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IC 투하자본 수익률

그래서 ROIC가 돈이 됩니까? 돈이 됩니다.

논문 읽은 것 하나 올리니까 남들에게 마치 내가 뭔가 어려운 것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생긴다..ㅋ 그래서 이번엔 계속 그렇게 보이려고(?) 영어로 쓴 다른 글 하나를 읽고 역시 핵심만 요약해서 올려본다. 마이클 모부신1이 최근 모건스탠리에 기고한 ROIC 투하자본 수익률에 대한 아티클이다. 투자에서 좋은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ROIC는 항상 들어가는 답중 하나로 정말 중요한 개념인데 이번에 모부신이 잘 정리해서 난 숟가락만 얹는다. 미국은 이렇게 좋은 글들을 전세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무료로 공유한다. 우리나라도 유료화만 따라하지 말고 이런 것도 좀 배웠으면 싶다.

바로 처음에 나오는 그림이다. 3000개(러셀3000)의 유니버스에서 매출이 큰 500개를 대상으로 상관관계를 조사했더니 대체로 ROIC가 클수록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다. 당연한 이야기 아님?! ROIC가 왜 중요한지 빌드업의 시작이다. 정작 난 이 그림을 보자마자 알고 싶은 것은 오른쪽 하단 중간에 있는 점들이었다..ㅎ

EV와 ROIC 상관관계


ROIC 계산식은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ROIC 역시 다른 개념들과 마찬가지로 자세히 들어가가 시작하면 쉽지만 쉽지 않다.

ROIC 식

NOPAT(Net operating profit after taxes) = EBITA – cash taxes 로 정의하고 있다. 통상 EBIT에 (1-법인세율)을 곱한다.

투하자본의 계산은 다음과 같다. 왼쪽 운영 어프로치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식이다. 오른쪽 자금 조달 방식은 부채와 자본과 같은 회사의 자금 조달원을 고려한 접근 방식이다.

투하자본 계산


ROIC는 당연히 성장과도 관련이 있다. 이 연구는 높은 ROIC와 높은 매출 성장을 지속한 회사들이 수익률과 성장률이 낮은 기업들보다 훨신 더 높은 총주주 수익률을 나타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높은 ROIC는 경쟁으로 인해 결국 평균에 수렴하게 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장기간 높은 ROIC를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ROIC와 성장률의 관계
ROIC와 WACC와 EVA

이 그림은 보고서에 없는 그림이다. 참고로 경제적부가가치(EVA, Economic Value Added)를 계산할 때도 ROIC와 WACC(역시 모부신이 쓴 아티클)가 사용된다. EVA = NOPAT – WACC x 영업투하자본 = (ROIC-WACC) x 영업투하자본으로 ROIC가 WACC(가중평균 자본비용) 보다 클 경우에 가치가 있다. 경제적 해자를 통해 기업은 자본 비용(WACC) 이상의 ROIC를 창출할 수 있으며, 경영진은 자본을 배분할 수 있는 더 많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WACC


보고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예시로 들면서 ROIC 계산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부분은 건너 뛰어도 되지만 한번 읽어 볼 만하다. 간단해 보이는 ROIC 역시 이렇게 복잡하다.

3000개 기업(금융, 부동산 제외)의 ROIC 분포다. 5~10%에 가장 많이 몰려 있다. 특이하게도 전체 30% 정도가 양 극단에 몰려 있는 팻테일이다. 현재 S&P500 ROIC 중간값(평균은 편차가 너무 커서 별 의미 없음)을 직접 계산했더니 10.19%가 나온다.

3000개 기업 ROIC 분포


금융을 제외한 52개 산업의 ROIC를 보여준다. 산업내 산업간 ROIC 차이를 볼 수 있다. 역시 내 눈에 띈 부분은 ROIC가 산업간 차이보다 산업내에서 차이가 더 크다. 산업내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간 격차가 훨씬 크다.

