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엔 목요일이 비었다

어쩔수가 없다.

과거를 봐도 9월은 내가 좋아하는 계절의 시작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 MBTI가 F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 어느 달보다 블로그에 글을 많이 쓴 달이다. 블로그 9월 달력을 가만히 보니 목요일에 글을 쓴 적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 목요일이라 별로 쓸 말은 없지만 블로그에 뭐라도 끄적거려야겠다 싶어서 커피 한 잔 들고 이렇게 들어왔다.

9월 실적

오늘 블로그 트래픽이 급증했다. 평소 20명 정도 들락거리는 조용한 곳인데 거의 3배 가까이 방문자가 증가했다. 리퍼러를 보니 내가 애용했던 SNS에서 많이 들어오셨길래 거길 들어갔더니…추천글 하나 올린 걸 봤다. 굳이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되는데 벌써 세번째..^^ 구루와 함께 찍은 사진을 봤는데 구루는 여전하구나~ 내가 아는 가치 투자 1.0을 가장 잘하는 투자자. 책을 하나 쓰고 스터디를 그만둔 후 구루 얼굴 본지도 정말 오래됐다.

보잘것 없는 블로그를 소개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존경하는 투자자라는 말씀은 제발 거두시길. 그저 조금 일찍 먼저 길을 걸었던 선배이자 여전히 투자에 호기심이 많은 학생일 뿐, 성공한 투자자도 존경받을 투자자도 아니라는 말씀. 빨리 성공해야지~ 문제는 저 성공이라는 뜻이 모두가 아는 그 뜻이 아니라는 게 내 문제..ㅋ

기대했던 시험에 떨어져 심드렁해 있는 아들녀석과 영화를 봤다. 아…정말 어쩔수가 없다.ㅋ

어쩔수가 없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내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믿고 보는 감독 리스트에서 박찬욱을 뺀다면 몇 사람이나 남을까. 영화를 보고 나와 아들 녀석과 맥주 한 잔 할까 하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차를 가지고 온 걸 생각하곤 간단하게 저녁만 먹고 집으로 왔다. 그래서 영화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게 아쉽다. 녀석도 영화는 나쁘지 않았는데(좋진 않았다는 말도) 아쉬운 점이 몇 개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블랙코미디라 중간중간 키득거릴 구간이 있었는데 아무 반응이 없더라니..ㅎ 난 영화를 보면서 이 사람이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려고 이러나 싶었는데…무난하게 마무리지었다. 너무나 무난하게?!

마지막에 AI의 습격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인간이 인간을 죽여봐야 몇 명 안되겠지만 AI는 수 십, 수 백만명을 죽일 수 있다. 실직은 살인이다. 감독의 저런 상상력이 부디 상상만으로 끝나길…지극히 인간적인 바램으로 영화관을 나왔다. 러닝타임 2시간 30분이라 화장실 앞에 사람들이.^^

추가) 가장 최근에 올린 글 하나랑 이 글을 전체 공개로 했다. 가장 최근 글은 올릴 때도 전체 공개로 올릴까 고민했던 글인데 모처럼 처음 블로그에 들어오는 분들에게 읽을거리 하나쯤은 공개해야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대부분 새 글은 구독하신 분들에게만 공개됩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S&P500은 비싼가

패시브는 안전장치인가 증폭장치인가.

파월은 “우리는 전반적인 금융 여건을 들여다보고 우리 자신도 우리의 정책이 금융 여건에 영향을 미치는지 자문하는데 많은 측면에서 현재 주가는 상당히 고평가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순하게 현재 S&P500 PER만 봐도 상당한 고평가 수준에 있다. 평균으로 하든 중간값으로 하든 최근 10년, 혹은 최근 30년으로 하든 고평가 수준에 있는 것은 맞아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S&P500 PER

PER는 주가와 이익의 함수다. 로그 스케일로 본 S&P500 이익이다. 추세선 상단을 돌파했다. 기대감으로 주가가 먼저 올라가고 이익이 기대치를 충족시키면서 향후 기대치도 올라가면 주가는 다시 상승한다. S&P500은 여전히 이익이 기대치를 넘어서면서 그런 선순환을 타고 있는 국면이다.

