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나온 반국가세력

21세기에 이런 모습을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영화 ‘서울의 봄’을 재밌게 보면서 이젠 우리랑 상관없는 일인 줄 착각했다. 21세기 대한민국 대통령 인식이 20세기 냉전시대에 머물러 있는거야(조선시대에 머물러 있는지도..) 예전부터 눈치챘지만 정말 이 정도 수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통령이 늘 언급하는 종북세력, 반국가세력, 체제전복세력이 도대체 누군지 몰라서 제발 이제는 좀 나와줬으면 했는데…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 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손바닥에 왕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보니 이제 알겠다. 스스로를 왕이라고 자처하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종북 반국가세력이자 체제전복세력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포고령으로 나열하고 있다.

  1. 국회의원과 정당이다.
  2. (KBS를 제외한) 언론과 유튜브 정치평론가들이다.
  3. 노조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다.
  4. 파업중인 전공의들이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2024.12.3.(화)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이건 국정을 수행하는 올바른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생각이라고 볼 수 없다. 좌절될 비상계엄까지 선포하는 걸 보니 이젠 대통령 자리도 진짜로 귀찮아졌나보다. 국정을 운영할 능력과 자신이 없고 귀찮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내려와라. 탄핵은 너무 길다.

윤석열: 제가 이거를, 저는 정권교체하러 나온 사람이지 대통령 하러 나온 사람이 아니에요.

관계자: 아 그러니까 저도 알아요.

윤석열: 저는 대통령도, 저는 그런 자리 자체가 귀찮습니다 솔직한 얘기가.
그러나 이거는 어쨌든 엎어줘야 되고…

윤석열: 그리고 국힘에 이걸 할 놈이 없어.

국회에 들어 온 군인

국회에 들어 온 군인들 사진…우리나라가 아니라 남미 어느 나라 사진이다. 지난 밤 우리도 국회의사당에 군인들이 들어가서 국회의장과 야당 지도자들이 구금될 뻔 했다. 국격이…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

그동안 꽤 많은 구루들의 포트폴리오를 간단하게나마 정리했었는데 정작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를 정리하지 않았었다. 워낙 많은 곳들에서 이미 정리된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변방의 나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투자 전략 지도 개념은 없었기 때문에 그걸로 한번 보고싶은 마음이 생겼다. 역시 상위 10개 기업만(그래도 포트폴리오 80%를 넘는다) 본다.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 거의 50%를 차지하고 있던 애플을 많이 줄여서 이젠 26% 정도 수준까지 내려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계속 줄여서 12% 수준이다. 섹터로 보면 여전히 금융이 1위고 애플로 인해 IT가 2위, 그리고 필수 소비재이며 OXY와 CVX로 에너지 비중도 높다.

버핏 포트폴리오 섹터

상위 10개 기업을 투자자들이 자주 보는 지표들로 변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전통적인 (가치) 투자자들은 저PER 저PBR 저PSR 고배당 주식을 좋아한다. 워런 버핏은 찰리 멍거와 함께 가치 투자 2.0을 새롭게 연 투자자다. 고GPM 고ROIC 고ROE 저EV/FCF를 좋아한다. 적당한 기업을 훌륭한 가격에 사는 가치 투자 1.0에서 훌륭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가치 투자 2.0으로 진화했다.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 지표

영업이익률 평균이 24%에 가깝고 ROIC 역시 15%로 S&P500 평균인 10.5%보다 높다. ROE는 애플과 다비타(애플과 달리 부채비율이 엄청 높다)의 높은 수치때문에 평균이 거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높다. 마찬가지로 PBR도 자사주매입소각과 높은 무형자산으로 별 의미가 없다. PER 평균 24로 S&P500 평균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과거 버핏의 성향을 볼 땐 높은 편이다. 특히 애플과 무디스의 PER가 높다. 애플 매도는 기업이 나빠서가 아니라 밸류에이션이 높고 포트폴리오에 한 종목 비중이 너무 커져서, 그리고 세금과 후계자에 대한 것들도 고려했을 것이다.

