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에 있으면 좋은 것들

주말 아침이라 좀 말랑말랑한 글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 주위에 있으면 좋은 것들이 있으면 어떤 걸까? 같은. 최근에 올린 글들을 훑어 보니 좀 재미없고 딱딱한 글들이 많다. 어깨에 힘 빼고 가볍게 들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매일 관리자 화면의 트래픽을 보다 보니 어느샌가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것 같다. SNS에서만 도파민이 나오는 줄 알았더니 블로그에도 그런 요소들이 없지 않다. 어느 나라에서 몇 명이 방문했는지, 몇 개의 글을 봤는지, 얼마 동안 머물렀는지…같은 숫자로 보이는 것들이 끊임없이 내 주의를 뺐는다.

집 근처에 좋은 원두를 뽑아 내는 적당한 규모의 카페 하나 쯤 있으면 참 좋다. 그런 카페가 주위에 없으면 원두를 인터넷으로 주문해야 한다. 다행히 내 주위 500m 이내에 그런 카페가 하나 있다. 원두가 떨어질 때 쯤이면 부담없이 가서 하나를 들고 온다. 굳이 1kg 이상으로 많이 살 필요도 없다. 200g 만 사서 들고 오면 매일 아침 신선한 커피를 내려 먹을 수 있다.

노동요로 CBS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인데 그나마 잡담 타임이 거의 없는 편으로 음악을 주로 틀어 주는 FM채널이긴 하지만 가끔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좋은 음악 채널 하나 쯤 알고 있으면 좋다. 저렴한 BOSE 스피커를 하나 두고 있는데 여기엔 채널 6개를 등록해서 버튼만 누르면 들을 수 있다. 최근에 괜찮은 채널을 하나 찾았다. 국내 외 음악을 아무런 나레이션 없이 틀어주는 데 음악 선곡이 나랑 잘 맞는다.


주변에 잠시 시간이 나거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나가서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다. 30분 내외로 걸을 수 있는 길이면 적당하다. 흙 길이면 좋고, 나무도 적당히 길 주위에 있어서 그늘과 햇빛이 교차하면 더 좋다. 한가로이 쉬는 사람들이 군데 군데 있으면 좋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스치듯 지나갈 수 있는 곳이면 더 좋다.

한 때는 친한 친구들이 내 주변에 살고 있으면 참 좋겠단 생각을 했었다. 생각날 때 전화해서 30분 이내에 만날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 한 명 이상의 친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그런 생각은 좀 엹어 졌고, 오히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편하게 모였다가 흝어 지는 그런 모임 공간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잘 아는 편한 공간과 잘 모르는 약간은 불편한 사람들 같은. 사실 이것 때문에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블로그 관리자 화면의 숫자들 중에서 가장 내 시선을 끄는 숫자는 체류 시간이다. 내 블로그에 들어 와서 얼마나 머물렀다 가는지를 알 수 있는 숫자인데 이 숫자가 늘어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 글을 음미하면서 읽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면 좋겠다. 내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로또 1000만원 산 사람의 결과와 로또 기대값

오늘 아침(10월 6일) 뉴스를 보다가 로또 1000만원 어치 산 사람의 결과가 포털 탑뉴스에 뜬 걸 봤다. 구독자 416만명을 보유한 유명 유튜버가 로또 1000만원 산 결과, 당첨금이 176만원 정도가 나왔다고 한다.

포탈 네이버 뉴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저 유튜버 돈 천 만원 쓰고 홍보효과 엄청나게 봤겠구나.’ 일간지나 경제지 탑에 오를 정도면 도대체 얼마를 써야 하는데 달랑(?) 1000만원으로 광고효과 어마어마하게 봤겠다. 현재도 구독자가 4백만명을 넘는다는데 곧 5백만명은 돌파 하겠다. 만약 저 유튜버가 본인의 광고수입을 공개하고 책을 쓰고 강의를 한다면 부수입을 꿈꾸는 사람들이 또 돈을 내고 들으려 하겠구나. 그런데 그 사람들은 알까? 저 사람은 자신의 돈 천 만원을 써서 실제 로또를 사고 결과를 공개해서 이미 구독자가 4백만을 넘는 유튜브에 공개하고, 메이저 언론들이 그 영상을 보고 기사화했다는 사실을.

저 유튜버가 쓴 가상의 책과 가상의 강의에서는 성공 사례로 이 에피소드를 사용할 순 있겠지만 그 책을 읽고 강의를 들은 초보자가 과연 저 사례를 따라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일까. 누누이 이야기했듯 결과만 보고 따라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저 유튜버의 사례가 메이저 언론에 이렇게 많이 실린 것도 본인의 기획력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운의 작용도 무시 못한다. 물론 운도 실력이긴 하다.

두 번째 든 생각은 ‘어라, 왜 천 만원의 당첨금이 176만원 밖에 안하지?’ 였다. 모두 알다시피 로또의 당첨금 규모는 판매 금액의 50% 정도다. 거기서 세금을 제외하면 대략 40%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줄어 든다. 즉, 로또의 기대값은 40% 내외다. 천 원짜리 로또 한 장을 산다면 대략 400원 내외가 당첨 기대값이 된다. 그런데 왜 천 만원 어치나 샀는데 400만원이 아니라 176만원 일까?

