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분석 7판

이제는 정교한 증권분석 기법을 활용해 우량 가치 종목을 찾아내는 전략을 지지하지 않는다. 40년 전에는 먹혔던 전략이지만 그 이후로 상황이 많이 변했다 – 벤저민 그레이엄

드디어 증권분석 7판이 국내에도 번역되어 출간됐다. 대략 2년 전 미국에서 책이 나왔을 때 워런 버핏의 공식 후계자 중 한 사람인 토드 콤스의 글이 책에 실렸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있지 못하고 어떻게든 찾아서 읽어 보려 했던 기억이 난다. 올 초에 쓴 투자가 진화해야 하는 이유 라는 글에서 “토드 콤스가 말한 “할인율 10%에서 PER 26이 되려면 성장률이 15%가 되어야 한다.”의 의미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대략 아래와 같다.”로 간단하게 설명했던 적이 있었는데(2년 전 원 글을 페이스북에 비공개로 남겼었는데 도저히 검색해서 찾을 수가 없다..ㅠ.ㅠ) 이제 번역된 책을 통해 전체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됐다.

증권분석 7판

2년 전 내가 찾아 읽은 토드 콤스의 인상적인 글 일부는 다음과 같다.

“A business is worth the sum of its discounted cash flows in perpetuity. This concept sounds simple enough, but there are a few key variables involved in this calculation: the discount rate to be used and one’s assessment of those cash flows in perpetuity. Estimating future cash flows entails a determination of a company’s capital intensity, its growth rate, and management’s allocation objectives. A couple of examples may demonstrate the power of these estimates. Assuming a constant 10% discount rate, a business that will grow at 15% a year without requiring any additional capital is worth ≈26x its current earnings, whereas the same business growing at 15% but needing to reinvest much or all of its earnings to achieve that growth would be worth only ≈16x. A business that grows at 5% and doesn’t need any capital would be worth ≈14x its current earnings, and the same business needing all of its earnings reinvested would be worth ≈7x. A return of 15% compounded over 30 years is worth over 87x the initial stake, whereas 5% compounded over the same period is worth just under 4.5x. In this example, a threefold increase in the compound rate (from 5% to 15%) leads to an almost twentyfold increase in return (87x vs 4.5x).”

그리고 AI 번역기 딥엘(DeepL)의 단순 번역.

“기업의 가치는 영구적인 할인 현금 흐름의 합계와 같습니다. 이 개념은 간단해 보이지만, 계산에는 몇 가지 핵심 변수가 포함됩니다: 적용할 할인율과 영구적인 현금 흐름에 대한 평가입니다. 미래 현금 흐름을 추정하려면 기업의 자본 집약도, 성장률, 경영진의 배분 목표를 결정해야 합니다. 몇 가지 예시를 통해 이러한 추정치의 중요성을 살펴봅시다. 일정한 10% 할인율을 가정할 때, 추가 자본 없이 연간 15% 성장하는 기업의 가치는 현재 수익의 약 26배입니다. 반면 동일한 기업이 15% 성장하되 그 성장을 위해 수익의 상당 부분 또는 전부를 재투자해야 한다면 가치는 약 16배에 불과합니다. 5% 성장하며 자본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사업은 현재 수익의 약 14배 가치이며, 동일한 사업이 수익 전액을 재투자해야 한다면 약 7배 가치에 불과합니다. 30년간 복리로 15% 수익을 낸다면 초기 투자금의 87배 이상이 되지만, 같은 기간 5% 복리 수익은 4.5배 미만에 불과합니다. 이 예시에서 복리 수익률이 3배 증가(5% → 15%)하면 수익은 거의 20배 증가합니다(87배 vs 4.5배).”

끝으로 이번에 국내 출간된 증권분석 7판에서 번역한 부분.

