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시대 개막

사람들은 산술급수에는 익숙하지만 기하급수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명색이 투자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는 블로그인데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어제 장중 코스피 5000을 넘었지만 종가는 4952로 마감했는데 오늘 현재 5014를 유지중인지라 최초로 종가 5000을 넘지 않을까 싶다1. 지수가 특정 숫자 근처에 오면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그 숫자에 가까이 가서 넘게 되는 현상이 있기 때문에 4500넘어서는 5000까지 가겠구나 싶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코스피 5000이 막연한 허언으로 보일수도 있겠다. 그렇게 되려면 윤석열 탄핵 당시 코스피 지수를 대략 2500이라 보고 100% 상승하면 된다. 임기 5년으로 보면 대략 1년에 15% 상승률이다. 물론 우리나라 경제를 놓고 보면 15%라는 숫자가 터무니 없이 높아 보이기도 하지만 5000이라는 숫자보단 멀어 보이진 않는다. 명목으로 7% 성장에 지배구조 개선과 상법개정, 기타 주주중시 경영 같은 그동안 등안시했던 정책들이 하나씩 맞물려 돌아간다면 결코 허황된 허언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취임한지 한 달도 안됐는데 벌써 12%(탄핵 후로 계산하면 26%)나 올라 코스피 3000을 이미 넘어섰기 때문에 남은 5년 동안 15%가 아닌 10%씩만 올라도 가능한 숫자가 됐다.”

작년 유월, 블로그에 적은대로 코스피 5000이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리 빨리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년 동안 지수가 70% 이상 상승할 것을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그 큰 규모의 국민연금 수익률이 20% 이상 달성할 줄 누가 알 수 있었을까.

코스피 5000

어제 뉴스를 보는데 코스피 5000 뉴스를 전하면서 많은 분량을 코스피 5000은 허황된 소리라고 깎아 내리던 정치인들의 과거 발언 모음이었다. 그리고 인버스에 투자해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들 사례를 곁들인다.

1980년 100포인트를 기준으로 1983년 1월 4일(122.52) 탄생한 코스피는 1989년 1000선, 2007년 2000선, 2021년 3000선을 차례로 넘어섰다. 1000까지 6년, 2000까지 18년, 3000까지 13년, 4000까지 5년이 걸렸지만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선 지 불과 3개월 만에 5000선에 도달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산술급수에는 익숙하지만 기하급수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그래선지 산술급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코스피 1000에서 2000이 되려면 100% 상승해야 하지만 2000에서 3000이 되려면 50%만 상승하면 된다. 3000에서 4000은 33%, 4000에서 5000은 단 25%만 상승하면 되는 것이다. 5000이 6000이 되려면 20%만 상승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모두 같은 1000으로 생각한다. ‘기하급수의 저주’라고 한다. 코스피는 1980년 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9%씩 성장하고 있다. CAGR 9% 속도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는 이야기.

개별기업을 투자할 때도 ‘기하급수의 저주’는 투자자를 괴롭힌다. 데이터를 살피다가 알게 된 것인데 아마도 2025년이 처음으로 아마존(AMZN) 매출이 전통 유통의 강자 월마트(WMT) 매출을 추월하는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파란색 코스트코(COST)는 무려 46년 CAGR 20%였고 월마트는 같은 기간 CAGR 15.5%로 성장했다. 그럼 아마존의 1996년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얼마나 될까?

산술급수 기하급수

아마존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46.4% 였다(주당 매출액으로 계산하면 다른 숫자가 나온다^^). 유통 강자 세 기업의 2000년 부터 2025년까지 25년 성장률은 코스트코 9%, 월마트 5.8%, 아마존 24.7%로 규모가 증가한 만큼 성장률은 과거에 비해 당연히 줄어들고 있다. CAGR 15~20%에 달하는 코스트코와 월마트의 성장률도 놀랍지만 28년 CAGR 46% 아마존의 성장률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 둘은 산술평균의 일직선처럼 보인다.

