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세를 계속 확인하지 말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라

“주식 시세를 계속 확인하지 말라. 그렇게 하면 투자 기간이 짧아진다. 장기 투자자는 기업을 분석하고 향후 10년의 사업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데, 모든 장기 분석을 부정하는 일일 주가 변동성에 집중하면 단타 매매자가 되고 만다. 매매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가치투자자가 좋은 단타 매매자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똑같지만 이것은 내가 아니라 비탈리 카스넬슨이 한 말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죽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인생은 설계할 수 있다”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접은 부분이다. 그의 뉴스레터를 오래전부터 구독해왔기에 대부분 눈에 익은 문장이다.

언젠가 적었지만 그 큰 돈을 투자하는 워런 버핏도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는 기업들의 주가를 매일 쳐다보지 않고 1~2주에 한번씩만 보며, 기업을 분석할 때도 기업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를 먼저 계산한 후에 가격을 나중에 계산한 가치와 비교해서 본다고 한다.

“우리는 활동에 대한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옳은 일에 대한 보수를 받는다. 얼마나 오래 기다릴지에 대해서라면 우리는 무한정 기다릴 것이다.”
– 워런 버핏

매일 매일의 주가가 아니라 결국 시간이 진실을 드러내는 법이다. Time reveals all things. 비슷한 말로 동양에는 “水落石出 물이 빠지면 돌이 드러난다.”는 말이 있고 버핏은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안다고 했다.

어느새 내가 쓴 책이 세상에 나온지도 거의 5년이 되어간다. 5년이란 시간은 진실이 드러나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책에서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했지만, 기업을 직접 고르지 못하는 투자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나 은행 예적금만 했던 사람들에게 즉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간단한 주식 투자 전략도 추천했었다.

투자 전략별 수익률 표

책을 읽다 생각난 김에 전략별 최근 5년 수익률을 간단히 계산해 봤다. 비용과 배당은 계산하지 않았으며 코스피를 제외한 나머지 전략들은 CAGR 계산시 환율효과(상단 기울림)도 포함해서 명목 수익률을 계산했다. 다만 나중에 추가한 듀얼모멘텀(GEM)은 누적수익률은 따로 계산하지 않았고 CAGR만 계산한 수치로 환율효과를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단 기울림을 더해 주면 같은 비교 값이 된다. 환율효과를 반영해서 다시 추가했다.

5년 수익률을 볼 때, 5년 전 이 시기에는 코로나로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감안해서 봐야 한다. 시간이 진실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10년 수익률을 참고하는 게 더 바람직할 수도 있겠다. 인덱스처럼 생각했던 버크셔해서웨이 수익률이 가장 좋았다. 버크셔를 추천했던 5년 전에도 내게 버핏이 죽으면 어쩔거냐는 사람들이 많았다..ㅋ

“투자 기업을 고르지 않는 방법에 따로 추가하지는 않았지만, 다섯 번째 방법으로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투자를 강력 추천한다. 이유는 다음 도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워런 버핏처럼 투자할 수 없다면, 워런 버핏을 나를 위해 일하는 펀드매니저로 고용하면 된다. 버핏의 나이가 걱정이라면, 버크셔해서웨이에는 잘 훈련된 그의 후계자들이 있다.”
– 내가 책에서 한 말이다..^^

5년 전에 내가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는 주식투자자들이 좁은 우리나라 시장에만 시야를 두지 말고 넓은 미국 시장(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도 함께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제일 앞 부분에 우리나라 시장의 낮은 수익률을 직접 계산해서 보여줬었다. “2000년 이후 최근 20년 주가성장률을 보면 3.87%로 4%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0년 이후 최근 9년의 성장률을 보면 2.71%로 더욱 떨어졌다.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목표 수익률을 물어 보면 20~30% 이상을 이야기한다..”

5년이 지난 지금 최근 3년 수익률 CAGR -1.7%, 최근 10년 수익률 CAGR 1.5% 수익률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 마이너스다. 그럼 지금부터 미래 5년은 달라질까? 달라진다면 또 얼마나 달라질까?! 물론 미국 시장이 과거처럼 10%이상 수익을 계속 내준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버크셔해서웨이가 과거 60년의 성과를 미래에도 계속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시간만이 진실을 드러낼 뿐이다. 내가 책에서 강조했듯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비탈리 카스넬슨의 이번 책도 본인의 혹독했던 경험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역시 그 부분을 강조하고 있었다.