“우선 할인율로 10퍼센트 고정금리를 가정하자. 추가적인 자본 투자 없이 연간 15퍼센트씩 성장하는 사업이라면 대략 현재 이익의 28배 가치를 줄 수 있다. 반면 성장률이 같아도 성장을 위해 이익의 대부분을 재투자해야 한다면 그 가치는 현재 이익의 16배 정도가 된다. 마찬가지로 추가적인 자본 투자 없이 연간 5퍼센트씩 성장하는 사업에는 대략 현재 이익의 14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 이익을 모두 재투자해야 한다면 그 가치는 6배 정도가 될 것이다(10년간 성장하고 이후 성장이 멈춘다고 가정한 2단계 DCF 모형을 사용-옮긴이). 15퍼센트 수익률이 30년간 복리로 누적되면 초기 금액의 66배가 넘지만, 5퍼센트 수익률이라면 4.5배가 안 된다. 성장률은 5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3배 증가했지만, 최종 수익은 4.5배에서 66배로 거의 15배가 증가한다.”

아마도 책을 읽은 사람이나 읽을 사람들 그 누구도 궁금하지 않겠지만 숫자 몇 개가 원서와 달라진 게 보인다. 달라진 숫자나 추가된 부분을 굵게 표시했다. 한 두 개도 아니고 믿고 읽는 이건 선생님과 구루(GURU)가 오역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가정하에 2단계 DCF 모형을 사용해 직접 계산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과감하게 원문과 다른 숫자들을 사용했을 것이다.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는 15% 수익률로 30년간 복리로 누적((1+0.15)^30)하면 87배가 아닌 66.2배가 되니 공동 번역가들이 꽤 신경써서 직접 계산하며 오류를 수정해서 번역한 게 맞다. 책을 쓴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다. 앞서 내가 쓴 글에서 부분캡처한 그림을 보면 7년으로 15% 성장으로 계산했을 경우 26.2배라는 숫자가 나왔으니 아마도 10년으로 했을 경우 28배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정확한 답을 구하기 위해선 엑셀이나 재무 계산기 같은 도구를 사용해 직접 2단계 DCF로 정확하게 계산해 보시길~

내재가치 계산기

이렇게 말하면 아무도 계산하지 않을 것 같아 내가 만들어 블로그에 공개한 내재가치 계산기를 사용해 5초도 안걸려 계산해 봤더니 28.5배가 나왔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지만 이 정도면 내 계산기도 믿고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뭐 그래봐야 아무도 사용하지 않겠지만 ㅋ

“추가적인 자본 투자 없이 연간 5퍼센트씩 성장하는 사업에는 대략 현재 이익의 14배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토드 콤스의 계산도 내재가치 계산기로 한번 해보면,

내재가치 계산

토드 콤스가 말한 수익의 상당 부분이나 대부분을 재투자 하는 기업이라면 Cash Conversion(FCF/순이익)이 낮은 기업이다. 난 구체적으로 애플과 삼성전자의 자본배분표를 비교하면서 이미 이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당연히 Cash Conversion(FCF/순이익) 높은 기업이 멀티플도 높게 받는다. 토드 콤스는 거의 2배 차이로 평가했다. 바로 위 내재가치 14.1이 나온 표에서 어떤 숫자를 바꾸면 Cash Conversion을 고려한 숫자가 될까^^ 삼성전자의 Cash Conversion은 얼마일까? 내가 간단 기업분석 할 때 제일 처음에 보여주는 그림(좋은가?)이 바로 Cash Conversion이다. 좋은 기업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높은 Cash Conversion이고 워런 버핏과 토드 콤스가 좋아하는 기업도 바로 그런 기업이다.

이런 종류의 계산이 어려운 게 아니라 성장률과 할인율을 얼마로 봐야할지, 시간 지평은 또 얼마까지 봐야할지, 경쟁사 대비 기업의 경제적 해자는 있는지, 경영진은 우수한지 같은 기업의 질적 분석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이야기해 봤자 어차피 내재가치 계산기를 쓸 사람은 요긴하게 쓸거고 안 쓸 사람은 무슨 소리를 해도 안 쓸거다. 나도 그렇다..^^

