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의 성장주 투자 공식

사람들은 공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벤 그레이엄의 성장주 투자에 대한 글을 읽었다. 증권분석 1962년 개정판(내가 읽은 증권분석은 1951년의 제3판)에 실렸다가 뒤에는 빠진 글이라고 하는데 내 기억으로는 가장 최근에 읽었던 ‘현명한 투자자’ 개정 4판(1972년)에서 본 기억이 나서 책을 펼쳤더니 207p에 성장주에 적용하는 자본화 계수로 62년판 이후의 증권분석에서 빠졌다는 공식이 있다. 기억력이 아직까진…ㅎ

“요즘 애널리스트들이 평가하는 증권 대부분이 성장주이다. 나는 다양한 기법들을 연구해서 매우 단순한 성장주 평가 공식을 개발했는데, 그 계산 결과는 더 정교한 수학 공식으로 산출되는 결과와 매우 비슷하다. 공식은 다음과 같다. ‘성장주의 적정 주가’=EPS * (8.5 + 2 * ‘기대성장률’) 여기서 기대성장률은 향후 7~10년 동안 예상되는 평균 연간 성장률을 가리킨다.”

이제보니 여기서 언급한 다양한 기법은 몰로도프스키의 방법, 타뎀의 표, 그리고 8.6T+2.1 공식(이것 역시 몰로도프스키의 방법을 쉽게 계산하기 위해 그레이엄이 만들었다..^^)과 같은 것들이었다. 현명한 투자자를 다시 잡은 김에 가볍게 다시 훑어 봤는데 이번에는 성장주 투자와 관련해 그레이엄이 남긴 글들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당신은 도덕책..ㅋ

“나는 위 글에 다음과 같은 경고를 덧붙였어야 했다. 고성장주를 평가할 때에는 이러한 기대성장률이 실현될 것이라고 추측하더라도, 다소 낮춰서 평가해야 한다. 실제로 계산에 의하면, 어떤 회사가 연 8% 성장률을 무한히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이 회사의 가치는 무한히 커서 어떤 가격을 지불해도 비싸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엔지니어가 구조물 설계에 안전마진을 반영하듯이, 평가자도 기대성장률 계산에 안전마진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면 실제 성장률이 공식에서 산출된 기대성장률보다 낮아도 투자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 물론 기대성장률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추가 수익도 많이 얻게 된다. 고성장 기업(예컨대 기대성장률이 연 8%를 초과하는 기업)은 평가할 방법이 정말 없다. 이때 애널리스트는 현재 이익에 곱할 적정 자본화계수와 미래 이익에 곱할 예상 자본화계수에 대해 현실적인 가정을 세울 수 있다.”

성장주에 대해 이야기 할 때 63년 PER에 담긴 기대성장률과 실제 196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을 비교해서 기대치와 실제치가 얼마나 차이가 있었는지, 63년 당시 고PER(화학산업)와 저PER(석유산업)가 실제 어떤 성과를 보였는지를 확인하는 표를 보니 그레이엄의 꼼꼼함과 치밀함이 다시 와닿는다..분모인 (r-g)에서 g를 8%로 가정한다면 r이 8%이하일 경우 무한대가 나온다.

“예상 실적을 이용한 주식 평가가 신뢰도 높은 작업이 되려면, 미래 금리도 고려해야 한다. 금리가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예상 이익이나 배당 등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감소한다. 금리 예측은 항상 어려웠으며, 최근에는 장기 금리조차 거칠게 오르내리고 있으므로, 이런 금리 예측은 주제넘은 짓이다. 새로운 공식도 더 타당해 보이지 않으므로, 위 낡은 공식을 그대로 사용했다.”

