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편안하게 들어와서 넋두리도 남기고 생각도 정리하려고 만든 블로그였는데 아무래도 트래픽이니 광고수익이니 이런 사소한 것들에 신경을 쓰다 보니 또 힘이 들어갔구나. 뭔가 근사한 글을 써야 될 것 같은 허세와 누군가에게 효용을 줘야겠다는 쓸데 없는 가오. 그리고 SEO 형식에 맞춰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쉽사리 글을 적지 못하고 트래픽에 일희일비하고 단 0.01$에 좌우된다. 그냥 힘을 빼고 편안해야 한다.
첫 눈이 왔다. 아주 오래 전 워드프레스 기능 중에 눈이 내리면 블로그 화면에 눈이 내리는 기능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낭만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간다. 최백호 산문집이 있어 보니 제목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다. 찬찬히 읽어 봐야겠다. 마침 오늘 아침에 본 동영상은 싱어게인3 듀엣곡인데 역시 최백호의 “나를 떠나가는 것들”이란 제목의 노래였다.
“잘 가라 나를 떠나가는 것들
그것은 젊음 자유 사랑 같은 것들
잘 가라 나를 지켜주던 것들
그것은 열정 방황 순수 같은 것들”
최백호의 책을 펼치니 맨 앞에 작가의 말이 보인다.
“살면서 참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 손해를 많이 봤다. 그런데도 이만큼이나 남았다. 그 잃어버린 것들이 나에게 남겨준 경험과 교훈들, 그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다.”
“인생의 성, 패는
진정성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진정성.
블로그에 들어 오면 그 누구보다 내가, 진정 편안해야 한다.
랭크매쓰 9점짜리 글이라도 좋다. 굳이 70점 이상 올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카테고리:] Diary
일상을 기록하는 buddy의 공개된 일기(diary)입니다.
블로그로 돈 버는 방법
블로그로 돈 버는 방법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몇 번 언급했다. 월 천을 버네, 월 백을 버네 하면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동영상과 광고, 전자책을 포함한 책들이 너무나 많다. 유튜브로 그런 동영상을 한번 봤더니 알고리즘이 계속해서 추천하는데 돈이 절박한 사람들은 혹하게 꼬신다. 마치 당장 월 백을 벌 수 있을 것만 같다. 강의나 전자책을 비싼 가격을 주더라도 구매하고 싶어진다.
재밌는가?
무슨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그 일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 설령 재밌는 일이라고 해도 돈을 버는 업이 되는 순간 재미가 없어지는 경우도 허다한데 시작하기 전부터 재미없는 일이라면 꾸준히 할 수 없다. 블로그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 한 명은 자신이 먹을 약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 보니 정보가 너무 없어서 약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서 올려 황금 키워드를 찾게 됐고, 꾸준히 약에 대한 정보들을 올린다고 한다.
이름도 생소한 각종 약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고 정리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는 일들이 과연 재밌을까? 아무리 트래픽이 올라가고 클릭률이 높아 내게 돈이 된다 하더라도 난 내 블로그가 그런 정보들로 가득찬 것을 보기는 싫다. 물론 그 정보를 올리는 시간들도 그리 즐겁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블로그로 돈을 못버는지도..^^ 검색엔진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만 힘들게 찾아가며 내 블로그에 올린다?! 안하고 만다.
누구는 블로그에 정부의 각종 정책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꾸준히 올리며 돈을 번다. 누구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생활 불편들을 해결하는 방법들을 롱테일 키워드로 정리해서 돈을 번다. 누구는 핫키워드를 요리조리 변형해서 트래픽으로 연결해 돈을 번다. 이런 식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가 과연 즐겁고 재밌을까? 이런 일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검색엔진의 알고리즘에 제대로 대응이나 할 수 있을까?
남들에게 유익한가?
검색하면 다 나오는, 더군다나 요즘엔 AI가 발달해서 챗GPT나 바드에게 질문하면 바로 정리된 자료가 나오는 시대에 이미 인터넷에 있는 정보들을 짜깁기해서 올린 글들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으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굳이 다 있는 정보들을 재조립해서 남들과 똑같은 글을 다시 올릴 가치가 과연 있을까? 남들은 둘째치고 그런 글로 가득찬 블로그가 과연 본인에게 유익할까? 본인은 그 블로그가 편안한가? 다시 들어와서 찬찬히 글들을 읽고 싶어질까?
