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보다 더 놀란 일

트럼프 당선과 함께 MAGA 재림, 8년 전과 똑같은 헤드라인..미국 증시는 시원하게 상승해 주시고 트럼프에 올인(?)한 테슬라는 14.75% 급등한 $288.53로 마감했다. 이번 대선을 지켜 보면서 진심 일론 머스크는 볼수록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

미국 증시 상승


“21%의 법인세율은 최소한 동일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료되는 세금 중 하나가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이 15%로 인하할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이는 주식 시장의 강력한 랠리의 이유 중 하나일 수 있으며, 특히 버크셔 해서웨이와 같이 법인세율이 인하되면 즉시 감소할 수 있는 대규모 이연세무부채가 있는 회사에 특히 이롭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소식에 채권 수익률이 급등했고, 10년 국채 수익률은 11월 6일 수요일 정오 현재 15베이시스포인트 상승해 4.44%1에 달했습니다. 이는 채권 시장이 트럼프의 2기 임기 동안 재정 적자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신호입니다. 연방준비제도가 화폐화한 적자 지출과 이러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면 관세 인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12년 전 저 책을 읽었었다. 트럼프 당선은 무엇보다 민주당의 지난 4년간 경제적 실패에 대한 판결이었고, 사회 및 외교 정책 문제는 대부분 유권자의 마음속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주로 코로나로 인한 공급부족 때문이었지만 어쨌든 바이든 시절 인플레이션2이 너무 높았다. 한편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해 온 일부 독점 금지 정책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으며 , 여기에는 알파벳의 분할 시도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제프 베조스나 페이팔 마피아를 포함 테크업계가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

미국 10년 인플레이션


우리나라 언론 헤드라인을 아주 살짝만 봤는데 역시 관세로 인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로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다수

비관적인 헤드라인


분위기 파악하려고 아침에 미국 야후 주식에 들어가서 몇 개 조회하려고 했더니 이모양이다..ㅋ

야휴 주식 수리중


이제 또 트럼프의 트윗(이제는 자기 소유인 Truth Social에 올릴지도…방금확인한 DJT시가총액 7.8B)을 지켜봐야 하는 트럼프 2.0 시대인가 생각했었는데…

승리한 트럼프


진짜 깜짝 놀랐다. 이 속도가 정말 가능한 일인가.

트럼프 2.0 시대

벌써 트럼프 당선 관련 신간이 나왔다. 이 정도면 미리 써뒀을텐데 해리스가 당선됐으면 어쩔려고..ㅋ 해리스 1.0도 준비했었을수도… 박종훈 기자님3 정말 대단하심. 또 반성했다. 진짜 부지런하시고 대단들 하심.

“왜 우리는 트럼프의 인기를 몰랐을까요? 미국의 구미디어인 레거시 언론들이 연일 해리스에게 유리한 기사만 내놓으며 대세론을 펼치다 보니 미국 중산층 백인들은 트럼프 지지 여부를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나 이제 미디어 환경이 뉴미디어로 넘어가면서 TV나 신문 같은 구미디어는 거의 영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어차피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구미디어를 외면하고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레거시 미디어의 집중 공격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지지세가 꺾이지 않았던 것이죠.”
– 박종훈

트럼프 당선 관련해서 향후 주식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이런 저런 소음들이 당분간 언론에서 계속 들리겠지만 그냥 버핏이 한 말만 염두에 두고 있으면 된다. 굳이 알 수 없는 것을 알려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투자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 중요하고 알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중요하지 않거나 알 수 없는 것이라면 잊어버리면 됩니다.”
– 워런 버핏

