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주가수익비율

PER 주가수익비율은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지표로 주식 투자에서 널리 사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 중 하나다. 그래서 누구나 PER의 개념을 알고 있고, 누구나 손쉽게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지표의 문제는 바로 그 누구나 알고 누구나 손쉽게 계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모두가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를 사용하면 과연 내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기업의 목표 주가는 기업의 경쟁력과 경쟁사를 고려하여 타깃 PER라는 주가수익비율을 정한 뒤 순익 기대치를 적용하는 것으로 산출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의 타깃 PER를 20으로 잡고 2022년 순이익이 1,000억 원이라 생각하면 목표 시가총액은 2조 원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맞을까요? 핵심은 당해 연도 순이익 1,000억 원이 아니라 항속적으로 순이익이 얼마나 빨리 늘어날 것인지 시대가 이끄는 수요를 판별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투자가 심플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이 PER를 설명하는 세상의 거의 모든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방식이다. 타깃 PER, 혹은 적정 PER를 정하고 올해나 내년, 혹은 그 다음 해에 예상되는 순이익을 타킷 PER에 곱해서 적장가치나 목표가격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럼 물어 보자.

타깃 PER, 혹은 적정 PER는 어떻게 정하는가? 기업의 경쟁력과 경쟁사를 고려해서 어떻게 정하는가? 단순히 기업의 과거 숫자들을 보고 정하는가? 아니면 예상되는 미래의 성장성을 보고 정하는가? 산업별로 달라져야 하나? 그리고 내가 정한 숫자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어떻게 타깃 PER를 정했다고 하자. 그러면 몇 년을 봐야 하는가? 올해 말을 봐야 하는가? 내년까지 봐야 하는가? 아니면 3년? 5년? 10년 뒤를 봐야 하는가? 그리고 예상보다 빨리 타깃 PER에 도달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타깃 PER는 한번 정하면 불변인가?

단순히 순이익을 타깃 PER에 곱하면 되는가? 역시 올해 순이익인가? 아니면 내년에 예상되는 순이익인가? 내 시계열이 3년이라면 3년 뒤 예상되는 순이익에 타깃 PER를 곱하면 되는가? 순이익은 크지만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순이익의 변동성이 큰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나도 투자가 심플했으면 참 좋겠다. 이 간단한 PER 주가수익비율 하나에도 해결해야 할 물음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위에서 대충 던진 물음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PER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조회되고, 계산된 PER는 투자 정보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 그냥 기업의 현재 수준만을 얘기해 줄 뿐이다. 누구나 쉽게 계산한 숫자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PER가 투자 정보로서의 가치가 생긴다. 투자는 쉽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게임이다.

적정 PER 계산공식


가치평가의 대가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의 밸류에이션 강의 자료 중 일부다. 성장주의 적정 PER를 계산하는 공식을 설명하고 있다. 복잡해 보이는 공식도 속으로 들어가면 단순한 공식에서 출발했을 뿐이다. 복잡함 속에 단순함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스스로 복잡함 속으로 뛰어 들어봐야 한다. 심플함은 그냥 처음부터 생기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복잡함을 관통하려는 끊임없는 노력 뒤에 생기는 것이다. 저 복잡해 보이는 식에서 PER가 무엇의 함수인지를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도 당신의 투자가 심플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먼저 복잡한 것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복잡함 속을 관통하고 있는 단순함을 알아 차려야 한다. 처음부터 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채워야 비울 수 있다. 피카소도 처음부터 심플하진 않았다.

피카소 황소그림

“PER나 EV/EBITDA 같은 배수의 장점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쁜 점은 투자자가 실제로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풀어야 할 많은 경제적 가정을 통합한다는 것입니다.”

마이클 모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