“투자는 기복이 심한 비선형적인 일이다. 모든 투자자는 자신의 전략이 시장 상황과 완전히 어긋나는 시기를 경험하게 된다. 시장은 급등하는데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급락하면 고통은 추악한 얼굴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가치투자는 정반대 방식의 역 투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성장주 투자자는 사랑, 화합, 평화, 합의의 열차를 타고 미스터 마켓이 열광하는 회사를 매수하고 사랑에 대한 댓가를 지불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사랑은 값비싸고 적어도 성장주에 있어서는 영원하지도 않다.
반면 가치투자자는 증오의 영역에 살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주식을 매수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국에 성장주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던 회사를 가치투자자들이 소유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랑이 식으면 증오가 난무하는데, 아무도 증오에 대해 웃돈을 내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매우 저렴하다.
투자 스타일은 순환 주기를 거친다. 당신이 투자한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완전히 없어질 때가 있다. 당신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된다. 당신은 스스로 계속 되뇐다. 단기적으로는 어떤 결정과 그 결과 사이에 연관성이 적거나 전혀 없다고. 이것이 투자의 기본 진리다. 머리로는 그렇게 믿지만 매일 출근하면 시장이 반복해서 말한다. 당신이 틀렸다. 당신이 틀렸다. 당신이 틀렸다.”
– 비탈리 카스넬슨

죽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인생은 설계할 수 있다

“나는 장기적으로는 우리 포트폴리오가 좋아질 것을 알았지만 ‘장기’는 언제나 ‘단기’보다 훨씬 더 먼 미래의 일이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다.”
– 에픽테토스, 스토아 철학자

추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책 말미에 실제 기업 분석 사례로 기업 분석 방법을 자세히 적어 놓은 바로 그 기업이다. 과거에 내가 읽었던 모든 주식관련 책에서 실제로 기업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없어서 내가 실제로 기업을 조사하고 투자 모임에서 발표한 내용 거의 그대로 책에 남겼었다. 누구는 뭐하러 개별 기업을 넣었냐 그러고 누구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그 부분이다. 5년 CAGR 54.8% !!! 정말 미친 수익률…이게 바로 인덱스가 아닌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기도. 물론 난 책에 적어 놓은 그대로..ㅋ

주식 투자의 본질은 생각하는 사업

믿을 변명을 찾는 사람들로 채워진 투자 세계에서 스스로 생각하라

“기본적인 지표의 의미를 모른다고 투자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단호하게 직접 투자를 말리는 이유는 초보 투자자가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드는 이곳은 다른 스포츠 경기장과 달리 프로와 아마추어가 경력과 체급에 상관없이 모두 함께 경기를 치르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권투의 기초를 배운 초보 선수가 곧바로 무하마드 알리나 마이크 타이슨이 있는 링 위에 올라 풀타임으로 경기를 뛴다고 생각해보라. 혹시 마이크 타이슨 앞에 선 초보 선수가 자신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권투 경기의 룰도 모르고 주먹을 뻗을 줄도 모르면서 경기장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버핏은 포커판에서 30분이 지났는데 돈을 잃는 호구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호구는 바로 당신이라고 했다.”
– 오직, 가치투자

프로와 아기의 권투 시합

이런 그림을 책에다 꼭 넣고 싶었는데 AI가 발달한 이제서야 가능해졌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보여 줘야 글보다 훨씬 더 실감이 났을거다. 오늘 아침에 1968년 강세장 후반에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한 토막을 읽었는데 마지막 부분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저는 현재 상황에 맞지 않습니다. 게임이 더 이상 내 방식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새로운 접근 방식이 모두 잘못되었고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인간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내가 이해한 논리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성공적으로 실행하지 못했으며, 아마도 상당한 영구적 자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접근 방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크고 쉬운 이익을 포기해야 할지라도 말입니다... 철학적으로 저는 노인병동에 있습니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믿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희망에 차고, 속기 쉽고, 탐욕스러워서 믿을 변명을 찾는 사람들로 채워진 투자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지능적, 논리적으로 투자하라고 그레이엄이 평소에 말했던 부분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생전 자신의 책 “현명한 투자자”의 개정 작업을 맡기고 싶은 사람을 두 명 꼽았었다. 조지 굿맨(‘머니 게임‘의 저자로 필명 애덤 스미스로 알려졌다)과 워런 버핏이다. 조지 굿맨은 그레이엄에게 “당신의 책은 실제로 개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하고 버핏과 함께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자신과 버핏을 꼽은 그레이엄의 말을 직접 듣고 궁금증이 생겨 바로 버핏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무명의 버핏을 투자업계에 본격적으로 알린 사람이다.