PBR ROE 차트

분석 보고서에서 흔히 보는 그림이다. 당연히 ROE가 크면 PBR도 높기 때문에 난 잘 안본다. 우리나라 코스피 PBR이 낮은 것도 ROE가 작기 때문이고 그만큼 자본 배분이 엉망이라는 소리다.

워런 버핏 투자 전략 지도

내가 좋아하는 투자 전략 지도를 펼쳐 보면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 평균 성장률이 8%를 넘는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3% 내외이고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예상이 대체로 2% 내외다. 앞서 살펴 본 가치 투자 1.0 세스 클라만 포트폴리오도 성장률은 높았다. 다만 수익률이 5%가 안됐는데 버핏 포트폴리오는 9%에 가까운 수익률이다. 현재 미국 국채 10년 수익률이 4.2% 임을 감안할 때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거의 2배 이상이다. 내 10초 내재가치 계산기로 1분 만에 계산해 보니 10개 기업가운데 6개가 상승 여력이 있다. 특히 OXY CB DVA가 높았고 애플은 마이너스..ㅋ OXY CB는 블로그에서 이미 언급했었고 DVA는 신장 투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최근 5년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S&P500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명불허전^^

버핏 성과

(출처 : investing.com)

댄 애리얼리 새 책 미스빌리프

신간을 뒤적이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 댄 애리얼리가 이번에 새로 책을 낸 “미스빌리프”,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로 전작인 “상식 밖의 경제학”과 “부의 감각”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인기 많은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EBS 위대한 수업 강의에서 댄 애리얼리 교수의 얼굴을 직접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남는다. 나중에 그렇게 하고 있는 이유를 알고 한번 더 놀랐다.

미스빌리프

고등학교 3학년 때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피부 70%가 불에 타 지옥같은 3년의 입원 생활을 겪고 난 후 자신이 직접 경험한,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치료 과정을 겪는 환자들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다. 환자나 의료진이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실수가 어떤 패턴을 가졌는지 분석해서 나온 책이 “상식 밖의 경제학”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때가 있는데 그 비합리성에 예측 가능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정리했다.

얼마 전 코로나 팬데믹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온라인에서 누군가 악의적으로 짜깁기하고 편집한 영상이 퍼지면서 자기가 코로나 팬데믹 음모론의 중심 인물이 된 걸 지인을 통해 알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별일 아닌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올바르게 해명하면 음모론이 풀릴 줄 알았지만 상황은 댄 애리얼리 교수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흘러간다. 만나보니 애리얼리 교수를 지상 최고의 악으로 만들어 버린 사람들은 극히 평범하고 이성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쉽게 믿게 된 걸까? 왜 사람들은 잘못된 믿음에 빠져들고 스스로 가짜뉴스를 퍼트릴까?

댄 애리얼리 교수는 학자답게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자신이 겪은 일들의 원인을 찾아 직접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성적인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것을 믿게 되는 이유를 조사해서 역시 책으로 정리했다. 쉽게 잘못된 믿음에 빠지는 사람들의 특징을 감정적 인지적 성격적 사회적 요소로 분석해서 집요하게 파고든다.

“자기가 실제로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을 때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내 인생에서 겪은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는 운전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다.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 나는 이틀 동안 운전 연수를 받았고, 연수가 끝난 뒤에 운전 능력에 엄청난 자신감이 생겼다.그런데 딱 두 주 뒤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는 순전히 과신 탓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지식이나 기술 수준이 아니라 인지된 지식이나 기술 수준을 토대로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반드시 위험한 간극, 즉 주의하지 않으면 빠지고 마는 차이가 발생한다.”
– 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그리고 어제 팟캐스트로 접한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과 라디오로 접한 쑨중싱의 “신뢰는 어떻게 사기가 되는가”, 그리고 일요일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접한 개봉 예정영화 “원정빌라” 각각 다른 매체를 통해 거의 동시에 내게 다가온 비슷한 주제로 연결된 3권의 책과 1편의 영화. 삶엔 어떤 리듬이 있다. 틀림없이.

영화 원정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