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왜 처브를 매수했을까?

버핏이 매수하고 비밀로 했다가 올해 5월 발표한 13F에서 공개된 주식이 바로 처브(CB)로, 버핏이 제일 잘 이해하고 있는 업종인 보험회사다(PGR이 아닐까도 생각했었다). 버크셔는 당국에 허가를 받아 처브 투자 사실을 2개 분기 넘게 공개하지 않았었다. 시장에서는 버핏의 미스터리 종목에 대한 이런 저런 추측이 많았었는데 어쨌든 발표되고 처브는 바로 8% 정도 급등했었다. 현재 YTD로 +28.6% 수익률이다. S&P500 금융업종의 평균PER가 15정도라고 하는데 처브 현재 PER 12.3으로 버핏이 처브 매수를 시작했을 때는 PER10 정도 수준이었다. 버핏은 왜 처브를 매수했을까? 단순히 싸서 매수했을까?

처브 주가

버핏은 올 2월 주주서한에서 “손해보험은 버크셔의 웰빙과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고 최근 주주총회에서는 “보험이 버크셔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로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아는 분야다. 자기가 잘 아는 분야라서 매수한 게 첫번째 이유다. 2분기 13F를 보면 처브를 조금 더 추가 매수해서 포트폴리오 비중 9번째 기업이 됐다. 보고된 평균 매수가는 $255로 현대 약 13% 수익중이다. 처브는 버핏의 투자부문 후계자중 한 명인 토드 콤스가 버크셔에 합류하기 전 있었던 캐슬포인트캐피털이 보유한 종목 중 하나이기도 했으니..

버핏 포트폴리오

처브 투자 전략 지도를 한번 보면, 나쁘지 않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버핏이 투자한 회사라서가 아니라 투자 전략 지도를 가지고 놀다가 꽤 괜찮은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이라 CB가 뭐지 하고 보니 처브였다..^^ 마의 10×10구역을 돌파하고 있는 모습인데 풍선의 크기도 작아서 궁금증이 커졌나보다. 수익률과 성장률이 모두 개선되는 움직임이다. 처브의 수익률은 보험업계에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버핏이나 버크셔에서 처브를 매수한 두 번째 이유다. 처브가 가진 경제적 해자를 본 것이다.

“최악의 비즈니스는 성장하면서 수익은 감소하는 무한대의 자본이 필요하고 최고의 비즈니스는 자본없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 토드 콤스

처브 투자 전략 지도

내 10초 내재가치 계산기는 제조업을 포함한 일반 기업에 더 적합해서 금융업종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긴 하지만 계산해 보니 역시 싸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상승여력 100%로 제일 처음 언급한 것(PER10)처럼 세번째 매수 이유는 싸기 때문이다. 회사를 잘 알고, 회사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고, 무엇보다 싸기 때문에 버핏 또는 버크셔는 처브를 매수했다. 또 다른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내가 미스터리 주식으로 예상했던 프로그레시브 PGR 투자 전략 지도다. 현재 PER 22 수준에 계산기로 계산한 상승여력 약 40%로 숫자로만 보면 처브가 조금 더 매력적이다. 프로그레시브는 최근 1년 주가가 이미 80% 정도 올랐다.

프로그레시브 투자 전략 지도

“워런은 “프로그레시브가 가이코보다 나은가요, 아니면 그 반대인가요?”라 물었고 저는 “네, 맞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약간 반발하며 “가이코가 마케팅과 브랜딩에 더 뛰어나지만, 프로그레시브는 데이터 회사이고 장기적으로는 데이터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둘 다 기술에 뛰어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때는 지금처럼 가이코(토드 콤스는 현재 가이코 CEO)의 기술 스택을 잘 몰랐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약점은 이런 것이고, 제가 할 일은 이런 것이고, 프로그레시브가 더 잘하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자세히 말했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버핏의 엉덩이에 아부하고, 모두가 버핏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저의 이런 솔직함을 높이 평가한 것 같습니다. 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 토드 콤스, 버핏은 당신의 어떤 면을 보고 선택했나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중

토드 콤스는 마스터카드가 왜 비자카드보다 좋은지도 버핏에게 자신의 생각을 편하고 자신있게 자신의 논리대로 얘기했다고 한다. 이전에 두 기업을 나란히 올린 내 투자 전략 지도를 보면 한 눈에 비교해 볼 수 있다..^^

“이것은 제 의견이니 받아들이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상관없어요. 당신 의견에 동의할 필요는 없어요. 동의하러 온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여러분도 제 의견에 동의하러 온 게 아니라 제 의견입니다. 제가 틀릴 수도 있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정직함은 적어도 진실하고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토드 콤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인상적인 장면

주말에 투자 전략 지도를 가지고 놀면서 또 하나 한 일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을 4회까지 시청했다. 요즘 장안의 화제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나는 항상 이런 것에 늦다. 이거 완전 오징어게임의 요리버전이구만 하는 생각으로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한식대첩 승자 백수저 이영숙님과 장사천재 흑수저 조사장의 대결이었다.