산업별 ROIC


지난 30년 동안 총ROIC(전체를 합산해서 계산)는 7.6%에서 11.4%로 증가했다. 미국 시장의 강세이유 가운데 하나다. 모부신은 최근 미국기업의 무형자산 투자(비용으로 취급)가 증가하면서 정확한 ROIC 숫자를 계산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계를 이야기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예로 무형자산의 자산화(이렇게 하면 분자와 분모가 함께 증가하지만 분모가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해서 ROIC가 낮아진다)를 모색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30년 ROIC 추이



마이크로소프트 조정 ROIC는 그림처럼 보다 평균에 가까워진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개인 투자자가 기업마다 실제 이런 작업을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개념은 이해하는 게 투자에 도움이 된다. 특히 지금처럼 무형자산의 비중이 큰 시기에는 더욱 유념해야 하는 개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조정 ROIC


그리고 중요한 ROIIC 개념이 나온다. return on incremental invested capital이다. 전년 투자에 대한 NOPAT 변경 비율이다. 버핏이 특히 강조한 개념으로 기업의 자본배분에 따라 단기 변동이 크기 때문에 3~5년 평균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ROIIC가 높은 기업은 자본효율적이거나 상당한 영업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본비용(WACC)2를 초과하는 ROIC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고 높은 ROIIC도 중요하다.

ROIIC



ROE 듀퐁공식처럼 ROIC를 분해하면 마진과 자본 효율성으로 나눌 수 있다. 기업이 높은 NOPAT 마진을 통해 높은 ROIC를 달성하고 있다면 기업분석에서 차별화에 집중해야 한다. 둘 다 높은 수준이라면 규모의 경제 이점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ROIC 공식 해부

ROIC 분석

사업에 투자한 1달러가 시장에서 1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을 때 기업은 가치를 창출한다. 이는 기업이 자본의 기회비용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를 할 수 있을 때 나타난다. ROIC는 가치 창출의 척도이므로 WACC와 함께 고려되어야 하고 또한 ROIC 역시 다른 지표들 처럼 한 순간을 보여주는 스냅샷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이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상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보고서를 읽어 보시길~ 일독할 가치가 있는 글이다.

보고서를 읽은 내 생각.
가치 투자 3.0 시대에 사례처럼 무형자산을 고려한 ROIC는 보기엔 좋아보이지만 그 복잡하고 애매한 작업을 직접 재무제표를 뜯어 보며 수행할 투자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ROIIC 역시 마찬가지. 투자자를 위해서는 보다 직관적이면서 쉽고 편리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투자 전략 지도

그리고 내 기준으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좋은 회사다. 하지만 조금 비싸다..^^

ROIC는 경제적 해자와 관계가 깊다. 경제적 해자가 큰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그 사실을 투자자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가격이 비싸기 마련이다. 비록 넓은 해자가 있는 좋은 회사라도 투자자가 그것에 대해 과도하게 지불했다면 그것이 훌륭한 회사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그것에 대해 알고 있고 모두가 그것을 소유하길 원하면 장기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높은 ROIC를 보이는 회사에 투자할 때는 특히 해자가 지속가능한지, 지불하는 가격이 비싸진 않은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역사는 실패한 위대한 회사로 가득 차 있다.

그보다 이 글이 올라가면 31일도 채워져 10월 한 달 동안 31일 내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달력 한달 기준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9월 18일 부터 계산하면 무려 40일 넘게 연속으로 글을 썼다. 물론 대부분 미리 써놓고 예약으로 하나씩 올렸기 때문에 가능하긴 했지만 역시 실제로 해보니 사람이 할 일이 못된다는..ㅋ 이제 목표한 걸 해봤으니 됐다.

