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내재가치 계산기에 새로운 기능 추가

역시 영원한 보유가 가장 어렵다

혼자 보는 10초 내재가치 계산기에 새로운 기능을 하나 추가했다. 지난 주말 구루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다가 발견한 기업 하나가 숫자들은 너무 좋은데 가격이 조금 비싼 게 흠이라 주저하다가 내 고민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올랐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가칭 성장 활주로)이다. 초록색 선이 현재 가격이고 빨간색 선이 내재가치선이다. 내재가치선 위 아래로 적당한 마진을 두고 점선으로 그렸다. 당연히 벗어나기도 하겠지만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개와 주인으로 비유했듯이 대략 가격이 그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한다고 보면 된다. 아래 빨간 점선은 좋은 기업인지 아닌지를 비교하기 위한 벤치마크쯤 된다.

미스터리 기업 성장 활주로

기업 내재가치선의 기울기를 벤치마크와 비교해보면 훌륭한 기업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별로인 기업일수록 벤치마크와 가깝거나 심할 경우 아래로 떨어진다. 하지만 지금 현재(D) 가격은 내재가치선 상단 붉은 점선을 넘어서 있는 고평가 상태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바로 그 상황이다..^^ 좋은 건 대체로 비싸다. 가격을 나타내는 초록색 수평선이 흰색 점선 아래에 있을 때가 버핏이 말하는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다. 양동이를 들고 뛰어나가야 할 때. 이 훌륭한 기업을 지금 가격대에 매수한다면 자칫 최대 3년(D+3에서 가격선과 만난다)을 마이너스로 지내야 할 수도 있음을 그림이 알려 준다. 달리 말하면 가정대로 성장하기만 하면, 지금 가격에 구매하더라도 3년 이상만 보유하면 플러스 수익이 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높은 기업이다.

물론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제일 상단 붉은 점선을 타고 상승할 가능성(20% 이상 수익률)도 있고 중간의 내재가치선을 따라 상승할 가능성(10% 중반 수익률)도 있고 아래 흰 점선을 타고 갈 가능성(5년 이내 10% 수익률, 10년 이상 15% 수익률)도 있다. 마찬가지로 경쟁 심화나 소비자 선호 변화 같은 이유들로 기대했던 성장률보다 훨씬 낮은 기울기로 바뀌거나 음의 기울기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과거 실적과 상관없이 향후 10년 동안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은 아주 드물다. 모든 것은 확률의 문제이자 얼마나 길게 내다 볼 수 있느냐 역시 투자자의 역량에 달렸다.

미스터리 기업 투자 전략 지도

포워드PER 24(PEG 1)에 투자 전략 지도를 보면 정말 구미가 당길 정도로 훌륭한 모습이다. 일단 와치 리스트에 올려 놓고 정찰병만 투입하고 째려 보기로 했다. 정찰병이 대승하면 우울하고 정찰병이 대패하면 즐거워진다. 간만에 미국시장 바라보며 정찰병 넣자마자 -3% ㅍㅎㅎ 하락하던 OXY 5% 상승이 눈에 띈다.

성장 활주로 만든 김에 좋아하는 기업 구글(GOOGL)도 궁금해서 한번 그려봤다. 훌륭한 기업이지만 내재가치보다 조금 비싼 상태로 나온다. 애플도 그려봤더니 버핏 옹이 파는 이유가 한 눈에 보인다..ㅋ

GOOGL 성장 활주로

내가 사용하는 양적 기업 분석의 툴이 점점 단순해진다. 좋은가는 ‘투자 전략 지도’로 싼가는 ‘성장 활주로’로 수렴되고 있다.

“주식투자란 간단하다. 당신이 할 일이란 최고의 정직함과 능력을 지닌 경영진을 두고 있는 훌륭한 회사의 주식을 그 회사의 내재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그 주식을 영원히 소유하면 된다.”
– 워런 버핏

양날의 검

SNS에 잡힌 인질 하나 또 구출

“2022년 11월에 있었던 송년회때 대화를 하다가 생긴 아이디어를 계기로 해외주식 재무제표를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주일만에 만들었다. 데이터가 문제일 뿐, 분석방법이야 국내주식이나 해외주식이나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가능했다.

