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뛰어난 투자아이디어는 단 12개?

버핏이 버크셔를 인수 후 약 60년 동안 기업을 운영하면서 본업 외에 대략 3~400개의 주식 투자를 했는데 큰 수익을 얻은 정말 뛰어난 투자아이디어는 단 12개였다고 한다. 총 투자 횟수를 400개라고 치면 12/400로 단 3% 적중율이다. 세계에서 가장 투자를 잘 하는 구루조차 5년에 한 번 꼴로 제대로 홈런을 치는 빅아이디어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버핏의 투자 수익 대부분은 12개의 빅아이디어에서 발생했다.

여기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루칩스템프, 씨즈캔디, 코카콜라, 가이코, 워싱턴포스트, Cap Cities/ABC, 애플 같은 기업들이 들어갈 것이다. 모니시 파브라이의 말에 의하면 이 리스트에 아지트 자인의 채용도 들어간다고 했다. 버핏이 헤드헌터에 지불한 비용에 비하면 아지트 자인이 버크셔 보험사업에서 거둬 들인 수익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투자아이디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주식 투자를 잘하는 투자 구루 버핏조차 투자의 95~97%는 그저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투자자가 보내는 시간의 거의 대부분은 그저 그런 투자 아이디어를 만지작 거리고 있음을 알아 차려야 한다. 그저 그런 아이디어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정확한 기회가 찾아 오면 주저하지 않고 큰 베팅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투자란 인내와 용기의 다소 기이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게임이기 때문이다. 인내 후 큰 베팅, 그리고 또 인내. 버핏은 버크셔에서만 60년 동안 이런 일을 했고 11살 부터 따지면 무려 8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런 종류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언젠가 버핏은 구멍을 20개 밖에 뚫을 수 없는 펀치 카드처럼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었고, 멍거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었던 적이 있다. 인생에서 단 20번의 투자 기회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의 투자 행위가 많이 바뀔 것이다.

버핏과 멍거의 저런 태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 그럼 이제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보자. 질은 양에서 나온다고도 한다. 버핏이 말한 12개의 빅아이디어도 388개의 그저 그런 아이디어들이 있었기 때문에 식별 가능했다. 인생에서 단 20번의 투자밖에 할 수 없다면 대부분의 아이디어에 대해 NO라고 해야 하기 때문에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지 못한다. 실패와 성공은 안과 밖과 같아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공진화한다. 빅아이디어라는 게 하루 아침에 뚝딱 떨어지는 건 아니다. 실패를 아예 하지 않는다면 빅아이디어 근처에도 가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심지어 빅아이디어가 와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투자에서는 모의로 하는 투자와 실제 내 돈이 들어가는 투자와의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간극이 크다.

빅아이디어는 단순하다. 하지만 진지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복리라는 빅아이디어를 받아들인 사람은 결코 빨리 부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좋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라는 빅아이디어를 받아들인 사람은 좋은 기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마찬가지로 적당한 가격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한다. 싼 기업만 사겠다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사람은 싸다는 건 무얼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하기 마련이다. 뭔가를 깊이 파고들면 단순해 진다. 아직 복잡하다면 충분히 깊히 파고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빅아이디어 역시 단순하다.

“천천히 부자가 되는 것은 꽤 쉽습니다. 하지만 빨리 부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 워런 버핏

“빨리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은 매우 위험합니다.”
– 찰리 멍거

TSMC 10초 간단 내재가치 계산

딱 1년 전에 TSMC 10초 간단 내재가치 계산을 했었다. 그 즈음에 10초 만에 계산 가능한 초간단 내재가치 계산기를 만들고 로직을 보완하면서 기업 내재가치 계산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중 몇 개를 따로 저장해 두었는데 TSMC도 그 중 하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적어 두었다.

2023 TSMC 내재가치

“이런 밸류에이션은 계산에서 핵심인 가정들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 이외에는 아무 의미없는 숫자와 그림이다. 다른 이들에게 거의 쓸모없는 이런 그림들을 가끔씩 공개하는 이유는 투자를 하려고 한다면 쉽게 볼 수 있는 가격정보만 보지 말고 그 기업의 내재가치도 함께 살펴보라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주 간단하게 내(후)년 영업이익 1,000억 정도가 된다면 과거 평균인 PER 10 곱해서 1조 정도 가치가 되지 않을까? DCF 같은 복잡한 계산도 좋겠지만 그냥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투자를 하기 전에 반드시 자기 머릿속에 그 기업의 가치를 간단한 범위로나마 계산해 봐야 한다. 그리고 기록해야 한다.

“주식시장은 가격은 알지만 가치는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버핏의 스승 중 한 명인 필립 피셔의 말이다. Price is what you pay. Value is what you get. 이 것은 워런 버핏이 강조한 말이다. 버핏과 멍거는 이런 작업들을 거의 10초 이내에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능력이 없다면 한 달이 걸리건, 일주일이 걸리건, 하루가 걸리건 비록 대가인 그들에 비해 시간은 훨씬 더 걸릴지라도 그 능력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그래서 투자가 쉬우면서도 어렵다.”

“가끔은 제가 살펴보고 있는 기업에 대해 찰리에게 물어보곤 합니다. 그는 처음 보는 기업인데도, 거의 10초 안에 끝냅니다. 머릿속에서 그렇게 빨리 처리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제가 몇 주 동안 살펴보고 있던 기업이었는데, 그는 바로 제가 이해하지 못한 것을 찾아냈습니다.”
– 모니시 파브라이

1년 전 TSMC 10초 간단 내재가치를 계산한 결과 저평가로 나왔었다. TSMC야 워낙 좋은 기업(이것 역시 좋은 기업에 대한 자기만의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이니까 가격이 내재가치에 비해 싼지 비싼지만 파악하면 됐었는데.. 그 후 1년 동안 무려 67% 가까이 상승했다.

