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포트폴리오 적정 기업 수

주식 포트폴리오 적정 기업 수는 몇 개일까? 사람마다 다 다르다. 워런 버핏은 투자를 야구에 비유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나는 축구에 비유해서 자주 이야기한다.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는 1~2개 종목만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투자에 대해 공부한 개인인 경우 보통 10개 내외의 기업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된다. 공교롭게도 이 숫자가 축구팀의 선수 숫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버핏처럼 10년 뒤 미래를 내다 보는 안목이 있는 투자자라면 한 두개에 집중 투자해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여 포트를 충분히 분산해야 한다. 사정에 따라 5~10개 정도가 적당하다. 물론 단순히 기업의 숫자만으로 분산인지 집중인지를 가늠할 순 없다.

축구 감독이 포메이션을 짤 때, 4-4-2나 4-3-3, 혹은 4-2-3-1 같이 자신이 생각한 전략에 맞게 선수들을 운용하듯 투자자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도 공격수, 수비수, 미드필더 같이 자신의 전략에 맞게 골고루 산업별, 유형별, 기업단계별로 선별해서 적절한 포지션을 가지고 가야 한다.

축구 경기장


전통적인 가치투자 1.0(그레이엄식, 수비수)과 가치투자 2.0(버핏식, 미드필더) 그리고 가치투자 3.0(공격수)이 골고루 들어가는게 좋다. 나에게 골키퍼는 현금비중이다. 의도적으로 얼마의 현금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지만 적절한 비중이 자연스럽게 골 문을 지키게 한다. 이 개념에서 만일 레버리지를 쓴다면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공격하러 나간 셈이 된다. 가급적 그런 상황은 안생기는 게 좋다.

투자자는 필드에서 직접 플레이 하는 선수가 아니다. 투자자는 중계석에 편안히 앉아 해설하는 아나운서나 해설가도 아니다. 투자자는 TV를 보며 응원하고 결과를 챙기는 관중(인덱스나 ETF투자자에 해당)도 아니다. 투자자는 감독이다. 감독이 해설가나 관중들이 떠들어 대는 말이나 감정에 의존하면 경기는 엉망이 된다. 감독은 오로지 선수들과 상대팀에 집중해야 한다.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구성을 바꿔주고, 상대팀에 따라 전략을 바꾼다. 날씨가 변하면 날씨에 따라 전술을 바꾸고 공격이나 수비가 안풀리면 적절한 선수교체를 해 주면서 전체적인 팀의 조화와 승리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

따라서 경기결과는 오로지 감독의 책임이다. 상대탓도 심판탓도 날씨탓도 광적인 응원탓도 될 수 없다. 여기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

“자신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몇몇 기업의 주식에만 관심을 가져라. 관심 종목의 숫자가 10개에서 20개라면 괜찮지만, 그 숫자가 20개를 넘게 되면 화를 자초하게 된다.”

“괜찮다고 생각되는 기업들 중에서도 최고라고 여겨지는 기업을 선정해서 자금의 상당 부분을 그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라.”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라면 주가지수 편드(인덱스)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만약 당신이 무엇을 좀 아는 투자자이기에 기업이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있으며, 장기적인 경쟁적 우위를 지닌 동시에 주가가 적절한 기업을 5개에서 10개 정도 찾아낼 수 있다면, 전통적인 분산 투자 기법은 아무 의미가 없다.”

워런 버핏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는 열심히 분석하더라도 기업과 주식에 대한 피상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다. 여가 시간이 넉넉하고 개별 기업을 조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자본과 정보와 인적 자원이 풍부한 기관 투자자들과 경쟁하게 된다. 그들을 이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 투자자들이 하기에는 너무 힘든 게임이다.

굳이 하려거든 버핏이 말했듯이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말라.” 직접적으로 알고 있거나 최소한 친숙한 비즈니스 및 산업을 대표하는 주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가는 곳마다 스타벅스가 있고 그 회사가 사실상 커피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다른 기업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것보다 스타벅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런 기업 5개만 찾으면 된다.

스타벅스 주가

(출처 : 야후)

주식 조사나 기업분석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전 공부와 시간이 소요되며, 여유시간을 모두 쏟기에는 진정으로 시간은 가치가 있다. 잘 조사된 10개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가치를 계산하면 포트폴리오 구축비용이 인덱스 ETF의 비용보다 높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기회 비용을 중시하는 버핏이 일반투자자에게 인덱스를 추천하는 이유이고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게 특히 중요한 이유다. 무언가를 배우는데 10,000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다. 오랜 시간동안 공부하고 고민하는 것보다 테스트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면 훨씬 더 짧은 시간에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운용할 수 있다.