추가) 오늘(11/8) 또 새 책이 나왔다 ㅎㄷㄷ

트럼프 2.0

  1. 낮은 법인세는 주가에 좋겠지만 높은 이자율은 부채를 사용하는 기업의 자본 비용을 높이고 채권이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옴에 따라 주가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더 높은 관세는 잠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지만, 많은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소비자 지출을 억제할 수도 있어 오히려 주가에 부정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
  2. 정부의 인플레이션 계산기 에 따르면 2021년 1월의 100달러 돈은 2024년 9월의 120달러 돈과 같은 구매력을 가졌다. 하지만 그 인플레이션은 팬데믹에서 비롯되었고, 이에 대한 초기 대응은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조정했다. 바이든도 해리스가 아니었다. 트럼프는 CARES 법안을 옹호했는데, 그 법안은 무엇보다도 미국인의 손에 경기 부양 수표를 쥐어주었다. 당시에는 필요한 조치였을지 몰라도, 인플레이션을 직접적으로 부추겼으며 누적됐다. 하지만 모두 트럼프 시절을 그리워한다..ㅎ ↩︎
  3. 오늘 올라온 유튜브 보니 주류 언론사의 여론조사 항목을 하나 하나 분석하면서 하우스 이펙트를 제거해서 단 한번도 트럼프가 진 적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책을 쓰고 인쇄까지 미리 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시다. 벌써 1쇄 품절되고 추가 인쇄 들어갔다고. ㅎㄷㄷ ↩︎

버리기 위해서 기록한다

수학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문제라는 걸 보는 것

지나보니 블로그에서 재미도 없는 내재가치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도 했다. 아무도 관심없고 인터넷에서 검색도 하지 않는 이런 키워드 글을 왜 쓰고 있을까. 투자에서 가치 평가는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이론들에 대해서 먼저 잘 알아야 한다. 기업 분석의 끝은 결국 밸류에이션이다. 그리고 학부시절 배웠던 교수님 말씀대로 배웠으면 자기 것으로 만들고 나서 또 버릴줄도 알아야 한다. 나는 버리기 위해서 기록한다.

“나는 10,000가지의 발차기를 한 번 연습한 사람이 두렵지 않고, 한 가지의 발차기를 10,000번 연습한 사람이 두렵다”
– 이소룡

시중에 나와 있는 밸류에이션 방법을 배우고 나면 자신에게 맞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소룡이 말한 한 가지의 발차기(배운 밸류에이션 방법)를 10,000번 연습(여러 산업의 기업을 직접 분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필립 피셔가 말한대로다. “I think a weakness of many people’s approach to investment is that they try to be jacks of all trades and masters of none.”

“다양한 종류의 투자자 정보가 있습니다. 나는 아이비리그 교육을 받은 사람 밑에서 일했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현금 흐름 할인 모델(DCF)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셀이 서로 다른 입력에 의해 어떻게 연결되거나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는 데 몇 주가 걸렸습니다. 이 사람은 투자 성공에 중요한 교과서적인 금융 지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프레드시트와 수학만으로는 투자자로서 성공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또한 호황에서 불황까지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금융 시장 역사에 대한 확고한 이해와 함께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방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고 시장 역사에 관한 모든 책을 읽었더라도 하락시에도 반드시 전략을 고수하는 데 필요한 감성 지능(EQ)이 없다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질은 IQ보다 더 중요하지만 배우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해보면 밸류에이션은 쉽다. 정말 어려운 것은 나폴레옹이 말한 “주변 사람들이 모두 미쳐갈 때 평범한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말한 투자자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결정은 스프레드시트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스프레드시트에서 숫자를 더하기만 하면 합리적인 답이 나옵니다. 정량화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어렵고 원래 목표에서 완전히 분리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간적 요소가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기술은 수학이나 계산과는 관련이 없다. 최고의 독창적인 현금흐름 할인모델을 만들었다고 해도 잠재 고객들로부터 자산을 모으거나 돈을 버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스프레드시트는 소프트스킬만큼 중요하지 않다. 워런 버핏은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영업기술이라고 말했다.

버핏과 멍거

버핏은 사업을 평가할 때도 화려한 프리젠테이션이나 희망이 섞인 숫자 같은 마케팅 속임수보다 실질적인 정보를 중시한다. 투자자가 알아야 할 버크셔에 대한 정보는 PPT가 아닌 사업보고서에 모두 들어있다고 했다. 어디 금융만 그런가. 블로그 세계도 마찬가지다. 영업하지 않는 블로그는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AI가 대답하는 것처럼 뻔한 정보들만 짜깁기 해도 포장 잘하고(이것도 쉽진 않다) 마케팅만 잘 하면 돈을 번다. 물론 나는 먼저 좋은 콘텐츠부터 만들어야..쿨럭

“현금흐름 할인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과 한 기간의 종료 시점에서 그 기업의 최종가치(청산가치)를 결정하는 여러 변수들, 즉 미래의 매출액, 이익률, 자본적 지출비용, 운전자본(외상매출금, 재고자산, 외상매입금) 등을 예측해야 한다. 그를 통해 일단 미래 현금흐름을 계산한 후 적절한 할인율로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원해 적정주가를 찾고, 그것을 현재 가격과 비교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들은 여기서 멈춘다. 그러나 진짜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파악하는 적정주가(해당 회사의 본질가치)는 사용되는 가정에 따라 달라지는데, 현금흐름 할인법에 사용되는 가정들은 매우 많다. 결과적으로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적정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실용적이지 않다. 기껏해야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해당 주식의 가치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하는 것뿐이다.