이럴때 그래프를 로그스케일로 변환해서 보면 또 다른 통찰을 얻기도 한다. 세 기업 모두 규모가 커짐에 따라 성장 속도가 줄어들고 있는 게 보인다. 다만 기울기의 크기는 아마존(최근 10년 20.5%) > 코스트코(9%) > 월마트(3.4%) 순으로 완만해졌다.

로그스케일

우리의 사고체계는 미래를 예측할 때 과거의 성장곡선에 우리를 묶어두는 경향이 있다. DCF를 할 때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는 현재의 높은 성장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이긴 하지만 기하급수 성장을 하는 가치투자 3.0 기업이 흔한 요즘 세상에는 지나치게 낮은 성장을 너무나 짧은 기간동안만 가정하고 나머지 긴 기간 영구성장률을 적용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아마존처럼 무려 28년 동안 CAGR 46% 성장하는 기업을 고려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 기업들처럼 선형적인 성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특히 복리의 시간적 힘을 과소평가하고 단기 매매에 집착한다.

아마존 주가

아마존은 좋은 기업인가? 좋은 기업이다. 그리고 나서 투자자가 고민할 것은 아마존의 현재 가격이 적당한가? 혹은 싼가? 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 좋은 기업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못하고 싼지 비싼지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면 직접 투자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투자는 이게 다다.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매수하고 가만히 있는 것.

코스피 5000을 넘고 나면 20%만 올라도 지수 6000이 된다. 6000이 되고 나면 17%만 오르면 7000이 되고 단 14%만 오르면 8000이다. 버핏이 코카콜라를 매수하기 시작한 1988년 수정종가는 $2.79(PER 15.5 PBR 3.67), 37년이 지난 현재 코카콜라 가격은 $71.87(PER 23.3 PBR 3.77)로 주가가 단 3.9%만 움직여도 버핏이 코카콜라를 매수했던 가격만큼 변동하며 2025년 배당금(DY 2.84%)만 $2.04로 해마다 투자 원금의 7~80%를 배당금으로 돌려받고 있다.

코카콜라 배당금

(코카콜라 배당금 CAGR 8.4%2)

“만약 제게 1천억 달러를 주고 “전 세계의 소프트 드링크 시장에서 코카콜라의 리더십을 빼앗아 오라”라고 한다면, 저는 그 돈을 마다하고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 워런 버핏

아마존과 같은 놀라운 지수함수를 그리는 기업을 보면 누구라도 그런 기업을 골라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또는 놀라운 버핏의 코카콜라 초장기 투자3를 보면 자신도 그렇게 오랜 시간 기업을 보유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꿈 깨시라! 코스피 5000을 넘었으니 조금은 매도해야 하지 않을까? 또는 인버스를 조금 담아볼까? 라는 생각으로 손가락이 근질거리지 않는가?!

  1. 오늘 종가 4990.07로 결국 코스피 종가 5000을 넘지 못했다. 지수 상승과 관계없이 개인 투자자 수익률을 보니 절반은 마이너스란 기사도 났다. ↩︎
  2. 배당할인모형(DDM…경영진이 주주를 중시하고 미래에도 배당금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는 기업에만 적용 가능한 모형)은 미래 예상 배당금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여 주식의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핵심 공식은 P=D/(r-g)다. 이 공식을 이용해 코카콜라의 88년 DDM 내재가치를 복기해서 계산해 보면, 89년 배당금(D) $0.11, 89년 10년 국채수익률 9.09%로 단순히 할인율 10%라고 가정하고 배당성장률을 현재 알고 있는 37년 8.4%가 아닌 직전 5년 GDP 성장률 평균 7.3%(실제 코카콜라는 89년부터 향후 5년동안 11.6% 속도로 배당 성장했고 미국 GDP는 향후 5년 동안 5.4% 성장했다)로 계산하면 $4 내외가 된다. 정답을 알고 있는 37년간 배당 성장률 8.4%로 계산하면 $6.8로 커진다. 실제 코카콜라 배당금은 89년 부터 99년까지 10년 동안 계산해 봐도 11.3%로 증가했고 이 숫자로는 DDM을 계산할 수 없다..^^ 현재 코카콜라 DDM 내재가치를 한번 스스로 계산해 보시라~ ↩︎
  3.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코카콜라를 매수하기 전 분석할 때 코카콜라가 상장된 1919년부터 1987년까지 모든 사업보고서를 읽었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코카콜라가 판매한 케이스의 수가 전년도보다 줄어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1938년 포춘지에서 코카콜라의 성장은 이제 끝났다는 제목의 기사도 읽었다. 버핏은 “1938년에 새롭게 40달러를 투자했더라도 1993년까지 2만 5천 달러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여전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