“당신이 경력 초기이고 그들이 훌륭한 멘토 또는 더 높은 급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매번 멘토를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학습 곡선이 최고조에 달할 때까지 멘토를 떠날 생각조차 하지 마십시오. 내 비즈니스에서, 그리고 많은 비즈니스에서 훌륭한 멘토보다 나에게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이 장기적으로 자신을 준비하는 대신 단기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너무 근시안적입니다.”
– Stanley Druckenmiller

PER 주가수익비율

PER 주가수익비율은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지표로 주식 투자에서 널리 사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 중 하나다. 그래서 누구나 PER의 개념을 알고 있고, 누구나 손쉽게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지표의 문제는 바로 그 누구나 알고 누구나 손쉽게 계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모두가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를 사용하면 과연 내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기업의 목표 주가는 기업의 경쟁력과 경쟁사를 고려하여 타깃 PER라는 주가수익비율을 정한 뒤 순익 기대치를 적용하는 것으로 산출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의 타깃 PER를 20으로 잡고 2022년 순이익이 1,000억 원이라 생각하면 목표 시가총액은 2조 원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맞을까요? 핵심은 당해 연도 순이익 1,000억 원이 아니라 항속적으로 순이익이 얼마나 빨리 늘어날 것인지 시대가 이끄는 수요를 판별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투자가 심플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이 PER를 설명하는 세상의 거의 모든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방식이다. 타깃 PER, 혹은 적정 PER를 정하고 올해나 내년, 혹은 그 다음 해에 예상되는 순이익을 타킷 PER에 곱해서 적장가치나 목표가격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럼 물어 보자.

타깃 PER, 혹은 적정 PER는 어떻게 정하는가? 기업의 경쟁력과 경쟁사를 고려해서 어떻게 정하는가? 단순히 기업의 과거 숫자들을 보고 정하는가? 아니면 예상되는 미래의 성장성을 보고 정하는가? 산업별로 달라져야 하나? 그리고 내가 정한 숫자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어떻게 타깃 PER를 정했다고 하자. 그러면 몇 년을 봐야 하는가? 올해 말을 봐야 하는가? 내년까지 봐야 하는가? 아니면 3년? 5년? 10년 뒤를 봐야 하는가? 그리고 예상보다 빨리 타깃 PER에 도달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타깃 PER는 한번 정하면 불변인가?

단순히 순이익을 타깃 PER에 곱하면 되는가? 역시 올해 순이익인가? 아니면 내년에 예상되는 순이익인가? 내 시계열이 3년이라면 3년 뒤 예상되는 순이익에 타깃 PER를 곱하면 되는가? 순이익은 크지만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순이익의 변동성이 큰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나도 투자가 심플했으면 참 좋겠다. 이 간단한 PER 주가수익비율 하나에도 해결해야 할 물음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위에서 대충 던진 물음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PER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조회되고, 계산된 PER는 투자 정보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 그냥 기업의 현재 수준만을 얘기해 줄 뿐이다. 누구나 쉽게 계산한 숫자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PER가 투자 정보로서의 가치가 생긴다. 투자는 쉽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게임이다.

적정 PER 계산공식


가치평가의 대가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의 밸류에이션 강의 자료 중 일부다. 성장주의 적정 PER를 계산하는 공식을 설명하고 있다. 복잡해 보이는 공식도 속으로 들어가면 단순한 공식에서 출발했을 뿐이다. 복잡함 속에 단순함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스스로 복잡함 속으로 뛰어 들어봐야 한다. 심플함은 그냥 처음부터 생기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복잡함을 관통하려는 끊임없는 노력 뒤에 생기는 것이다. 저 복잡해 보이는 식에서 PER가 무엇의 함수인지를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도 당신의 투자가 심플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먼저 복잡한 것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복잡함 속을 관통하고 있는 단순함을 알아 차려야 한다. 처음부터 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채워야 비울 수 있다. 피카소도 처음부터 심플하진 않았다.

피카소 황소그림

“PER나 EV/EBITDA 같은 배수의 장점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쁜 점은 투자자가 실제로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풀어야 할 많은 경제적 가정을 통합한다는 것입니다.”