후에 버핏이 저평가된 워싱턴 포스트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을 때, 굿맨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주위 펀드매니저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전혀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아이디어를 월스트리트 친구들에게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대도시 신문은 죽었다고 그들은 말했습니다. 트럭이 도로를 통과할 수 없다고 말했고 노사 문제는 끔찍하며 이제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단정했습니다.”

굿맨: 워런, 투자 관리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버핏: 그건 지적인 자질이 아니라 기질적인 자질입니다 . 이 사업에서 엄청난 IQ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 말은, 여기서 오마하 도심까지 갈 만큼의 IQ는 있어야 하지만, 3차원 체스를 두거나 브리지 플레이나 그런 종류의 면에서 최고 리그에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안정적인 성격이 필요합니다. 군중과 함께 있거나 군중에 맞서는 것에서 큰 즐거움을 얻지 않는 기질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여론 조사를 하는 사업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벤 그레이엄은 천 명이 동의한다고 해서 당신이 옳거나 그르다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천 명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이 옳거나 그른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사실과 추론이 옳기 때문에 당신이 옳은 것입니다.

굿맨: 워런, 당신은 시장에 있는 90%의 펀드 매니저들과 어떤 면에서 다릅니까?
버핏: 물론 대부분의 전문 투자자는 주식이 앞으로 1~2년 안에 어떻게 될지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예측하기 위해 온갖 난해한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사업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치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진정한 시험은 주식 시장이 내일 열리는지를 신경 쓰는지 여부입니다. 주식에 좋은 투자를 하고 있다면, 그들이 5년 동안 주식 시장을 닫았더라도 상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티커가 말해주는 건 가격뿐입니다. 가끔 가격을 보고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거나 터무니없이 비싼지 확인할 수는 있지만, 가격은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사업 수치 자체가 사업에 대해 뭔가를 말해주지만 주식 가격은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저는 차라리 주식이나 기업의 가치를 먼저 정하고 가격도 모른 채로 가치 평가를 내린 다음,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나중에 가격을 보고 내 가치와 맞지 않는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굿맨: 어떻게 월스트리트에 가지 않을 수 있나요?
버핏: 글쎄요, 제가 월스트리트에 있었다면 아마 훨씬 더 가난했을 거예요. 월스트리트에서는 과도한 자극을 받죠. 그리고 많은 것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집중력이 짧아질 수 있으며 짧은 집중력은 장기적인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저는 사업의 가치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워싱턴 포스트 신문의 가치를 알아내기 위해 워싱턴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회사의 가치를 알아내기 위해 뉴욕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간단합니다… 그것은 지적 과정이며 지적 과정에 소음이 적을수록, 정말로 당신은 더 나아집니다.

굿맨: 지적 과정이란 무엇인가요?
버핏: 지적 과정은 당신의 수준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사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당신의 역량 범위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역량 범위 내에서 가치와 관련하여 가장 싼 가격에 팔리는 것을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치를 평가할 역량이 없는 모든 종류의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모르는 게 정말 많은데, 그게 너무 안타까울 수도 있지만, 왜 제가 다 알아야 하나요?

왜 사람들은 당신을 따라하지 않느냐는 말에 “너무 단순해서”라고 말했다. 물론 나중에 “자기처럼 천천히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기 이론의 단순함에 더해 다른 사람들은 데이터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언급했었다. 소음이 적을수록 나아지는 법이다. 나 역시 또 이렇게 소음 하나 추가했다. 시시각각 쏟아지는 소음속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기보단 생각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군중을 따라가지 말고 멈춰 서서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People calculate too much and think too little.”
– 찰리 멍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