AI시대에 블로그를 대하는 나의 질문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에서 AI가 생각하지 못하는 시나리오가 뭔지를 고민한다는 걸 들었다. “나도 살아남기 위해 AI가 절대 쓸 수 없는 시나리오를 어떻게 쓸까 매일밤 고민하고 있다” AI 시대에는 좋은 질문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블로그를 대하는 나의 질문은 무엇일까를 종종 생각해 본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제목과 내용으로 트래픽을 끌어 모아 광고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가 된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가 질문이 될 것이다. AI에게 자극적인 제목으로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고 잘 먹히는 키워드를 뽑아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아예 그런 글을 작성해 달라고 자동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SNS 활동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 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무작정 AI에게 맡길 순 없었다. 완전히 오픈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비교적 가감없이 남겨두려 노력했다. 물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보단 나 스스로를 위해서다. 내 글의 제 1 독자는 나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효과를 누구보다 내가 느꼈고, 기록해둔 글의 힘을 스스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오늘 저 멀리 영국의 한 블로거가 쓴 글을 읽었는데 자신은 트래픽이 제일 많은 글을 따지기 보단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꾼 글이 있는가’를 염두에 둔다고 했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다. 난 나의 생각을 남기기에도 바쁜 사람이었기에..

“사람들이 경쟁하면 누군가는 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혼자만 있는 곳으로 가세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자신과 함께 레이스를 펼치세요.”
– 피터 틸

이 곳은 남과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전적으로 나 혼자만 있는 곳이다. 나 혼자만 할 수 있는 생각을 하고 정리를 한다. 남을 의식하거나 남과 경쟁하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나만을 위한 휴식의 장이자 생각의 안식처다. 내 글로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면 기분은 좋겠지만 바꾸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뭐 어쩔건가. 내 생각을 엿보고 나를 비판한다면 그것도 또 어쩔건가. 그러려니 해야겠지..ㅋ 세상은 다양하고 무상하고 불인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AI가 뭔가 대단하고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버핏이 투자에는 세계 최고지만 다른 분야에는 젬병인 것처럼 내가 경험한 AI도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격차는 많이 줄어들겠지만 봉준호 감독이 추구하는 것처럼 미래에도 AI가 할 수 없는 것을 인간은 할 수 있을 것이다. AI가 내 블로그 전체를 읽고 내 문체와 비슷한 글을 양산할 수는 있겠지만 내 오리지널한 생각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블로그에 AI가 쓰지 못할 글을 쓸 생각도 없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꿀만한 글을 쓸 생각도 없다. 엊그제 잡은 책(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 한 부분에서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1이 있어 시간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다. 이 고민이 해결되면 아마도 정리된 생각을 블로그에 올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무도 나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만일 글로 써둔다면(요즘 내 상태로는 글을 남기지 않을 확률이 높다) 비슷한 고민을 한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아하” 소리 칠 수도 있을거다. 내 글이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진 못하지만 누군가의 생각을 더할 수는 있겠다. 아니면 전혀 의문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새로운 질문을 떠올릴 수도 있겠고.

두서없이 의식의 흐름처럼 후다닥 쓰는 글도 오랜만이다. 이게 내 스타일이다. 오타도 있고 SEO에 맞지 않고 그림도 없어 검색엔진에게 낮은 점수를 받는 글. 그런 글들이 켜켜이 쌓여 역설적으로 사람냄새 나는 곳이 바로 내 블로그다. 그게 바로 AI가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곳이다.

