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지수를 이길 자신이 있는가

패시브 투자자가 아니라 직접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 투자자라면 인덱스인 S&P500 지수를 이길 자신이 있어야 한다. 만일 S&P500을 이길 자신이 없다면 직접 투자는 깨끗하게 포기하고 인덱스 같은 간접 투자부터 해야 한다. 뭔가를 고르겠다는 것은 최소한 뭐가 좋고 나쁜지는 안다는 걸 전제한 행위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은 어떤 기업인지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멍거나 버핏이 그들의 후계자들과 나누는 대화를 엿보면 최소한 S&P500에 속한 기업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부가 끝난 사람들 사이 대화다. 500개 기업의 가격 수준인 PER PBR 같은 알려진 숫자들 말고 500개 기업의 10년 매출성장률은 어느 정도일까? 500개 중에서 10년 동안 연평균 10% 이상 매출이 성장한 기업이 몇 개 정도나 될까? 우리나라 코스피 기업 중에서 10년 동안 연평균 10% 이상 매출이 성장한 기업은 또 몇 개나 될까?

S&P500 5년 수익률

오늘자로 최근 5년동안 S&P500 연평균 수익률을 보니 13.48%다. 배당수익률 약 1.5%를 더하면 대략 연평균 15% 수익이다. 만약 직접 투자하고 있는 자신의 최근 5년 수익률이 연평균 15% 이하라면 인덱스투자로 바꾸라고 냉철하게 권하고 싶다. 5년 동안 15% 수익이면 투자금은 2배가 된다. 10년이면 4배가 되는 속도고 50년이면 1000배가 되는 속도다. 10년 동안 15%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는 사람은 전문가를 포함해도 거의 없다. 앞으로는 이런 수익을 내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 경고한 멍거 옹이 생각난다.

젊은 시절 버핏은 최소한 인덱스를 10%p 이길 자신이 있다고 확신하고 난 후 투자조합을 만들고 직접 투자에 임했다. 물론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나중에는 5%p로 목표를 낮춰 잡기는 했지만, 버크셔를 인수하고 거의 60년이 넘는 기간동안 버핏은 인덱스를 10%p 가까이 이겼다. 버핏이 어떻게 인덱스를 이겼는지 하나하나 공부하고 난 후, 난 스스로 노력한다해서 버핏같은 투자자가 결코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버핏은 커녕 인덱스를 이기기도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 코스피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을 보니 5.35%가 나온다. 작년 배당수익률이 대략 2% 내외라고 하면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7.3% 수익보나 낮은 사람들은 그냥 인덱스에 투자하는 게 낫다. 이렇게 보니 최근 5년 동안 미국 S&P500 수익률이 우리 코스피보다 거의 2배 높은 수익률이다. 물론 과거 실적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지만 최근들어 더욱 더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씁쓸하지만 5년 전부터 미국 주식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했던 이유기도 하다.

직접 주식을 고르려면 고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최소한 어떤 기업들이 있는지는 스스로 찾고 확인해야 한다. 뭐가 좋은지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액티브 투자를 시도해선 안된다. 이는 국내든 해외든 똑같은 필요조건이다. 그레이엄이 대단한 점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를 상세히 책(현명한 투자자)에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접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적어도 세 번은 읽어야 한다. 만일 제대로 세 번을 읽었다면 바로 직접투자로 시작하기보단 인덱스 투자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S&P500에 포함된 500개가 조금 넘는 기업을 일정 기준으로 필터링 했더니 중복해서 나오는 기업들이 몇 개 보인다. 간단하게 살펴 보니 버핏이 지분을 늘려 나가는 옥시덴탈과 같은 석유관련 업종의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관련 기업들을 모아서 사진찍어 봤다. 이 모아놓은 숫자들 만으로는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다.

S&P500 석유 가스 기업

70달러 이하로 내려간 석유가격때문에 업황이 그리 낙관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하나씩 돌을 뒤집다보면 거기서 진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없으면 또 다른 돌무더기를 뒤집으면 되고. 이런 일련의 돌을 뒤집고 기업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작업들이 재밌어서 누구처럼 탭댄스를 추면서 출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있는가? 매일 사업보고서를 뒤지고 책 속에 파묻혀 매 순간 고민하는 일이 좋아서 일 속으로 파고드는 그런 투자에 미친 투자자와 경쟁해서 이길 자신이 있는가? 최소한 S&P500을 이길 자신이 있는가? 난 없다.

