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 버전 업그레이드하면서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워드프레스 버전이 엊그제 6.7(‘롤린스’로 명명했다. 전설적인 재즈 색소포니스트 소니 롤린스를 기리기 위해서라고 한다)로 업그레이드됐다. Twenty Twenty-Five 테마도 함께 공개했다. 이렇게 버전이 올라가면 사용하던 다른 플러그인들도 그에 맞게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플러그인 개발사 입장에서는 바로 업그레이드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새로운 버전과 호환되는지 테스트는 해야 한다. 버전이 달라지면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는지 문제도 발생한다. 과거 오래된 버전을 고수하는 사용자들에게 계속해서 지원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기 위해 지원을 끊을 것인가. 끊는다면 어느 버전까지 정할 것인가.


엊그제 윈도우 업그레이드 처럼 사용자 입장에서도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면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업그레이드를 바로 따라가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지켜보다가 이런 저런 자잘한 오류가 해결되고 난 다음에 업그레이한다. 물론 그럼에도 새로운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환경때문일수도 있고 고질적인 오류일 수도 있다. 개발사에서 고쳐주지 않는 오류는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데 대부분 새로운 플러그인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결정된다. 어설픈 실력으로 코드를 직접 수정하기엔 리스크가 많기 때문이다. 오류를 해결하는 플러그인이 많아지면 그로인해 복잡성이 증가하고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오류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오류도 증가하고 사이트 속도도 영향을 받아 느려지는 결과로 돌아온다. 애초에 오류가 없으면 좋은데 변화에는 이런 종류의 오류들이 동전의 양면처럼 들러붙어 있다. 오류에도 불구하고 개선으로 인한 효용을 추구하며 바로바로 업그레이드하는 사람을 진보적이라고 하고, 천천히 오류가 해결된 것이 확인될 때까지 업그레이드를 미루는 사람을 보수적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미에서 나는 진보적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명저 “현명한 투자자”를 보면 먼저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면서 투기자를 제외한 투자자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처음 번역은 공격적인 투자자(Enterprising Investor), 보수적인 투자자(Defensive Investor)로 개정4판에서는 공격적 투자자, 방어적 투자자1로 번역하고 있다. AI번역기에 Enterprising Investor를 번역해 보면 ‘진취적인 투자자’로 번역한다. 진취적이거나 진보적인 투자자와 보수적인 투자자. 이런 의미에서 나는 보수적이다.

진보와 보수가 정치적인 의미로 가면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역시 나는 사안에 따라 진보적이기도 하고 보수적이기도 하다. 이런 나를 진보라느니 좌파라느니 혹은 보수라느니 우파라느니 하며 획일적으로 재단되는 것을 거부한다. 어떤 투자에서는 정말 진취적이면서 또 어떤 투자에서는 철저히 보수적일 수 있다. 사람이란 그런 것이다. 사람도 복잡하고 우리를 둘러 싼 시스템도 역시 아주 복잡하고 수많은 연결고리로 서로 연결돼 있어 단칼에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과도한 이데올로기에 잠식돼 정확한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인식을 끔찍하게 왜곡시킵니다. 젊을 때 극단적인 이데올로기를 과도하게 받아들이고 그걸 표현하기 시작하면 두뇌를 아주 불행한 패턴에 가두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인식이 전반적으로 왜곡됩니다. 워런 버핏을 세속적인 지혜의 표본으로 삼는다면, 아주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워런은 아버지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훌륭한 분이셨죠. 하지만 그분은 상당히 과격한 우파였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강경한 우파들과 어울렸습니다. 워런은 어렸을 때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이데올로기가 위험하다고 판단했으며, 자신은 이데올로기와 멀찌감치 거리를 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평생 그렇게 했습니다. 그게 정확한 인식에 엄청난 도움을 주었죠. 저는 다른 방식으로 같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이데올로기를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를 따라 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길에 머물기만 하면 되었죠.”
– 찰리 멍거

이제 워드프레스 업그레이드나 윈도우 업데이트는 조금 보수적으로 바꿔야 할까보다.