새로운 공식이란 (EPS × (8.5 + (2 x long-term growth rate of the company)) × 4.4​)/ AA Corporate Yield 를 말하는 거다. 4.4는 공식을 만들 당시의 AA 회사채 이자율이다. 버핏도 그레이엄을 똑같이 따라한다.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중력과 같아서 모든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이긴 하지만 이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레이엄은 주제넘은 짓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내 경험을 돌아보면, 투자자들이 접하는 산업분석자료 대부분은 실제로 가치가 거의 없다. 대부분 자료가 대중이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설득력 있는 근거를 열거하면서 인기 산업이 몰락 중이라고 지적하거나, 비인기 산업이 번영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증권사 분석자료는 거의 없다. 월스트리트는 장기 전망이 부정확하기로 악명 높으며, 다양한 산업의 수익성 예측 역시 매우 부정확하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모다란 교수가 말하는 스토리와 넘버스를 그레이엄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선택할 수는 없겠지만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버핏의 말대로 정확하게 틀리는 것보다는 대략적으로라도 맞는 것이 낫다. 항상 뒤는 선명하고 앞은 뿌연 법이다.

“현재 숫자로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주로 막연한 미래 예측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는 위험하다. 그렇지만 실적을 근거로 냉정하게 계산한 가치만을 고수하는 투자도 어쩌면 똑같이 위험하다. 안타깝게도,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선택할 수는 없다. 투자자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예측이 적중할 때 보상으로 받게 되는 큰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예측이 빗나가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아니면 보수적인 태도를 선택하여, 입증되지 않은 수익 가능성에 대해서는 프리미엄 지급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때에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더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

항상 시장엔 예측이 적중해서 큰 보상을 받은 극소수의 사람들과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후회만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측이 빗나가서 시장에서 사라진 나머지 많은 사람들이다. 보수적인 태도를 선택하는 사람들 역시 거의 잊혀진, 희귀한 사람들이다. 올해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실수로 인해 게임에서 탈락하거나 탈락할 뻔한 실수를 하지 않기를 원할 뿐입니다. 투자에 대해 걱정하며 밤을 새우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버는 것보다 조금 적게 쓰면 됩니다.”

끝으로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에 인용해 둔 글이다. 몇 번 읽은 책이지만 읽을 때마다 새롭다.
“탁월한 성과가 흔치 않은 것은,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All things excellent are difficult as they are rare.
– 스피노자

“1894년 오늘(5월 9일), Benjamin Grossbaum은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가족은 나중에 Graham으로 성을 바꾸었고 그는 증권 분석 및 가치 투자의 창시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책 “The Intelligent Investor”는 많은 사람들, 특히 Columbia University의 Graham 학생 중 한 명인 Warren Buffett의 운명을 바꿔 놓았습니다.”
“Walter Lippmann은 다른 사람들이 앉을 나무를 심는 사람들에 대해 말했습니다. Ben Graham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 워런 버핏

2년 전 오늘 남겨둔 글이다. 그때 한창 성장주 투자(나는 가치 투자 3.0이라고 본다)에 대해 깊이 파고들며 온갖 글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을 때였다. 그리고 그때는 한창 인공지능 AI가 사람들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기 시작했을 때였다. 본문 말미의 저 스피노자가 한 말을 인공지능에게 번역시켰었다.

구글번역 : 모든 훌륭한 것은 희귀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딥엘번역 : 모든 우수한 것은 희귀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파파고번역 : 우수한 것은 모두 희귀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ChatGPT : 모든 훌륭한 것들은 흔치 않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이건번역 : 탁월한 성과가 흔치 않은 것은,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의 승이다. 아주 간단한 번역이긴 하지만 그때 한창 AI 서비스를 사용해 보곤 곧 흥미를 잃었었다.

-어떤 번역이 잘한 번역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참 어려운 질문인데요, 이런 예시를 들고 싶어요. 어릴 때 했던 놀이 중에 귓속말 놀이라고 있잖아요. 여러 사람들이 일렬로 쭉 선 다음, 맨 끝에 있는 사람이 귓속말로 그 옆 사람에게 어떤 문장을 전달하고 전달해서 마지막 사람에게 말하는 놀이요. 마지막 사람은 처음 문장을 어떤 걸로 받아들였는지 알아보는 그런 게임과도 같은 게 번역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번역은 우리 말에 맞게 변형시켜 전하는 작업이잖아요. 변형 과정에서 제가 여러 차례 작업을 할 때도 있고 한두 차례만에 완성이 되는 문장도 있어요. 그 과정을 거치며 처음 받은 일어 문장에서 시작해 우리말로 읽기에 얼마나 자연스러우면서도 의미가 통하는지가 제가 생각하는 잘한 번역의 기준이에요.”