방금 세어 보니 503개 중 121개가 10년 동안 연평균 매출 10% 이상 성장했다. 무려 24%

추가) 크롬에서 제미나이(3.0인듯)를 바로 쓸 수 있다고 해서 속는셈치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 S&P500은 몇 개 기업 묶음이냐고 물었더니 500개라고 답했다. 알려 준 링크로 들어가서 보니 503개라고 하니 뭐라 했을까..ㅎ

페이팔 PYPL 10초 내재가치 계산

구독하고 있는 뉴스레터 중 하나에서 페이팔 PYPL 에 대한 개요가 정리되어 있었다. 기존 가치투자자들이 관심두지 않았던 성장주 투자로 영역을 넓힌 빌 밀러 펀드에서 페이팔 PYPL 에 대해서 긍정적인 뷰를 보였다. 10초 밖에 걸리지 않으니 부담없이 내재가치 계산기에 넣어 보기로 하고 그 전에 먼저 야후파이낸스로 가서 최근 5년 주가 흐름부터 살폈다. 5년 동안 수익률 -33%에 현재 PER 17 수준이다. S&P500 평균보다 낮은 수준.

페이팔 주가

빌 밀러는 (그럴일은 없겠지만) 만약 내가 두 번재 책을 쓴다면 제일 먼저 다루어야 할 사람 중 한 명이다. 그 정도로 의미가 큰 사람이자 아마존의 진가를 미리 알아 채고 초기부터 아마존에 투자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가치투자의 지평을 넓힌 구루다. 물론 그가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까지 미리 내다보고 투자하진 않았다.

최근에 초기 아마존에 투자한 한 투자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진행자가 이렇게 질문했다. “그럼 그 베조스의 피치를 듣고 앉아 있는 동안 어땠는지 말해보세요.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그 순간 무엇을 보셨나요?”

“케빈 컴튼: 세계를 제패한 기업가. 누군가가 그것이 서점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그 당시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결코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그는 그 분야에서 훌륭할 것이지만, 그는 그저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가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는 동기를 부여하고, 카리스마가 있고, 통찰력이 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담합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엄청나고,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러한 역할에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진정한 가치 투자는 어떤 종목이 비싸 보인다고 해서 그 종목이 최고 가치라고 가정하거나, 주가가 하락하고 낮은 배수로 거래된다고 해서 그 종목이 싸다고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최고의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빌 밀러

이런 사람이 좋게 보는 기업이라면 좀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자세히 살펴 본다고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긴 하다. 먼저 분기별 실적을 살펴 보면, 차차 낮아지고 있던 매출총이익률도 40% 선에서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모양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완만하지만 우상향하고 있고 FCF도 좋다.

페이팔 분기별 실적

숫자 그 너머를 볼 줄 알아야 한다.

페이팔 예상 성장률

전문가들의 향후 미래 성장 예상도 19%로 높은 편인데 주가는 생각보다 낮다. 주식 시장은 생각보다 영리하다. 시장은 성장하지만 그에 따라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수도 있다. 페이팔에는 결제 플랫폼/관리 분야에서 많은 경쟁업체(Skrill, Square, Stripe, Venmo, Payoneer 등)가 있는데 예상 시장 점유율을 보면 2024년 기준 37.23%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Stripe가 현재 PayPal의 가장 큰 경쟁자다.

페이팔 시장점유율

흔히 볼 수 있는 점유율 그림은 시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페이팔 자회사 또는 “결제 솔루션”에는 Venmo, Xoom, Paidy, Honey 등이 있으며, 디지털 지갑 Zettle은 POS 거래용이다. 결제에 대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애플페이 POS

PayPal의 시장 점유율은 Apple Pay, Google Pay, Block(NYSE:SQ)을 비롯한 다른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와의 경쟁으로 인해 영향을 받았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커머스가 PayPal에서 모바일로 점점 더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Apple Pay가 PayPal의 시장 점유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모바일 결제에서 편리한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그리고 삼성페이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염려가 페이팔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장점유율 1위다.

미국 소비자 결제수단
페이팔 목표주가

전문가들의 목표주가도 범위 편차는 큰 편이지만 평균은 현재 주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 홀드에서 바이로 많이 이동했다. 빌 밀러 펀드는 경쟁업체에 비해 약 43% 저평가됐다고 했는데 성장률을 약간 보수적으로 봤는지 몰라도 10초 내재가치 계산기는 다음과 같았다.

페이팔 내재가치

관련 기사를 검색하는 중 페이팔(PYPL)은 최근 Zacks.com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주식 중 하나였다고 한다. 페이팔은 Zacks 스타일 점수 시스템의 일부인 Zacks 가치 스타일 점수 측면에서 A~F등급 중 B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동종업체에 비해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유야 어쨌든 성장하고 있고 전망이 좋으며 사람들이 흥분할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회사를 매입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 빌 밀러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났는가. 그것을 실재론(또는 합리론)이라고 하든 경험론이라고 하든(합리론은 데카르트에서 시작되어 스피노자 라이프니츠로 이어지고, 경험론은 로크로부터 버클리 데이비드흄으로 이어진다) 상관없이 세상은 소리가 났다는 사람과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사람으로 갈린다. 그리고 이 철학적 화두는 후에 양자역학으로도 이어지고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이어진다.

