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진 지적자본의 가치를 가장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1) 은행에 본인이 얼마의 이자율로 대출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2) 본인의 연봉을 대출이자율로 나눈다.
만약 5천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데 대출이자율이 7%라고 하면 본인의 지적자본의 가치는 약 7.1억(5000만/7%) 정도가 된다. 연봉 1억에 대출이자율이 5%라면 20억 정도 가치의 지적자본을 가지고 있는 셈이 된다. 이 계산하에서 지적자본의 가치를 올리려면 1) 연봉을 올리거나 2) 할인율을 내리면 된다. 같은 말인데 다른 버전(PER 개념)으로 해보면, 5천만원의 연봉에 14.3(1/7%)을 곱하면 7.1억이 된다. 1억 연봉에 20을 곱하면 20억이 된다. 연봉이 올라가면 여기에 곱하는 숫자도 올라간다. 연봉의 변화율이 커질수록 숫자도 커진다.

이렇게 지적자본의 가치를 구하기 위해 연봉에다 곱하는 숫자를 간단히 PER(Price Earning Ratio : 시가총액/당기순이익)라고 생각해 보자. 앞의 예에서 이 숫자는 은행에서 이야기해준 대출이자율의 역수였다. 대출이자율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직장의 안정성과 연봉의 성장성 및 지속가능성 같은 기타 조건을 검토하고 이것을 비슷한 다른 사람들과의 상대비교를 통해 결정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사람에 따라 향후 기대수익률이 낮아도 대출할 수도 있고 기대수익률이 높아야 대출할 수도 있다.
물론 정부 기준금리의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한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대출이자율(은행 입장에선 기대수익률)도 상승한다. 향후에도 망하지 않고 꾸준히 수입이 들어오는 의사 변호사 같이 안정된 직업일수록 대출이자율이 낮아진다. 자격증으로 보장되어 경쟁이 치열하지 않거나 환경이 급속히 변하지 않을수록 좋다. 직업의 품질이 좋을수록 연봉에다 곱하는 숫자는 커진다. 즉 PER가 높다.

10년동안 매년 10%씩 지적자본의 가치를 올리면 7.1억이 20억이 된다. 물론 연봉 5천만원이 10년 후 1억이 되려면 매년 7.2%만 성장해도 된다. 비록 단순 가정이긴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할인율 인하(PER 상승)는 연봉이 증가하면서 부수적으로 따라 온 것일 수도 있다. 매년 7.2%씩 상승했는데 이걸 10년동안 유지한다면 성장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아 PER가 2.8% 증가한 셈이 된다. 연봉을 올리기 위한 내 노력의 결과를 PER의 상승으로 시장이 인정해 주는 것이다.
한편으론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처럼 보이는 PER의 상승이 오히려 펀더멘털(여기선 연봉)을 바꿀 수도 있다. 연봉의 상승과 PER의 상승, 그로인한 연봉의 재상승은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에도 계속해서 높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게 되어 훨씬 더 높은 PER의 상승을 불러 올 수도 있다. 소로스는 이런 현상을 재귀적이라고 했다. 만일 이렇게 형성된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이를테면 연봉삭감, 징계..) PER는 급속하게 하락할 수도 있다.
– 2023년 8월 21일 남겨 둔 글
추가) 10년 국채수익률이 6.2%인 상황에서 연봉이 최근 10년 동안 이런 속도(9.5%)로 증가하고 있는 사람의 대출 이자율이 7.7%(PER 13)라면 어떤가? 이 사람은 은행으로 가서 대출 이자율을 더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생각을 뒤집어 만약 이 사람에게 자신의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해야 한다면 연봉에 얼마를 곱해야 할 것인가? 현재 13이란 숫자는 이 사람의 가치에 합당한가? 이 사람의 미래 연봉을 예상할 수가 있는가? 이 사람이 연봉 삭감이나 징계를 받지 않고 제대로 승진하고 성장할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는가?

버핏은 이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투자했고 그 후 10년 동안 이 사람의 연봉은 이렇게 상승했다..^^ 왼쪽 숫자를 보면 2,000이 20,000으로 단위가 달라진다..ㅋ 버핏이 본 걸 볼 수 있겠는가? 버핏이 한 걸 할 수 있겠는가?

버핏이 인재를 고를 때는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했다. 1. 지식/지능/지혜 inteligence 2. 적극성/열정/에너지 initative or energy 3. 성실성/정직/도덕성 integrity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정직하지 않다면 앞의 두 가지가 오히려 뽑은 사람을 죽일 것이다. 정직하지 않은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멍청하고 게으른 사람을 뽑길 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버핏은 기업을 인수할 때도 투자할 때도 가능하면 기존 경영진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경영을 그대로 맡기는 전략을 취했다. 좋은 경영진은 좋은 기업 문화를 가져와서 고객과 브랜드에 대한 사랑이 조직 전체에 퍼지게 된다. 좋은 말도 중요하고 좋은 기수도 중요하다.
기업을 볼 때 당신은 무엇을 보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기업의 성실성과 integrity 는 무엇인가? 기업의 경쟁 우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연봉에 곱하는 수, 정확히는 자기만의 밸류에이션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게 좋다고 생각해서 고른 기업을 버핏처럼 10년 이상 보유할 수 있는가? 뭐 그런 얘기들을 하고 싶어서 2023년 글을 썼다가 중간에 그만뒀던 기억이 난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