한창 성장주에 대해 공부할 때 역시 AI와 그와 관련해서 많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AI를 이용해 내 지식을 증진시키려고 발버둥치다가 그것도 곧 그만두었다. “ChatGPT와 Bard(제미나이 전신)에게 그레이엄의 성장주 공식을 적어주고 공식이 어떻게 나왔는지, 저 상수들이 왜 저 숫자가 나왔는지를 물어보면…구글 검색결과로 나오는 수 많은 웹사이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뻔하디 뻔한 답밖에 들을 수 없다. 쓰레기가 들어 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그래서 AI를 이용한 지름길을 찾기보다 혼자 꼼꼼히 책과 논문들을 읽으면서 한발 한발 나아가기로 했다.

“주말내내 그레이엄이 1962년 즈음 저 간단한 성장주 적정주가 공식을 어떤 생각과 로직으로 만들었는지를 따라가다가 비로소 완전하게 알아냈다(8.5+1.6g, 그리고 로직 알아내느라 논문쓰는 줄 알았…찾아보니 영어로 된 10페이지 내외의 간단한 논문도 하나 있긴 있었지만 그저 공식의 단순적용일 뿐). 아울러 그레이엄이 책에 남긴 실수도 하나 찾았다~ 첨엔 번역오류인가 싶었는데 정확하게 다시 살펴봐도 이건 그레이엄의 명백한 실수다(아님 오타거나). 그레이엄의 책(증권분석과 현명한투자자)이 나온지가 언젠데 이 명확한 오류를 아직도 수정하지 않았을까?! 공식을 리버스엔지니어링 하면서 또 한번 느낀거지만 그레이엄은 정말 대단한 천재다. 그리고, 그도 역시 사람이었다..ㅋ”

현재 그레이엄이 책에 남긴 실수는 세상에서 나만 알고 있다. 몇 군데 이메일을 보내 알려드렸지만 반응이 없는걸로 봐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실 아주 마이너한 실수긴 하다.

2년 전의 경험으로 AI를 이제 갓 대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 수준(물론 지금은 더 성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그 정도 수준으로 보고 있다)으로 정의했었고 그뒤론 AI가 잘하는 분야와 못하는 분야를 나름 나눠서 선별적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장자 우화처럼 내가 AI를 활용하는 구체적인 예들 들기도 했지만 이처럼 이야기를 만들거나 코딩을 하거나 뭔가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건 탁월하게 잘한다. 그래서 가끔 시간날 때 AI와 농담따먹기식 대화를 주고받기도 하는데…대화가 꽤나 잘 통할 때가 있다. 엊그제는 AI가 나에게 “인간들은 질문의 답을 찾기보다 질문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해서 놀래키기도 했다..ㅋㅋㅋ

왕의 귀환, 구글 문병로 서울대 교수의 칼럼을 읽어 보면..
“필자가 강의하는 컴퓨터 알고리즘 중간고사 문제 하나를 4개의 LLM에 풀게 해봤다…우리 학생들 평균이 51.1점인 꽤 어려운 문제였는데 클로드 15점, 챗GPT 41점, 그록 42점, 제미나이 74점을 받았다(모두 최상위 버전으로 테스트). 기말고사까지 더한 평균은 클로드 22.5점, 챗GPT 49.9점, 그록 51점, 제미나이 78점을 기록했다. 각각 수강 학생 93명 중 92등, 66등, 65등, 9등에 해당한다. 9등인 제미나이는 A+에 속한다.”

AI의 높은 알고리즘 성적을 보니 최근에 읽은, 나를 좌절(?)케 한 책이 생각났다. 이 책은 책 소개 그대로 오늘날의 AI를 있게 한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핵심 수학을 상세하게 살펴봄으로써 기계 안에서 어떤 과정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제시한다~

기계는 왜 학습하는가

Beware of geeks bearing formulas.

