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의 아름다운 4등분

2년 전 이맘때쯤 한창 쉽게 재무제표 분석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이것 저것 시도했었다. 제대로 된 통합 모델은 여전히 미완인 상태(완성이란 게 있을까?)지만 그 결과 ’10초 내재가치 계산기’와 ‘투자 전략 지도’를 얻었으니 아예 헛된 일은 아니었다. 그때 국내외 기업들의 숫자들을 뜯어 보다가 우리나라 기업 리노공업 재무제표를 본 뒤, (비록 한 순간의 스냅샷이지만) 이런 아름다운 4등분을 발견하고 혼자 감동해서 SNS에 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이익의 1/4는 국가에, 1/4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1/4는 주주에게, 1/4는 종업원과 기업을 위해. 이런 심플한 그림들도 내가 만든 시스템에서만 볼 수 있다..ㅋ

영업이익의 배분

“숫자에는 사람들의 의지가 담겨있다. 굳이 보려 하지 않아도 그런 의지들이 숫자에 묻어 나올 때가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숫자들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해내려는 간절한 의지들은 보이지 않는다. 근면성실하게 묵묵히 지금까지 해온 일을 담담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바보가 대표를 하더라도 잘 굴러가는 회사와 뛰어난 사람들을 데려와 일을 시켜도 진흙탕 속에서 첨벙대며 발버둥칠수록 진흙탕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회사 차이다.

월드컵에서 사우디가 아르헨티나를 1차전에서 꺾고 기세등등했지만 거기까지다. 16강엔 결국 아르헨티나가 올라간다. 사업도 대부분 그렇다. 물론 멕시코가 후반 추가 시간에 실점해서 16강에 올라간 폴란드 같은 일도 일어난다. 지난 번에 멕시코도 우리가 기적같이 독일을 이겨서 16강에 갔었다. 어렵게 올라간 폴란드는 결국 16강에서 프랑스와 맞선다. 만일 기적적으로 우리가 경우의 수로 16강에 올라가면 상대할 팀은 브라질이다. 물론 우리나라 같은 언더독이 4강에 올라가기도 한다. 공은 둥그니까. 그러나 결국엔 브라질이나 프랑스 같은 기업을 찾아야 한다.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팀, 아름다운 숫자를 보여주는 기업. 이런 팀이나 기업은 당연히 확률은 높고 기대값은 낮다. 항상 비싸다.

그래서 멍거와 버핏은 이런 아름다운 기업들이 일시적 악재나 매크로 상황으로 가격이 크게 빠졌을 때 들어간다. 60년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그랬고, 최근 TSMC도 그렇다. 이게 쉬울것 같지만 절대로 쉽지않은 투자법이다. 아름다운 숫자를 보여주는 기업의 숫자가 망가졌을 때 일반투자자들은 무서워서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멍거와 버핏의 인내(좋은 기업을 찾고 싸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와 용기(다른 사람들이 던질 때 큰 자금을 투자하는 것)는 이런 순서로 나오지만 일반인은 용기(만용)를 냈다가 후회하며 인내(비자발적 장투)한다. 투자는 쉽지만 어렵다.

투자에서 제일 어려운 것도 역시 인내다. 나쁜 공을 걸러내고 좋은 공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면서 남들이 어렵고 나쁜 볼로 홈런을 치며 환호하고 있을 때도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줄 아는 것, 마침내 좋은 공이 왔을 때 베트를 휘두르고 나서도 천천히 1루 2루 3루로 걸어갈 줄 아는 것. 남들이 나쁜 공이라 생각하는 좋은 공이 마/침/내 좋은 공이 될 때까지도 다시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고 행동하고 기다리기. 여기에 홈런같은 익사이팅, 사우디가 16강으로 직행하는 짜릿함 같은 건 없다. 복리는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투자는 지능보다 기질이 훨씬 더 중요하다. 물론 멍거와 버핏같이 오래사는 수명도.”

