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을 뒤적이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 댄 애리얼리가 이번에 새로 책을 낸 “미스빌리프”,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로 전작인 “상식 밖의 경제학”과 “부의 감각”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인기 많은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EBS 위대한 수업 강의에서 댄 애리얼리 교수의 얼굴을 직접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남는다. 나중에 그렇게 하고 있는 이유를 알고 한번 더 놀랐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피부 70%가 불에 타 지옥같은 3년의 입원 생활을 겪고 난 후 자신이 직접 경험한,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치료 과정을 겪는 환자들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다. 환자나 의료진이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실수가 어떤 패턴을 가졌는지 분석해서 나온 책이 “상식 밖의 경제학”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때가 있는데 그 비합리성에 예측 가능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정리했다.
얼마 전 코로나 팬데믹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온라인에서 누군가 악의적으로 짜깁기하고 편집한 영상이 퍼지면서 자기가 코로나 팬데믹 음모론의 중심 인물이 된 걸 지인을 통해 알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별일 아닌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올바르게 해명하면 음모론이 풀릴 줄 알았지만 상황은 댄 애리얼리 교수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흘러간다. 만나보니 애리얼리 교수를 지상 최고의 악으로 만들어 버린 사람들은 극히 평범하고 이성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쉽게 믿게 된 걸까? 왜 사람들은 잘못된 믿음에 빠져들고 스스로 가짜뉴스를 퍼트릴까?
댄 애리얼리 교수는 학자답게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자신이 겪은 일들의 원인을 찾아 직접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성적인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것을 믿게 되는 이유를 조사해서 역시 책으로 정리했다. 쉽게 잘못된 믿음에 빠지는 사람들의 특징을 감정적 인지적 성격적 사회적 요소로 분석해서 집요하게 파고든다.
“자기가 실제로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을 때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내 인생에서 겪은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는 운전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다.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 나는 이틀 동안 운전 연수를 받았고, 연수가 끝난 뒤에 운전 능력에 엄청난 자신감이 생겼다.그런데 딱 두 주 뒤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는 순전히 과신 탓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지식이나 기술 수준이 아니라 인지된 지식이나 기술 수준을 토대로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반드시 위험한 간극, 즉 주의하지 않으면 빠지고 마는 차이가 발생한다.”
– 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그리고 어제 팟캐스트로 접한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과 라디오로 접한 쑨중싱의 “신뢰는 어떻게 사기가 되는가”, 그리고 일요일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접한 개봉 예정영화 “원정빌라” 각각 다른 매체를 통해 거의 동시에 내게 다가온 비슷한 주제로 연결된 3권의 책과 1편의 영화. 삶엔 어떤 리듬이 있다. 틀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