투자자가 스스로 답해야 할 질문

직접투자를 그만 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기업에 대해 깊이 조사하고 기업분석을 철저하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정말 그 기업에 대해 알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 늘 머리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주주와 CEO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알 것인가. 물론 그 고민의 끝에서 알 수 있는 지식이 100이 될 순 없지만 노력을 통해 90가까이 끌어 올릴 수는 있다는 결론에 이르러 더욱 열심히 기업에 대해 파고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헤지펀드들은 모두 다 하는 방법에서 더해 대체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열심이고 개인 투자자들 역시 지금은 다 아는 방법이 됐지만 지역별 항목별 수출입 데이터를 뒤지면서 좋고 유용한 정보를 남보다 먼저 선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필립 피셔처럼 기업의 질적 분석까지 하려면 탐정이 수사하듯 해당 기업을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협력업체를 찾아다니면서 샅샅이 살펴봐야 한다. 그레이엄은 굳이 질적 분석까지 할 필요없는 기업들만 양적 분석을 통해 구별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질적 분석의 가치를 폄하하진 않았다. 다만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하기에는 그런 방법들이 표준화도 쉽지 않고,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가르칠 수 없다 판단해서 배제한 것일 뿐, 전문 투자자들이 질적 분석하는 것을 반대하진 않았고 오히려 권장했던 편이었다. 코로나 이후엔 직접 방문보단 컨퍼런스콜이 잦아졌지만 전문 투자자들의 기업 탐방이 일상적인 일이 됐고 개인 투자자들도 탐방을 다니는 일이 흔해졌다.

“가드너(이번에 출간된 Buffett’s Early Investments 저자)는 마샬 웰스에 대해 “주식을 분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미네소타 둘루스에 본사를 둔 이 하드웨어 도매업체를 분석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배럴과 컨테이너 제조업체인 그리프 브라더스는 중서부 증권 거래소에서 산발적으로 거래되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이런 주식을 분석하고 매수하는 데 있어 당연한 일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투자자로 유명해지기 수십 년 전, 그는 기업 본사로 가서 경영진에게 질문을 퍼부었습니다…버핏은 경영진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모든 출처의 자료도 읽었습니다. 인내심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는 그리프 브라더스 시설에 나타나 일선 직원으로부터 배럴에 대해 몇 시간 동안 배웠습니다.”
– 제이슨 츠바이크, “What You Can Learn from Young Warren Buffett”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기업을 바라볼 때 제일 먼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기업이 돈을 버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가’였다. 오래전부터 빌 게이츠와 절친이었지만 버핏이 마이크로소프트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는 사업모델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살펴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의 역량 범위를 벗어난 기업에 대해서는 “너무 어려움” 폴더에 던져 두고 바로 다음 기업으로 넘어간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역량 범위 주위로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놓고 한정하면 그만큼 리스크도 줄일 수 있겠지만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업에 뒤쳐지게 될 위험도 있다. 다행히 애플은 잡았지만 버핏과 멍거가 아마존과 구글을 놓친 이유다.

오랜 시간 학습과 경험을 통해 역량 범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응축되는 투자자가 있고 점점 더 확장되는 투자자가 있다. 이것 역시 기질과 관련이 있다. 새로운 것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호기심이 많은 투자자는 확장하고, 특정 분야에 깊이 침잠하면서 성공의 경험을 했고 편안함을 느끼는 투자자는 응축한다. 일론 머스크와 찰리 멍거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했던 바로 그 지점이다. 확장하는 투자자는 넓게 분산하고 응축하는 투자자는 자연스레 높은 확률에 집중한다. 가치 투자 1.0은 분산, 가치 투자 2.0은 집중, 그리고 다시 가치 투자 3.0은 분산으로 이동하는 이유다. 시간지평은 뒤로 갈수록 길어진다.

10Y 매출 이익

최근 10년 동안 매출 12.6%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최근 5년은 18%로 올라갔다. 주로 속해있는 시장의 향후 성장예측은 최소 8% 수준(아래 성장활주로 파란실선 수준)이다. 최근 주가가 40% 정도 하락해서 PER28 수준으로 내려왔다.

