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해서웨이 1조 달러 돌파

세계의 모든 눈과 귀가 엔비디아 NVDA에 쏠려 있을 때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조용히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테크 기업이 아닌 걸로는 1조 달러 돌파가 처음이다. 정확히 5년 전부터 국내 자산에만 투자하지 말고 달러 자산에도 투자하라고 권했었고 버핏이 말한대로 S&P500 인덱스를 사라고 추천했었다. 또한 나라면 S&P500 인덱스도 좋지만 버크셔해서웨이 역시 인덱스와 거의 같으니 버핏을 선택하겠다고도 말했었다. 나역시 “했제”와 “그랬제”를 입에 달고 사는 꼰대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때 당시에 한 말은 그대로 글로 남겨있으니 믿거나 말거나.

버크셔해서웨이 주가

5년 동안 134% 수익이 났다면 대략 년평균 18.5% 수익이다. 엔비디아의 5년 3,000% 수익과 비교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겠지만 내 눈높이에서는 대단한 수익이다. 버크셔는 사업회사이기도 하지만 투자회사나 금융회사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재가치 분석에서 사업모델이 단순한 기업과는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대체로 내재가치와 가격이 비슷한 수준에서 오르내리는 기업이다. 주변에 개별기업 추천은 죽어도 하지 않지만 버크셔는 앞서 말했듯 인덱스에 가까운 기업이라 부담없이 권했었다.

원달러 환율

원화를 달러로 바꿔 미국 주식을 구매하면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효과가 있어 환률로도 5년동안 10% 정도 수익를 봤으니 대략 버크셔 투자로 최근 5년동안 연평균 20% 정도 수익을 본 셈이 된다. 같은 기간 낮은 금리를 고려해 봐도 아주 좋은 수익률이다.

“예언은 알 수 없는 것을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장 지독한 것은 정확한 시간 내에 주가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주식(또는 모든 투자)은 오늘의 숫자에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곱하여 평가됩니다. 숫자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매출 또는 수입 또는 배당금을 가져옵니다. 그런 다음 해당 숫자가 미래에 어떻게 증가할지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쉽습니다. 그러나 그런 다음 그 수치에 이야기를 곱해야 합니다. 낙관주의나 비관론, 투자자들이 정치인에게 얼마나 화가 났는지, 그들이 얼마나 똑똑하다고 느끼는지, 또는 그들의 고문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투자자들이 그 숫자에 대해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배수입니다. 그리고 그 배수는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 순간에 사람들의 기분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1년 후에 낯선 사람들이 어떤 기분일지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오늘 밤 내가 어떤 기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모건 하우절

그 당시에도 버크셔 투자를 권유하면 이런 질문이 돌아왔다. ‘버핏이 죽으면 어떻해?’ 이 질문을 한 대부분의 사람은 버크셔를 매수하지 않았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스티브 잡스 죽고난 후 애플을 보라고 했었다. CEO도 정말 중요하지만 사람 개인보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DNA가 더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지금 다시 버크셔를 권유해도 똑같은 질문이 돌아온다. ‘정말 버핏이 죽으면 어떻해?’ 그리고 그들은 아무도 버크셔해서웨이를 사지 않을 것이다.

애플 AAPL 13년 주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 스티브 잡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즐깁니다. 나는 날마다 탭댄스를 추며 출근합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나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미래는 언제나 나를 흥분시킵니다.” – 워런 버핏

엔비디아(NVDA)를 살 수 있었을까

어젯밤 전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엔비디아의 실적발표에 쏠렸다.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은 투표기에 가깝기때문에 실적을 맞추고 향후 방향을 투표하기 바쁘다. 지금부터 딱 1년 반 전에 엔비디아 NVDA 재무제표를 훑어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에도 ChatGPT 출현 이후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AI가 인류의 미래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으며 AI 대장주는 엔비디아였다. 전통적인 가치투자자가 과연 그때 엔비디아(NVDA)를 살 수 있었을까. 그 당시 분석했던 자료들이 몇 개 남아 있어서 복기차원에서 리뷰해 본다.

엔비디아 23년 주가

(야후파이낸스)

야후파이낸스가 개편을 해서 지금 스크린샷이랑은 조금 다른 모습이다. 올 6월 즈음에 1/10으로 액면분할했기 때문에 지금 가격으로 환산하면 21달러 정도였다. 당시 PER 57.36으로 높은 편이었고 시가총액은 533B 이었다.