S&P500 이익 성장

공교롭게도 어제 지인과의 통화에서 S&P500 현재 수준에 대해 이야기했었는데(개별 기업에 집중하는 가치 투자자들에겐 이례적인 일..ㅋ) 파월의 고평가 발언이 나왔다. 내가 봤던 자료는 올해 268 내년 304로 성장한다는 약간 지난 자료였고 지인이 알려준 자료는 올해 294까지 성장한다는 9월 최신 자료였다. 2026년은 그대로 304였다. 업데이트 된 예상대로 이익이 294까지 가면 올해에만 20% 성장으로 YTD S&P500 상승률이 대충 17% 내외인 걸로 알고 있는데 거의 비슷하게 가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과거 10년 이익 성장률이 9~10% 정도 수준(S&P500 상승률은 12% 내외)인걸 감안해 보면 최근 이익 성장률이 (이례적으로) 높은 편인걸 알 수 있다.

EPS 실적 예상

참고로 S&P500 미래 이익을 예상하는 접근법은 탑다운과 바텀업 방식이 있다. 탑다운은 거시경제 변수를 먼저 예측하고 산업별 영향을 분석해서 이익을 추정하고 바텀업은 각 애널리스트들이 해당 기업의 향후 실적을 예상한 것들을 모아 평균값을 내고 이를 합산(시가총액 가중 평균)하여 도출한다. 개인적으로는 바텀업 자료를 우선시한다. 위 자료는 바텀업.

6656/294=22.6 이고 269로 나누면 대략 24~25 수준이 된다.
대화의 결론은 대충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이익을 반영하면 FwPER 22.6 수준으로 과거에 비해 여전히 비싸긴 하지만 지금 보는 숫자 30에 비해서는 그리 많이 비싸보이진 않는다. 이익의 대부분이 IT관련 기업들이기 때문에 현재 성장의 주력인 AI, 로봇 같은 신사업 분야의 성장률이 어떻게 될지, 그리고 관세 같은 정책의 영향에 따른 인플레이션 향방이 중요할 것 같다 정도, 비싸지만 그리 많이 비싸지 않다.

S&P500 포워드PER

상위 10개 기업의 시총 비중이 전체의 42%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10개 기업 평균PER 56(테슬라 200 ㅋ)으로 높아보이긴 하지만 밸류에이션을 해보면 10개 평균으로도 과거처럼 버블이 들어간 지나친 고평가로 보이진 않는다. 예전 S&P500 밸류에이션에서도 거의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동어반복 ㅋ

“요즘은 Mag-7이 거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Mag-7에 대해서만 생각하죠. 솔직히 말해서, 지난 몇 년간 시장 수익률을 주도해 왔죠. 그래서 2021년에 저희가 제품을 출시했을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종목 중 일부는… 이건 공개된 종목이라 찾아보실 수 있어요. 사실 저희는 Mag-7 주식이에요. 월스트리트 저널은 저희에 대해 “가치 투자자가 대형 기술주를 산다”라는 기사를 썼는데, 마치 이상한 일인 것처럼 말했죠.

이 주식들 중 상당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매우 높았습니다. 엔비디아는 100달러였고, 아마존은 정말 높았습니다. 우리가 왜 이런 주식을 사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이런 무형 자산을 더하면 엔비디아는 CUDA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는 혁신으로 잘 알려진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사 학위 소지자를 많이 채용하고, 매우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채용합니다. 이 모든 요소들을 종합해 보면, 실제로 이 주식들은 당시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주식 중 하나였습니다.

물론 4년이 흐른 지금, 시대는 변했고 모두가 엔비디아가 훌륭한 주식이라는 것을 알고 주가는 백만 배나 올랐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싸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감안하면 상대적인 수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술처럼 무형 자산 집약 산업에 유리하게 전반적으로 시장 판도가 약간 바뀌는 것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산업 내에서도 예상대로 특정 기업들이 다른 기업들보다 이러한 조정을 통해 더 큰 수혜를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 Kai Wu

2021년에도 지금도 여전히 가치 투자자가 대형 기술주를 사면 이상한 일이 된다. 가치 투자자는 그저 한모금 빨 수 있는 담배꽁초들만 주워야 하거나 음식료주만 기웃거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아직도 가치 투자 3.0을 모른다..^^ Kai가 이야기한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내가 바로 전 글에서 이야기한 마이크로소프트 MSFT메타 META 역시 가치 투자 2.0의 기준으로는 쳐다보지도 못할 3.0 기업들이다. 그레이엄은 말할 것도 없고 버핏과 멍거를 신으로 추앙하는 가치 투자 스터디에서 이런 기업들 들먹이면 미친 놈 취급받을 것 ㅋㅋ 그럴 땐 구글의 주주리스트를 보여주면 된다. 제2의 멍거라는 리루가, 제2의 버핏이라는 빌 애크먼이, 그리고 제2의 그레이엄이라는 세스 클라만이 가치 투자자가 아닌가?!