  1. 번역자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되긴 하지만 “현명한 투자자” 본문 내용을 고려해 의역해 보면 ‘일반 투자자’와 ‘전문 투자자’가 저자의 의도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일반 투자자라 함은 본인의 직업이 따로 있으면서 생계가 아닌 재산증식(또는 인플레이션 헤지)을 목적으로 주식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다. 금융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평범한 일반인 거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전문 투자자(글자 그대로는 진취적인 투자자지만 사업으로 투자를 하는 사람에 더 가깝다)는 투자를 본업이나 사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당시에는 제대로 된 직업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 투자전문가(전업투자자 포함) 등 투자를 통해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일군의 전문가 집단에 가깝다. 물론 일반 투자자들 중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전문 투자자로 옮겨 갈 수도 있다. ↩︎

레노버 K3 PRO 블루투스 스피커

어제 1년 전 오늘 글을 보니 스마트 워치 COLMI P71을 무려(?) 7,800원에 구매했다는 글이 보였다. 아마도 이맘 때가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매년 진행하는 광군제가 겹쳐서 그랬나보다. 아무튼 당시 기대도 안하고 구입했던 스마트 워치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내가 샀을 때는 사용기도 거의 없었는데 검색해 보니 꽤 많이 늘었다. 다만 그 뒤로 한글이 안된다는 사용기도 보이는데…아무튼 난 정말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그럼 이번 광군제에선 어떤 제품이 여기에 필적할까? 올해 광군제에서 내 원픽은 레노버 K3 PRO 블루투스 스피커다.

레노버 K3 PRO 블루투스 스피커


알리 익스프레스 천원마트에서 자주 보던 블루투스 스피커다. 사실 난 이런 스피커가 거의 필요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가끔은 테블릿에 연결해서 듣고 싶다는 아주 작은 바램이 결국 이번 구매까지 이어졌다. 물론 여기에는 알리의 저렴한 가격이 일조했다. 부담없이 샀다가 불량이라도 걸리면 그냥 버려도 되는 가격이니 죄책감이 1도 들지 않…기는 커녕 환경에 대한 걱정은 됐다. 중국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을 국내 제조업에 대한 걱정1도 들고. 뉴스를 보니 미국 아마존도 결국 중국 사이트에 대항하기 위해 저가 페이지를 개설하기로 했다.

알리 테무 쉬인 같은 중국 쇼핑몰은 처음엔 저렴한 가격에 열광하다가 역시 가격에 걸맞는 품질에 실망하면서 차츰 사용을 줄이는 루트를 걷게 된다. 스마트 워치처럼 가끔은 정말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나기도 하지만 흔치 않은 일이다. 이번에 구매한 레노버 K3 PRO 블루투스 스피커는 바로 그런 제품 중 하나다. 광군제 할인으로 1개 가격이 3,200원, 2개에 6,400원을 주고 구매해서 정확히 4일만에 배송됐는데 2개를 구매한 이유는 서로 연결해서 스테레오로 듣기 위해서다. 방금 스테레오로 연결(파워를 각각 누른 후 하나의 플레이 버튼을 두 번 연속으로 누르면 페어링 끝)해서 음악을 들어보니 훌륭하다..^^

주요 상대국별 수출비율

상대국별 수입비율

수출이 목숨줄인 우리나라에선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만일 정부에서 미국의 트럼프처럼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수입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하더라도 우리로선 정말 끔찍할 것이다. 가격경쟁력이 없어 개방에 취약했던 1차산업처럼 이제 2차 산업인 제조업도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저가 공세에 속수무책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의류 봉제쪽은 초토화되고 있는 분위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대문의 한 상가에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옷을 파는 업체 사장도 “걔네(테무·알리 익스프레스)랑 경쟁하다간 원단 값도 못 건진다”며 “중국 옷이랑 생산 단가 자체가 다른데, 겉으로 드러나는 가격만 비교하면 국내 의류산업 전체가 망할 판이다”고 우려했다.”

버핏 역시 1965년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해서 85년까지 양복안감을 만들면서 시장의 반을 장악한 1위 업체였지만 저가 제조업체(당시 일본같은)와의 가격 경쟁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결국 의류산업에서 손을 들었다. 그리고 버크셔해서웨이를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덜컥 인수한 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를 지나고 나서 스스로 인정했다.

“나는 그것이 힘겨운 사업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는 당시에 다소 오만했거나 순진했다. 많은 교훈을 얻은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곳에서 그 교훈을 배울 수 있었더라면 더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버핏이 가치 투자 1.0에서 가치 투자 2.0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이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버크셔해서웨이도 일개 섬유업체에서 보험, 은행, 투자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지금의 모습으로 변신해 가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어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까. 레노버 K3 PRO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소비자 입장에선 즐거운 일이지만 국내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걱정이 많아지는 요즈음이다.