데모크리토스는 빛은 입자이라고 주장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빛은 파동이라고 주장했다. 17세기 과학자 뉴턴은 빛은 수많은 알갱이로 구성되어 있다는 입자설을 주장했고 네덜란드의 과학자 호이겐스는 빛이 공기 중의 어떤 특별한 매질을 통해 진행하는 파동이라고 주장했다. 빛이 파동일까, 입자일까 하는 문제는 이후 무려 150년 동안이나 논란이 되다가 19세기에 토머스 영이 그 유명한 이중 슬릿 실험(1801년)을 통해 빛의 파동설을 지지해서 일단락되는 듯하다가 20세기에 아인슈타인이 ‘빛은 입자다’라는 전제를 통해 광전효과를 설명한 논문을 발표(1905)하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이후 사람들은 빛이 파동의 성질과 입자의 성질, 모두를 가졌다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는 아주 작은 세계에서만 일어난다고 하여 원자보다 작은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을 만들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우연 또는 확률, 곧 예측 불가능성이 이 우주를 지배하게 된다. 즉, 양자 이론은 비록 우리가 우주의 현재 상태를 완벽하게 알고 있다 하더라도, 미래의 상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오직 확률적 예측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그렇다면 저기 있는 달이 내가 보지 않는다면 없다는 것인가?” 라고 반박하며 그 유명한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1가 나왔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포스터

“18세기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 조지 버클리(주교였다)는 “존재하는 것은 지각된 것이다”고 말했는데, 뒤집으면 ‘지각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그는 “아무도 없는 숲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나는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닐스 보어는 “어떠한 사물도 관측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특성이란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포스터2

“아인슈타인은 가까운 젊은 후배 물리학자 에이브러햄 파이스에게 이렇게 물었다. “자네는 정말 자기가 달을 쳐다봤기 때문에 달이 거기 존재한다고 믿는가?” 파이스의 답. “나는 아인슈타인이 왜 그토록 과거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현대 물리학에 가장 큰 업적을 남긴 대가임에도 불구하고 19세기식 인과율을 끝까지 고집했다.” 케인스가 말했듯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 옛 것에서 빠져 나오기가 훨씬 더 어렵다.

관찰자가 없는 상태에서 빛은 파동으로 존재하다가 관찰자가 응시하는 순간 입자로 바뀐다.2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나지 않았다가도 누군가 소리를 듣는(찾는) 순간 소리가 났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소리를 듣고도 못들은 척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무슨 소리가 나지 않았나 하고 못들은 혹은 없는 소리를 들으려 할 수도 있다. 그 목적이 돈(집 값)이 됐든 귀찮음이 됐든 상관없이 누군가는 소리를 아예 없었던 양 못들은 척 할거고 누군가는 또 들은 척 할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다.

소리를 듣는 사람이아니라 소리를 내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내가 소리를 냈는 데 아무도 못들은 척 하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무심코 돌을 던지는 사람의 입장. “처음에는 상상할 수 없던 것이 하나의 의견이 되고 나중에는 상식이 된다. 사회가 거기에 이르면 희망을 찾기 어렵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나 벌거벗은 임금님은 역사책이나 동화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모처럼 재밌고 즐겁게 본 넷플릭스 드라마였다.

  1. 닐스 보어는 “신에게 참견하지 말라(Einstein, stop telling God what to do)”고 했다. ↩︎
  2. 양자역학계에서 표준으로 채택된 이론으로 슈뢰딩거의 고양이(현실에 대한 양자 역학의 설명이 피상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 회의감을 갖고 아인슈타인과의 토론 끝에 현재 ‘슈뢰딩거의 고양이’라고 불리는 한 사고 실험을 제안했다. 이 실험은 원래 양자 역학의 불완전한 면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지나자 양자 역학을 묘사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고 실험이 되어버렸다)처럼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에서 문을 여는 순간 결정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쉬운데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고양이의 상태는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는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가 ‘중첩’되어 있었으나 관측하는 순간 하나의 상태로 확정된다’. 이것을 간단히 “파동 함수가 붕괴된다”고 표현한다. 파동 함수가 수축한다, 파동의 붕괴 또는 수축으로 표현해도 ‘관측 시 하나의 값으로 확정된다’는 의미는 같다. 요즘은 코펜하겐 해석을 뛰어 넘어 멀티유니버스로 불리기도 하는 ‘다세계 해석’이 있다.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는 살아있는 세계와 죽어있는 세계가 모두 존재하며 관측하는 순간 어떤 한쪽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