위에서 S&P500 전체 이익 성장률이 최근 10년 동안 9~10%씩 성장했다고 말했다. r-g에서 g(성장률)가 r(할인율) 보다 훨씬 큰 상황(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그레이엄은 7~8% 성장 기업을 성장주로 봤다. 더구나 최근 10년 이자율을 보면^^)에서 과거의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방법으로 가치 평가를 할 수나 있겠는가?! 전체 평균이 저럴진대 개별 기업단으로 내려가서 보면 10년 동안 15~20% 성장하는 기업이 수두룩할텐데 그런 기업들은 다 제외하고 저성장 저PER 담배꽁초 같은 기업들만 쳐다보겠다면, 유형자산만 잔뜩 들고 있는 기업들만 보겠다면…계속 그러시라. 늘 말했지만 3.0 기업이 드믄 우리나라에서만 투자하겠다면 그래도 된다. 아니 그게 맞는 방법이다. 더구나 밸류업도 한다는데..^^

AI가 특히 중요하다고 했는데 통화 이후 뉴스에 엔비디아가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뉴스가 나왔다…보자 마자 순환구조가 떠올라 으잉?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 엔비디아 주가보니 시장에서도 별로 좋은 뉴스로 보진 않는것 같다. 엔비디아 돈이 오픈AI로 가고 이게 다시 엔비디아로 돌아온다라..ㅋ

NVDA 주가

모두가 확실하다고 예상하는 높은 성장률(20%)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높은 성장률이 지속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시장의 유동성이 마를 때…사람들이 자신의 수익률을 자랑할 때…FOMO로 부채를 들고 뒤늦게 뛰어드는 사람이 늘어날 때…오늘 본 자료에선 펀드로 들어오는 돈들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경기침체 확률은 30% 수준으로 낮은 편이라고~

내가 염려하는 부분은 S&P500 인덱스 같은 패시브 투자 비중이 너무 높아 시스템 리스크가 너무 커지진 않았는가 하는 것. 자칫 연쇄적인 악순환 고리로 들어갈 경우 전체 시장이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안정적인 패시브 자금이 안전장치가 아닌 증폭장치가 되진 않을까 하는 그런 쓸데없는 걱정.

추가)
“MIT 미디어 랩의 연구원들은 ” 2025년 비즈니스의 AI 현황 ” 보고서에서 기업이 생성적 AI에 최대 400억 달러를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95%의 조직이 지금까지 투자 수익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OpenAI의 Chat GPT와 Microsoft의 Copilot과 같은 도구는 광범위하게 테스트되었으며, 80% 이상의 조직에서 이러한 도구를 탐색하거나 파일럿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구가 개인의 생산성을 향상시키 더라도 전체 손익(P&L) 측면에서는 측정 가능한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이 연구 결과입니다.

기업 수준의 AI 시스템 역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이 인터뷰한 대기업의 60%가 이러한 도구를 평가했다고 답했지만, 파일럿 단계까지 진행한 기업은 20%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본격적인 운영 모델로 전환한 기업은 5%에 불과했습니다. 도구가 거부된 주요 이유로는 상황 기반 학습 부족, 불안정한 워크플로, 그리고 일상 업무와의 불일치가 거론되었습니다…대기업들이 AI를 거부하는 한 가지 가능한 이유, 즉 ‘엉터리’를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연구소는 직원들이 AI 도구를 사용하여 손쉽고 괜찮아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이를 “워크슬롭(workslop)”이라고 부르는데, 잘 정리된 슬라이드, 보고서, 요약, 또는 코드 등이 처음에는 유용해 보이지만 결국 불완전하거나 맥락이 부족하여 업무 부담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제서야 깨닫고 있나보네..ㅋ 그렇게 과대평가를 말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