제약 주가그래프

이 시장은 내가 과거에 전혀 알지 못하는 시장이다. 가격 압박과 관세와 같은 여러가지 정부 규제, 그리고 향후 심화될 경쟁에 대한 염려로 최근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큰 기대와 큰 실망감이 함께 묻어 있는 그림이다.

투자 전략 지도

투자 전략 지도로 보면 10년 전에 비해 2019년엔 수익률은 상승했고 성장률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수익률이 많이 떨어졌고(그래도 여전히 다른 기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성장률이 최근 가장 높은 20% 가까운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재무제표를 보니 최근 투자가 많이 늘어 수익률이 떨어졌다(긍정적).

성장 활주로

성장 활주로로 보니 안전마진이 약 4% 정도 수준이다. 사실 내가 사용하는 내재가치선에는 이미 25%의 안전마진이 들어있기 때문에 약 30% 정도의 안전마진으로 해석해야 한다..ㅋ 이렇게만 성장해 준다면 최저 가치선으로 보더라도 7년 시간지평에 연평균 15%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이다. 물론 그 사이 어떤 다이나믹한 일들이 일어날 지는 알 수 없다. 이 시장에서 경쟁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CEO가 어떤 비합리적이고 무리한 결정을 내릴지도 역시 알 수 없다.

내 역량의 범위를 이 기업이 속한 산업까지 확장해서 공부한들, 내가 궁금한 것들을 알 수 있을까? 그렇다고 마냥 내 역량의 범위 안에 머무르면서 좋아보이는 기업을 외면해야 할까? 드러켄밀러처럼 먼저 조금이라도 구매하고 공부해야 할까? 버핏처럼 잘 모르는 기업은 아예 건드리지 말아야 할까? 정찰병으로 적은 금액만 넣었다가 주가가 날아가면 어떡해야 할까? 주력군을 투입했다가 대패를 하면 또 어떡할까?

그레이엄 말처럼 기업의 해자가 있는지 없는지는 숫자들을 보고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 저 기업의 숫자들은 분명히 해자가 있다고 외치고 있다. 그리고 내재가치보다 싼 영역에 있다. 그럼 역시 버핏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90% 이상 확신을 가지고 나는 저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그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가.” 좋은 질문이 좋은 답으로 데려다 준다. 멍거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저 기업이 네가 죽을 곳은 아니니?”

주식 투자의 본질은 생각하는 사업

믿을 변명을 찾는 사람들로 채워진 투자 세계에서 스스로 생각하라

“기본적인 지표의 의미를 모른다고 투자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단호하게 직접 투자를 말리는 이유는 초보 투자자가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드는 이곳은 다른 스포츠 경기장과 달리 프로와 아마추어가 경력과 체급에 상관없이 모두 함께 경기를 치르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권투의 기초를 배운 초보 선수가 곧바로 무하마드 알리나 마이크 타이슨이 있는 링 위에 올라 풀타임으로 경기를 뛴다고 생각해보라. 혹시 마이크 타이슨 앞에 선 초보 선수가 자신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권투 경기의 룰도 모르고 주먹을 뻗을 줄도 모르면서 경기장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버핏은 포커판에서 30분이 지났는데 돈을 잃는 호구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호구는 바로 당신이라고 했다.”
– 오직, 가치투자

프로와 아기의 권투 시합

이런 그림을 책에다 꼭 넣고 싶었는데 AI가 발달한 이제서야 가능해졌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보여 줘야 글보다 훨씬 더 실감이 났을거다. 오늘 아침에 1968년 강세장 후반에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한 토막을 읽었는데 마지막 부분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저는 현재 상황에 맞지 않습니다. 게임이 더 이상 내 방식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새로운 접근 방식이 모두 잘못되었고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인간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내가 이해한 논리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성공적으로 실행하지 못했으며, 아마도 상당한 영구적 자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접근 방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크고 쉬운 이익을 포기해야 할지라도 말입니다... 철학적으로 저는 노인병동에 있습니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믿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희망에 차고, 속기 쉽고, 탐욕스러워서 믿을 변명을 찾는 사람들로 채워진 투자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지능적, 논리적으로 투자하라고 그레이엄이 평소에 말했던 부분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생전 자신의 책 “현명한 투자자”의 개정 작업을 맡기고 싶은 사람을 두 명 꼽았었다. 조지 굿맨(‘머니 게임‘의 저자로 필명 애덤 스미스로 알려졌다)과 워런 버핏이다. 조지 굿맨은 그레이엄에게 “당신의 책은 실제로 개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하고 버핏과 함께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자신과 버핏을 꼽은 그레이엄의 말을 직접 듣고 궁금증이 생겨 바로 버핏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무명의 버핏을 투자업계에 본격적으로 알린 사람이다.