그리고 2023년 중반쯤 벤저민 그레이엄을 다시 제로베이스에서 공부하면서 새롭게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찰리 멍거와 워런 버핏의 머릿속 10초 분석을 생각하면서 초간단 내재가치 계산기를 하나 만들었다. 그레이엄이 쓴 모든 책을 다시 읽으며 생각하는 시간은 꽤 길었지만 만들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애시당초 이걸 만들려고 시작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손에 쥔 건 계산기(또는 체중계)가 됐다.

초간단계산기이므로 그야말로 초간단했었는데 현재(24년 1월) 버전 5까지 오며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추가되면서 처음 컨셉인 초간단은 사라지고 온갖 정보들이 덕지 덕지 붙은 복잡한 계산기가 돼 버렸다. 만들고나서 처음엔 간단한 계산기니까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인터넷에 공개해 놓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이런 저런 정보들(다른 곳에서 가져온 정보들도 있다)이 추가되면서 복잡해지고나니 그냥 조용히 나만 사용하자로 바뀌었다.

열역학 제2법칙은 사실이다. 고립된 계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현상만 일어나며 감소하지 않는다. 질서는 무질서로 바뀌기 마련이다. 다시 버전 1로 되돌리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보고싶은 정보에 대한 갈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비가역적이다. 경제학 용어로 비탄력적이라고 할까..ㅋ 이젠 간단히 10초만에 기업의 개요를 확인하고 기초체력을 판단할 수 있게 됐다. 하나의 간단한 허들을 만든 셈이다. 작년에 V1.0일 때 기본 아이디어를 살짝 공개하긴 했었다~”

딱 1년 전 SNS에 남긴 글이다. 그리고 다음은 댓글로 남겨 둔 글.

“만약 어떤 사람이 특정 사업에 대해서 즉시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알지 못한다면 한 달을 주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 워런 버핏

“버핏은 기업 매도를 위한 전화를 받는 순간 기업의 질적 측면을 즉시 이해한다며, 지금까지 매수한 기업들을 분석하는 데 기껏해야 5~10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가끔은 제가 살펴보고 있는 기업에 대해 찰리에게 물어보곤 합니다. 그는 처음 보는 기업인데도, 거의 10초 안에 끝냅니다. 머릿속에서 그렇게 빨리 처리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제가 몇 주 동안 살펴보고 있던 기업이었는데, 그는 바로 제가 이해하지 못한 것을 찾아냈습니다.”
– 모니시 파브라이

“배런스 기사를 읽은 후, 주식에 대한 멍거의 실사는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면 참 아이러니인게 난 누구처럼 탭댄스를 추며 출근하지도 않을뿐더러 기업 재무제표 하나하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깝단 생각이 들어 10년 넘은 스터디도 그만 두고 직접투자도 거의 안하고 맡겼는데 정작 남는 시간에 재무제표 분석 시스템을 만들었다..ㅋㅋㅋ 물론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자동화하고 싶은 욕구의 발현이라고 본다. 돈은 안되는 일이다~ 그래서 버틀러나 스톡워치 같은 국내 사이트들이 잘 되길 바란다.”

구루포커스의 DCF계산기(유료고객만 4만명이 넘는다)를 보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유사해서 놀랐던 감상도 댓글에 적어놨었는데 바로 엊그제 그에 필적할 만큼 뛰어난 내재가치 계산기를 제공하는 미국 사이트를 하나 발견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료도 거부감없이 잘 받아들여서 그런지 이런 종류의 분석 서비스는 여전히 미국이 압도적이다.

