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사고파는 종이가 아니라 비즈니스

버핏이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읽고 깨달은 가장 큰 것은 주식은 사고파는 종이가 아니라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사고파는 종이라면 기술적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주식을 비즈니스로 이해하고 오너의 마음가짐으로 비즈니스를 분석하고자 한다면 미스터마켓이 매일매일 기분에 따라 제시하는 가격 움직임에 반응할 필요는 없어진다. 사업의 퀄리티를 판단하고 오직 안전마진을 고려한 내재가치 이하의 가격에만 배트를 휘두르면 된다. 버핏은 주식 투자자의 거의 90%가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거의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워런 버핏


CR: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주식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고르는 것이죠.

WB: 네, 바로 그거죠. 하지만 11살 때는 주식을 골랐어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죠. 주식에 관심이 많았고 주식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차트를 만들었습니다. 기술적 분석에 관한 책도 읽었습니다. 에드워즈와 매기(Edwards and Magee)를 읽었는데, 당시에는 그게 고전이었던 것 같아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거의 모든 책을 다 읽었죠. 저는 오마하 공공 도서관에 있는 주식 시장에 대한 모든 책을 정말 다 읽었습니다. 처음 8년 동안은 주식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고 주식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19살이나 20살 때 벤 그레이엄의 책을 읽고 제가 완전히 잘못된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분석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는 것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을 읽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다른 ‘주식’을 사지 않고 상장된 ‘비즈니스’만 샀습니다. 저는 한 기업의 오너가 되었고 주식이 다음 날, 다음 주, 다음 달, 다음 해에 오르든 내리든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몰랐죠. 주식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몰랐어요. 하지만 저는 비즈니스를 알고 있었습니다. 몇몇 비즈니스를 알고 있었죠.

CR: 무엇이 필요하죠?

WB: 올바른 방향성이 필요합니다. 90%의 사람들은 – 제가 이 수치를 끌어낸 것이지만 – 주식을 사는 사람들의 90%는 주식을 올바른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주식을 다음 주에 오르기를 바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시장을 상승하기를 바라는 무언가로 생각합니다. 하락하면 기분이 나빠지죠. 저는 [시장이 하락하면 더 많이 살 수 있어서] 기분이 나아지죠.

CR: 어떻게 생각하세요?

WB: 저는 10년, 20년 후 회사의 가치가 어떻게 될지 생각하죠. 그러면 더 많이 사게 될 테니까요.

CR: 경쟁심이 강한 것 같네요.

WB: 네. 그렇죠. 하지만 경쟁 대상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체스나 축구 등에는 경쟁심이 없어서 다행이죠. (웃음) 아니요, 저는 관찰자 입장입니다. 저는 그런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길 수 있는 게임에서는 경쟁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CR: 킬러 본능이 있으신가요?

WB: 아니요, 정확히는 아닙니다. 킬러 본능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제가 뭔가를 하고 싶을 때는 항상 크게 하고 싶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11살 때 이미) 전 재산을 시티즈 서비스 우선주에 넣었습니다.

CR: $120.

WB: $114.75. (웃음) 전 재산을 투자한 그날(1942년 3월 11일) 이후로 저는 단 한 번도 제 돈의 80% 미만을 미국 사업에 투자한 적이 없습니다. 주식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저는 이를 미국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미국 비즈니스의 지분을 80%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것을 소유하고 싶지 않습니다. 집과 가족이 원하는 물건 등을 소유하고 싶지만 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집을 다섯 채 소유하는 것은 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일에는 어느 정도는 잘못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집이 두 개라면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This country has unleashed human potential like no other country has in the world, It’s been a terrible mistake to bet against the United States ever since 1776 — and I think it will continue to be a mistake.”

“투기로 돈을 잃었다고 해서 투기가 현명하지 못했다고 믿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당연한 결론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투기란 불충분한 연구와 잘못된 판단에 근거한 경우에만 현명하지 못합니다. 저는 브리지 플레이어인 여러분에게 브리지 전문가들이 성공적인 플레이보다는 올바른 플레이를 강조하는 것을 기억합니다. 아시다시피, 제대로 플레이하면 돈을 벌고 잘못 플레이하면 장기적으로 돈을 잃게 되니까요.

