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주식으로 구글에서 뉴스검색하니 제일 위에 “명품주는 불황이 없다…명품백 대신 샀더라면”이라는 기사가 올 4월에 나왔고, 바로 그 밑에 “버버리에 LVMH도…콧대 높던 유럽 명품, 시총 321조 증발”이라는 기사가 올 9월에 나왔다. 주요 소비자인 중국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유럽의 럭셔리 명품 주식들이 힘을 쓰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몇 개 명품 주식 투자 전략 지도를 살펴 봤다.
LVMH
“LVMH가 지금까지 이룬 것만큼 무언가를 잘한다면 평생 그 일을 하는게 옳습니다. 평생이 아니라 서너 번 환생하더라도 계속해야죠. 다른 럭셔리 브랜드가 언제든 등장하겠지만, LVMH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 찰리 멍거
HERMES
“에르메스를 아주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면 구미가 당기겠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그런 스타일 회사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 찰리 멍거
“훌륭한 브랜드를 갖춘 기업이 좋은 후보이다. 이들의 가격이 아주 저렴해지는 몹시 드문 상황, 곧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찰리 멍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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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판타지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과거의 오늘에 있는 글을 보다 투자 포르노(Investment Porn.)란 단어를 봤다. 무려 2년 전에 킵해 놓은 글인데 마치 처음보는 글처럼 생경하다. 책 속에 투자 판타지가 많다면 언론에는 투자 포르노(Investment Porn.)가 즐비하다. 그렇게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그렇게 고수익을 확신하고 그렇게 빨리 부자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주지 못해 안달일까? 그냥 조용히 자기만 그 방법으로 돈 벌면 되는데.
과학자들이 유사 과학자(사이비 과학자가 더 적당할듯)를 가려내는 방법 중 하나가 ‘의심을 권유하면 과학, 믿음을 강요하면 유사 과학’이다. ‘이건 확실하니까 믿어’라고 하면 일단 유사 과학으로 보면 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믿음이나 확신을 강요하면 투자 사이비고 투자 판타지고 투자 포르노다. 자신의 방법이 확실하다고 강요하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 무엇보다 단기간의 고수익이나 빠르고 쉽게 부자가 되는 방법은 없다는 걸 투자자가 먼저 깨달아야 한다.
“투자 포르노(Investment Porn.)란 무엇입니까? 투자자들이 작은 자본으로도 누구나 단기간에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미디어 진술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빨리 부자가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모두들 빨리 부자가 되기 위해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많은 행운을 빕니다. 투자자들이 돈을 잃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금융 매체의 터무니없는 서커스에 의해 강화되는 비현실적인 기대입니다. 실제로 증권 시장에 관한 언론 매체의 의미있는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투자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제품에 대한 판매나 거래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최신 기회, 메가트렌드, 가격 목표 등이 지속적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투자는 지루합니다. 반복해서 반복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과를 보기 시작하는 프레임워크입니다. 고전적인 투자 기준에 맞지 않는 주식을 멀리하고 적합한 주식을 추가합니다. 연례 보고서를 읽고 비즈니스를 분석하는 데는 재미가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흥미로운” 방법을 선택하고 결국에는 잃습니다. 분기마다 대부분의 회사는 결과를 보고하고 경영진은 다음 분기에 기대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한 지침을 제공합니다. 그들은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이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게임에 직접 자신의 돈을 걸지 않는 전문가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어제 찰리 멍거의 2015년 데일리 저널 연례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주고 받은 문답을 다시 읽었다. 사람들이 투자에서 빨리 부자가 되려고 하기 때문에 실수를 한다고 강조했다. 기억에 남는 말은 설령 그렇게 빨리 부자가 된들, 결국 직원들만 일을 하게 되고 요트에 시간을 뺏길 뿐이라고 한 말이다. 빨리 부자가 되면 부자가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하는, 재밌고 즐거운 일(기억하는가 버핏은 일이 즐거워서 탭댄스를 추면서 출근한다..ㅋ)을 모두 남에게 시킬 뿐이라는 얘기.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버핏과 멍거는 수많은 기업들의 사업 보고서와 분기 보고서를 읽고 기업의 경쟁 우위를 가늠하고 기업의 미래를 그려보는 일들을 정말 재밌고 즐겁게 하고 있는 이상한(?) 사람들이다. 일반인들이 재미없어 하는 일들을 흥미로워하고 일반인들이 흥미로워 하는 일들을 재미없어 하는 특이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엔 모두가 꿈꾸는 평화로운 은퇴는 없다. 매일 요트타고 낚시하고 여행하는 그런 은퇴는 없다. 죽을 때까지 게임에 직접 자신의 돈을 건(Skin in the game) 현역일 뿐이다. 그러니 빨리 부자가 돼 빨리 은퇴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설프게 버핏과 멍거를 따라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길.