현금흐름 할인법은 ‘대략 맞는’ 분석법이므로 그런 용도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금흐름 할인법의 마지막 단계는 가능한 주가 범위를 찾기 위해 분석에 사용되는 가정들을 바꾸는 것이다. 주가 범위도 정확한 수치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종 결과가 ‘대략’ 맞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현금흐름 할인법은 대부분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다. 과거의 정보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과거와 미래 사이에 분석이 들어간다…현금흐름 할인법은 한 주식의 주가에 반영된 시장의 기대 수준을 판단하는 데 유용한 도구다.”

– 비탈리 카스넬슨, 적극적 가치투자

마이클 모부신도 “예측투자”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고, 적어도 두 사람은 내가 인정한 버크셔 멤버들처럼 PER의 내포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물론 이것도 다 그레이엄이 먼저 나무를 심은 덕분이다. 오늘도 버려둔 인질 하나 구출했다~

인생이 괴로움 덩어리인가

부처님 오신 날 특집 프로그램인것 같은데 엊그제 우연히 TV에서 재방송을 봤다. 제목이 “우리들의 HIP한 출가”로 유튜브에도 있었다. 평소 볼 수 없는 절의 뒷 편, 출가한 스님들의 (군대보다 더 빡센?) 생활을 엿볼 수 있어 재밌었다. 속세의 괴로움을 피해 도피처로 피해간 사람들로 생각하기 쉽지만 MZ 스님들을 보니 과연 불교에서 말하는 삶이, 그리고 인생이 괴로움 덩어리인가 하는 평상시 의문이 떠올랐다.

참선하는 부처


다큐의 끝부분 승가대학 4학년 성원스님 인터뷰에서 밥 값하라는 성철 스님 말씀을 새기면서 어떻게 밥 값을 할까 고민하다가 스스로 정한 밥 값이 바로 티벳어로 된 불경과 한자 불경 비교 연구하기다. “수행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엄청 많은 거 같아요. 그건 크나큰 오해거든요. 뭘 알아야지 수행을 할 수 있고 뭘 알고 있어야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만약에 알지도 못하면서 행(行)을 한다? 그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스님들의 공부는 생각보다 깊고 의외로 분야가 다양했다. 그 뒤에는 신도들의 보시로 인한 탄탄한 장학제도가 있다고 한다. 정말 좋은 밥 값 주제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난 평소 부처님은 왜 삶이 고(苦)라고 생각했을까 의문이었다. 나중에 약간의 검색을 해 보니 역시 그릇된 해석, 혹은 쉽게 가는 지름길이 여기에도 있었다. 어디 종교서적 뿐이랴…번역된 투자서를 읽을 때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번역은 정말 중요하다.

내가 틈틈이 보기 위해서 블로그에 인용해 둔다. 물론 읽기만 했을 뿐 아직 다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 행하지도 못하고 있다.

“괴로움이 상징하는 많은 것들이 마치 불교의 존재 자체를 결정해 주는 듯한 ‘착각’은 사성제(四聖諦, 네 가지의 고귀한 진리)의 그릇된 해석에서 비롯된다. 사성제는 베나레스 근처의 이시파타나에서 서로 옛동료였던 다섯 명의 고행자에게 행한 최초의 설법이라는 점 때문에 불교의 인간관, 세계관으로까지 이해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원전에 나와 있듯이 아주 간략하게 설(說)해졌을 따름이다. 그러나 초기의 불전들은 사성제에 대해 상세한 부연 설명과 더불어 다양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첫번째의 고귀한 진리인 고(苦:Dukha)성제는 일반적으로 학자들 사이에서 ‘괴로움의 고귀한 진리’로 번역된다. 그래서 “불교에 의하면 인생은 고통스럽고 괴로운 것 밖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식으로 해석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를 염세주의로 잘못 이해하는 까닭이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것은 제멋대로의 안이한 번역과 수박겉핥기식의 해석이 저질러놓은 결과이다.
불교가 고통의 종교로 인정받는 것은 현실적인 종교이기 때문이다. 이는 불교가 합리적인 인생관과 세계관을 가졌다는 것과 일치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필리어인 듀카(산스크리트어는 du-hkha)란 말은, ‘행복’, ‘안락’, ‘평안’을 뜻하는 수카(樂, su-kha)란 말과는 반대로, ‘고뇌’, ‘고통’, ‘슬픔’, ‘비극’을 뜻함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타의 인생관과 세계관으로 대표되는 사성제의 첫번째 진리인 ‘고’성제는 더욱 갚은 철학적 의미와 넓은 뜻을 함축하고 있다.