“가령 우리는 직물 사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끔찍한 일상품 사업이죠. 게다가 우리가 만드는 건 진짜 일상품인 저가 직물이었습니다. 어느 날, 회사 사람들이 워런에게 와서 “기존 방직기보다 두 배나 많은 직물을 만드는 신형 방직기가 개발되었습니다.”라고 알렸습니다. 그러자 워런은 “맙소사! 그게 잘 작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잘 작동한다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하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은 진담이었습니다.”
– 찰리 멍거

버핏의 진화를 직접 도운 찰리 멍거는 경쟁 우위와 그 지속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경쟁 우위가 있는 기업,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이야말로 이런 저가 공세에 버틸 수 있다. 그런 훌륭한 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자의 폭과 깊이가 넒어지고 깊어진다. 저가 공세에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기업이라면 해자가 얕고 좁다는 말이다. 멍거와 버핏이 가치 투자 2.0에서 가장 집중하는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하면 이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있을까. 돈과 자원만 있다면 똑같은 회사를 바로 만들 수 있을까.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기업은 아주 극소수라는 게 버핏과 멍거의 결론이고 그런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찾았으면 아주 크게 투자하고나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복잡해 보이는 그들의 투자법도 결국 이게 다다.

11월 16일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에서 만난 글.
“펀더멘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고 원래의 투자 논지가 깨질 수 있으므로 “절대 매도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는 결국 창조적 파괴의 힘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를 추적하고 잠재적 손상을 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주식이 임의의 가격 목표에 도달하거나 섹터 순환이 진행 중이거나 다른 이유가 있을 때마다 매도하는 것과 같은 대안보다 절대 매도하지 않는다는 아이디어(또는 적어도 열망)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무엇이든 저는 특히 시장이 규칙적인 난기류를 겪을 때 이 회사들에 계속 추가할 것입니다.”

  1. 단순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중국 전기차 1위 기업 BYD가 우리나라에 진출한다는 기사도 봤다. “자동차 업계는 가격이 BYD의 국내 진출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최대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 출시가 예정된 아토3와 실, 돌핀은 중국 현지 가격이 1천만∼2천만원대로, 가격경쟁력이 매우 뛰어나다. 여기에다 8%가량의 관세와 판매 인센티브, 국내 전기차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세 모델은 2천만원 후반대에서 3천만원 초반대의 가격에 국내 출시될 것이 유력하다. 이는 국산 저가 전기차인 현대차 코나EV, 기아 니로EV·EV3보다 500∼700만원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

삼성전자 내재가치

삼성전자 (본주)시총 300조 밑으로 한번 찍을 거 같아서 사진하나 찍어 둔다. 4만전자 한번 찍을거 같아서.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대표기업이긴 하지만 비즈니스모델이나 기업 분석을 해보면 내가 선호하는 기업은 아니다. 다만 이런식으로 과도하게 한방향으로 쏠린다면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한번 살펴 보고 싶어진다.

삼성전자 주가


현재 PBR 0.93 수준. 수익률 관점에서 내 기준에 미치지 않아서 일견 수긍이 가는 밸류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대표기업인데 싶은 아쉬운(?) 마음도 든다.

삼성전자 PER PBR 밴드


오랜만에 10초 내재가치 계산기를 돌려 봤다. 내가 삼성전자를 별로로 보는 이유는 아래 그래프처럼 CAPEX때문에 FCF와 당기순이익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내 10초 계산기로는 내재가치보다 가격이 아래에 있는 저평가로 나온다. 물론 10초만에 나온 결과지만 여기엔 많은 가정이 내포되어 있다..^^


기 보유자들은 멘탈이 나갈 수준의 가격하락이다. 이전 포스트에서 본 것처럼 외국인들이 8월부터 줄기차게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는데(거의 월 1%p씩)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과 정확히 일치하는 모습니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부각시키는지 개별기업의 문제로 보는지도 잘 모르겠다.1

삼성전자 외국인 매도


어쨌든 AI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과 함께 트럼프 당선후 칩스법 폐기 우려에 모두들 던지고 있다. 외국인 매도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난 모른다. 다만 내 계산으론 삼성전자가 저평가 국면에 들어와 있다는 것만 알겠다. 만일 삼성전자의 비즈니스모델이 내 기준에 맞았다면 분할 매수에 들어갔을 가격이다. 나같은 일개 개인이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을 제대로 분석할 수나 있을까 싶지만 삼성전자를 충분히 공부한 기보유자라면 지금 가격이 두려움에 떨 때일까, 용기를 가질 때일까.

국민연금 투자종목


방금 조회해 보니 국민연금이 7.68% 가지고 있다. 만약 국내 주식에 100조를 투자한다면 비중대로 삼성전자는 대략 20~25조를 담아야 한다.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비중으로 계산해보니 본주만 약 23조 이상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산이 녹아 내리고 있다. 작년말에 비해 삼성전자에서만 거의 10조 가까이 손실을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그리 허약한 기업인가?


블룸버그 자료에 의하면 올해 우리나라 GDP성장(2.2%)의 거의 반(1.1%)을 삼성전자가 기여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 GDP 성장 기여도
  1. “믿었던 너마저…” 삼성전자 기초ELS, 첫 ‘녹인 상품’ 등장…이런 것들도 분명히 영향을 주고 받았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