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업의 조건 하나

받아 보는 자료에 오류가 보여 몇 개의 오류 리포트를 적어 보냈다. 바로 피드백이 돌아 온다. 오류의 근본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서 다시 오류 리포트를 보내면서 고객인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 생각해보니 한창 AI서비스들을 사용할 때였다. 내가 왜 내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AI들의 오류를 수정하고 있지?

좋은 기업의 조건 중 하나가 열성적인 팬이다. 바로 떠오르는 게 테슬라 정도 되겠다. 테슬라 주주들은 그야말로 열성적이다. 스스로 베타테스터가 되어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해서 몰아보고 개선점을 회사에 자발적으로 제안한다. 따로 테슬라가 광고비를 쓰지 않아도 주주들이 SNS를 통해 테슬라의 장점에 대한 홍보를 자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충성심이 없으면 개선점을 제안하는 게 아니라 불만을 토로하고 환불을 요구하거나 기업과 적대적으로 변한다. 대체로 소비자는 변덕스럽고 참을성이 없다.

“궁극적으로 초기 단계의 회사를 평가할 때, 저는 그것이 예술과 과학의 조합이라고 말합니다. 예술은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이고, 과학은 그것을 측정하는 방법을 아는 것입니다. 회사가 초기일수록 예술에 대한 것이 더 많은데, 이 경우 예술은 제가 제품과 사용 사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평가하는 것입니다.”
– Sarah Tavel,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기업가

고객뿐만 아니라 종업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개선점을 찾고 회사에 제안하고 오류를 찾아 내서 바꾼다. 창업자에 대한 존경심이 됐든, 종업원도 주식을 가진 오너십이 됐든, 아니면 종업원과 기업간 조직 얼라인먼트가 일치하든 간에 좋은 기업은 충성심이 가득한 종업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가진 기업은 대체로 좋은 사람들과 문화를 가진 기업이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창업자로서의 초점은 제품의 일상에서 회사와 조직의 일상으로 옮겨갑니다. 제품이 회사가 됩니다. 제품에 적용한 것과 동일한 엄격함을 회사에도 적용해야 합니다. 제품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회사를 위한 운영 체제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기업 문화는 엄청난 경쟁 우위입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워드프레스를 오픈소스로 만들고 배포하고 운영하는 오토매틱에 최근 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를 링크하려고 관련 뉴스를 검색했더니…국내 언론에 단 하나의 기사도 없다. 그나마 링크한 글 하나만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관심밖이다.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 약 43%가 사용하는 CMS인데 이렇게 관심이 없다니..

워드프레스

사실 WordPress는 오픈소스 제품, 비영리 단체, 영리 기업, 상표 및 라이선스의 복잡한 혼합물이었다. 이 싸움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무엇이 적절하고 무엇이 적절하지 않은지에 대한 싸움으로 확대되면서 오토매틱 내부 종업원 중에서도 CEO의 뜻에 반대하는 일부 의견들이 표출되었고 이에 CEO 매트 뮬렌웨그는 일정 금액의 돈(3만 달러 또는 6개월치 급여 둘 중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사람은 회사를 떠나라는 의사표시를 했고 조직의 약 8% 넘는 종업원들이 떠나기로 했다고 한다.

“WP Engine(사모펀드 회사인 실버레이크는 2018년에 WP Engine의 지분 대부분을 매수하여 2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이사회 의석 3개를 확보했다)과의 싸움은 WordPress와 Automattic 간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고, 오랫동안 그를 지지해 온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자산이 1,000억 달러가 넘는다)는 오픈소스 이상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본에 대한 수익만 원한다는 이유로 싸움을 시작했지만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워드프레스 고객과 오토매틱 종업원의 충성심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들기 시작한 것 같다.

워드프레스를 만든 회사는?

워드프레스를 잘 사용하다보니 워드프레스를 만든 회사가 궁금했다. 사실 난 예전부터 워드프레스를 누가 만들었는지 알고 있었지만 정리 차원에서 이 글을 쓴다.

2003년 매트 뮬렌웨그(1984년 생)와 마이크 리틀이 b2/cafelog를 기반으로 워드프레스를 만들어 오픈소스로 배포했었고, 2005년 오토매틱(automatic이 아니라 설립자 이름을 탄 automattic이다)이라는 워드프레스 관련 서비스 용역 회사를 설립했고, 2010년 워드프레스 재단을 만들어 그가 만든 워드프레스를 사회에 기부했다.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회에 기부하고 자신은 그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 남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는 복제할 수 있을지라도 생태계는 복제할 수 없다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워드프레스

다음은 이 회사의 사훈이다. 현재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 사훈은 이랬다.

“나는 배움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앞으로 할당된 업무만 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 결코, 현상유지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열정적이고 충직한 고객들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우리 사업을 구축할 것이다. 동료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절대 지나치지 않을 것이며,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움직이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다. 오픈소스는 우리 세대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사랑 가운데 하나다.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 않는 우리에게 의사소통은 생명수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나는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소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는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에서 경주하고 있다. 목표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거기에 이르는 길은 날마다 한 걸음씩 나아가는 방법뿐이다. 시간만 있으면 극복하지 못 할 문제가 없다.”

15년 12월 기준 전세계 웹사이트의 25.6%가 사용하고 있었는데 2023년 현재는 전세계 웹사이트의 약 43%가 워드프레스를 이용하고 있다. 압도적인 1위다. CMS(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로는 무려 약 64%를 점유하고 있다.

워드프레스 점유율

제일 마지막 2014년 투자유치때 $1.16B 으로 가치평가를 받았지만 현재 가치로는 약 7.50B으로 평가받고 있다. 만일 이 회사가 상장한다면 꼭 주식으로 가지고 싶은 회사다. 전 세계 약 2,000명 내외의 직원이 있으며 코로나 이전부터 원격근무를 주로 하고 있는 원격 근무의 대표 기업이다. 현재 우리나라 직원은 2명인 것으로 조회된다. 워드프레스 사이트 중 한국어 사이트 비중을 보면 적은 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워드프레스 한국어 사이트 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