엔비디아 24년 8월 주가

(야후파이낸스)

오늘 스크린샷이다. 1년 반에 비해 거의 600% 상승했다. 현재 PER 73.46에 시가총액 3.09T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시총 1,2위를 다투는 초거대기업이 됐다. 애널리스트 목표가 137 정도. 지금 PER도 그렇고 1년 반 전 PER 57도 그렇고 전통적인 가치투자를 공부한 투자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밸류에이션이 아니다. 아니 전통적인 가치투자 기법에서는 이런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제외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1년 반 전에 향후 AI가 대세가 되고 모든 사람들이 AI에 뛰어들 것이고 최고 수혜주가 엔비디아(NVDA)라고 생각했더라도 가치투자자라면 선뜻 투자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 분기실적 과거

(엔비디아 분기별 실적, 재무제표 분석)

당시 발표된 분기별 재무제표 실적을 보면 위와 같다. 분기별 매출이 하락하고 있었고 특히 영업이익률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PER 57에 분기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엔비디아 분기실적 현재

그 다음 분기부터 실적이 점점 좋아져서 다시 드라마틱하게 늘었다. 매출과 이익 모두에서 과거의 막대 그래프가 꼬마로 보일 정도의 거인이 됐다. 어마어마한 성장이다. 과거에 이 그림을 예상하고 들어갔다면 큰 부자가 됐을테지만 미래를 볼 수 있는 수정 구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제적해자

좋은 기업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버핏의 관점을 내 나름대로 차용한 경제적 해자 기준 점수를 보면 1년 반 전에 10점 만점에 7점이다. 보통 7~8 이상을 좋은 기업으로 보고 있다. 10점에서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2개를 제외하면 거의 다 만족하고 있었다. 지금 다시 살펴 보니 역시 모든 게 똑같이 7점이다. 좋지만 비싸 보이는 기업이다.

그렇다면 당시 누구나 계산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상대평가 숫자인 PER 57이나 PBR 같은 숫자들 말고 따로 계산한 밸류에이션은 얼마였을까? 1년 반 전 당시 조회했던 기본적인 STAT은 다음과 같았다. 당신이라면 이 기업의 적정 내재가치는 얼마인가?

엔비디아 성장률

지금 현재 내 손을 전혀 타지 않고 10초 내재가치 계산기로 뽑은 내재가치는 다음과 같다. 물론 현재 추세가 일정 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다소 공격적인 가정이 자동으로 들어간 숫자고 안전마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숫자다.

엔비디아 내재가치

항상 투자는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쉬워 보이지만 기록하면 보인다. 세상에 쉬운 투자는 없다. 1년 반 만에 600% 이상 올라갈 동안 눈 질끈 감고 계속 가지고 있을 투자자도 거의 없다. 그 투자자가 당신이라면 축하한다~

엔비디아 프랑스 비교

“약 10년 전부터 저는 가치 평가 실무의 핵심에 있는 모순에 주목했습니다. 데이터와 더 강력한 모델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했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치 평가의 질은 실제로 악화되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질적 저하의 한 가지 이유는 가치 평가가 사업의 질과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재무 모델링 연습인 기계적인 것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좋은 가치 평가는 스토리와 숫자 사이의 다리라고 주장하며 이 주제에 대한 책을 썼습니다.”
– 애스워드 다모다란

다시 1년 반 전으로 돌아가서 가치투자자는 엔비디아(NVDA)를 살 수 있었을까? 나는 과거부터 늘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왜 가치투자자는 엔비디아(NVDA)를 살 수 없을까?” 버핏은 모든 투자는 가치투자라고 했으니 이렇게 바꿔야겠다. “왜 투자자는 엔비디아(NVDA)를 살 수 없을까?”, “왜 나는 2007년 리노공업을 살 수 없었을까?”

“가치 평가가 스프레드시트에서 과거 데이터를 외삽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면 AI는 더 빨리, 그리고 당신보다 훨씬 적은 오류로 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치 평가가 소프트 데이터(경영 품질, 진입 장벽)를 고려한 비즈니스 스토리를 중심으로 구축된 경우 AI는 당신이 하는 일을 복제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역시 다모다란 교수가 한 말이다.

포트폴리오 분산에서 고려할 점

워런 버핏은 분산투자를 무지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폄하했다. 무지하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안다면 분산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보통 자신이 틀릴수도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분산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버핏과 멍거는 그 위험을 분산이 아닌 안전마진으로 대비한다. 정확하게 잘 알고 있는 기업을 선택해서 충분한 안전마진을 확보한 가격으로 구매한다. 무지때문에 정확하게 틀리기 보단 지식을 통해 어렴풋이라도 맞는 쪽을 택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 책에서 밝힌 사업가적 투자자(가장 사업처럼 하는 투자가 현명한 투자라고..), 공격적인 투자자에 해당되는 얘기다. 나와 같은 대부분의 직업이 있는 일반인이 투자 대상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버핏과 멍거처럼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기는 어렵다. 하루 대부분을 책을 읽으며 보내기는 더 힘들다. 그래서 일반 투자자, 방어적인 투자자에게 포트폴리오 분산은 필수적이다. 예전에 포트폴리오 적정 기업수에 대해서는 한번 얘기를 했었다. 그렇다면 포트폴리오 분산에서 고려할 점은 무엇일까?