10월 달력

  1. 올해 국내에서 출간된 “예측투자”의 저자이자 “통섭과 투자”,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의 저자이다. 블루마운틴 캐피털 매니지먼트(BlueMountain Capital Management) 리서치 센터장이자 그레이엄과 도드 투자 하일브런 센터(Heilbrunn Center for Graham and Dodd Investing) 교수다. 복잡계 과학의 창립 기관이자 여러 학문 분야에 걸친 연구를 세계적으로 주도하는 산타페 연구소(Santa Fe Institute) 이사회 의장이다. ↩︎
  2. 애스워드 다모다란 교수의 연구 결과도 그렇고 마이클 모부신의 연구 결과도 그렇고 대체로 8% 내외로 측정된다. 미국 10년 국채수익률 100년 이상 장기 평균 4.49%, 중간값 3.81%였다. 각각 2배를 하면 8.98%와 7.62%가 된다. 난 이런 직관적이면서 쉽고 빠른 방법이 좋다..^^ ↩︎

애널리스트들은 더 이상 현금흐름 할인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멀티플만 쓸 것인가

주말에 재밌는 논문을 한 편 봤다. 내재가치를 계산할 때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은 더이상 미래 수익을 할인하는 현금흐름 할인법을 사용하지 않고 “예상 EPS x 트레일링 PER” 같은 간단한 멀티플을 활용한다. 논문 초록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다.

“우리는 513개 보고서(2003~2022) 샘플을 연구했고, 대부분 애널리스트가 할인율이 아닌 트레일링 P/E(주가수익비율) 비율을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회사의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를 계산하는 대신 “작년에 ​​비슷한 수익을 낸 회사는 어떻게 가격이 매겨졌을까요?”라고 묻습니다. 다른 투자자들이 다르게 행동하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이 항상 할인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든 자산 가격 책정 모델의 중심에 할인율을 두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멀티플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2019년 홈데포(HD) 목표가격 241달러로 분석한 Chris Horvers(애널리스트로 꽤 유명한 사람인듯)의 예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년 뒤 주가를 예측하는데 2년 뒤 예상 EPS에 과거 3년 평균 PER를 사용하는데 논리를 보면 고든성장모델과 동일하다.

멀티플 사용 예 홈데포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멀티플은 다음과 같다. 표 중에서 All Am이 뭔지 궁금해서 살펴 보니 Institutional Investor magazine’s All-American research team 보고서 갯수를 의미하는데 애널리스트 중 최고의 애널리스트 집합으로 이해하면 된다.

애널리스트가 사용하는 멀티플 종류


멀티플 사용은 과거 평균과 경쟁기업 레벨을 함께 고려한다. 경쟁기업과 비교 비율(74.1%)이 과거 평균 비율(63.5%)보다 높은 이유는 신규 IPO 리포트 비중이 전체의 1/3이나 되기 때문이다.

과거 멀티플 동종업계 멀티플


멀티플도 하나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2개 이상을 함께 사용하기도 하고 최근에 SOTP 사용도 늘고 있다.

사용하는 멀티플 갯수


현금흐름 할인법(DCF)이나 배당 할인 모델(DDM) 같은 내재가치 계산법을 이용하는 애널리스트는 전체 30.2% 밖에 되지 않았고 멀티플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내재가치 계산법만 사용하는 비율은 고작 5.5%뿐이다.

현금흐름할인법 사용 비중


내재가치 계산은 주로 신규 IPO 기업이나 M&A가 있을 때, 그리고 특정 산업(부동산 리츠, 석유 가스)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대부분 공식 보고서는 주로 멀티플을 사용(92.9%)한다. 애널리스트 뿐만 아니라 투자자 대부분이 멀티플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체 멀티플 사용 비중


논문의 결론을 원문 그대로 가져와 보면,

The analysts in textbook models ask themselves: “What is the present value of a company’s expected future earnings stream in today’s dollars?” Real-world analysts ask a different question: “How would a comparable firm have been price last year if it had announced similar earnings?”

교과서적인 모델에서 애널리스트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회사의 미래 예상 수익 흐름의 현재 가치를 오늘 달러로 환산하면 얼마인가?” 실제 애널리스트들은 다른 질문을 합니다: “비슷한 기업이 작년에 비슷한 실적을 발표했다면 주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Price equals expected discounted payoff” is clearly not a sensible assumption to make when modeling sell-side analysts.

