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송년회

엊그제 대충 마지막 송년회를 했다. 남아있던 하나가 신년회로 바뀌었기 때문에 별일 없으면 외부 송년회는 이걸로 끝이다. 헤어져 집으로 오는 길에 삼성역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보다가 눈에 들어온 단어. “수고했어요, 올해도”

수고했어요, 올해도

역시 미국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S&P500 포워드PER 22 수준인지라 그리 싼 편은 아니지만 기업 단위로 뜯어 보면 과거 인터넷 열풍이 불 때처럼 거품 수준은 아니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 생각과 비슷한 글이 오늘 올라왔다..ㅋ 다만 나이브하게 미국 주식만 사놓으면 무조건 우상향할 것이라는 과신은 금물이라고 했다. 좋지만 적정 내재가치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조정이 올 수도 있다는 누구나 다 하고 있는 기본적인 염려도 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테슬라를 보면 언젠가 150달러 이하, 특히 120달러 이하에선 사도 된다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350달러를 넘는 걸 보면서 이건 비싼 단계로 들어간다고 봤는데 어느새 460달러까지 올라갔다. 역시 난 이런 트레이딩에 젬병이다..ㅋ 내가 만든 10초 간단 내재가치 계산(832103)으로 방금 테슬라를 제법 후하게(?) 계산해 봐도 10초만에 이렇게 나온다.

테슬라 10초 내재가치

투자 전략 지도를 이야기할 때 항상 기본으로 테슬라와 엔비디아와 메타와 구글, 그리고 마스터카드를 함께 표시하고 있으니 따로 테슬라 투자 전략 지도를 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과거에 올렸던 투자 전략 지도와 최근 지도를 비교해 보면 테슬라 원이 점점 커졌을 것이다..^^

미국 증시 현황

모임 다음날 아침 미국 시장이다. 가격은 늘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지수가 하루에 이 정도로 빠지면 많이 빠진 날이다. 파월 연준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급락했다고들 하는데 그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언제든지 무슨 이유로든 올 수 있는 일이었다. 다음날 바로 급등할 수도 있고. 모임을 함께한 분 역시 아침에 전화를 하시면서 미국시장 보고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겁먹거나 공격적인 포지션을 줄이진 않고 추세추종을 계속 하겠다고 하신다. 타고난 트레이더시니 알아서 잘 하시리라.

보안 투자 전략 지도

1년에 한 기업만 찾을 수 있어도 훌륭하단 생각이다. 운좋게도 지난 해 모임에서 한 기업을 언급했는데 시장이 좋아 60% 이상 올랐다. 올해는 지난해 처럼 큰 성장을 하는 기업을 찾진 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기업이 좋은 가격대에 있는 게 보였는데 자세히 이야기하진 않았다. 지수나 ETF 투자만으로 좋은 성과를 내니 개별 기업에 대한 관심들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게 보인다. 미국 시장은 올해 지수 상위 10개 기업 수익률만 50%를 넘었으니 20% 수익률은 눈에 안들어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그래서 걱정되는 상태~

명품 투자 전략 지도

즐거운 대화중에 시국과 관련해 보수와 진보 성향도 태어날 때 정해진다는 논문을 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성선설 성악설 논쟁과 비슷한 이야기였는데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투자 선호와 투기 선호도 그렇게 결정되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버핏도 가치 투자는 듣는 순간 즉시 납득하거나 아니면 평생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던가. 난 이렇게 차근차근 꾸준한 기업들(사람도)을 선호하는 성향이지만 사실은 양면적이기도 하다. 인간이 선함과 악함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은 가장 친절한, 다정한 종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가장 잔인한 종이기도 하다. 자신의 정체성, 그룹에 대해 깊게 연대하고 공유하는 만큼, 공격을 받았다고 느끼면 엄청나게 폭력적이 되고 자신을 위협하는 자들에 대해 잔인해진다. 인간은 가장 다정하지만 가장 잔인할 수 있는 종으로 진화해 왔다.”

송년회를 시작하며

쉬뢰딩거의 대통령이라니..산건가 죽은건가

올해 첫 송년회를 가졌다. 친위 쿠데타가 성공하고 계엄이 초기 계획대로 유지됐다면 미리 약속했던 송년회 일정이 줄줄이 취소됐을거라 생각하니 또 한번 분노가…보수라는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앞세우던 헌법과 자유가 짓밟혔는데 바로 세울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모습을 보자니 습관처럼 또 찰리 멍거의 말이 생각났다.

– 당신에게 이토록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 준 본인의 특성을 하나만 든다면 무얼까요?

“그토록 멋진 질문이 또 있을까요? 나는 합리적입니다. 바로 그게 대답이에요.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거죠.”

합리적인 대통령이라면 이런 일이 발생되지도 않았다. 합리적인 국무위원이었으면 심의에서 반대하고 사표를 쓰고 막았어야 했고 합리적인 군인들이었으면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도 않았을 것이고 합리적인 국회의원이라면 이 사태를 빠르게 수습할 수 있는 탄핵 표결에서 그런 행동들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합리적인 국민들이었다면 손에 왕을 쓰고 나오고 기차에서 구두를 신고 의자에 발을 올려 두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지도 않았을거다. 합리적인 언론이라면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음악과 그림


송년회에서 만난 선배님은 형식적으로는 은퇴를 하시고 인생 2막을 준비하시는 듯 했다. 좋은 소리로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여행을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면서 투자도 계속하실 것이다. 투자는 나이가 많아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장점이 있다. 서재에 있는 책 중에서 편하게 가져가라 하셔서 한 권씩 집었는데 내가 고른 책은 “예술의 역설”이었다. 역설이란 제목에 끌려 선택했지만 슬쩍 책을 훑어 보니 근대 이후 예술이 어떤 형식을 가지느냐가 중요해졌고, 무엇을 모방하느냐보다는 어떻게 모방하느냐가 중요해지면서 모방의 주체인 예술가가 모방의 대상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이야기다. 책 내용은 좀 어려울 것 같다..ㅎ

예술이나 투자나 마찬가지다. 모방에서 창조가 나온다. 어떻게 전통을 유지하면서 창조성을 발휘할 것인가(이게 역설)가 중요하고 거기에는 합리성이라는 덕목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가장 아끼는 아이디어를 파괴하는 데 능숙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는 스스로 생각해야만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이성적 상태로 유지하면, 세상 속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이 도움이 됩니다.”

– 찰리 멍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