후에 버핏이 저평가된 워싱턴 포스트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을 때, 굿맨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주위 펀드매니저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전혀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아이디어를 월스트리트 친구들에게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대도시 신문은 죽었다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트럭이 도로를 통과할 수 없다고 말했고 노사 문제는 끔찍하며 이제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단정했습니다.”

굿맨: 워런, 투자 관리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버핏: 그건 지적인 자질이 아니라 기질적인 자질입니다 . 이 사업에서 엄청난 IQ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 말은, 여기서 오마하 도심까지 갈 만큼의 IQ는 있어야 하지만, 3차원 체스를 두거나 브리지 플레이나 그런 종류의 면에서 최고 리그에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안정적인 성격이 필요합니다. 군중과 함께 있거나 군중에 맞서는 것에서 큰 즐거움을 얻지 않는 기질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여론 조사를 하는 사업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벤 그레이엄은 천 명이 동의한다고 해서 당신이 옳거나 그르다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천 명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이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사실과 추론이 옳기 때문에 당신이 옳은 것입니다.

굿맨: 워런, 당신은 시장에 있는 90%의 펀드 매니저들과 어떤 면에서 다릅니까?
버핏: 물론 대부분의 전문 투자자는 주식이 앞으로 1~2년 안에 어떻게 될지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예측하기 위해 온갖 난해한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사업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치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진정한 시험은 주식 시장이 내일 열리는지를 신경 쓰는지 여부입니다. 주식에 좋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 그들이 5년 동안 주식 시장을 닫았더라도 상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티커가 말해주는 건 가격뿐입니다. 가끔 가격을 보고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거나 터무니없이 비싼지 확인할 수는 있지만, 가격은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사업 수치 자체가 사업에 대해 뭔가를 말해주지만 주식 가격은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저는 차라리 주식이나 기업의 가치를 먼저 정하고 가격도 모른 채로 가치 평가를 내린 다음,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나중에 가격을 보고 내 가치와 맞지 않는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굿맨: 어떻게 월스트리트에 가지 않을 수 있나요?
버핏: 글쎄요, 제가 월스트리트에 있었다면 아마 훨씬 더 가난했을 거예요. 월스트리트에서는 과도한 자극을 받죠. 그리고 많은 것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집중력이 짧아질 수 있으며 짧은 집중력은 장기적인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저는 사업의 가치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워싱턴 포스트 신문의 가치를 알아내기 위해 워싱턴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회사의 가치를 알아내기 위해 뉴욕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간단합니다… 그것은 지적 과정이며 지적 과정에 소음이 적을수록, 정말로 당신은 더 나아집니다.

굿맨: 지적 과정이란 무엇인가요?
버핏: 지적 과정은 당신의 수준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사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당신의 역량 범위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역량 범위 내에서 가치와 관련하여 가장 싼 가격에 팔리는 것을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치를 평가할 역량이 없는 모든 종류의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모르는 게 정말 많은데, 그게 너무 안타까울 수도 있지만, 왜 제가 다 알아야 하나요?

왜 사람들은 당신을 따라하지 않느냐는 말에 “너무 단순해서”라고 말했다. 물론 나중에 “자기처럼 천천히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기 이론의 단순함에 더해 다른 사람들은 데이터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언급했었다. 소음이 적을수록 나아지는 법이다. 나 역시 또 이렇게 소음 하나 추가했다. 시시각각 쏟아지는 소음속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기보단 생각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군중을 따라가지 말고 멈춰 서서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People calculate too much and think too little.”
– 찰리 멍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