무엇보다 돈이 되는가?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이 분야 역시 소수의 사람들만 많은 돈을 번다. 그리고 돈을 버는 소수의 사람들 조차 애드센스 같은 광고로만 돈을 벌지 않고 강의나 전자책, 기타 다른 방법(협찬이나 기타등등)으로 돈을 번다. 당장 블로그로 돈벌기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 몇 개만 시청하면 곧바로 블로그로 돈버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광고가 뜬다. 그 광고는 누가 돈을 지불할까?
최근 온라인 광고가 수입의 대부분인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들도 광고수입이 줄고 있다고 한다. 경기가 안좋아지면 기업들은 가장 먼저 광고지출을 줄여 판관비를 조절한다. 마치 가계수입이 줄어들면 외식비부터 줄이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다. 광고는 경기를 따라간다. 호황에는 광고를 많이 하고 불황기에 접어 들면 필요한 광고 외엔 다 줄인다. CPC 단가도 그에 따라 줄어들게 된다.
그럼 뭘 해야 할까?
블로그로 돈을 벌겠다고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서 어디에서 볼 수 있는 글들을 복사해서 짜깁기한 후 붙여 넣는 단순 반복작업들은 그만두는 편이 좋다. 돈이 되는 황금 키워드만 골라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글을 쓰는 일들도 그만두는 게 좋다. 이런 일들은 결코 오래 지속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블로그로 돈을 벌겠다는 그 돈의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한 달에 돈 천 만원은 고사하고 한 달에 십 만원 벌기도 쉽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길게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글,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글로 하나씩 채워가야 한다.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재밌게 글로 쓰면서 길게 지속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검색엔진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의도치 않게 트래픽이 폭발하는 글도 생길 수 있고 방문자의 체류시간이 늘어나면서 블로그 품질도 올라가서 검색엔진 상단으로 올라가는 일이 자주 생기게 된다.
꼭 트래픽이 몰릴 키워드 만을 골라 쓸 필요도 없고 형식에 맞춰 글을 쓸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블로그로 꼭 돈을 벌어야 할 필요도 없다. 돈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수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좋아하는 일을 오래 계속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
미소 그리고 좋은 대화와 함께하는 식사
강남엔 오랜만에 다녀왔다. 코로나때문인지 함께하는 식사 자리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그래선지 SNS같은 온라인으로 자주 연락하고 전화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오프라인 비중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미소, 좋은 대화, 함께하는 식사, 함께하는 작은 활동, 이것은 우리에게 충족된 삶을 허락하는 재료들이다. 친구 세명과 함께하는 저녁은 페이스북에서 300명과 가상접촉을 하는 것보다 우리를 훨씬 행복하게 만들고,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디지털치매
하지만 온라인 친구나 네트로만 연결된 관계는 한계가 있다. 블로그로 돌아온 이유에서 정확하게 쓰진 않았지만 나역시 인용글에서 언급한 가상의 덧없음을 느꼈기 때문에 고독을 찾아 이곳으로 돌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고독으로 들어 오면 예전의 그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그리울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다. 이 곳에서 댓글이나 좋아요 클릭 없이 이 글을 읽을 미지의 누군가를 향해 글을 남기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나를 위해 생각을 정리하는 느낌이 좋다. 내 글의 첫 구독자는 ‘나’니까.
블로그에 음식사진은 처음 올리는 것 같다. 늘 집밥을 먹다가 이렇게 한번 나들이를 하면 사진을 찍게 되고…그런 사진들만 블로그나 인스타에 올라가기 때문에 SNS만 보다 보면 나빼고 다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아무도 SNS 사진에 올라온 것처럼 살지 않는다. 가장 좋은 장면만 편집해서 올린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아무래도 술을 끊은 이후로 횟집엔 잘 가지 않게 된다. 어제는 나를 위해 가져 온 포도주만 한 잔 마셨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면 아무래도 주식에 좋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던 것 같다. 어제 밤 나스닥이 -2.43% 빠졌나 보다. 오늘 아침에 보니 코스닥도 -2.6%를 훨씬 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