셀사이드 애널리스트를 모델링할 때 ‘가격은 예상 할인된 수익과 같다’는 가정은 분명 합리적인 가정이 아닙니다.

논문을 읽은 내 생각이다.
워런 버핏은 현금흐름 할인법이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지만 찰리 멍거는 버핏이 현금흐름 할인을 계산하는 걸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굳이 복잡한 계산을 할 필요가 없는 비즈니스에만 관심가진단 말도 된다. 버핏은 스스로 PER, PBR 같은 멀티플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멍거와 버핏은 머리가 아주 뛰어난 사람이자 경험이 풍부하고, 주변의 정보를 끊임없이 빨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유형의 사람이다. 그들은 산업별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은 사람들이다. 코카콜라 제조법을 외부에 절대로 공개하지 않듯 그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 봐도 교과서에 있는 원론적인 이야기밖에 하지 않을 것이다.

투자 공부는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하는 게 아니라 힘들어도 할 가치가 있는 일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다. 주식 투자로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워런 버핏이 깨닫고 후배 투자자들에게 말한 방법을 스스로 찾아 학습하면서 결국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PER는 쉽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PER 역시 깊이 들어가면 마냥 쉽지만은 않은 개념이다. DCF나 RIM이나 DDM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 빠르고 쉬운 길은 없으며 가만히 있는데 남이 그냥 떠먹여 주지도 않는다.

주말에 논문을 읽고, 논문에서 언급한 홈데포 주가를 살펴 보니 5년 동안 70% 상승했다.

홈데포 주가


보다시피 애널리스트들의 목표 주가 평균은 403달러다. 논문처럼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예상 EPS에 트레일링 PER를 곱해서 계산한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 이제 당신의 홈데포 목표 가격은 얼마인가? 남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할거면 굳이 계산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이미 당신보다 뛰어난 애널리스트들이 같은 방법으로 다 계산해서 평균까지 구해 놓았다. 주가를 보는 것처럼 계산할 필요없이 클릭해서 숫자만 확인하면 되는 세상이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숫자를 보고 같은 가격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면서 비교하고 투자한다. 똑같은 일을 하면 똑같은 결과를 얻을 뿐이다.

홈데포 목표가격


다시한번 당신의 홈데포 내재가치가 얼마인가?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 홈데포의 무엇을 보고 판단할 것인가? 홈데포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주식도 마찬가지다. 무슨 정보를 보고 어떤 예측을 하고 무슨 방법으로 내재가치를 계산해서 그 숫자를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 매수 매도는 모두 투기다. 계산을 하기 위해선 무언가 선행작업이 필요하다. 홈데포가 도대체 뭘 하는 회사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홈데포 투자 전략 지도


사실 복잡해 보이는 내재가치 계산도 학습하고 나면 멀티플처럼 단순한 작업이다. 예전엔 소수의 전문가들만 할 수 있었지만 이젠 엑셀같은 스프레드시트에 계산 로직만 입력하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이 될까. 결국 자신의 능력 범위에 달렸다. 기업의 경제적 해자를 찾는 것처럼 자신의 경쟁 우위를 찾아야 한다. 자신이 잘 알고 잘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충만한 자신감! 그것이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투자를 하면 할수록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새로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같은 것들 말이다.

내 10초 내재가치 계산으로 홈데포는 몇 가지 숫자에서 기준에 미달이긴 하지만 좋은 기업으로 보인다. 하지만 좋은 가격은 아닌 것으로 나온다. 내가 그랬듯 당신도 당신만의 방법으로 계산하고 판단한 후에 매수, 매도하길 바란다. 당신이 투자하고 싶은 대로 투자하면 된다. 누가 추천하거나 유튜브에서 이야기한다고 사지 말고 자신이 공부하고 사고 싶은 것을 매수하고 팔고 싶을 때 매도하면 된다. 팔고 싶지 않으면 계속 가지고 가면 된다. 투자는 그런 방식으로 긴 시간동안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긴 학습과 시행착오의 과정조차 즐거워야 한다.

