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를 살 수 있었을까

어젯밤 전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엔비디아의 실적발표에 쏠렸다.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은 투표기에 가깝기때문에 실적을 맞추고 향후 방향을 투표하기 바쁘다. 지금부터 딱 1년 반 전에 엔비디아 NVDA 재무제표를 훑어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에도 ChatGPT 출현 이후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AI가 인류의 미래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AI 대장주는 엔비디아였다. 전통적인 가치투자자가 과연 그때 엔비디아(NVDA)를 살 수 있었을까. 그 당시 분석했던 자료들이 몇 개 남아 있어서 복기차원에서 리뷰해 본다.

엔비디아 23년 주가

(야후파이낸스)

야후파이낸스가 개편을 해서 지금 스크린샷이랑은 조금 다른 모습이다. 올 6월 즈음에 1/10으로 액면분할했기 때문에 지금 가격으로 환산하면 21달러 정도였다. 당시 PER 57.36으로 높은 편이었고 시가총액은 533B 이었다.

엔비디아 24년 8월 주가

(야후파이낸스)

오늘 스크린샷이다. 1년 반에 비해 거의 600% 상승했다. 현재 PER 73.46에 시가총액 3.09T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시총 1,2위를 다투는 초거대기업이 됐다. 애널리스트 목표가 137 정도. 지금 PER도 그렇고 1년 반 전 PER 57도 그렇고 전통적인 가치투자를 공부한 투자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밸류에이션이 아니다. 아니 전통적인 가치투자 기법에서는 이런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제외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1년 반 전에 향후 AI가 대세가 되고 모든 사람들이 AI에 뛰어들 것이고 최고 수혜주가 엔비디아(NVDA)라고 생각했더라도 가치투자자라면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 분기실적 과거

(엔비디아 분기별 실적, 재무제표 분석)

당시 발표된 분기별 재무제표 실적을 보면 위와 같다. 분기별 매출이 하락하고 있었고 특히 영업이익률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PER 57에 분기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엔비디아 분기실적 현재

그 다음 분기부터 실적이 점점 좋아져서 다시 드라마틱하게 늘었다. 매출과 이익 모두에서 과거의 막대 그래프가 꼬마로 보일 정도의 거인이 됐다. 어마어마한 성장이다. 과거에 이 그림을 예상하고 들어갔다면 큰 부자가 됐을테지만 미래를 볼 수 있는 수정 구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제적해자

좋은 기업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버핏의 관점을 내 나름대로 차용한 경제적 해자 기준 점수를 보면 1년 반 전에 10점 만점에 7점이다. 보통 7~8 이상을 좋은 기업으로 보고 있다. 10점에서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2개를 제외하면 거의 다 만족하고 있었다. 지금 다시 살펴 보니 역시 모든 게 똑같이 7점이다. 좋지만 비싸 보이는 기업이다.

그렇다면 당시 누구나 계산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상대평가 숫자인 PER 57이나 PBR 같은 숫자들 말고 따로 계산한 밸류에이션은 얼마였을까? 1년 반 전 당시 조회했던 기본적인 STAT은 다음과 같았다. 당신이라면 이 기업의 적정 내재가치는 얼마인가?

엔비디아 성장률

지금 현재 내 손을 전혀 타지 않고 10초 내재가치 계산기로 뽑은 내재가치는 다음과 같다. 물론 현재 추세가 일정 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다소 공격적인 가정이 자동으로 들어간 숫자고 안전마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숫자다.

엔비디아 내재가치

항상 투자는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쉬워 보이지만 기록하면 보인다. 세상에 쉬운 투자는 없다. 1년 반 만에 600% 이상 올라갈 동안 눈 질끈 감고 계속 가지고 있을 투자자도 거의 없다. 그 투자자가 당신이라면 축하한다~

엔비디아 프랑스 비교

“약 10년 전부터 저는 가치 평가 실무의 핵심에 있는 모순에 주목했습니다. 데이터와 더 강력한 모델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했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치 평가의 질은 실제로 악화되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질적 저하의 한 가지 이유는 가치 평가가 사업의 질과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재무 모델링 연습인 기계적인 것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좋은 가치 평가는 스토리와 숫자 사이의 다리라고 주장하며 이 주제에 대한 책을 썼습니다.”
– 애스워드 다모다란

다시 1년 반 전으로 돌아가서 가치투자자는 엔비디아(NVDA)를 살 수 있었을까? 나는 과거부터 늘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왜 가치투자자는 엔비디아(NVDA)를 살 수 없을까?” 버핏은 모든 투자는 가치투자라고 했으니 이렇게 바꿔야겠다. “왜 투자자는 엔비디아(NVDA)를 살 수 없을까?”, “왜 나는 2007년 리노공업을 살 수 없었을까?”

“가치 평가가 스프레드시트에서 과거 데이터를 외삽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면 AI는 더 빨리, 그리고 당신보다 훨씬 적은 오류로 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치 평가가 소프트 데이터(경영 품질, 진입 장벽)를 고려한 비즈니스 스토리를 중심으로 구축된 경우 AI는 당신이 하는 일을 복제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역시 다모다란 교수가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