  1. 시간을 두고 고민하는 부분은 내가 사용하고 잇는 버핏의 밸류에이션이 결국은 RIM(Residual Income Model)과 거의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핵심은 역시 꾸준하고 예측가능한 ROE다. RIM 도출 식을 봤는데 DDM에 잉여항을 더하고 극한으로 보내는 부분이 선명하게 이해되지 않아서 조금 헤매고 있다..ㅋ ↩︎

애널리스트들은 더 이상 현금흐름 할인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멀티플만 쓸 것인가

주말에 재밌는 논문을 한 편 봤다. 내재가치를 계산할 때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은 더이상 미래 수익을 할인하는 현금흐름 할인법을 사용하지 않고 “예상 EPS x 트레일링 PER” 같은 간단한 멀티플을 활용한다. 논문 초록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다.

“우리는 513개 보고서(2003~2022) 샘플을 연구했고, 대부분 애널리스트가 할인율이 아닌 트레일링 P/E(주가수익비율) 비율을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회사의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를 계산하는 대신 “작년에 ​​비슷한 수익을 낸 회사는 어떻게 가격이 매겨졌을까요?”라고 묻습니다. 다른 투자자들이 다르게 행동하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이 항상 할인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든 자산 가격 책정 모델의 중심에 할인율을 두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멀티플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2019년 홈데포(HD) 목표가격 241달러로 분석한 Chris Horvers(애널리스트로 꽤 유명한 사람인듯)의 예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년 뒤 주가를 예측하는데 2년 뒤 예상 EPS에 과거 3년 평균 PER를 사용하는데 논리를 보면 고든성장모델과 동일하다.

멀티플 사용 예 홈데포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멀티플은 다음과 같다. 표 중에서 All Am이 뭔지 궁금해서 살펴 보니 Institutional Investor magazine’s All-American research team 보고서 갯수를 의미하는데 애널리스트 중 최고의 애널리스트 집합으로 이해하면 된다.

애널리스트가 사용하는 멀티플 종류


멀티플 사용은 과거 평균과 경쟁기업 레벨을 함께 고려한다. 경쟁기업과 비교 비율(74.1%)이 과거 평균 비율(63.5%)보다 높은 이유는 신규 IPO 리포트 비중이 전체의 1/3이나 되기 때문이다.

과거 멀티플 동종업계 멀티플


멀티플도 하나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2개 이상을 함께 사용하기도 하고 최근에 SOTP 사용도 늘고 있다.

사용하는 멀티플 갯수


현금흐름 할인법(DCF)이나 배당 할인 모델(DDM) 같은 내재가치 계산법을 이용하는 애널리스트는 전체 30.2% 밖에 되지 않았고 멀티플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내재가치 계산법만 사용하는 비율은 고작 5.5%뿐이다.

현금흐름할인법 사용 비중


내재가치 계산은 주로 신규 IPO 기업이나 M&A가 있을 때, 그리고 특정 산업(부동산 리츠, 석유 가스)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대부분 공식 보고서는 주로 멀티플을 사용(92.9%)한다. 애널리스트 뿐만 아니라 투자자 대부분이 멀티플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체 멀티플 사용 비중


논문의 결론을 원문 그대로 가져와 보면,

The analysts in textbook models ask themselves: “What is the present value of a company’s expected future earnings stream in today’s dollars?” Real-world analysts ask a different question: “How would a comparable firm have been price last year if it had announced similar earnings?”

교과서적인 모델에서 애널리스트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회사의 미래 예상 수익 흐름의 현재 가치를 오늘 달러로 환산하면 얼마인가?” 실제 애널리스트들은 다른 질문을 합니다: “비슷한 기업이 작년에 비슷한 실적을 발표했다면 주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Price equals expected discounted payoff” is clearly not a sensible assumption to make when modeling sell-side analysts.

셀사이드 애널리스트를 모델링할 때 ‘가격은 예상 할인된 수익과 같다’는 가정은 분명 합리적인 가정이 아닙니다.

