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블로그란 결국은 좋은 글쓰기

좋은 글쓰기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무도 무엇인지 모를 뿐입니다.
– 소설가 위리엄 모한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좋아하는 핀플루언서는 모건 하우절이다. 그의 책 “돈의 심리학”을 읽어 보면 그의 글솜씨를 바로 알게 된다. 그가 말한 대로 좋은 글쓰기에 단 하나의 규칙이 있다면 자신이 읽고 싶은 종류의 것을 쓰는 것이다. 남을 위한 글을 쓰면 재미가 없고 일이 된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일이 되는 순간 즐거움은 사라진다.

돈의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몇 가지 생각”에서 모건 하우절은 제일 마지막으로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쓰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많이 생각하면 꼼짝도 못한다. 그냥 시작하고나서, 글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켜 보라고 권한다. 이런 면에서 네이버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이 만든 툴들은 시작하기가 쉽다. 그냥 들어가서 바로 글을 쓰기만 하면 된다. 반면 워드프레스는 그것들에 비하면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들이 있고 새로 배워야 할 것들도 많다. 진입장벽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바로 시작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런 뼈대도 없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구석진 곳이라도 뭐라도 쓰기 시작하면 된다. 시작만큼 중요한 것은 꾸준히 쓰는 거다.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고,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는 효과도 있다. 하루 하루의 생각들이 쌓이는 걸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다.

연속으로 글쓰기의 가장 큰 위기였던 추석 연휴도 예약글들을 통해 넘기고 있지만 연휴에는 역시 트래픽이 거의 0에 가깝다. 코로나 시기에 모두 집에 있으면서 온라인 관련 서비스 수요가 급증했듯, 이동이 많고 오프라인에서 만남이 많은 시기에 온라인 접속은 유의미하게 줄어 든다.

연휴에 네이버 블로그로 연봉만큼 벌었다는 사람이 쓴 책을 읽었다. 거기에는 “블로그의 영향력은 곧 검색 상위노출 능력이다”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는 내용이 담긴 컨텐츠를 검색결과 첫 페이지 상단에 노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고 글의 품질이 좋아야 하고 댓글이나 공감을 많이 받아야 한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글을 써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좋은 블로그란 결국은 좋은 글쓰기 인데 남들이 좋아하는 글쓰기다. 검색엔진 상위에 올라와야 좋은 블로그다. 나는 안좋은 블로그로 남아 있을거 같다.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없는 이유

요 며칠 매일 블로그를 써 보고 있다. 그러면서 마음속엔 슬금슬금 희망이 생겨 난다.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나도 남들처럼 황금 키워드를 찾는 작업부터 디지털 노가다를 한번 해 볼까 하다가도 그 싹을 잘라내려 한다. 다들 블로그로 돈을 번다고 홍보하는데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없는 이유는 많다.

돼지저금통

이 구석진 블로그까지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제일 큰 이유다. 아무리 글을 써서 올려도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뭐하러 이 구석진 블로그까지 찾아와서 글을 읽겠는가. 뭔가 도움이 되는 글도 아니고 일기처럼 속삭이는 글이라면 더욱 그렇다. 거꾸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나는 이렇게 구석진 곳까지 찾아 들어가는가?

그래서 그렇게 키워드를 강조한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남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써야 한다. 케인스가 비슷한 말을 했다. 내가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뽑을 게 아니라 남들이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설령 들어와도 광고를 보지 않는다.

착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트래픽만 몰리면 당장 돈을 벌 수 있을거라는 착각이다. 이것도 거꾸로 생각해 보면 된다. 나는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광고를 클릭한 적이 있는가? 알고리즘을 타고 내가 관심있는 것들이 광고로 나올 땐 클릭해 보긴 하지만 거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요즘은 광고를 막아주는 툴들이 너무 좋게 나와 있어서 설령 블로그에 광고가 있다하더라도 볼 수가 없다. 광고를 보지도 못하는데 무슨 광고를 클릭할 수 있겠나. 나는 글이 좋고 도움을 받았다면 그 블로그나 그 사이트의 광고차단을 해제해 두는 편이다. 그게 최소한 좋은 글을 공유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니까.

블로그를 꾸준히 쓸 동인이 부족하다.

뭐든지 꾸준히 해야 쌓이고 가치가 있게 된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친구들간 상호 교류가 활발하다. 글을 올리면 친구들의 댓글과 좋아요가 바로바로 달리면서 도파민이 나오게 된다. 그 도파민이 다시 새로운 글을 올리고 반응을 기대하는 피드백 루프가 된다. 중독으로 가게 되는 과정이다.

반면 블로그는 그런 반응이 거의 없다. 그냥 허공에 넋두리를 남기는 기분이다. 댓글을 기대할 수도 없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은 친구라는 개념으로 네이버 블로그는 이웃이라는 개념으로 묶여서 서로서로 감정과 느낌을 공유하지만 워드프레스 같은 설치형 블로그는 철저히 고독하다. 따라서 어지간한 각오가 아니면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 힘들다.

돈도 안되는데 나는 왜 블로깅을 하고 있나?

얼마전에 올린 글 SNS를 두고 블로그로 돌아온 이유에도 적었듯이 사람들이 북적대지 않는 이런 고즈넉한 분위기가 그리웠다. 더이상 플랫폼 사업자들을 위한 도구가 되는 것도 싫었고. 하지만 이런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돈을 벌기가 어렵다. 블로그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 하지만 블로그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글을 만나고, 무엇보다 고즈넉하게 누구의 눈치도 받지 않고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과 공간을 얻을 수도 있다. 여긴 나의 공간이고 자유다. 그거면 충분하다.

찰리 멍거는 반대로 사고하라고 했다. 다들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는데 왜 블로그가 돈이 안되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이 구석진 곳까지 사람들이 오지 않기 때문에 황금 키워드, 롱테일 키워드를 먼저 찾아야 한다. 그러면 글쓰기가 재미없어 진다. 들어오더라도 광고를 보지 않기 때문에 광고를 막는 프로그램을 차단하는 방법들을 사용해야 한다. 나는 그러려다 말았다. 그런 팝업이 뜨는 블로그는 호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역시 마지막으로 꾸준히 쓰는 게 제일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이 무르익어야 하고 그것을 풀어 낼 글쓰는 능력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그것을 꾸준히 해 낼 수 있는 근면, 성실, 인내와 같은 기질도 있어야 한다. 세상에 쉽고 빠른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