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버핏의 마지막 편지가 공개됐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번역본이 SNS를 한바탕 휩쓸었다. 물론 투자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타임라인에 국한하겠지만. 내 블로그에서까지 번역본을 그대로 올릴 생각은 없고 버핏의 마지막 편지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만 짧게 인용하고 언급하는 정도로.
“One perhaps self-serving observation. I’m happy to say I feel better about the second half of my life than the first. My advice: Don’t beat yourself up over past mistakes – learn at least a little from them and move on. It is never too late to improve. Get the right heroes and copy them. You can start with Tom Murphy; he was the best.”
실수를 통해 배워서 개선하라는 부분(never too late to improve)과 함께 버핏은 배워야할 올바른 영웅으로 톰 머피를 추천1하고 있다. 톰 머피도 젊은 시절 많은 실수를 했지만 결국 극복했다. 톰 머피에 대해 알고 싶으면 먼저 “현금의 재발견”을 권한다. 물론 이 책에서 그가 했던 실수들2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지만 책의 1장에 나오는 바로 그 사람이다.
책에는 버핏의 말도 인용하고 있다. “톰 머피와 댄 버크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고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경영 분야 최고의 2인조였다.” 참고로 COO 댄 버크는 톰 머피의 하버드 동창 친구의 동생으로 역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다. 댄 버크는 일상적인 운영 관리를, 톰 머피는 인수, 자본 배분, 그리고 월가와의 간헐적인 소통을 담당했다. 버크는 “자신의 역할은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고, 머피의 역할은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을 찾아보니 2019년 6월에 읽은 책에 들어있다. 저땐 여러 종류의 책도 참 열심히 읽었다.

아마존에 찜만 해두고 있었다가 국내 투자자 중에서 믿고 듣는 VIP자산운용 최준철씨가 “신과함께”에서 추천하는걸 듣고서야 책이 번역된 걸 알고 당시 SNS에 남겼던 글. SNS가 좋은 점은 이런 짧은 생각이나 느낌들도 바로바로 남겨둘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로그에는 이런 식으로 생각을 남기기가 힘들다.
책 한 권을 읽는다고 얼마나 제대로 알겠냐마는…톰 머피가 사용한 기법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간단하다. 매력적인 경제성을 지닌 업종에 집중하고, 가끔 부채를 써서 대형 사업체를 인수하고, 경영을 개선한 다음 거기서 나오는 현금흐름으로 부채를 갚는다. 가격이 쌀 때 정기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했고 신주는 거의 발행하지 않았으며 배당금은 최소한으로만 지급했다. 조직을 슬림하게 운용해서 쓸데없는 비용을 통제하고 장기간 꼼짝하지 않다가 가끔 대규모 기업인수에 나섰다. 규모의 경제와 최적의 경영으로 이익을 얻는 방식, 바로 ‘롤업’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무엇보다 주주,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경영했다.
“나에게 사업이란 대형 의사결정이 몇 개 섞인 수없이 많은 자그마한 의사결정을 매일매일 처리하는 것이다.”
– 톰 머피
만약 톰 머피가 CEO가 됐던 1966년에 캐피털 시티스에 1달러를 투자했다면 그가 디즈니에 회사를 매각했을 때 204달러가 됐을 것이다. 29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 19.9%로 같은 기간 S&P500의 10.1%, 미디어 선두업체들의 평균수익률 13.2%를 압도하는 성과다. 이는 조금만 찾아 보면 흔히 나오는 숫자들이다. 하지만 톰 머피가 직접 밝힌 숫자는 다음과 같다. “People who became stockholders when Capital Cities went public got $2,000 for every dollar they put in. That’s 2,000 to 1. For the original stockholders, the gain was 10,000 to 1. Now, that’s a pretty good record.”
오래전부터 서로 알고 지냈던 버핏과 머피3는 이후 1977년에 약 10배의 PER로 1,090만 달러(캐피털 시티즈 약 3%)를 투자한 것이 워런 버핏의 캐피털 시티스에 대한 첫 투자였다. 얼마뒤 주가가 급등하자 매도했는데 버핏은 나중에 이를 “일시적인 정신이상”이라고 자신을 비난했다. 1985년 캐피털 시티스가 ABC를 인수할 때 톰 머피의 전화를 받은 버핏은 인수금액 35억 달러 중 5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캐피털 시티즈 지분 18%에 해당했고 당시 버크셔 규모를 생각해 보면 엄청난 거래였다. 향후 버크셔해서웨이는 연평균 수익률 20% 이상을 취했다.
머피 : “그걸 어떻게 해야 하죠, 친구?”
버핏 : “900파운드짜리 고릴라가 있어야 할 겁니다. 가격에 상관없이 팔지 않을 상당한 주식을 보유한 사람 말입니다. 당연히 그 사람은 매우 부유하고 전적으로 충성스러운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머피 : “친구야, 네가 고릴라가 되어 보는 건 어때?”
버핏은 이례적으로 머피에게 버크셔 해서웨이 캐피털 시티스 주식에 대한 위임장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매각 권한에 대한 법적 권한을 부여했다. 캐피털 시티스 연례 보고서 안쪽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분권화는 우리 경영철학의 주춧돌이다.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최고 인재를 채용해 그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모든 의사결정은 현장에서 이뤄진다.” 버크셔해서웨이와 거의 비슷하다.
“저는 우리가 좋은 회사를 운영했고 주주, 직원, 대중에게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제가 일하러 가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는 무언가를 고치거나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법 등을 알아내는 것을 좋아했고 아침에 사무실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번도 일하러 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사치입니다.”
– 톰 머피
톰 머피가 젊은 사람들에게 권하는 말도 처음 버핏의 말과 정확하게 같다.
“미래의 기업가를 위한 조언에 관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반드시 이 조언에 따라 생활한 것은 아닙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돈이 부족하고 실패하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적어도 당신은 정말로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나는 또한 당신의 생각을 포기하지 말고, 결코 당신의 이상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목표는 가장 긴 기차를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은 연료를 사용하여 역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입니다.”
- 평소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톰 머피는 그 누구보다도 사업 운영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리는 50년 넘게 친구이자 정신적 동반자였습니다… 톰 머피는 그가 만나는 모든 이의 내면에 숨겨진 최고의 모습을 이끌어냈습니다. 톰은 행동으로 모범을 보였으며, 그 방식은 가난한 사람이든 왕자이든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는 그 둘을 차별하지 않았습니다.” ↩︎
- 군대에 복무할 때 몇 몇 실수들과 캐피털 시티스 사업 초기 거의 부도날 뻔 했던 실수들도 있었다. ↩︎
- 1970년대 초 톰 머피가 버핏을 캐피털 시티스 이사로 데려가려고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창을 통해 먼저 연락해서 처음 만났다. 당시 버핏은 캐피털 시티스 멀티플이 너무 높아서 이사가 될 정도로 많은 지분을 매수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대신 톰 머피에게 언제든지 필요하면 전화하라고 채널을 열어 뒀고 이후 둘은 자주 통화하는 사이가 됐다. 머피의 말에 의하면 버핏이 향후 자신의 모든 거래에서 감독 역할을 했다고 인정했고 버핏은 오히려 머피를 자신의 ‘멘토’이자 ‘대화하고 싶은 가장 똑똑한 사람’ 중 하나로 꼽았다. 둘은 함께 TV가이드를 인수하려고도 했었다. 나중에 톰 머피는 버크셔해서웨이 사외이사(버크셔 A주 695주, B주 1,489주를 보유했었다)가 됐다. 둘 모두 좋은 사람과 거래하고 좋은 사람을 주위에 두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