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그리고 좋은 대화와 함께하는 식사

강남엔 오랜만에 다녀왔다. 코로나때문인지 함께하는 식사 자리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그래선지 SNS같은 온라인으로 자주 연락하고 전화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오프라인 비중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미소, 좋은 대화, 함께하는 식사, 함께하는 작은 활동, 이것은 우리에게 충족된 삶을 허락하는 재료들이다. 친구 세명과 함께하는 저녁은 페이스북에서 300명과 가상접촉을 하는 것보다 우리를 훨씬 행복하게 만들고,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디지털치매

하지만 온라인 친구나 네트로만 연결된 관계는 한계가 있다. 블로그로 돌아온 이유에서 정확하게 쓰진 않았지만 나역시 인용글에서 언급한 가상의 덧없음을 느꼈기 때문에 고독을 찾아 이곳으로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고독으로 들어 오면 예전의 그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그리울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다. 이 곳에서 댓글이나 좋아요 클릭 없이 이 글을 읽을 미지의 누군가를 향해 글을 남기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나를 위해 생각을 정리하는 느낌이 좋다. 내 글의 첫 구독자는 ‘나’니까.

회 한상

블로그에 음식사진은 처음 올리는 것 같다. 늘 집밥을 먹다가 이렇게 한번 나들이를 하면 사진을 찍게 되고…그런 사진들만 블로그나 인스타에 올라가기 때문에 SNS만 보다 보면 나빼고 다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아무도 SNS 사진에 올라온 것처럼 살지 않는다. 가장 좋은 장면만 편집해서 올린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아무래도 술을 끊은 이후로 횟집엔 잘 가지 않게 된다. 어제는 나를 위해 가져 온 포도주만 한 잔 마셨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면 아무래도 주식에 좋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던 것 같다. 어제 밤 나스닥이 -2.43% 빠졌나 보다. 오늘 아침에 보니 코스닥도 -2.6%를 훨씬 넘고 있다.

위워크를 다룬 드라마 우린 폭망했다

1년 전, 애플TV에 가입해서 파친코를 보고 다른 거 뭐 볼거 없나 하다가 봤던 드라마다. 내용도 모르고 출연배우도 모르는(앤 해서웨이는 알았다) 상태로 보기 시작했는데 공유오피스 스타트업 위워크를 다룬 드라마였다. 지금은 파산여부가 관심일 정도로 무너졌지만 위워크는 한때 기업가치 470억 달러(약 60조원)를 인정받았던 대표 유니콘 기업이었다.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이 유니콘이니 100억 달러 이상인 데카콘이 맞겠다.

우린 폭망했다 영화포스터

성장주에 투자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보며 재밌을 장면들이 꽤 많았다. 비전펀드로 전세계 성장주 투자를 좌지우지했던 손정의(김의성 분)도 볼 수 있어 좋았다. 단 10분 내외의 만남으로 20조 투자를 결정하면서 손정의가 CEO인 아담 뉴먼에게 한 질문은, “미친 사람과 똑똑한 사람이 싸우면 과연 누가 이길까.” 였다. 뉴먼은 “미친 사람”이라고 대답했고 손정의는 흡족해하며 “더 미쳐라”라고 말한다. 드라마를 보면 미친(?) CEO가 기업에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 잘 볼 수 있다.

WeWork 주가

야후에서 현재 주가를 조회해 보니 현재 시가총액이 1억불이 조금 넘는다. IPO 얘기나올 때 470억불 가치를 받던 회사가 불과 몇 년후에 1억불로 작아졌다. 손정의 회장 최고의 투자 실패로 남게 됐다. 이처럼 투자 세계는 1억 기업이 470억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가 훨씬 더 많은 곳이다. 실적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이기 때문에 과거에 아무리 투자를 잘했더라도 0을 곱하면 0이 된다. 그래서 분산이 중요하다.

위워크를 검색하다 기업은 폭망했지만 지분 매각과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 제도로 조단위 돈을 번 창업자 뉴먼의 최근 인터뷰를 봤다. 새로운 부동산 임대사업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플로(Flow)는 위워크처럼 상업용이 아닌 주거용 임대를 주로 하는 기업으로 이미 3,000개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벤처캐피털 회사 a16z로부터 3억5000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고 하니 인물은 인물이다.

위워크의 IPO 신청 당시 제기됐던 비판, 즉 회사의 실제는 부동산 사업인데 위워크를 기술 회사로 묘사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최고의 투자업체들이 계산한 밸류에이션은 실제로 돈을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이 부여하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재무제표를 아무리 열심히 보고 많은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살펴 보더라도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아래는 JYP의 임직원 현황을 년도별로 살펴 본 그림이다. 직원 수, 임원 수, 직원 급여총액, 임원 급여총액, 평균 급여 같은 숫자들은 재무제표만 살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인당 매출액이나 인당 영업이익을 통해 생산성 숫자들도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 이 숫자들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임직원 현황 급여총액

(출처 : 버틀러)

임직원이 늘어나고 거기에 비례해서 급여총액도 증가하는 것이 보인다. JYP같은 엔터산업은 유형자산보다 인적자산이나 무형자산이 훨씬 중요한 산업이다. 저 증가하는 임직원 중에 핵심인력이 이탈하고 평범한 인력들이 충원된건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미래 매출을 좌우할 새로운 그룹의 준비상황을 알 수 있는가? 세계 진출을 위해 새롭게 충원한 인력에 대해 알 수 있는가? CEO가 어떤 생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어떤 정보라도 얻을 수 있는가?

재무제표는 기업 분석의 시작일 뿐이다. PER 에서도 말했듯 모두가 아는 정보는 아무 것도 아니다. 기업 분석은 남들이 보지 못하거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이 보이는 것을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작업이다. 물론 보이는 것을 보는 것도 쉽진 않지만, 스스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이 있는지를 돌아 보고 그런 능력이 부족하면 먼저 그 능력을 채워야 한다. 밸류에이션이나 투자는 그 다음이다.

일반 투자자들의 기업 분석을 도와주는 좋은 툴들이 많이 나왔다. 예시로 든 버틀러도 정말 좋은 사이트로 현재는 모든 정보를 무료로 제공중이다. 버틀러도 수익을 위해서 언젠가는 유료로 전환하겠지만 그 전까지 마음껏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면 된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정리한 데이터를 이용할 때도 중요한 점은 그 사람의 시각을 내 것으로 만들어 결국은 나의 분석모델을 업그레이드하려는 관점을 가지고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버틀러에 들어 가면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분석 정보를 남들과 똑같이 보면서 똑같은 시점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내 모델로 정리해서 나의 관점에서 기업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저 위에 아무렇게나 나열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엄청난 지적 노가다 작업을 따로 해야 한다(필립 피셔는 이런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길을 제시했다). 투자할 자격은 그 다음에 얻어 진다. 만일 그럴 자신이 없으면 직접 투자를 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인덱스 투자를 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자신이 없어서 인덱스 투자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