 시작하는 프레임워크입니다. 고전적인 투자 기준에 맞지 않는 주식을 멀리하고 적합한 주식을 추가합니다. 연례 보고서를 읽고 비즈니스를 분석하는 데는 재미가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흥미로운” 방법을 선택하고 결국에는 잃습니다. 분기마다 대부분의 회사는 결과를 보고하고 경영진은 다음 분기에 기대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한 지침을 제공합니다. 그들은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이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게임에 직접 자신의 돈을 걸지 않는 전문가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어제 찰리 멍거의 2015년 데일리 저널 연례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주고 받은 문답을 다시 읽었다. 사람들이 투자에서 빨리 부자가 되려고 하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고 강조했다. 기억에 남는 말은 설령 그렇게 빨리 부자가 된들, 결국 직원들만 일을 하게 되고 요트에 시간을 뺏길 뿐이라고 한 말이다. 빨리 부자가 되면 부자가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하는, 재밌고 즐거운 일(기억하는가 버핏은 일이 즐거워서 탭댄스를 추면서 출근한다..ㅋ)을 모두 남에게 시킬 뿐이라는 얘기.

노인과 바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버핏과 멍거는 수많은 기업들의 사업 보고서와 분기 보고서를 읽고 기업의 경쟁 우위를 가늠하고 기업의 미래를 그려보는 일들을 정말 재밌고 즐겁게 하고 있는 이상한(?) 사람들이다. 일반인들이 재미없어 하는 일들을 흥미로워하고 일반인들이 흥미로워 하는 일들을 재미없어 하는 특이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엔 모두가 꿈꾸는 평화로운 은퇴는 없다. 매일 요트타고 낚시하고 여행하는 그런 은퇴는 없다. 죽을 때까지 게임에 직접 자신의 돈을 건(Skin in the game) 현역일 뿐이다. 그러니 빨리 부자가 돼 빨리 은퇴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설프게 버핏과 멍거를 따라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길.

월스트리트를 설명합니다: “…선의의 정도는 다르지만 수천 명의 실수투성이 인간들이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는 사업에 엄숙히 종사하고 있습니다.”
–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나머지는 흘려 버리죠”
– 사이먼 앤 가펑클, 더 복서

“세상에는 두 부류의 예측가가 있다. 미래를 모르는 자들과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자들.”
– 갤브레이스

“제아무리 꼼꼼하게 따져물어도 우리가 지닌 지식은 전부 과거를 다루고,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미래를 다룬다는 사실은 흔들 수 없다.”
– 이언 E. 윌슨, 전 GE 회장

부의 창출을 주도한 기업은 전체 상장 기업의 4%에 불과

최근 접한 논문에 따르면 1926년 이후 미국 주식 시장에서 부의 창출을 주도한 기업은 전체 상장 기업의 4%에 불과했다. 나머지 모든 회사(96%)의 합산 수익률은 해당 기간 동안 1개월 국고채 수익률과 거의 비슷했을뿐이다. 논문에서 발췌한 아래 그림을 보면 1926년에서 2016년까지 90년 동안 상장 기업 25,332개 중 상위 1,100개 기업만이 초과 수익을 창출했고 상위 100개 기업이 초과 수익의 50% 이상, 상위 500개 기업이 초과 수익의 85% 이상을 창출했다.

미국 주식 수익

4%라는 숫자를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가? 버핏의 뛰어난 아이디어는 단 12개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한 후 약 60년 동안 본업 외에 대략 3~400개의 주식 투자를 했는데 큰 수익을 얻은 정말 뛰어난 투자 아이디어는 단 12개였다. 12/300 하면 4%가 된다. 물론 12/400 하면 3%가 된다. 주식 투자를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버핏도 투자 아이디어의 단 4%가 뛰어난 수익을 거뒀다. 멍거는 1년에 단 하나의 투자 아이디어를 얻어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버핏이 가져오는 아이디어의 대부분을 NO라고 했다.

직접 투자자라면 멍거와 버핏이 말했듯 인생에 단 20번의 투자 기회가 있는 것처럼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저 복리 기계 4%를 고를 안목이 없다면 S&P500 인덱스를 구매하는 거다. 버핏과 멍거처럼 4%를 고를 자신이 있으면 직접 투자하면 된다. 정보(대부분은 소음이다)가 많고 사고 팔기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준비없이 직접 주식 투자에 뛰어 들고 너무 많은 매매를 하고 있다.

저 논문을 주마간산으로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서는 이 그래프가 떠올랐다. 부의 불평등. 미국 상위 5%가 전체 부의 2/3을 가지고 있다. 특히 상위 1%는 주식과 뮤추얼 펀드에 투자된 국가 부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똑같다. S&P500지수 500개 기업 중에 상위 20개 기업(이것 역시 4%) 시가총액 비중이 얼마일까.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47%.

상위 5%

상위 1%


추가) 그리고 방금 본 그림 하나. 2013년 설립된 미국 기업의 1/3만 살아남았다. 자본주의는 이렇게나 치열하다. 물론 별로 치열하지 않은 코스닥 시장 같은 곳도 있긴 하다..

