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내재가치 계산하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중 하나가 내재가치 계산이다. 내가 읽은 투자관련 책 중에서 기업의 내재가치 계산에 대해 제일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 모니시 파브라이가 쓴 “단도투자”다. 이 책은 절판되었다가 얼마 전에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로 다시 재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내재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모든 사업에는 내재가치가 있고 내재가치는 간단한 공식으로 산출할 수 있다. 존 버 윌리엄스는 1938년 출판한 “투자가치이론”에서 내재가치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규정했다. 윌리엄스에 따르면 모든 사업의 내재가치는 남은 사업기간 동안 유입 및 유출 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적절한 이자율로 할인하여 산출한다. 내재가치의 정의는 이처럼 매우 간단하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2006년 말 인근의 주유소 한 곳이 매물로 나왔다고 하자. 주유소 주인이 제시한 매각가격은 50만 달러다. 10년 뒤 이 주유소를 40만 달러에 팔 수 있다고 가정하자. 앞으로 10년 동안 주유소에서 창출할 수 있는 잉여현금흐름은 매년 10만 달러로 추정된다. 한편 50만 달러를 다른 저위험자산에 투자할 경우 연평균 10퍼센트 수익률이 가능하다고 가정하자. 이런 경우 주유소를 인수하는 편이 나을까, 아니면 사실상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10퍼센트 수익률을 택하는 편이 나을까?

나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BA-35 계산기를 이용해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내재가치를 추정했다.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표 7.1>에서 보듯 주유소의 내재가치는 약 77만 달러다. 따라서 주유소 인수가격 50만 달러는 내재가치의 약 3분의2 수준에 해당한다. 한편 10퍼센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저위험 투자를 현금흐름할인법으로 분석하면 <표 7.2>와 같다. 저위험자산에 투자한 50만 달러의 현재가치는 정확히 50만 달러다. 따라서 현금흐름과 훗날 매각가격이 예상과 같다고 가정하면 주유소를 인수하는 것이 같은 금액으로 10퍼센트 금리 채권을 사는 것보다 더 유리한 투자다.”

재무계산기


책을 읽어 보면 실제 엑셀프로그램을 이용해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윗 글에서는 주유소의 내재가치를 재무계산기로 알려진 BA-35를 이용해 계산한 내재가치 77만 달러 정도로 추산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이런 DCF 계산을 10초 이내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숫자 감각과 계산능력이 뛰어나다. 버핏과 멍거처럼 좋은 IQ를 가지지 못했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들이 강조한 대로 투자에는 초등학교 산수 정도의 계산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파브라이가 말했듯 요즘은 핸드폰에도 계산기가 들어 있고,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 같은 훌륭한 프로그램도 많이 나와 있다.

“The stock market is filled with individuals who know the price of everything, but the value of nothing.” — Philip Fisher

버핏과 멍거는 천재라서 10초만에 저 복잡한 DCF계산을 할 수 있는가? 한 때 내 화두가 이것이었는데 오래 고민하고 연구하니 결국 그 비밀을 아주 조금은 알아낸 것 같다. 내 방법으로 방금 10초 만에 계산한 저 주유소의 내재가치는 75만 달러다. 파브라이가 계산기로 찾은 내재가치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10초도 안걸려 계산한 것이니 나름 의미는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내게 어떻게 10초도 안걸려 75만 달러라는 숫자가 나왔는지 가르쳐 달라고 하면 내가 순순히 가르쳐 주겠는가? 당신이라면 이 방법을 유튜브를 찍어서 알려 주겠는가? 전자책을 써서 알려 주겠는가?

기업의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어려울 수도 있고, 간단하고 쉬울 수도 있다. 사실 10초만에 DCF를 하는 방법을 안다고 투자를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세상엔 자신만 아는 비법들을 가르쳐 주지 못해 안달난,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라울 따름이다..^^

“너무 좋아서 믿어지지 않는다면, 믿으면 안 된다.”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대해

연휴 말미에 감기를 앓아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연속으로 글을 쓰겠다는 내 다짐은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되고 말았다. 삶이란 그렇다. 늘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누워 있으면서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대해 또 생각해 봤다. 나같이 키워드를 공략하지 않는 변두리 블로그는 연휴엔 트래픽이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블로그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

이전에 이미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썼다. 그러면 유튜브나 전자책이나 책, 그리고 강의에 그렇게 많이 등장하는 블로그로 돈을 벌었다는 수많은 사람들은 무엇인가 하고 반문할 것이다. 물론 그들중엔 아주 소수지만 순수하게 블로그 운영만으로 돈을 번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블로그만으로 돈을 벌었다면 왜 그토록 힘들게 유튜브 동영상을 찍어 편집해서 올리고, 강의자료를 만들어 강의하고 책을 쓰고 홍보를 할까? 블로그만으로도 충분히 경제적 자유를 얻고 있는데.

내가 이런 생각을 먼저 한 곳은 주식투자 분야였다. 거기도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유튜브에 나오고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물론 계좌공개도 필수였다.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을 언론에서 기사를 써주고 그 기사를 바탕으로 다시 유명세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유료강의로 유료단톡방으로 유료전자책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주식투자로만 그렇게 돈을 잘 번다면서 왜저렇게 힘들게 살까? 그런데 블로그를 하다보니 여기도 그런 종류의 마케팅을 이용한 환상팔이가 많이 보인다.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면 된다. 아주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음식점이 있다고 해보자. 먹어 보니 너무 맛있어서 주인에게 어떻게 만드는지 레시피를 가르쳐 달라고 하면 선선히 자신의 비법을 가르쳐 줄 음식점 사장이 몇 이나 될까? 아니 단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그런데 블로그나 주식투자나 구매대행 분야는 왜그리도 자신의 비법을 알려 주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공개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그런 음식점 한 군데도 못봤다.

