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투자 지도

추석연휴를 이용해 그간 머리속에 맴돌기만 했던 간단한 투자 지도를 하나 만들었다(보기엔 간단하지만 사실 만든 과정을 보면 그리 간단하진 않았다). S&P500 기업을 입력하면 그 기업의 현재 위치를 아래와 같이 2차원 평면으로 보여주는 지도다. 사실 원의 크기까지 고려하면 3차원에 가까운 3D 지도인 셈이다. 투자란 결국 500개의 유니버스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다. 500개 중에서 PER가 낮은 것을 선택할 것인가, 배당이 높은 것을 선택할 것인가, 조엘 그린블라트처럼 마법공식으로 고를 것인가, 피터린치처럼 PEG가 낮은 것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 선택할 것인가.

코스트코 COST 지도

11_11로 표시된 것은 수익률과 성장률이 좋은 기업을 고르는 나만의 방식이다. 11_11_11은 그중에서 다시 한번 필터링을 해서 고른 기업 그룹이다. 현재 13개 기업만 포함된 그룹이다. 내재가치는 역시 내가 계산한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 그룹 20개 묶음이다. 신기하게도 피터린치의 방법과 거의 유사한 결과다. 이렇게 몇 개의 그룹을 지도에 자동으로 표시해 놓으면 관심있는 개별기업의 위치를 그룹과 비교하며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보니 고배당 그룹과 S&P500은 거의 같이 붙어있다.

멍거가 좋아하는 코스트코(COST)를 입력했더니 S&P500 평균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진다. 코스트코는 이익률을 낮게 가져가는 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테슬라 TSLA 지도

이번에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특히 좋아하는 테슬라 TSLA 를 입력했더니 이런 그림이 나온다. 성장률이 대단함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성장률이 좋은만큼 역시 비싸다. 일반적으로 지도의 위 칸으로 올라갈수록 풍선의 크기는 커진다. 내가 찾는 것은 수익률과 성장률이 좋으면서도 풍선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저PEG과 내재가치 그룹에서 찾아보면 되겠다.

여행 레스토랑 예약서비스 부킹홀딩스 숫자들이 괜찮아 보여서 한번 함께 입력해봤다. 좋은 위치에 들어갔다. 하나씩 입력해 보니 마치 사격의 표적지처럼 입력값들이 잘 표시된다. 세 개를 같이 모아 보니 테슬라와 코스트코 풍선크기가 거의 같다. 따로 표시는 안했지만 엊그제 아지트 자인이 200주를 팔았다던 BRK-A 말고 우리같은 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BRK-B를 넣어봤더니 코스트코 오른쪽 옆에 딱 붙었다. 크기는 MF2와 거의 같다.

히트맵

국내 기업도 한번 넣어봤다. 모르긴 몰라도 국내기업 대부분은 제일 왼쪽 아래 칸에 들어갈 것이다. 좋은 기업으로 소문난, 특히 요즘 6만전자라고 난리도 아닌 삼성전자를 입력했다(나중에 보니 이 그림은 실수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다른 국내기업처럼 성장률이 3%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매력적인 가격대로 내려온 구글도. 이렇게 보니 구글이 좋은 기업인 게 한눈에 보인다. 내가 좋은 기업 그룹으로 꼽은 11_11_11 그룹과 풍선크기도 비슷하면서 거의 붙었다. 그렇다면 엔비디아 NVDA는 어디에 위치할까? 예상대로 오른쪽을 몇 칸 더 만들면서(50% 수익률) 제일 위 칸(40%에 가까운 성장률)이다.

투자지도

이번 추석연휴엔 간단한 투자 지도 만들면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놀아야겠다. 블로그 글도 연휴동안엔 쉴 예정이다. 주인이 없는 연휴동안 이 곳을 우연히 찾은 모든 분들도 즐거운 한가위 되시길~~

한가위

버핏의 뛰어난 투자아이디어는 단 12개?

버핏이 버크셔를 인수 후 약 60년 동안 기업을 운영하면서 본업 외에 대략 3~400개의 주식 투자를 했는데 큰 수익을 얻은 정말 뛰어난 투자아이디어는 단 12개였다고 한다. 총 투자 횟수를 400개라고 치면 12/400로 단 3% 적중율이다. 세계에서 가장 투자를 잘 하는 구루조차 5년에 한 번 꼴로 제대로 홈런을 치는 빅아이디어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버핏의 투자 수익 대부분은 12개의 빅아이디어에서 발생했다.

여기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루칩스템프, 씨즈캔디, 코카콜라, 가이코, 워싱턴포스트, Cap Cities/ABC, 애플 같은 기업들이 들어갈 것이다. 모니시 파브라이의 말에 의하면 이 리스트에 아지트 자인의 채용도 들어간다고 했다. 버핏이 헤드헌터에 지불한 비용에 비하면 아지트 자인이 버크셔 보험사업에서 거둬 들인 수익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투자아이디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주식 투자를 잘하는 투자 구루 버핏조차 투자의 95~97%는 그저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투자자가 보내는 시간의 거의 대부분은 그저 그런 투자 아이디어를 만지작 거리고 있음을 알아 차려야 한다. 그저 그런 아이디어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정확한 기회가 찾아 오면 주저하지 않고 큰 베팅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투자란 인내와 용기의 다소 기이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게임이기 때문이다. 인내 후 큰 베팅, 그리고 또 인내. 버핏은 버크셔에서만 60년 동안 이런 일을 했고 11살 부터 따지면 무려 8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런 종류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언젠가 버핏은 구멍을 20개 밖에 뚫을 수 없는 펀치 카드처럼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었고, 멍거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었던 적이 있다. 인생에서 단 20번의 투자 기회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의 투자 행위가 많이 바뀔 것이다.

버핏과 멍거의 저런 태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 그럼 이제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보자. 질은 양에서 나온다고도 한다. 버핏이 말한 12개의 빅아이디어도 388개의 그저 그런 아이디어들이 있었기 때문에 식별 가능했다. 인생에서 단 20번의 투자밖에 할 수 없다면 대부분의 아이디어에 대해 NO라고 해야 하기 때문에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지 못한다. 실패와 성공은 안과 밖과 같아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공진화한다. 빅아이디어라는 게 하루 아침에 뚝딱 떨어지는 건 아니다. 실패를 아예 하지 않는다면 빅아이디어 근처에도 가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심지어 빅아이디어가 와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투자에서는 모의로 하는 투자와 실제 내 돈이 들어가는 투자와의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간극이 크다.

빅아이디어는 단순하다. 하지만 진지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복리라는 빅아이디어를 받아들인 사람은 결코 빨리 부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좋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라는 빅아이디어를 받아들인 사람은 좋은 기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마찬가지로 적당한 가격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한다. 싼 기업만 사겠다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사람은 싸다는 건 무얼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하기 마련이다. 뭔가를 깊이 파고들면 단순해 진다. 아직 복잡하다면 충분히 깊히 파고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빅아이디어 역시 단순하다.

“천천히 부자가 되는 것은 꽤 쉽습니다. 하지만 빨리 부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 워런 버핏

“빨리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은 매우 위험합니다.”
– 찰리 멍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