버핏이 무려 4번이나 정독한 책이기도 하지만 특히 이번 증권분석 7판은 편집을 책임진 세스 클라만과 버핏의 후계자 토드 콤스의 에세이 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렇게 말해도 어차피 읽을 사람은 읽고 안 읽을 사람은 안 읽는다. 이 책을 읽는다고 당장 수익률이 좋아지는 것도, 안 읽는다고 수익률이 나빠지는 것도 아니니까. 다만 기업의 가치는 영구적인 현금 흐름 할인의 합계와 같다는 공리를 받아들이는 투자자라면 반드시 한번은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물론 그레이엄이 직접 말했듯 읽고 나서 벗어나야 할 책(가치 투자 1.0)이기도 하다. 1934년 처음 책이 나왔고 거의 40년이 지난 1976년 벤저민 그레이엄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바뀐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50년이 지났지만 아무도 진화된 현재 상황(가치 투자 3.0)에 대해 제대로 된 분석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그레이엄은 3.0까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대공황의 영향과 초보 투자자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에 국한했기 때문에 스스로 멈췄을 뿐, 모든 것을 꿰뚫어 봤던 진정한 천재였다. 그리고 그가 살던 시대는 7% 이상 고성장을 1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경량기업들이 흔치 않은 시대였다. 그랬기에 그레이엄은 PER 20이하로만 투자를 제한해도 충분했다. 하물며 토드 콤스가 언급한 ‘추가적인 자본 투자 없이 15% 고성장을 10년 이상 지속할 기업’이 있었을리가..

현금흐름 할인법에 대한 논문 하나를 읽고

휴일 아침에 역시 습관처럼 인터넷을 어슬렁거리다 눈에 띄는 논문 하나를 봤다. 내재가치 계산에 주로 사용하고 있는 현금흐름 할인법에 대한 논문이다. 24년 동안 93개국 증권 보고서 78,000건을 분석한 Paul Décaire과 John Graham에 의하면 내재가치 계산에서 분석가가 주로 사용하는 현금흐름 할인법에서 명시적으로 모델링한 연도 수, 즉 시간지평은 대략 다음과 같다.

분석가의 시간지평

일반적으로 분석가는 향후 3년 정도(이렇게나 짧은지 몰랐다..ㅋ) 동안의 자유 현금 흐름 성장을 명시적으로 모델링한 다음 성장이 영원히 어떤 최종 장기 평균(보통 GDP성장률과 관련이 있으며 2.1% 내외로 가정하고 있었다)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런 관행적인 분석으로 영구가치가 전체 내재가치의 거의 75%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명시적 모델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영구가치의 비율은 줄어들게 되는데 3년의 경우 전체 가치의 78%를 차지하는 반면 9년 이상으로 모델링할 경우 62%로 감소한다.

영구가치 점유율

분석가들이 명시적으로 모델링한 3~5년 성장 평균은 아래 빨간색이고 영구성장률은 파란색이다. 향후 3~5년 동안 12% 내외 높은 성장을 가정하다가 그 이후에는 뚝 떨어진 영구성장률 2% 내외를 적용한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기업의 내재가치를 일관되게 계산하면 경쟁우위가 있고 긴 활주로를 가진 훌륭한 기업들의 내재가치가 왜곡된다. 항상 고평가가 된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5년 뒤에 2% 성장으로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가. 그래서 마이클 모부신 같은 사람들은 ROIC가 WACC를 초과하는 한 명시적 예측기간을 더 멀리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속기간

빨간색의 명시적 성장률을 보면 분석가들은 경기가 좋을 때는 낙관적으로 예상하다가 반대로 경기가 안좋을 때는 보수적으로 예상하는 어떤 경향성을 보여준다. 분석가들도 사람이라 편향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WACC

마이클 모부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그림 하나. 좋은 기업이든 나쁜 기업이든 훌륭한 기업이든 짧은 시간지평과 함께 WACC보다 훨씬 못한 영구성장률(TGR)을 가정한다. 내가 늘 강조하는 가치 투자 3.0 기업들을 이전의 현금흐름 할인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항상 고평가가 되기 쉽다.

이 연구는 분석가들이 주식 가치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주관적 할인율과 성장 기대치가 주식 가격 변동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할인율은 주식 가격 변동의 28%를 설명하고, 처음 성장률은 38%, 영구성장률은 18%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왔다. 아래 파란선이 전체 보고서의 할인률 평균이고 빨간선은 미국의 보고서 평균을 나타낸다.

분석가가 사용하는 할인률 평균

분석가들의 주관적 할인률(무위험 이자율과 밀접한 관계)은 미래 수익률을 예측하는 데 있어 편향되지 않은 예측 변수로 나타났고 특히 주관적 베타는 미래 수익률을 예측하는 데 있어 표준 CAPM 모델보다 더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AI가 요약해서 설명해 준다. 좋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