부부 팀에서 가장 약한 브리지 플레이어였던 남성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그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후 마지막에 아내에게 매우 기쁜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항상 내게 표정을 짓는 것을 봤지만, 이번 그랜드 슬램은 내가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내가 해냈어. 그거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겠어?” 그러자 그의 아내는 매우 침울하게 대답했습니다. “제대로 했으면 잃었을 거야.”

월스트리트, 특히 투기 분야에서는 신중한 계산을 통해 투자를 하려고 할 때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어떤 경우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게임의 일부일 뿐입니다. 제대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투기가 아니며 건전한 투기에는 이익의 기회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공리적인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 벤저민 그레이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우리나라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결코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게 너무 신기하기만 하다. 주식하는 사람들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관련주 상한가로 먼저 느낀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확정되고 서점 출판 관련 주식들이 급등을 했고 몇 개는 상한가로 직행했다. 말과 뉴스보다 자본의 움직임이 더 빠르다. 주말 아침에 그 중 몇개의 주가를 확인해 보면서 또 생각을 하게 된다.

한세예스24홀딩스 주가

예스24 시총 2,340억이다.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700억 가까이 올랐다. 발표 후 하루동안 판매된 한강의 책이 약 30만 권, 그 중 예스24가 13.2만 권을 판매했다고 한다. 30만 권을 대략 15,000원으로 계산하면 45억 매출이고 예스24는 약 20억 남짓 판매한 셈이다. 물론 한강의 책을 찾기 위해 매장이나 사이트를 방문하는 고객수가 늘면서 자연스레 전체 매출 역시 증가했을 것이다. 실제 매출 증가와 주식 가격의 상승 사이엔 이런 관계가 있다. 사실보다 훨씬 급등한다. 물론 안좋은 뉴스에는 실제보다 훨씬 더 하락하기도 한다. 투자자는 시장의 이런 변동성에 끌려 다니기 보다는 이런 변동성을 하인처럼 이용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벤저민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에서 이야기했던 핵심 중 하나다.

한세예스24홀딩스 투자 전략 지도


습관처럼 한세예스24홀딩스 투자 전략 지도를 봤다. 국내기업 대부분이 위치한 바로 그 곳에 위치해 있다. 아무리 싸더라도(상한가 후 현재 PER 4.53) 이런 기업엔 시선이 가지 않는다. 테드 윌리엄스가 “타격의 과학”에서 말한 피해야 할 왼쪽 아래 공(아래 그림의 회색지역)이다. 나쁜 공에도 스윙을 하는 타자라는 점을 투수에게 간파당하면 타자는 절대 아무것도 할수 없다. 테드 윌리엄스는 sweet spot(아래 그림의 빨간 부분)에서 스윙을 했다.

“먼저 스트라이크 존을 77개의 작은 셀(cell)로 나눈다. 셀 하나는 야구공 한 개 정도의 크기다. 다음으로 77개의 셀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3개 반’의 셀에 공이 들어올 때 타격한다.”

버핏은 이 책에서 말한 ‘타자의 선구안과 기다림의 미학’을 자신의 투자 원칙으로 삼아 이 책의 표지를 자신의 방에 걸어 놓고 끊임없이 되새겼다.

타격의 과학


나는 내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1. 지나간 좋은 공은 아쉬워하지 말 것
  2. 이미 휘두른 나쁜 공은 빨리 잊어버릴 것
  3.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좁힐 것
  4. 좋은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것
  5. 마침내 기다린 공이 왔을 때 배트를 힘차게 휘두를 것

투자자라면 스스로 좋은 공과 나쁜 공을 구분할 줄 알고 타석에 서야 한다. 당신의 sweet spot은 어디인가? 투자자라면 sweet spot으로 공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투자에는 삼진아웃이 없다. 당신은 기다릴 수 있는가? 선구안과 기다림은 대개 여기까지다. 정말 중요한 건 기다리던 sweet spot에 공이 들어왔을 때 정말 힘차게 휘두르는 것이다. 내 반성문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여기였고, 그리고 그 다음의 긴 기다림(배트에 맞은 공이 홈런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였다. 워런 버핏이 말한 기다림의 미학에는 이렇게 두 개의 기다림이 있다.

