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이 많이 몰립니다

“회원님의 통계가 급상승 중입니다. 트래픽이 많이 몰립니다”라는 워드프레스 알림이 뜨자마자 바로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트래픽 전송량 82% 사용” 리퍼러를 보니 페이스북이다. 누군가(누군지는 바로 알았다) 이벤트를 응모하지도 않고 블로그 소개글(전 학생입니다..^^*)을 올렸고 꽤 많은 분들이 둘러 보고 있다. 하루 20명도 안찾아 오던 곳이 트래픽을 걱정할 정도가 됐다. 일전에 말한 대로 웹호스팅 가장 낮은 버전을 사용하기 때문에 100명이 넘으면 트래픽이 차는 것 같다. 일시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지라 상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트래픽 리셋을 신청했다. 리셋하고도 벌써 2/5를 썼..

블로그 방문자 추이

아파트 같은 SNS서비스를 이용한다면 트래픽 걱정은 없다. 페이스북을 떠나고 전원주택 같은 이곳에 정착하곤 내 페친들에게도 이 곳에 대해 공지를 하지 않았는데 저 누군가님은 어떻게 이곳을 알게 됐는지 너무 궁금해졌다. 링크 하나도 엊그제 처음 달았는데…덕분에 겹치는 페친들도 몇 분 들어 오시는 것 같아 반갑다..^^ 담에 내 서식지로 오시거나 서울 나갈 일이 있으면 이렇게 트래픽을 쏘아준 누군가님을 뵙고 식사라도 대접해야 할듯.

예약으로 걸어둔 글들도 거의 다 올라가서 또 한동안 글을 안올리는 블태기1가 올 것 같은데..이걸 또 어찌 극복해야 하나 걱정이다..ㅋ

“수백만 명의 Facebook 사용자는 가까운 미래에 다른 서비스를 사용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떠나기로 결정하더라도 그들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진과 비디오를 서비스에 저장했기 때문이며, 그러한 데이터를 내보낼 수 있는 눈에 보이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궁극적인 잠금입니다. 소비자의 데이터를 제어하면 모든 것을 제어하게 됩니다. 블로깅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는 우리의 디지털 창작물을 보관하는 데 가장 좋은 옵션입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더 개방적이고, 더 확장 가능하며, 결국 우리에게 더 많은 통제력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 Om Malik, 2009

  1. 블로그+권태기 ↩︎

백링크가 단 하나도 없는 블로그라니

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내 블로그 백링크가 0이다. 검색순위가 올라가려면 좋은 글을 SEO에 맞게 잘 쓰기도 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 특히 권위있는 곳에서 링크를 달면(백링크라고 한다) 순위가 많이 올라간다. 이상한 곳에서 링크를 많이 달면 또 순서가 내려간다. 나야 인터넷 구석에 은둔해서 그냥 혼잣말로 주저리 주저리 생각을 남기는 수준인지라 남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걸 원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니 백링크가 단 하나도 없는 블로그라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네이버 웹마스터도구 콘텐츠 확산

그래도 네이버 웹마스터도구에 들어가 보고 “콘텐츠 확산 정보가 없습니다”란 메시지를 보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 ㅋ 명색이 그래도 블로그를 하면서 자신조차 홍보를 하나도 안한다면 그 블로그에 볼 낯이 없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도 들고..

그래서 제 블로그를 추천해주시거나 링크를 달아 주는 분들에게는 알고 싶은 기업의 투자 전략 지도를 이메일로 보내드리는, 별 영양가 없는(?) 이벤트를 조촐하게 일정기간 동안 진행해 볼 예정. 참여는 Contact에서 하시면 됨. 투자를 하나도 안하시는 독자라도 궁금한 기업이 있으면 한번 트라이해 보시길~

구글의 두 창업자가 대학원 논문을 쓰면서 참고자료를 논문 말미에 등재하는 것을 아이디어로 구글을 창업했다. 참고자료에 많이 언급될수록 좋은 논문인 것처럼 남들이 링크를 많이 거는 사이트가 더 좋은 사이트가 아닐까 하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지금의 구글을 만들었다. 좋은 사이트라면 이렇게 이벤트를 따로 하지 않아도 알아서 사람들에게 추천되고 링크되고 전달된다. 난 아직 좋은 사이트 근방에도 못가서 이렇게 이벤트까지..해도 참여율은 거의없으리라고 본다..ㅋ 투자 전략 지도가 꽤나 좋은 툴인데도 불구하고 별 영양가 없는 이벤트로 끝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블로그 운영 철학