로또는 승자가 독식하는 게임이다. 1등과 2등이 당첨금의 거의 50% 이상을 가져 간다. 하지만 1등과 2등의 당첨 확률은 모두가 알다시피 거의 0에 수렴한다. 바로 이 점이 기대값 40%를 반토막 내는 것이다. 로또를 사는 사람의 99.99%는 로또 4등과 5등의 당첨금 규모인 37% 정도를 나눠 갖는데 40%*37%만 해도 14.8%가 나온다. 결국 로또의 기대값은 15% 내외가 된다는 말이다. 3등 이상 당첨되지 않는 사람들의 평균 회수금은 천 원의 15%인 150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850원을 그냥 잃는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만일 운좋게 3등에 당첨된다 하더라도 기대값은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로또에 환호하고 실망하는 사람들


세 번째 든 생각은 ‘어째 주식과 똑같네’, 비단 로또 당첨금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도 파레토 법칙처럼 20%의 소수가 80% 이상을 가진다. 또 주식 수익의 대부분은 전 기간에 걸쳐 고르게 얻는 게 아니라 20%의 기간에서 나온다. 만약 그 20%의 기간을 놓친다면 흔히 이야기하는 평균 수익은 결코 얻을 수가 없다. 상위 20%에 속한 사람이 주식이 급상승하는 20%의 기간에 벌어 들인 수익을 자랑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하위 50% 이하의 평범한 사람을 생각해 보자. 그 사람의 기대값은 얼마정도일까? 그 평범한 사람이 성공한 사람의 기대값을 기대하며 시작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시대로 다들 힘들고 어렵다. 힘들고 어려울 때 로또 판매가 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거기에서 희망을 보기 때문에 언론들도 그런 뉴스를 실으려고 한다. 유튜버로서는 좋은 기획이 때를 잘 만나 탑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고 본다. 이제 로또의 기대값을 알게 됐으니 1억을 사든, 1000만원을 사든, 100만원을 사든, 만 원을 사든, 천 원 어치 한 장을 사든 1등과 2등이 되지 않는한 기대수익은 20%를 넘지 않고 대부분 15% 내외가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희망을 안고 로또를 살 것이다. 비록 헛 된 희망이라 할 지라도.

키워드로 쓴 내재가치를 검색해 봤더니

기업의 내재가치 계산에 대한 글 하나를 올렸다. 주식투자에 있어 정말 중요한 개념인데 투자하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없어 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황금 키워드, 롱테일 키워드 개념을 알고 있기에 키워드 검색사이트에 들어가서 “내재가치”를 한번 검색해 봤다. 역시나 블로그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절대로 관심조차 두지 않을 키워드였다. 월간 조회수가 100을 조금 넘는 수준인데 관련 문서수는 백만 건이 넘는다. 한마디로 경쟁은 치열한 대신에 먹을 건 하나도 없는 키워드란 말이다.

내재가치를 구글 트렌드에서 살펴 봐도 역시 검색량이 아주 미미한 검색어다. 구글트렌드에서 검색결과를 HTML로 가져오는 코드가 있어서 시험삼아 한번 워드프레스 글쓰기에서 사용해 봤다. 코드가 제대로 들어갔을려나..역시 이상하게 사이트 제일 밑으로 내려가 있어서 그림만 다시 올린다.

구글트렌드


역시 내재가치를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서도 살펴 봤다. 2020년 코로나 시기에 관심이 하늘을 찌르곤 거의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사 검색어인 “기업가치” 역시 마찬가지 트랜드다. 사람들의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식은 것처럼 내재가치 구하는 방법도 전혀 관심이 없다.

네이버 검색 트렌드


상황이 이러니 “내재가치”를 키워드로 글을 쓰는 것은 블로그로 돈을 벌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나 쓰는 글이다. 특히나 주식하는 사람들도 거의 관심이 없는 키워드다. 그들은 내일 당장 오를 주식을 찾기 바쁘고 단기투자만 하기 때문에 기업의 내재가치 따윈 관심도 없다.

그런데도 나는 왜 이런 아무도 관심이 없고 돈도 안되는 키워드로 글을 쓰며 내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고 있을까? 당장 돈이 안되도 이런 글을 쓰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다. 돈도 안되는 키워드지만 누군가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기업의 내재가치를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밤새 고민하다가 아주 우연히 내 블로그까지 어떻게 들어 와서 내 글을 보고 고민의 아주 작은 힌트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글쓰는 사람


요즘 핫한 AI를 이용해 그림을 하나 그려 봤다. 앞으로는 블로그에 쓸 그림들을 종종 AI를 통해 만들어서 사용해 볼 생각이다. 내가 찍은 사진들이 제일 좋긴 하지만 역시 소재에 한계가 있다. 요즘은 블로그 글쓰기도 AI를 이용해서 자동화하는 방법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그런 방법들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별로 권하지 않는다. 내가 자동화하는 만큼 그 자동화를 찾아 내는 방법들도 자동화되기 마련이다. 기계로 찍어낸 듯한 AI가 쓴 글들은 자동으로 검색에서 우선순위가 밀릴 것이다.

블로그를 쓰는 행위를 포함해 모든 것을 최적화하려는 의도가 모든 돈버는 행위 뒤에 숨어 있다. 하지만 때로는 나처럼 이런 돈 안되는 낭비(?)들도 필요하다. 이 공간에선 최대한 이런 낭비들이 널브러져 있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