흑백요리사

우둔살을 재료로 한 대결이었는데 작은 놋그릇에 담긴 미소곰탕과 전립투구 위에 차려진 풍성한 샤브샤브가 대조적이었다. 바로 며칠 전, 단순함에 대한 글 하나를 올렸던터라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그림 하나가 있었다. 미소곰탕이름과 비슷하게 미소짓는 그림이다..^^

단순성 지도

요리나 투자나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한다. 잘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법을 접목시켜 나가면서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그 속에서 앞으로 전진하면서 차차 실수를 피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장사천재 조사장은 위 그래프의 6~8레벨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단계에선 더 많은 지식이 축적될수록 더 많이 시도하고 싶어진다. 이영숙님은 몰라도 9~10레벨에 있지 않을까. 고수는 음식을 깊이 이해하여 몇 가지 고품질 재료와 기술을 활용하여 겉보기에는 절제된 듯하지만 맛은 놀라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10년동안 되게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달려왔다 생각했는데, 참 덜어 냄의 미학을 몰랐다는 걸, 오늘 진짜 너무 크게 깨달았어요.” 대결이 끝난 후 흑수저 조사장의 말이다.

주말에 투자 전략 지도를 가지고 놀면서 흑백요리사를 봤기 때문인지 내 머릿속에서는 요리와 투자에 대한 생각들, 복잡함과 단순함에 대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뒤엉켰다. 투자 전략 지도에서 더 빼야 할 것은 없는가? 이 지도만 보면 좋은지 나쁜지를 90% 이상 정확도로 가려낼 수 있는가? 그리고 흑백요리사 같은 프로그램을 투자분석에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재야 고수들과 업계 전문가들의 기업분석 대결같은..ㅋ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입니다. 무언가를 단순하게 만들고, 근본적인 과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우아한 해결책을 내놓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미니멀리즘이나 잡동사니의 부재가 아닙니다. 그것은 복잡성의 깊이를 파헤치는 것을 포함합니다. 진정으로 단순해지려면 정말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필수적이지 않은 부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본질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 스티브 잡스

돌아가신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거금을 들여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라운딩하면서 지도를 바랬는데 라운딩 중에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이 회장이 조언을 부탁했더니 잭 니클라우스는 딱 한마디를 했다고 한다. “Do not head up.” 머리를 들지 마세요. 버핏에게 물으면 “절대로 돈을 잃지 마세요.”라고 할 것이다. 멍거는 아마도 “나쁜 기업은 멀리 하세요.”라고 하지 않을까?!

끝으로 넷플릭스 투자 전략 지도. 요리가 결국 좋은가, 맛있는가로 귀결된다면 투자는 결국 좋은가, 싼가로 귀결된다. 넷플릭스는 좋은가? 그리고 싼가?

넷틀릭스 투자 전략 지도

넷플릭스의 가장 큰 경쟁자는 누굴까? 디즈니, 아마존, 웨이브, 쿠팡플레이와 티빙 같은 동종업체일까, 아니면 유튜브일까?

TV 점유율

투자 전략 지도를 보면서 놀다.

주말에 투자 전략 지도를 가지고 놀았다. 퀄컴이 인텔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기사를 읽고 인텔(INTC) 투자전략 지도를 10초만 살펴 봤다. 저 좋은 회사가 저렇게 망가질 수도 있구나…정확히 대각선 반대쪽 천상계에 올라있는 엔비디아와 비교하니 더욱 초라해 보인다.

인텔 투자전략지도

인텔의 최근 10년을 1년 단위로 보면 다음 그림과 같다. 수익률과 성장률 모두 급락하고 있었다. 급락하는 기업을 다시 튀어 오르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턴어라운드 투자가 특히 어렵다.

그렇게 새로 만든 투자 전략 지도를 가지고 놀다가 재밌는 기업 하나를 발견했다. 원래 성장률이 이것보다 5%p 낮아져야 하는데 자본배분으로 이렇게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재밌군..^^1 이 기업을 보면서 지도가 내게 알려 주는 또 다른 하나를 알게 됐다.

미스터리 기업 투자 전략 지도

최근 20년 동안 size effect가 미미한 이유에 대한 분석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 금리 같은 경제환경을 고려해야 하고, 품질을 통제하면 다시 회복된다는 논문도 있었고 소규모 기업의 인수합병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문도 있었다. 빅테크를 포함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주도하고 있는 공격적인 자사주매입과 소각의 효과에 대해서도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생각만 잠시 했다.

S&P500 자사주매입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코스피200 기업의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매입 금액 비중은 0.22%로 미국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비중인 2.89%보다 낮다. 특히 펀더멘털 개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자사주 소각은 자사주 매입의 절반 수준(2023년 기준 자사주 취득 7조8990억원, 소각 4조7720억원)이다. 미국 상장사의 경우 매입한 자사주 대부분을 소각한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수(자본금)를 줄인다는 점에서 주당순이익(EPS)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주말에 재밌게 본 그림 하나. 예전에 언급한 애스니스말대로 인덱스 증가때문일까, 저금리 때문일까, 기술과 SNS 발달 때문일까.

S&P500 TOP10 비중
  1. “과학에서 듣는 가장 신나는 문구, 새로운 발견을 예고하는 문구는 ‘유레카’가 아니라 ‘재밌네…’입니다.” – 아이작 아시모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