세계적인 대기업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화면이다. 그래픽 없다(가이코 로고정도). 메뉴없다. 그냥 방문자가 필요한 정보로 바로 클릭해서 들어갈 수 있는 하이퍼링크뿐이다. 하이퍼링크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텍스트 정보들과 역시 또다른 하이퍼링크로 구성됐다. 마치 초창기 인터넷 사이트를 보는듯한 기분이다. 돈을 잘 버는 회사에 방문했는데 허름한 사무실에 딱 필요한 인원만 분주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사이트를 방문하면 대략 그 기업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내 블로그에는 어떤 운영 철학이 보일까?! 블로그 운영 철학이 보이긴 할까.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화면

역시 초거대기업 구글 홈페이지 화면이다. 인터넷 모든 정보를 품고 있지만 초기 화면은 극도로 단순함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모습이다. 모든 광고를 가지고 있지만 아무 광고도 없다. 모든 인터넷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보여지는 기술은 아무 것도 없다.

구글 홈페이지

더 이상 뺄 수 없을 때까지 덜어내는 것. 불필요한 게 단 하나라도 없는 상태. 샤넬은 문을 나서기 전 전신 거울을 보면서 딱 하나 뺄 게 뭐가 있는지를 살펴 봤다고 한다.

거창하게 운영 철학이라고까지 할 순 없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먼저 제목 장사질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 장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모두의 시간만 빼앗는 백해무익한 행위다. 키워드를 먼저 선정하고 거기에 맞는 글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 누구 눈치 안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AI가 양산할 법한 뻔하디 뻔한 정보 나열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다 아는 정보를 단순 정리하는 AI가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글로 채워지는 공간이 되길 추구했다.

광고 클릭을 유도하거나 광고 블록 프로그램 제거를 요구하지 않겠다고도 생각했다. 내 블로그 공간에 광고를 올릴 내 자유도 있고 독자가 광고를 블록해서 보지않을 자유도 있다는 생각이다. 내 경우 좋은 콘텐츠를 보면 자발적으로 블록 프로그램을 중단해서 광고를 띄우는 것으로라도 수고에 대한 작은 기여를 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그러거나 그러지 않거나 다른 누군가의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위 두 개 사이트와 내 블로그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내 블로그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난 블로그에 복잡한 기능을 넣거나 현란한 디자인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지금 블로그 디자인(워드프레스 기본 디자인 중 하나)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CMS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내 블로그의 첫 독자는 나이므로 현재는 내게 필요한 기능만 적절하게 들어가 있고 글쓰는 공간도 최대한 단순하게 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포탈에서 블로그를 할 때는 특정 글에 트래픽이 집중되면(아주 오래전이지만 하루에 만 명 이상 들어왔을 때도 꽤 있었다) 그 글을 비공개로 돌리는 일을 반복했다. 어떤 일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특정 글에 트래픽이 몰리는 일이 종종 있었고 그때마다 하나하나 몰린 글들을 모두 비공개로 돌렸었다. 지금 블로그 운영하는 사람들이 보면 무슨 미친 짓이냐 싶을 행동이다. 언론에서 취재하겠다는 것도 두 번 정도 거절했던 기억이 난다.

내 블로그에 오프라인 지인들이 어찌 알고 찾아 오는 것은 말리지 않겠지만 일부러 알리는 일도 하지 않는다. 포털 사이트 블로그 서비스나 SNS는 이를테면 거대한 아파트 단지 방 하나를 월세나 전세로 살고 있는 셈이고 이런 독립형 블로그는 전원주택을 직접 짓는 것과 비슷하다(쓰다보니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적은것 같아 검색하니 역시 있었다^^) 아파트는 북적거리는 맛이 있고 전원주택은 한적하고 조용한 맛(예상은 했지만 역시 댓글과 좋아요 같은 상호작용이 정말 없다..ㅋ)이 있다. 최근엔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것 같아 조금 움직여볼까도 싶다..ㅎ

“당신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저 다른 사람 이야기의 일부가 될 뿐입니다.”
– 테리 프래쳇

이젠 나도 나이가 드니 오는 사람(트래픽)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 검색이 몰리면 그런갑다하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도 또 그런갑다 한다. 버크셔나 구글이 저렇게 단순한 홈페이지를 유지하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고, 다른 기업들이 복잡한 디자인과 현란한 기술들을 홈페이지에 집어 넣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 각자 편한 자신만의 옷을 입고 산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블로그에 혼잣말 남겨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무수히 번성했다 사라진 콘텐츠들…내 블로그라고 그렇게 되지 말란 이유가 없다. 언젠가 다 사라질 말들이다. 다들 그래서 책을 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