기업 생존율

“제가 어렸을 때 제너럴 모터스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동차 회사였습니다. 주주들을 몰살시켰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동차 회사, 2위도 근접하지 않는 회사에서 어떻게 주주들을 몰살시킬 수 있을까요? 그것은 매우 다윈주의적입니다. 세상은 힘듭니다. 어떤 사업은 항상 죽고 새로운 사업이 생겨납니다.”
– 찰리 멍거

주식은 사고파는 종이가 아니라 비즈니스

버핏이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읽고 깨달은 가장 큰 것은 주식은 사고파는 종이가 아니라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사고파는 종이라면 기술적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주식을 비즈니스로 이해하고 오너의 마음가짐으로 비즈니스를 분석하고자 한다면 미스터마켓이 매일매일 기분에 따라 제시하는 가격 움직임에 반응할 필요는 없어진다. 사업의 퀄리티를 판단하고 오직 안전마진을 고려한 내재가치 이하의 가격에만 배트를 휘두르면 된다. 버핏은 주식 투자자의 거의 90%가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거의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워런 버핏


CR: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주식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고르는 것이죠.

WB: 네, 바로 그거죠. 하지만 11살 때는 주식을 골랐어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죠. 주식에 관심이 많았고 주식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차트를 만들었습니다. 기술적 분석에 관한 책도 읽었습니다. 에드워즈와 매기(Edwards and Magee)를 읽었는데, 당시에는 그게 고전이었던 것 같아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거의 모든 책을 다 읽었죠. 저는 오마하 공공 도서관에 있는 주식 시장에 대한 모든 책을 정말 다 읽었습니다. 처음 8년 동안은 주식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고 주식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19살이나 20살 때 벤 그레이엄의 책을 읽고 제가 완전히 잘못된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분석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는 것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을 읽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다른 ‘주식’을 사지 않고 상장된 ‘비즈니스’만 샀습니다. 저는 한 기업의 오너가 되었고 주식이 다음 날, 다음 주, 다음 달, 다음 해에 오르든 내리든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몰랐죠. 주식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몰랐어요. 하지만 저는 비즈니스를 알고 있었습니다. 몇몇 비즈니스를 알고 있었죠.

CR: 무엇이 필요하죠?

WB: 올바른 방향성이 필요합니다. 90%의 사람들은 – 제가 이 수치를 끌어낸 것이지만 – 주식을 사는 사람들의 90%는 주식을 올바른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주식을 다음 주에 오르기를 바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시장을 상승하기를 바라는 무언가로 생각합니다. 하락하면 기분이 나빠지죠. 저는 [시장이 하락하면 더 많이 살 수 있어서] 기분이 나아지죠.

CR: 어떻게 생각하세요?

WB: 저는 10년, 20년 후 회사의 가치가 어떻게 될지 생각하죠. 그러면 더 많이 사게 될 테니까요.

CR: 경쟁심이 강한 것 같네요.

WB: 네. 그렇죠. 하지만 경쟁 대상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체스나 축구 등에는 경쟁심이 없어서 다행이죠. (웃음) 아니요, 저는 관찰자 입장입니다. 저는 그런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길 수 있는 게임에서는 경쟁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CR: 킬러 본능이 있으신가요?

WB: 아니요, 정확히는 아닙니다. 킬러 본능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제가 뭔가를 하고 싶을 때는 항상 크게 하고 싶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11살 때 이미) 전 재산을 시티즈 서비스 우선주에 넣었습니다.

CR: $120.

WB: $114.75. (웃음) 전 재산을 투자한 그날(1942년 3월 11일) 이후로 저는 단 한 번도 제 돈의 80% 미만을 미국 사업에 투자한 적이 없습니다. 주식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저는 이를 미국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미국 비즈니스의 지분을 80%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것을 소유하고 싶지 않습니다. 집과 가족이 원하는 물건 등을 소유하고 싶지만 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집을 다섯 채 소유하는 것은 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일에는 어느 정도는 잘못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집이 두 개라면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This country has unleashed human potential like no other country has in the world, It’s been a terrible mistake to bet against the United States ever since 1776 — and I think it will continue to be a mistake.”

“투기로 돈을 잃었다고 해서 투기가 현명하지 못했다고 믿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당연한 결론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투기란 불충분한 연구와 잘못된 판단에 근거한 경우에만 현명하지 못합니다. 저는 브리지 플레이어인 여러분에게 브리지 전문가들이 성공적인 플레이보다는 올바른 플레이를 강조하는 것을 기억합니다. 아시다시피, 제대로 플레이하면 돈을 벌고 잘못 플레이하면 장기적으로 돈을 잃게 되니까요.

부부 팀에서 가장 약한 브리지 플레이어였던 남성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그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후 마지막에 아내에게 매우 기쁜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항상 내게 표정을 짓는 것을 봤지만, 이번 그랜드 슬램은 내가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내가 해냈어. 그거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겠어?” 그러자 그의 아내는 매우 침울하게 대답했습니다. “제대로 했으면 잃었을 거야.”

월스트리트, 특히 투기 분야에서는 신중한 계산을 통해 투자를 하려고 할 때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어떤 경우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게임의 일부일 뿐입니다. 제대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투기가 아니며 건전한 투기에는 이익의 기회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공리적인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 벤저민 그레이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