“우리는 훌륭한 회사를 목표로 하고 (특별한) 좋은 회사를 받아들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쁜 회사를 피하기 위해 매우 노력합니다.”

We aim for great companies, accept (special) good ones, and, most importantly, try very hard to avoid bad ones.

반도체 업황에 따라 힘든 구간이다. 지금 이익의 모습은 2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유보이익이 사라지고 CAPEX와 운전자본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FCF도 줄어든 모습, 주가도 떨어졌다. 주주 몫이 조금 더 늘어나서 30%에 육박하고 있다(이익이 줄고 배당을 그대로 유지하면 비중은 자연스레 올라간다). 의료기기용 부품 시장에 새로 진입했고 새로 공장도 짓는다. “지난 8일 리노공업은 971억8200만원 규모의 공장 신설 투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17.45%에 달하는 규모로, 리노공업은 투자목적을 제품 생산능력 증대 및 연구개발(R&D) 역량 확대라고 전했다. 투자기간은 2026년 11월10일까지다.”

투자 전략 지도를 보면, 그래도 국내 제조업체 중에서 10×10 박스를 넘어선 기업은 거의 없다. 밸류에이션을 빼고 보면 국내 기업 중에서 좋은 기업이다.

리노공업 투자 전략 지도
리노공업 매출 추이

투자 전략 지도를 가지고 놀다가 2

투자 전략 지도를 가지고 놀다 보면 가끔씩 꽤 좋은 궤적을 보이는 기업을 만나게 된다. 애플과 비슷한 궤적이지만 훨씬 더 좋은 수익률이다. 더구나 밸류에이션(나란히 붙은 마스터카드와 비교해도)도 더 싸다. 둘 다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수익률은 올라가는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애플은 그러면서 비싸지고 이 기업은 그러면서 싸지고 있다.

중국기업 투자 전략 지도
중국기업 매출추이


애플 투자 전략 지도는 아래와 같다.

애플 투자 전략 지도
애플 매출추이


지도만 놓고 봐도 둘 모두 좋은 기업이다. 하지만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저 기업은 중국기업이고 애플은 미국기업이다. 저 기업은 음식료 업종이고 애플은 IT업종이다.

“세상의 방법들이 실제로 행복을 가져다 주어서도 아니고, 사람들이 참다운 행복이란 도박에서 이길 돈을 갖거나 사냥해서 잡힌 토끼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아니다. 아무도 행복을 그냥 선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의 불행한 조건에 대하여, 전쟁의 위험이나 생계의 부담에 대하여 생각하게 해 주는 단순하고도 평화스러운 삶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빼앗고 방향을 바꾸게 하는 선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포획물보다 사냥을 더 좋아하는 것이다.”
– 파스칼

파스칼의 말처럼 “인류의 모든 문제는 홀로 방 안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무능함에서 유래”한다. 사람들이 세상의 방법들에 끌리는 것은 그것이 행복을 가져다 주기보다 우리의 불행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산만함은 재물과 권력에 과도한 집착으로 나타난다. 파스칼의 말처럼 “인간의 마음이란 얼마나 공허하고 비열한가!”

버핏은 “The best way to think about investments is to be a room with no one else and just think.”라고 말했다. 이렇게 좋은 기업을 찾았으면 바로 매매에 들어갈 게 아니라 차분히 앉아서 분석해야 한다. 그러면 투자자가 아무도 없는 방에 가서 홀로 뭘 생각해야 할까? 파스칼의 명문을 살짝 비틀어 봤다. “남이 볼 때 나도 이 정도는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쉽게 분석하는 게 가장 좋은 분석이다.”

  1. 뭐하는 회사인가?
  2. 돈은 어떻게 벌고 있나?
  3. 돈버는 게 지속가능한가?
  4. 경쟁사는 누구인가?
  5. 누가 운영하나?
  6. 10년 후에도 괜찮을까?
  7. 가격은 싼가? 적당한가?