마이클 모부신

벤저민 그레이엄 자서전을 읽고

증권 분석과 현명한 투자자는 오래 전에 읽었지만 벤저민 그레이엄의 자서전은 이제야 읽었다. 그레이엄의 생애에 대해선 토막 토막 대체로 아는 내용이었지만 자서전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도 몇 있었다. 본인을 율리시스(오디세우스의 로마명), 벤저민 프랭클린, 그리고 빅토르 위고가 하나로 합쳐진 인물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과 같은,

율리시스가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용기 그리고 고난과 역경을 이긴 호쾌한 승리를 좋아했다. 율리시스의 성격이나 운명이 그레이엄과는 완전히 달라서 그 다르다는 사실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생각했었지만 나이가 들어 보니 율리시스의 허물과 미덕이 자신에게도 상당히 많이 보인다고 썼다. “싸워라, 구하라, 발견하라. 그리고 절대 굴하지 마라.”

1919년부터 1929년까지 그레이엄은 놀라운 속도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1926년 여름, 별장에서 편안한 휴가를 즐기던 어느 주말에 빅터 형이 찾아와 그레이엄에게 모든 일이 이렇게 잘 풀리니 얼마나 좋으냐고 했다. 그 말에 그레이엄은 “모든 일이 너무 잘되고 있지 그런데 또 누가 알아? 불행의 씨앗이 우리 사이에 복병처럼 숨어있을지?” 그 달콤한 순간 1927년에 첫째 아들을 잃었다. 그리고 헤이즐과의 부부사이도 삐걱거리며 결혼 생활도 흔들려 별거를 하게 되고 결국 외도까지 이르게 된다. 나중에(1938년) 헤이즐과 이혼을 하게 되고…

1929년는 모두가 다 아는 대공항을 맞이하게 된다. 이 후 1932년까지 그레이엄은 자본금(250만 달러)의 거의 70%를 잃게 되는 시련도 기다리고 있었으니 불행의 씨앗을 예감한 그레이엄이 맞았다. 1933년에는 겨우 자본금 37.5만달러로 시작해야 했지만 그 해 50%가 넘는 이익을 내면서 그레이엄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들을 잃은 슬픔은 거기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가외의 일을 추구하던 그레이엄을 1927년 컬럼비아대학 ‘증권 분석’강의로 이끌게 되고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되는 시초가 된 셈이다. 그 강의 수강생 중 한 명이었던 데이비드 도드는 조교가 되고 7년이 지난 1934년 ‘증권 분석’의 공저자가 된다. 아들을 잃은 슬픔이 씨앗이 되어 가치투자의 아버지라는 명성의 초석이 된 셈이다.

사실 이런 긍정적인 시각은 그레이엄의 특기다. 1929년 대공항이 닥친 해에 그레이엄의 손실은 예상보다 적었다. 공매도로 헤지를 했기 때문이데 문제는 -50%를 기록한 1930년이었다. 1930년이 시작되는 겨울에 존 딕스라는 93살의 은퇴한 사업가를 만나고 당장 모든 돈을 빼라는 충고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한다. 그리고 3년간 크나 큰 고통을 겪게 되는데 자서전엔 이렇게 적고 있다.

“그레이엄 씨, 이번에 본인을 위해서라도 당신이 아주 중요한 결단을 내렸으면 합니다. 내일 기차를 타고 뉴욕으로 가세요. 그리고 곧장 사무실로 가서 보유 중인 증권을 다 파세요. 부채도 다 청산하고 자본금은 파트너에게 분배하시지요. 이런 상황에 내가 지금 당신 처지라면 밤에 한숨도 못 잘 겁니다. 당신도 그래야 해요. 지금 상황이 아주 엄중합니다. 내가 나이도 훨씬 많고 경험도 많아요. 그러니 내 말을 듣는 게 좋을 겁니다.”

어른의 말을 겸손히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조언 고맙다고 말하고 해주신 말씀 잘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바로 그 노인의 말은 깡그리 무시했다. 딕스라는 노인은 거의 노망난 수준이라서 내가 하는 거래를 이해는 하는지 모르겠고 당최 이치에 닿지도 않는 말을 늘어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딕스가 전적으로 옳았고 내가 틀렸다. 가끔 그때 그 조언을 받아들였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 말대로 했다면 아마 걱정과 후회가 많이 줄어들었을 터였다. 그러나 그 호된 시련을 겪고 난 후에 형성된 성향과 활동 특성이 또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