논문을 읽은 내 생각이다.
워런 버핏은 현금흐름 할인법이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지만 찰리 멍거는 버핏이 현금흐름 할인을 계산하는 걸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굳이 복잡한 계산을 할 필요가 없는 비즈니스에만 관심가진단 말도 된다. 버핏은 스스로 PER, PBR 같은 멀티플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멍거와 버핏은 머리가 아주 뛰어난 사람이자 경험이 풍부하고, 주변의 정보를 끊임없이 빨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유형의 사람이다. 그들은 산업별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은 사람들이다. 코카콜라 제조법을 외부에 절대로 공개하지 않듯 그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 봐도 교과서에 있는 원론적인 이야기밖에 하지 않을 것이다.

투자 공부는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하는 게 아니라 힘들어도 할 가치가 있는 일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다. 주식 투자로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워런 버핏이 깨닫고 후배 투자자들에게 말한 방법을 스스로 찾아 학습하면서 결국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PER는 쉽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PER 역시 깊이 들어가면 마냥 쉽지만은 않은 개념이다. DCF나 RIM이나 DDM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 빠르고 쉬운 길은 없으며 가만히 있는데 남이 그냥 떠먹여 주지도 않는다.

주말에 논문을 읽고, 논문에서 언급한 홈데포 주가를 살펴 보니 5년 동안 70% 상승했다.

홈데포 주가


보다시피 애널리스트들의 목표 주가 평균은 403달러다. 논문처럼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예상 EPS에 트레일링 PER를 곱해서 계산한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 이제 당신의 홈데포 목표 가격은 얼마인가? 남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할거면 굳이 계산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이미 당신보다 뛰어난 애널리스트들이 같은 방법으로 다 계산해서 평균까지 구해 놓았다. 주가를 보는 것처럼 계산할 필요없이 클릭해서 숫자만 확인하면 되는 세상이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숫자를 보고 같은 가격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면서 비교하고 투자한다. 똑같은 일을 하면 똑같은 결과를 얻을 뿐이다.

홈데포 목표가격


다시한번 당신의 홈데포 내재가치가 얼마인가?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 홈데포의 무엇을 보고 판단할 것인가? 홈데포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주식도 마찬가지다. 무슨 정보를 보고 어떤 예측을 하고 무슨 방법으로 내재가치를 계산해서 그 숫자를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 매수 매도는 모두 투기다. 계산을 하기 위해선 무언가 선행작업이 필요하다. 홈데포가 도대체 뭘 하는 회사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홈데포 투자 전략 지도


사실 복잡해 보이는 내재가치 계산도 학습하고 나면 멀티플처럼 단순한 작업이다. 예전엔 소수의 전문가들만 할 수 있었지만 이젠 엑셀같은 스프레드시트에 계산 로직만 입력하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이 될까. 결국 자신의 능력 범위에 달렸다. 기업의 경제적 해자를 찾는 것처럼 자신의 경쟁 우위를 찾아야 한다. 자신이 잘 알고 잘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충만한 자신감! 그것이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투자를 하면 할수록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새로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같은 것들 말이다.

내 10초 내재가치 계산으로 홈데포는 몇 가지 숫자에서 기준에 미달이긴 하지만 좋은 기업으로 보인다. 하지만 좋은 가격은 아닌 것으로 나온다. 내가 그랬듯 당신도 당신만의 방법으로 계산하고 판단한 후에 매수, 매도하길 바란다. 당신이 투자하고 싶은 대로 투자하면 된다. 누가 추천하거나 유튜브에서 이야기한다고 사지 말고 자신이 공부하고 사고 싶은 것을 매수하고 팔고 싶을 때 매도하면 된다. 팔고 싶지 않으면 계속 가지고 가면 된다. 투자는 그런 방식으로 긴 시간동안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긴 학습과 시행착오의 과정조차 즐거워야 한다.

결국 좋은 건 무엇이고, 싼 건 무엇인가?

저는 기업가들과 이야기할 때 이 이야기를 가끔 사용합니다. “이봐,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려고 한다고 상상해 봐. 셰르파 무리 중에서 골라야 해. 그리고 목표는 정상에 도달한 다음 살아서 내려오는 거야. 그게 목표야. 결과에 도달하고 성공적으로 살아남는 거야. 가장 싼 셰르파를 고르고 싶은가, 아니면 가장 좋은 셰르파를 고르고 싶은가?”
– 리치 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