월스트리트를 설명합니다: “…선의의 정도는 다르지만 수천 명의 실수투성이 인간들이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는 사업에 엄숙히 종사하고 있습니다.” –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나머지는 흘려 버리죠” – 사이먼 앤 가펑클, 더 복서
“세상에는 두 부류의 예측가가 있다. 미래를 모르는 자들과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자들.” – 갤브레이스
“제아무리 꼼꼼하게 따져물어도 우리가 지닌 지식은 전부 과거를 다루고,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미래를 다룬다는 사실은 흔들 수 없다.” – 이언 E. 윌슨, 전 GE 회장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워드프레스 버전이 엊그제 6.7(‘롤린스’로 명명했다. 전설적인 재즈 색소포니스트 소니 롤린스를 기리기 위해서라고 한다)로 업그레이드됐다. Twenty Twenty-Five 테마도 함께 공개했다. 이렇게 버전이 올라가면 사용하던 다른 플러그인들도 그에 맞게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플러그인 개발사 입장에서는 바로 업그레이드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새로운 버전과 호환되는지 테스트는 해야 한다. 버전이 달라지면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는지 문제도 발생한다. 과거 오래된 버전을 고수하는 사용자들에게 계속해서 지원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기 위해 지원을 끊을 것인가. 끊는다면 어느 버전까지 정할 것인가.
엊그제 윈도우 업그레이드 처럼 사용자 입장에서도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면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업그레이드를 바로 따라가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지켜보다가 이런 저런 자잘한 오류가 해결되고 난 다음에 업그레이한다. 물론 그럼에도 새로운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환경때문일수도 있고 고질적인 오류일 수도 있다. 개발사에서 고쳐주지 않는 오류는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데 대부분 새로운 플러그인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결정된다. 어설픈 실력으로 코드를 직접 수정하기엔 리스크가 많기 때문이다. 오류를 해결하는 플러그인이 많아지면 그로인해 복잡성이 증가하고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오류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오류도 증가하고 사이트 속도도 영향을 받아 느려지는 결과로 돌아온다. 애초에 오류가 없으면 좋은데 변화에는 이런 종류의 오류들이 동전의 양면처럼 들러붙어 있다. 오류에도 불구하고 개선으로 인한 효용을 추구하며 바로바로 업그레이드하는 사람을 진보적이라고 하고, 천천히 오류가 해결된 것이 확인될 때까지 업그레이드를 미루는 사람을 보수적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미에서 나는 진보적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명저 “현명한 투자자”를 보면 먼저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면서 투기자를 제외한 투자자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처음 번역은 공격적인 투자자(Enterprising Investor), 보수적인 투자자(Defensive Investor)로 개정4판에서는 공격적 투자자, 방어적 투자자1로 번역하고 있다. AI번역기에 Enterprising Investor를 번역해 보면 ‘진취적인 투자자’로 번역한다. 진취적이거나 진보적인 투자자와 보수적인 투자자. 이런 의미에서 나는 보수적이다.
진보와 보수가 정치적인 의미로 가면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역시 나는 사안에 따라 진보적이기도 하고 보수적이기도 하다. 이런 나를 진보라느니 좌파라느니 혹은 보수라느니 우파라느니 하며 획일적으로 재단되는 것을 거부한다. 어떤 투자에서는 정말 진취적이면서 또 어떤 투자에서는 철저히 보수적일 수 있다. 사람이란 그런 것이다. 사람도 복잡하고 우리를 둘러 싼 시스템도 역시 아주 복잡하고 수많은 연결고리로 서로 연결돼 있어 단칼에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과도한 이데올로기에 잠식돼 정확한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인식을 끔찍하게 왜곡시킵니다. 젊을 때 극단적인 이데올로기를 과도하게 받아들이고 그걸 표현하기 시작하면 두뇌를 아주 불행한 패턴에 가두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인식이 전반적으로 왜곡됩니다. 워런 버핏을 세속적인 지혜의 표본으로 삼는다면, 아주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워런은 아버지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훌륭한 분이셨죠. 하지만 그분은 상당히 과격한 우파였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강경한 우파들과 어울렸습니다. 워런은 어렸을 때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이데올로기가 위험하다고 판단했으며, 자신은 이데올로기와 멀찌감치 거리를 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평생 그렇게 했습니다. 그게 정확한 인식에 엄청난 도움을 주었죠. 저는 다른 방식으로 같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이데올로기를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를 따라 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길에 머물기만 하면 되었죠.” – 찰리 멍거
이제 워드프레스 업그레이드나 윈도우 업데이트는 조금 보수적으로 바꿔야 할까보다.
번역자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되긴 하지만 “현명한 투자자” 본문 내용을 고려해 의역해 보면 ‘일반 투자자’와 ‘전문 투자자’가 저자의 의도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일반 투자자라 함은 본인의 직업이 따로 있으면서 생계가 아닌 재산증식(또는 인플레이션 헤지)을 목적으로 주식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다. 금융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평범한 일반인 거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전문 투자자(글자 그대로는 진취적인 투자자지만 사업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에 더 가깝다)는 투자를 본업이나 사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당시에는 제대로 된 직업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 투자전문가(전업투자자 포함) 등 투자를 통해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일군의 전문가 집단에 가깝다. 물론 일반 투자자들 중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전문 투자자로 옮겨 갈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