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가다

개인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디서 본 것만 같은 글들이 많다. 특정한 학원에서 배운 것만 같은 동일한 형식의 글들, 마치 네이버 블로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모티콘처럼 글 사이에 넣은 이미지들도 거의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글들은 조회수가 많은 특정 키워드를 제목으로 하고 있다.

디지털 노가다


이런 글들을 보면 디지털 노가다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노가다는 일본말로 무슨 일을 반복되게 행하는 걸 말한다. 흔히 힘들고 고된 일을 말할 때 사용한다. 노가다는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도 한다.

검색량이 많은 특정 단어를 찾고, 그 단어에 대한 글이 있는 사이트를 검색해 들어가 자신의 블로그에 그 키워드에 맞는 글을 각색해서 정리하고 SEO에 맞게 적당한 그림과 적당한 형식을 갖추어 글을 올린다. 물론 글 사이사이 광고도 잊지 않고 넣어 둔다. 이런 작업을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반복해서 글을 올린다. 조회수가 늘어날 수록 광고 클릭률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글의 품질은 관심도 없고 오로지 검색엔진 상단에 걸려 조회수가 폭발하기를 바랄 뿐이다.

저런 방법으로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디지털 노가다에 들어가는 기회비용이다. 어마어마한 본인의 시간과 노력이 디지털 노가다에 들어가야 한다. 월 백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한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성공한 소수가 거의 대부분을 먹는다. 성공한 소수는 자신의 방법을 팔고, 또 성공하지 못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은 성공할거라는 마음으로 컨텐츠를 사고 디지털 노가다에 뛰어든다.

조회수가 급증하고 좋아요나 댓글이 우수수 달리고, 광고수입도 늘어나는 상황을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까마는 자칫 거기에 탐닉하다간 글을 쓰는 본질을 잊어 버리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는 게 되어 버리면 노가다가 되기 쉽다. 그래서 난 이 곳이 노가다를 하는 영업장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담담히 풀어 내는 소박한 쉼터가 되길 바란다.

iOS17 업데이트 후 카카오뱅크 오류

오전에 급하게 송금할 일이 있어서 카카오뱅크에 들어가서 이체를 했는데 계속해서 오류가 난다. 이체가 제대로 안되고 오류 안내창이 떠서 몇 번을 시도하다가 시스템 점검시간인가 싶어 공지사항도 다 찾아 봤지만 없었다. 검색창에서 검색하니 나처럼 ios를 17로 업데이트하면 간혹 카카오뱅크 앱과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나 보다. 카카오뱅크 오류 같은 유사한 사례가 몇 개 있었다.

시스템 에러


해결책은 카카오뱅크 앱을 지웠다가 다시 설치하는 수 밖에. 방금 다시 설치하고 이체하니 깔끔하게 성공했다. 재설치하고 인증 다시 받고… 복잡한 절차를 다시 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처럼 당황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일단 적어 놓는다~

급할 때 오류가 나니 순간 당황했다. 다행히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오류였지만 만일 그렇지 않은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데이터야 백업을 한다지만 금융앱도 하나에만 의존하면 안될것 같다. 오프라인에 은행이 있다면야 직접 가서 바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100% 인터넷에만 의존하는 은행은 이런 시스템 오류에 취약하단 걸 새삼 느꼈다고 할까.

SNS를 두고 블로그로 돌아온 이유

“때로는 당신이 시간을 보내는 온라인 공간이 당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당신이 가치있게 여기는 것 대신 플랫폼 소유자가 가치있게 여기는 것을 향해 당신을 밀어 붙이고, 당신의 에너지를 활용하여 당신이 싫어하는 바로 그 공간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새삼 SNS를 떠나 블로그로 돌아온 이유는 윗 글처럼 디지털 정크 푸드를 탐닉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SNS의 주인, 아니 주 고객은 누구일까? 열심히 사용하는 나같은 유저가 고객이 아니라 결국 광고주들이야말로 플랫폼의 진정한 고객들이다. 나같은 이용자들을 묶어 두기 위해 끊임없이 디지털 정크 푸드를 제공하고 도파민을 자극한다. 좋아요 하나를 더 받기 위해 새로운 글들을 아무런 대가없이 스스로 제공한다.

플랫폼은 나를 시스템에 묶어 두기 위해 나에 대해 누구보다 더 철저하게 연구하고 심지어 나보다 더 나에 대한 정보들을 모으고 있다. 내 욕망과 욕구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알고리즘이라니… 새삼 등골이 오싹해 진다.

Blog Text” 작성자: Words as Pictures/ CC0 1.0

물론 SNS의 좋은 점들도 있다. 글을 쓰고 올리는 게 쉽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신선한 시각의 글들을 공짜로 읽고, 좋아요와 댓글과 같은 반응이 블로그와 달리 즉시, 그리고 많이 달린다. 블로그에서 그런 반응들을 기대하긴 힘들다. 노출도 거의 되지 않아서 블로그는 그냥 허공에 대고 혼잣말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난 떠들썩한 SNS 분위기보단 이런 고즈넉한 분위기가 그리웠다. 이 넓은 인터넷 공간에서 그냥 혼잣말 할 수 있는 작은 공간. 그리고 거의 수입은 안되겠지만 이렇게 구글 광고도 바로 붙일 수 있다.

누가 보든 보지않든 모쪼록 이곳에 스쳐 지나가는 내 생각들을 하나라도 붙들어 맬 수 있었으면 싶다. 나중에 하나씩 꺼내 볼 수 있도록,

그럴려면 나부터 가벼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