애드센스 수익공개를 그대로 믿어야 하나

주식에서 계좌공개와 같이 이 분야에서 많이 보이는 기법이 애드센스 수익공개다. 하루에 몇 십달러에서 몇 백달러를 벌었다는 증거로 많이들 공개하고 있는데 사실 이것도 조작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보는 사람들은 찍혀 있는 숫자를 100% 수익으로 믿겠지만 그 수익을 내기 위해서 비용이 추가되었을 수도 있단 이야기다. 그 비용은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비용을 보지 않고 찍힌 수익만 보기 때문인데 굳이 비용까지 공개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을 순 없겠지만 수익을 자랑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홍보했다면 그 수익을 얻기위해 본인이 지출한 비용(이를테면 온라인광고나 인건비 같은)까지 오픈해서 순수익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

주식투자에선 이부분을 손익계산서에 찍혀 있는 매출이나 순이익을 그대로 믿지 말고 실제 회사에 들어 오고 나가는 현금흐름을 보면서 기업을 평가하라고 말한다. 손익계산서에 순이익이 크다고 덜컥 매수했다가 실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심하게는 흑자도산하는 기업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 블로그에서 많이 보이지만 단순히 광고수익뿐만 아니라 체험단이나 협찬, 기타 다른 방법들을 통한 수익창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많은 트래픽을 가지고 있는 일부 인플루언서에 국한된 수익창출 방법으로 우리같은 변방의 블로거들은 방법을 배운다고 해도 언강생심 꿈을 꾸기도 힘든 방법이다. 그러므로 순수히 블로그로 돈을 벌겠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노력을 글쓰기에 쏟아 부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쉽고 빠른 길을 없다.

왜 또 이런 환상을 깨는 글을 쓰는가

감기로 누워 있으면서 유튜브를 몇 개 보는데 알고리즘이 작동했는지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영상과 광고가 계속 떠서 이런 영상과 책에 현혹되어 큰 환상을 가지고 블로그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다시 한번 블로그로 돈을 벌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글을 올렸다.

어느 분야에나 성공하는 소수가 있는데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그들이 성공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느냐다.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을 함께 보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 결과마저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이다.

“너희에게 주어진 재능을 극대화하는 거야. 하지만 무엇을 하기로 결정하든 너희가 가진 모든 것을 투자하여 뛰어나게 일을 해내야 돼. 내가 본보기가 되고 싶었던 것은 내가 한 일이 아니야. 너희가 본받았으면 하는 것은 집중, 노력, 헌신을 통해 내가 해 온 방식이다.”

이건 연극 무대 리허설이 아니다. 나는 인생을 전속력으로 달리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한계를 시험해야 하고 매일 그렇게 할 방법을 찾는다.

샘 젤, “내가 너무 애매하게 구나”


블로그에도 썼었던, 재밌게 읽은 책의 한 토막으로 마무리한다. 그러고 보니 긴 연휴 동안 책을 딱 두 권밖에 읽지 못했다.

좋은 블로그란 결국은 좋은 글쓰기

좋은 글쓰기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무도 무엇인지 모를 뿐입니다.
– 소설가 위리엄 모한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좋아하는 핀플루언서는 모건 하우절이다. 그의 책 “돈의 심리학”을 읽어 보면 그의 글솜씨를 바로 알게 된다. 그가 말한 대로 좋은 글쓰기에 단 하나의 규칙이 있다면 자신이 읽고 싶은 종류의 것을 쓰는 것이다. 남을 위한 글을 쓰면 재미가 없고 일이 된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일이 되는 순간 즐거움은 사라진다.

돈의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몇 가지 생각”에서 모건 하우절은 제일 마지막으로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쓰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많이 생각하면 꼼짝도 못한다. 그냥 시작하고나서, 글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켜 보라고 권한다. 이런 면에서 네이버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이 만든 툴들은 시작하기가 쉽다. 그냥 들어가서 바로 글을 쓰기만 하면 된다. 반면 워드프레스는 그것들에 비하면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들이 있고 새로 배워야 할 것들도 많다. 진입장벽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바로 시작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런 뼈대도 없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구석진 곳이라도 뭐라도 쓰기 시작하면 된다. 시작만큼 중요한 것은 꾸준히 쓰는 거다.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고,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는 효과도 있다. 하루 하루의 생각들이 쌓이는 걸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다.

연속으로 글쓰기의 가장 큰 위기였던 추석 연휴도 예약글들을 통해 넘기고 있지만 연휴에는 역시 트래픽이 거의 0에 가깝다. 코로나 시기에 모두 집에 있으면서 온라인 관련 서비스 수요가 급증했듯, 이동이 많고 오프라인에서 만남이 많은 시기에 온라인 접속은 유의미하게 줄어 든다.

연휴에 네이버 블로그로 연봉만큼 벌었다는 사람이 쓴 책을 읽었다. 거기에는 “블로그의 영향력은 곧 검색 상위노출 능력이다”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는 내용이 담긴 컨텐츠를 검색결과 첫 페이지 상단에 노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고 글의 품질이 좋아야 하고 댓글이나 공감을 많이 받아야 한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글을 써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좋은 블로그란 결국은 좋은 글쓰기 인데 남들이 좋아하는 글쓰기다. 검색엔진 상위에 올라와야 좋은 블로그다. 나는 안좋은 블로그로 남아 있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