필립 피셔의 말

인질(?)로 잡혀 있는 글들을 읽기 위해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과거의 오늘을 돌아보고 나오는 게 아침 루틴중 하나다. 그곳에 오랜 기간 너무 많은 글과 생각들이 담겨 있어 한꺼번에 구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은 정말 잘 기획된 기능이다. 대부분의 내 생각과 스크랩들은 그 곳에 비공개로 남아 있다. 한글날인 오늘은 필립 피셔의 말을 스크랩해 둔게 눈에 들어왔다. 블로그에 쓸 소재들도 떨어져 가는데 오늘은 스크랩해 둔 이 녀석을 구출하면서 블태기를 극복하련다. 필립 피셔의 단기간은 최소 3년이고 그레이엄의 투자기간은 최대 3년이었다.

“투자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 있습니다. 벤 그레이엄이 개척한 접근법은 본질적으로 너무 싸서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종목을 찾는 것입니다. 그는 이에 대한 재정적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고 조만간 가치가 상승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 접근 방식은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매우 큰 성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것을 찾는 것입니다. 장점은 제가 투자하는 주식 중 더 많은 비율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 주식은 시작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고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식이 정말 이례적인 경우에는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움직임을 보입니다. 벤 그레이엄식 접근법의 단점은 그가 설교한 것처럼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고 그의 공식에 맞는 것을 채택한 좋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제 방식이 성공의 유일한 공식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만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성장주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 필립 피셔

모건 하우절의 말처럼 “영감적으로 대담함”과 “어리석을 정도로 무모함” 사이의 경계는 두께가 1밀리미터에 불과할 수 있으며 지나고 나서 나중에야 볼 수 있지만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과정은 본받아야 할 것으로, 실패로 이어진 과정은 피해야 할 것으로 보기 쉽다. 아무리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과정을 본받더라도 가끔씩 발생하는 실수를 완전히 피할순 없다. 실수를 피하려고 시도하는 것보다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견디고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면 오히려 그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누가 말했듯 투자에는 결국 신념과 프로세스만 남는다. 필립 피셔가 말했듯 실수를 할수도 있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투자는 결국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이 인내심 많은 사람에게로 옮겨지는 게임이다.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진정한 성공의 일부는 100% 반대자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도시의 오래된 전차 시스템을 대체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아무도 전차 주식을 원하지 않을 것이므로 전차 주식을 사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투자 비즈니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 필립 피셔

큰 성공을 거두려면 기존의 통념을 깨뜨려야 하지만 통념은 대개 옳고 따를 가치가 있다. 그러니까 통념이다. 가치투자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역발상으로 무조건 반대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싸고 소외된 것을 찾아 반대로만 가다 밸류트랩에 빠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시장은 꽤 똑똑하고 대체로 효율적이기 때문에 싼 데는 싼 이유가 있다. 싼 것을 찾아 가는 게 목표가 아니고 잘못 점수가 매겨진 것을 찾아가야 한다. 잘못된 채점을 찾으려면 필립 피셔가 강조한 것처럼 투자자가 직접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스스로 투자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이 정말 옳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다 하더라도 그것을 사수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투자에서 성공은 열정과 지성, 그리고 성실함을 모두 겸비해야 이루어 진다. 버핏이 버크셔에서 직원을 뽑을 때 중점적으로 보는 항목도 바로 이것이다. 결국 투자란, 잘못된 채점표를 찾을 수 있는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가? 자신의 판단을 믿을 수 있는가?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가? 자신이 틀렸을 때 솔직히 인정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거기에는 호기심과 열정, 상식과 지성, 그리고 정직과 성실,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매일 성실하게 돌멩이를 뒤집어야 하는 투자는 정말 어렵다.

“시장이 선호하는 주식도 사지 않습니다. 특히 기술주 관련 회의에 참석했을 때 사람들이 회의실에 꽉 들어차 있는 것을 볼 때 특히 그렇습니다. 입석만 있다면 보통 그 주식을 매수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라는 꽤 공정한 신호입니다.”
– 필립 피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