결국 좋은 건 무엇이고, 싼 건 무엇인가?

저는 기업가들과 이야기할 때 이 이야기를 가끔 사용합니다. “이봐,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려고 한다고 상상해 봐. 셰르파 무리 중에서 골라야 해. 그리고 목표는 정상에 도달한 다음 살아서 내려오는 거야. 그게 목표야. 결과에 도달하고 성공적으로 살아남는 거야. 가장 싼 셰르파를 고르고 싶은가, 아니면 가장 좋은 셰르파를 고르고 싶은가?”
– 리치 웡

주식 투자를 단순하게 생각해 보기

돈을 투자할 주식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주식 투자를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투자할 수 있는 전체 유니버스가 500개라고 가정하면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의 수가 500개인 세상인 셈이다. 그렇게 가정하고 보면, 결국 투자란 투자자가 단 500개의 투자 대상을 어떤 방법으로 골라야 가장 좋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가 게임이다. 물론 사람마다 투자 규모, 투자 기간, 쏟을 수 있는 에너지와 기질 같은 각기 다른 제약조건이 있다.

인덱스 투자

존 보글 같은 파는 애써서 고르지 말고 그냥 500개 모두를 비중대로 구매하라는 전략이다.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으려 하지 말고 그냥 건초 더미 전체를 구매하면 된다는 사고 방식이다. 그 바늘 하나를 찾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아껴서 다른 의미있는 곳에 사용해서 더 가치있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뒤에서 말할 세번째 파에 속한 많은 사람들도 일반인들에게는 이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평균적인 시장 수익률을 취할 수 있다. 불편한 진실은 일반 투자자가 평생 S&P 500 대비 초과수익을 얻을 확률은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500개만 사도 상위 20% 안에 들어갈 수 있다.

S&P500 수익률

모멘텀 투자

두 번째 파는 가격 정보에 이미 모든 정보들이 반영돼 있으니 가격 정보에 따라 매수하면 된다는 전략이다. 시가총액 상위 10개만 매수하고 순위가 바뀔 때마다 따라서 바꿔주기만 하면 된다. 상위 1개만 고르든 상위 5개만 고르든 전략은 같다. 또 어떤 분파는 상한가 종목만 찾아서 투자하는 전략도 있고 어떤 분파는 가격 히스토리(차트)를 분석해서 특정한 모양에만 투자하기도 한다. 가격의 이동평균선을 보고 투자하기도 하고 이 파는 분파가 너무나도 많다. 투입되는 에너지가 높은 만큼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투자자가 나오기도 하고 초보자가 쉽게 접근했다가 손실을 보는 비중이 가장 높기도 하다. 사실 이쪽 파는 내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곳으로 아직까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못한다. 다만 이 파에서 승리한 사람들의 책만 몇 권 읽은 수준이다.

“저는 지난주에 제 경력에서 처음으로 여성 그룹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성적인 특성을 비유하여 이 주제를 그들에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면서, 주식을 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나는 식료품을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남성들이 여성들을 위해 향수를 사는 것입니다. 식료품을 사는 기준으로 주식을 살 때는 적절한 가격에 적절한 품질을 얻으려고 노력합니다. 향수를 사는 기준으로 살 때는 가장 인기 있고 가장 명성이 있는 것을 사려고 노력합니다. 가격에는 비교적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수록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여성들에게 주식 선택에 식료품 방식을 취하면 우리 남성들보다 훨씬 더 나은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진짜 특가 할인제품을 볼 때마다 그것을 알아보고, 좋은 점을 인정하고, 그 할인을 이용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 벤저민 그레이엄

가치 투자

세번째 파는 매일매일 움직이는 가격 뒤에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이용해서 대체로 장기 투자하는 전략이다. 본질적인 가치를 과거 가치로 보느냐 현재 가치로 보느냐 또는 미래 가치로 보느냐에 따라 여러 분파로 나뉠수도 있지만 대체로 가격 이면에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내재가치를 계산해서 가치와 가격의 괴리가 가장 큰 종목을 매수했다가 괴리가 좁혀지거나 가격이 가치를 추월할 때 매도한다.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방법도,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계산하는 방법도 투자 기간도 다양해서 배우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나는 과거 10년이 넘는 동안 이쪽 파에 속해서 공부하고 투자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었다.