“We don’t care about one year, five years, or ten years. We think in decades. We’re building momentum.”
– 찰리 멍거

“주식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면, 투자할 수 없습니다. 도박은 할 수 있지만, 투자는 할 수 없습니다.”
– 워런 버핏

주식 투자자라면 이 정도만 생각해 보고 분석하면 충분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좋은 분석이다. 분석을 마쳤는데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한다면 충분히 분석하지 않은 게 되거나 내 능력 범위 밖의 기업이다. 먼저 아무도 없는 방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생각해 보자. 사실 이게 제일 힘든 일이다..ㅋ 밖에 이렇게 눈이 내리고 쌓였는데 가만히 방 안에 있으라고?!

첫 눈

(올해 첫 눈)

도미노피자 투자 전략 지도

도미노피자 투자 전략 지도를 예전에 살펴 봤었다. 몇 몇 투자 구루들(빌 애크먼도 매수했었다)도 이미 언급하던 기업이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식음료기업인지라 한번 봤었는데 성장률이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S&P500 평균을 뛰어 넘었고 무엇보다 일관된 수익성이 인상적인 좋은 기업으로 기억한다. 엊그제 공개된 버크셔해서웨이 13F에서 신규 매수한 2종목 중 하나(나머지는 POOL)가 도미노피자(DPZ)였다.

버핏 포트폴리오

투자 규모로 봐선 역시 후계자들 중 한 명인가…둘 모두 버핏이 매수했다기에는 업종에 비해 PER가 높다.

도미노피자 투자 전략 지도


내가 생각하는 버핏 체크리스트 중에서 40%이상 GPM(현재 약 38%..ㅋ)빼고 다 통과다. 최근 5년 동안 매년 약 3% 수준으로 자사주매입도 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목표가격은 $479, 현재 PER 26.46이다. 좋은 가격인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하시라~

AI에게 물어봤더니 검색결과를 반영해서 다음과 같은 내재가치를 알려 준다. “알파 스프레드에 따르면 도미노피자(DPZ) 주식의 내재가치는 $416.86으로 현재 시장가인 $430.43에 비해 3%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값은 DCF 가치와 상대 가치를 평균하여 계산됩니다.주식의 내재가치는 회사의 미래 현금 흐름을 추정하고 해당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를 계산하여 계산할 수 있습니다. 모든 현재 가치의 합이 내재가치입니다.” 좋은 세상인지 나빠진 세상인지 모르겠다..^^

도미노피자 주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장점에 대한 경고 이야기로서, 2015년에 우리가 도미노피자 지분을 매각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 이유는 도미노피자의 급속한 성장률이 지속 가능하다면 정당화될 수 있는 가치 평가액에 도달했기 때문이지만, 당시에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연례 편지에서 저는 ‘후회와 두려움을 안고 이 주식을 팔았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한 사업이고 우리 펀드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실적이 좋은 주식이었기 때문에 유감입니다. 좋은 회사의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우리가 정당하게 꺼려하는 일이므로 겁이 납니다.

도미노피자는 주가가 2016년에 +45% 상승하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이러한 두려움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내가… “잘못할 수 있다”는 표현에 동의할 수 있을까요? …

이것이 제가 왜 우리의 훌륭한 회사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팔고 각종 쓰레기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해서 주가가 오르고, 훌륭한 회사들의 주가가 내려갈 것을 바라는 해설자들의 의견에 동의하기 꺼려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 거래를 수익성 있게 되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 테리 스미스

버크셔가 새로 매수한 두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보니 현재 미국 시장이 비싸긴 비싸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버핏이든 후계자들이든 밸류에이션에 도가 튼 사람들일텐데 10%보다 못한 성장에 5%정도의 주주환원으로 PER 26을 매수하는 상황이다. 예전의 버핏이면 최소 PER 18을 넘지 않았을거다. 이렇게 또 한 시대가 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