“워런 버핏의 한탄 중 하나를 생각해 보세요. 그는 애플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사이클 초기에 있는 기술 회사에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를 살펴보면 성숙한 회사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탄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치 투자자들, 적어도 예전 가치 투자자들이 취했던 접근 방식은 거의 스스로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주가수익비율이 낮거나 장부가치가 크고 현금이 많은 주식을 사는 데만 몰두하다 보니 젊은 성장 기업을 놓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런 기업을 놓치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당신의 투자 철학이 당신을 라이프 사이클의 한 섹션에 집중시킬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한, 그것은 당신의 포트폴리오에 위험을 초래할 것입니다. 당신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투자 철학과 함께 오는 위험을 놓친다고 생각합니다.”

가치평가의 대가 애스워드 다모다란 교수가 최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포트폴리오 분산이나 다각화를 생각할 때, 업종의 분산이나 국가 분산을 생각하기가 쉽지만 난 다모다란 교수의 말처럼 기업 라이프 사이클의 분산, 혹은 가치투자 1.0과 2.0, 그리고 3.0의 분산도 함께 고려해서 잠재적인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다각도로 분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치투자 방법론 자체가 젊은 성장 기업을 놓치도록 설계되어 있다. 버핏은 멍거의 도움으로 가치투자 2.0으로 진화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3.0으로의 진화는 더디다. 그의 후계자들은 거기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다.

또 한 가지 고려할 점은 시점의 분산이다. 제대로 공부를 하고 주식투자를 시작한다면 시점 분산은 당연해 진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더라도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주식 10개 내외를 한꺼번에 찾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령 한꺼번에 찾았다면(그럴 가능성이 아주 낮지만) 한 번에 주식을 모두 구매하기보다 시점을 나눠서 분산투자해야 한다. 역시 내가 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나를 능욕하는 미스터마켓(역시 그레이엄이 의인화 한 말이다)이다. 내가 매수하길 기다렸다가 매수하기만 하면 내리꽂아 버린다. 그런 미스터마켓에 끌려다닐 것인가, 아니면 내 말을 잘 듣는 하인으로 부릴 것인가. 시장을 내리꽂아 할인가가 됐을 때만 매수해도 좋다. 비싼 가격을 제시하면 거들떠도 안보면 그만이다. 투자에는 삼진아웃이 없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말년에 자신의 책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 사실 그레이엄의 뛰어난 점 중 하나는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책을 개정할 때면 항상 자신의 기존 주장을 뒤집거나 업그레이드했다. 자신이 틀렸을 때는 깔끔하게 인정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지적 정직성’을 가지고 있었던 드믄 사람이었다. 말년에 그는 일반 투자자, 방어적인 투자자라면 애쓰지 말고 그냥 인덱스로 분산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었다. 버핏이 하는 말과 똑같은데 알고 보면 버핏이 하는 말의 90% 이상은 그레이엄의 말이다.

인덱스 수익률

약 10년 전에 다우(그레이엄 당시 대표 인덱스)를 샀다면 대략 145% 수익(CAGR 9.37%)이다. S&P500을 샀다면 190%(CAGR 11.23%), 나스닥을 샀다면 311% 수익(CAGR 15.18%)이다. 만약 나스닥 수익률처럼 년 15%로 꾸준히 수익을 낸다면 5년 후에 더블이 되고 50년 후에 1,000배가 된다. 복리의 힘이다. 물론 과거가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수익에서 중요한 건 기간이고, 기간에서 중요한 건 인내다. 그것이 스노우볼의 핵심이다.

주식을 공부하고 직접 선택하는 것보다 인덱스 투자는 쉽다. 쉬우면서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만 하면 전문가들보다 좋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실은 인덱스 투자자가 저 수익을 모두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성과가 떨어진다. 최근 모닝스타 연구에서 지난 10년 동안 인덱스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이 약 6.3%였다고 한다. 왜 그럴까? 가만히 두지 못하는 행동때문이다. 고가에 매수하고 저가에 매도하는 것처럼 인덱스도 개별 주식투자처럼 시장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쉽게 사고 쉽게 팔수록 수익률은 녹아 내린다.

요즘 또 글을 자주 올리고 있다. 글쓰는 것도 주기가 있나보다. 이제 다시 좀 줄여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