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루틴 끼워 넣기

모든 사람들은 부지불식간에 일정한 루틴을 가지고 있다. 루틴이라는 외래어보단 습관이라고 부를수도 있지만 습관은 하나하나 개별적인 느낌이 들어 일정한 수순을 밟는다는 의미가 있어 보이는 루틴이라는 말을 그대로 쓰련다. 루틴 끼워 넣기란 부지불식간 행하는 루틴에 다른 루틴을 끼워 넣어 뇌가 거부하기도 전에 자연스레 행하는 걸 도모한다.

이를테면 매일 아침 화장실에 가는 루틴이 있다면 거기에 양치질을 하는 루틴을 슬며시 끼워 넣는거다. 몇 번 하다보면 어느새 뇌가 스스로 받아들여 거부감없이 습관이 된다. 매일 아침 뉴스를 읽는 습관이 있다면 뉴스를 읽는 순간에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는 걸 끼워 넣는다. 뉴스를 읽으면서 의식적으로 호흡을 느끼면서 하는 것이다. 길게 들이 마시고 길게 내뱉는 걸 의식적으로 하다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 앉는 걸 느끼게 된다.

명상


숨을 들이 마시는 것보다 2배로 길게 내 쉰다. 의식하지 않고 호흡을 하면 짧게 들이 마시고 짧게 내 쉬는 나를 발견한다. 어차피 매일 뉴스를 읽는 다면 눈은 뉴스를 따라 움직이겠지만 내 호흡은 복식호흡을 하면서 긴장을 완화하고 심신안정을 꾀할 수 있다. 복식호흡 1시간이 걷기 운동 24분, 자전거 30분의 칼로리 소모와 비슷한 칼로리를 소모한다고 한다. 물론 1시간은 힘들거고 하루에 10분씩 틈나는 대로 짧게라도 시도해 보면 좋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물 한잔을 마시는 루틴도 가지고 있다. 군대에서부터 생긴 루틴으로 일어나면 물 한 잔을 마신다. 공복에 마시는 물이 좋다는 말도 있고, 안좋다는 말도 있는데 난 좋다고 생각하고 한다. 아침 공복에 마시는 물은 체온보다 약간 낮은 30도 전후 미지근한 정도가 좋다고 한다. 온도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너무 빨리 마시기보단 천천히 마시는 게 좋다.

루틴속에 키워 넣기도 있지만 빼야 할 루틴도 있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루틴이 그 중 하나다. 꼭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이 있다. 잠자리에 들땐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게 좋은데, 그 습관을 버리기가 참 힘들다. 루틴 끼워 넣기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루틴 빼기가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현재 내 루틴 중에서 뺄 것을 먼저 생각해 보고나서 끼워 넣을 루틴을 찾아 보는 게 맞는 순서다. 쓸데 없는 물건을 정리하는 미니멀리즘이 정말 필요한 것은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다.

채워야 비워지고 비워야 채워진다.

한 달 동안 블로그에 글을 써보니

9월 13일부터 새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다가 주말을 건너 뛰고 9월 18일부터 한 달동안 연속해서 글을 써보려고 다짐했었다. 중간에 긴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예약 글 기능을 통해 어찌 어찌 채워 갔는데.. 아뿔싸, 10월 초에 감기몸살로 이틀을 비웠다. 이 글이 올라가는 18일이면 그 이틀을 빼고 한 달 동안 블로그에 글을 썼다.

블로그 캘린더


이틀을 뺀 한 달 동안 블로그에 글을 써보니 예상대로(?) 수익은 거의 없었지만 글은 남았다! 세네카가 현대인에게 해주는 충고에도 “일기 쓰기를 습관으로 만드세요. 세네카는 일기 쓰기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일기를 쓰면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라고 일기와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블로그로 공개된 일기를 쓰다보니 내 감정과 생각이 더 잘 이해되고 정리된다. 바로 이 점이 애드센스 수익보다 더 가치있는 일이다.

가끔 내 블로그에 어떤 광고들이 게시되는지 살펴 보는데 잡블로그에 가까운 내 블로그를 구글이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광고로 뜨는 업종을 보니 아직 중구난방이다.

연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뭔가를 꾸준히 하는 거다. 한 달 동안 블로그에 글을 써보니 마음 속에 서 ‘블로그를 1년 동안 쓸 수 있을까?’ 라는 새로운 욕심이 생긴다. 물론 한 달처럼 일 년을 모두 파란색으로 채울 수는 없겠지만 틈틈이 글을 쓰면서 내년 9월까지 파란색이 부분적으로라도 채워지도록 노력해 볼 셈이다. 주말은 힘들더라도 평일은 채우도록 애써 봐야겠다.

그럴려면 내 생각이 먼저 무르익어야 하는데…그게 제일 걱정이다. 차가 있어도 갈 곳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듯 블로그가 있어도 쓸 거리가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불쑥 내 삶으로 들어 온 감기처럼 내 삶의 돌발적인 변수들도 걱정이다.

워드프레스는 집짓기다.

우리는 모두 인터넷에 집을 짓는다. 어쩌면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 블로그, 그리고 페이스북 같은 SNS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파트나 빌라 같은 대규모 건물의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것과 비슷하다. 남들이 이미 다 지어놓고 살고 있는 곳에 아이디 하나 달랑 들고 들어가서 마치 내 집처럼 쉽고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다. 어지간히 필요한 건 이미 다 구비되어 있고 일정량의 사람들(트래픽)도 거의 보장된다.

반면 워드프레스 같은 설치형 블로그는 자기가 살 집을 직접 짓는 것과 비슷하다. 기본적인 틀이 있긴 하지만 블로그 구성의 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모두 자신이 직접 계획하고, 찾아보고, 비교하고, 선택하고, 세팅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고장이 난다. 고장이 나면 또 찾아보고…세팅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최근엔 사이드바 구독메뉴가 작동이 안되서(보안 플러그인과 충돌) 헤맸고 아카이브 위젯이 동작을 안해서(SEO 플러그인 설정) 고생했다.

초기에 이런 작업을 무한 반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항상 모든 것은 등가교환이 이루어 진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편리함을 추구하면 속도를 희생해야 한다. 화려한 테마, 편리한 플러그인들을 깔기 시작하는 순간 곧 잃는 것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이렇게 힘들게 집을 짓고도 트래픽은 거의 없다. 사람이 아예 없다. 어쩌면 저 넓은 우주 공간 속 이름없는 별 한 구석에 혼자만의 집을 지은 것과 같다.

우주공간에 집짓는 사람


그러면 왜 돈도 안들고 편하기만 한 남의 집 살이를 안하고 호스팅 비용을 지불해 가면서 자신의 집을 새로 짓는가? 바로 자유때문이다. 이 것 하나때문에 그 많은 수고를 감내하게 된다. 내 집을 어느 곳에 어떻게 짓건, 광고판을 어디에다 달건, 집에서 무슨 말을 하건,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특히 내 위에 군림하는 주인이 없기에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오롯이 내 공간이다. 그래서 내 집에 들어오면 편하고 자유로움을 느낀다.

오늘은 집의 어디를 좀 손볼까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누가 우리집에 찾아왔는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사람은 죽기 전에 자기가 살 집 한 채 정도는 지어 보고 죽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블로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워드프레스로 집짓기는 자유를 향한 좋은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