검을 든 버핏

추가로 작년 추석즈음엔 순간 떠오른 아이디어로 투자 전략 지도를 만들었다. 좋은 기업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기계다. 이로써 좋은 가격인지 판단하는 내재가치 계산기와 함께 양날의 검을 가지게 됐다..ㅋ

성장성과 수익성

2014년 10월 7일, 워런 버핏은 포춘의 행사에서 절친 캐럴 루미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 중에서 내게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내가 만든 투자 전략 지도의 두 축, 성장성과 수익성이다.

“캐럴 루미스 : 어쨌든 저는 여러분이 버핏의 기준으로 좋은 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두 문단 정도 이야기하고, 그다음에 자동차 딜러십 사업(당시 버핏이 인수한 Van Tuyl Group)이 좋은 사업으로 보이는 이유를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워런 버핏 : 좋은 비즈니스는 유형 자산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비즈니스입니다. A good business is the one that earns a high rate of return on tangible assets.

캐럴 루미스 : 정말 심플하네요.

워런 버핏 : 네, 아주 간단합니다. 최고의 비즈니스는 유형 자산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성장하는 비즈니스입니다. 하지만 성장하지 않는 사업이라도 유형 자산에서 높은 수익을 올린다면, 그리고 물론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좋은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높은 수익률로 인해 시작하기에 좋은 사업이지만,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 좋은 사업이 나쁜 투자로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괜찮을 수 있습니다. 초창기에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부실 기업을 너무 싼 가격(bad business at a really cheap price)에 인수하려 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약 20~30년이 걸렸습니다.”

투자 전략 지도 예

내가 만든 투자 전략 지도에서 성장성과 수익성, 둘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해 살짝 고민한 적이 있었다. 지도에서 좌측 상단의 테슬라와 우측 하단의 2024로 표시된 점을 보면 테슬라처럼 성장성은 뛰어나지만 수익성은 아직 저조한 비즈니스와 2024로 표시된 점처럼 수익성은 뛰어나지만 성장성은 다소 저조한 비즈니스가 있고 투자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물론 이것은 다소 극단적인 예를 위해서 가져온 것이고 2024로 표시한 기업은 에너지 기업으로 단기간 이익이 급증한 탓에 저 영역에 머물러 있을 뿐, 지속성 여부는 따로 판단해야 한다. 테슬라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수익성은 낮지만 향후 수익성이 증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그런 기대때문에 PER도 높다.

이 지도의 활용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어떤 궤적을 보이고 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업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지도를 통해 예측해 볼 수도 있다. 내가 내린 답은 투자 전략 지도의 두 축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난 주저없이 수익성(Total Return)이다. 버핏의 말대로 “최고의 비즈니스는 유형 자산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성장하는 비즈니스지만 성장하지 않는 사업이라도 유형 자산에서 높은 수익을 올린다면 (비싸게 사지 않는 한)좋다” 일반적으로 성장성은 수익성을 훼손하지만 수익성은 적절한 자본 배분을 통해 성장성을 만들 수 있다.

애플 투자 전략 지도

물론 자주 예시로 든 애플처럼 아름다운 궤적을 보이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춘 훌륭한 기업들도 있다. 그런 좋은 비즈니스를 좋은 가격에 찾으면(버핏은 2014년 작은 점을 봤다. 같은 위치의 테슬라와 비교하면 얼마나 작은가) 황금비가 내리니 양동이를 들고 뛰어 나가면 된다..^^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라는…말은 쉽다. 문제는 그런 좋은 비즈니스를 좋은 가격에 찾기 위해선 너무나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너무나 오래 인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노력하고 인내했음에도 나쁜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살 수도 있고 좋은 기업을 나쁜 가격에 살 수도 있다.

멍거의 말처럼 나쁜 기업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나서 적당한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거나(가치 투자 1.0) 좋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거나(가치 투자 2.0) 위대한 기업을 비싸보이는 가격에도 살 수 있어야 한다(가치 투자 3.0). 그리고 수익성(Total Return)은 그것을 구분하는 좋은 기준이다.

추가) 2024 테리스미스 주주총회 슬라이드에서 가져옴.

성장성과 수익성 매트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