TSMC 가격

(야후파이낸스)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비트하는 좋은 실적이 이런 주가 상승을 가져왔다.

TSMC 목표주가

(야후파이낸스)

전문가들은 향후 5년 동안 20% 이상의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변수가 존재하고 있지만 TSMC의 독점력과 AI시대의 역할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엊그제 나온 최근 분기 실적도 좋았다.

“타이베이, 7월 18일(로이터) – 세계 최대의 계약 칩 제조업체 인 대만의 TSMC 2330.TW 는 목요일에 인공지능에 사용되는 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연간 매출 예측치를 상향 조정했다. 2024년 매출 예측을 미국 달러 기준으로 20% 중반 이상으로 약간 증가할 것으로 상향 조정” 그리고 CEO는 이렇게 말했다. “AI는 매우 인기가 많습니다. 지금 모든 사람, 저의 고객 모두가 자사 기기에 AI 기능을 넣고 싶어합니다. 우리는 지금부터 내년, 그리고 2026년까지 고객을 지원할 수 있는 충분한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매우,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TSMC 성장률

(야후파이낸스)

향후 5년 동안 전문가들이 예상한 성장을 달성한다고 가정하고 TSMC 10초 간단 내재가치 계산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현재 이익이 아닌 과거 5년 평균을 기준으로 계산하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TSMC 내재가치

그리고 현재 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하니 10초 만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대략 이 범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좋은가? 좋다. 싼가? 비싼가? 투자자라면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야 한다. 매수 매도는 그 다음이다.

2024 TSMC 내재가치

기업의 내재가치 계산하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중 하나가 내재가치 계산이다. 내가 읽은 투자관련 책 중에서 기업의 내재가치 계산에 대해 제일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 모니시 파브라이가 쓴 “단도투자”다. 이 책은 절판되었다가 얼마 전에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로 다시 재출간되었다.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내재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모든 사업에는 내재가치가 있고 내재가치는 간단한 공식으로 산출할 수 있다. 존 버 윌리엄스는 1938년 출판한 “투자가치이론”에서 내재가치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규정했다. 윌리엄스에 따르면 모든 사업의 내재가치는 남은 사업기간 동안 유입 및 유출 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적절한 이자율로 할인하여 산출한다. 내재가치의 정의는 이처럼 매우 간단하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2006년 말 인근의 주유소 한 곳이 매물로 나왔다고 하자. 주유소 주인이 제시한 매각가격은 50만 달러다. 10년 뒤 이 주유소를 40만 달러에 팔 수 있다고 가정하자. 앞으로 10년 동안 주유소에서 창출할 수 있는 잉여현금흐름은 매년 10만 달러로 추정된다. 한편 50만 달러를 다른 저위험자산에 투자할 경우 연평균 10퍼센트 수익률이 가능하다고 가정하자. 이런 경우 주유소를 인수하는 편이 나을까, 아니면 사실상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10퍼센트 수익률을 택하는 편이 나을까?

나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BA-35 계산기를 이용해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내재가치를 추정했다.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표 7.1>에서 보듯 주유소의 내재가치는 약 77만 달러다. 따라서 주유소 인수가격 50만 달러는 내재가치의 약 3분의2 수준에 해당한다. 한편 10퍼센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저위험 투자를 현금흐름할인법으로 분석하면 <표 7.2>와 같다. 저위험자산에 투자한 50만 달러의 현재가치는 정확히 50만 달러다. 따라서 현금흐름과 훗날 매각가격이 예상과 같다고 가정하면 주유소를 인수하는 것이 같은 금액으로 10퍼센트 금리 채권을 사는 것보다 더 유리한 투자다.”

재무계산기


책을 읽어 보면 실제 엑셀프로그램을 이용해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윗 글에서는 주유소의 내재가치를 재무계산기로 알려진 BA-35를 이용해 계산한 내재가치 77만 달러 정도로 추산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이런 DCF 계산을 10초 이내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숫자 감각과 계산능력이 뛰어나다. 버핏과 멍거처럼 좋은 IQ를 가지지 못했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들이 강조한 대로 투자에는 초등학교 산수 정도의 계산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파브라이가 말했듯 요즘은 핸드폰에도 계산기가 들어 있고,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 같은 훌륭한 프로그램도 많이 나와 있다.

“The stock market is filled with individuals who know the price of everything, but the value of nothing.” — Philip Fisher

버핏과 멍거는 천재라서 10초만에 저 복잡한 DCF계산을 할 수 있는가? 한 때 내 화두가 이것이었는데 오래 고민하고 연구하니 결국 그 비밀을 아주 조금은 알아낸 것 같다. 내 방법으로 방금 10초 만에 계산한 저 주유소의 내재가치는 75만 달러다. 파브라이가 계산기로 찾은 내재가치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10초도 안걸려 계산한 것이니 나름 의미는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내게 어떻게 10초도 안걸려 75만 달러라는 숫자가 나왔는지 가르쳐 달라고 하면 내가 순순히 가르쳐 주겠는가? 당신이라면 이 방법을 유튜브를 찍어서 알려 주겠는가? 전자책을 써서 알려 주겠는가?

기업의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어려울 수도 있고, 간단하고 쉬울 수도 있다. 사실 10초만에 DCF를 하는 방법을 안다고 투자를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세상엔 자신만 아는 비법들을 가르쳐 주지 못해 안달난,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라울 따름이다..^^

“너무 좋아서 믿어지지 않는다면, 믿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