가치투자 성과


좋은 투자 책은 500개 중에서 어떤 방법을 선택해서 어떻게 고르는지 그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만약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 방법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비유적으로라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오로지 본인에게 달렸다. 모두가 가치 투자 2.0만 이야기해서 버핏의 가치 투자 1.0으로 책을 썼는데 지금 내가 느낀 아쉬움은 가치 투자 3.0에 대한 이론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왜 가치투자자는 아마존이나 구글을 투자 유니버스에서 아예 제외해야 할까. 최근 전통적인 방법의 가치 투자 수익률이 인덱스보다 뒤쳐지는 것은 이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가 없기 때문도 있다. 물론 누군가는 과거 노마드 펀드처럼 아무말 없이 자신만의 새로운 방법을 찾아 진화하며 시장에 적응해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가치)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제가 항상 믿어온 것처럼 가치 접근법이 본질적으로 건전하고 실행 가능하며 수익성이 있다고 믿는다면 그 원칙에 전념하세요. 그 원칙을 고수하고 월스트리트의 유행과 환상, 그리고 빠른 달러에 대한 끊임없는 추격에 이끌려 길을 잃지 마세요. 가치 분석가로서 성공하는 데 천재거나 뛰어난 재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필요한 것은 첫째, 합리적이고 좋은 지능, 둘째, 건전한 운영 원칙, 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확고한 인성1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주식 시장의 과거 기록을 연구하고, 자신의 역량을 연구하고, 자신의 경우에 만족스러울 만한 투자 접근 방식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면,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거나 생각하거나 말하는지 전혀 참고하지 않고 그 방식을 추구하세요. 자신의 방법을 고수하세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우리 사업에서 한 일입니다. 우리는 결코 대중을 따르지 않았고, 저는 그것이 젊은 분석가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 벤저민 그레이엄

선행 조건

주식 투자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제일 먼저 주식 투자로 목표한 수익률이 얼마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500개 중에서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몇 개의 기업을 골라서 얼마를 어떻게 투자해서 어느 기간까지 투자할 지를 정해야 한다. 이것은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1년 목표 수익률이 30%인 사람이 첫번째 존 보글 파를 선택해선 안된다.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서 기대하는 목표수익률은 사람 수만큼 다양하고 목표수익률에 따라 투자 전략이 바뀌게 되기 때문에 올바른 본인의 목표수익률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왜 나는 행복하지 못했을까?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야… 삶의 기쁨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어. 그래서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싶다면 합리적인 목표를 갖는 것을 결코 멈추지 말라고 말했어 . 여기에도 없고 저기에도 없고 달성할 방법도 없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그러니 목표는 합리적이어야 해”
– 두안 용핑

그리고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구분의 경계선에서 오락가락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가치투자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이 실은 모멘텀 투자를 하기도 했고, 모멘텀 투자자 중에서도 기업의 펀더멘탈을 중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주식 투자란 본질적으로 자신의 기질에 맞아 편안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이나 전략을 스스로 찾아 가는 게임이다. 그래서 투자를 하게 되면 자신을 알아 가게 된다.

고양이와 사자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투자 종목을 선택하는가. 투자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 방법을 설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선택한 그 방법의 지난 과거(최소 5년 이상) 수익률은 어떻게 되는가. 당신의 목표에 부합하는가. 선택한 방법이 당신의 제약조건에 맞는가. 그 방법이 틀렸다는 걸 언제,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언제 매수하고 언제 매도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편안한가.

  1. firmness of character. 성격의 확고함은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외부 압력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특성이다. 또한 자신의 신념에 확고하고 강한 자존감을 갖는 특성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