‘고’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고로서 ‘괴로움’이란 뜻을 포함하고 있음은 분명하나, ‘불완전’, ‘무장’, ‘공(空)’, ‘무아(無我)’와 같은 더욱 깊은 뜻을 함께 포함한다. 불타가 “괴롭다”고 말할 때, 그가 인생에서의 행복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그는 출가승은 물론이고 재가 신도에게까지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여러 형태의 행복을 인정하였다.

불타의 가르침을 싣고 있는 다섯 개의 팔리어 경전 가운데 하나인 ‘증일아함경’에는 가정생활의 행복과 속세를 떠난 운둔자의 행복, 감각적 쾌락의 행복과 자제에서 오는 행복, 애착에서 오는 행복과 욕심을 떠남에서 오는 행복, 육체적인 행복과 정신적인 행복 등과 같은 행복의 종류들이 열거되고 있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이 듀카에 포함된다. 높은 명상적 단계에서 얻어지는 선정(禮定)의 매우 순수한 정신적 상태뿐만 아니라, 즐거움과 괴로움의 모든 감정을 벗어난 순수한 마음의 성성적적(惺惺寂寂 : 명철하고 고요함)한 상태와 같은, 괴로움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이러한 매우 높은 정신적 상태조차도 듀카에 포함된다.

‘중아함경’에서도 불타가 이러한 선정 상태의 정신적 행복에 관해서 찬양한 뒤에 그것들은 “무심하고 괴롭고 변하기 쉽다”라고 이야기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도 ‘괴롭다’를 듀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고’에 대한 간략한 정의를 이렇게 내릴 수 있다. 곧,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괴로움이란 뜻이 아니라, “무상한 것은 무엇이든지 괴롭다”라는 의미에서의 괴로움을 뜻한다. ‘고’의 개념은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으니, 곧, 고고성(苦苦性:일반적인 괴로움), 괴고성(壞苦性:변화에 의한 괴로움), 행고성(行苦性:조건지어진 괴로움)이 그것들이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미워하는 사람이나 좋지 않은 조건과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좋은 조건 이별하고, 바라는 것은 얻지 못하고, 슬퍼하고, 비탄에 잠기고, 곤궁에 처하는 삶의 모든 괴로움 등이 고의 ‘고고성’으로 인정되는 것들이다. 삶의 행복한 느낌, 행복한 조건 등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언젠가는 변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변할 때 고통, 괴로움, 불행을 낳는다. 이런 파란만장한 변화가 고의 ‘괴고성’이다. 이 두 가지 고는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인생 고뇌의 단적인 표현이다. 그래서 이해하기도 쉽고, 그런 까닭에 고성제의 진리도 이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불교적 고의 실체는 ‘행고성’에 있다. 고성제의 철학적 측면이랄 수 있는 것으로서 ‘존재’, ‘개체’ 또는 나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분석적 설명을 동반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존재, 개체, 나로 불려지는 것은 오온(五蘊)으로 구성되어 끊임없이 변하는 물질적, 정신적인 힘 또는 에너지의 조합에 지나지 않는다. 불타는 “간단히 말해서 이 오온에의 집착이 바로 고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곳에서 불타는 명백하게 “비구여 고란 무엇인가? 그것은 ‘오온의 집착이다’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고는 오온과 다르지 않다. 오온 그 자체가 바로 고이다. 소위 ‘존재’를 구성하는 오온에의 개념을 알게 되면 고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의 오온은 일종의 알아차림이다. 다시 말해서 의식이 대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님을 명백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결국 대상이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의식이 물질의 반대 개념인 ‘정신’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불타가 말하는 의식이란 “그것이 생겨나게 된 조건에 따라서 이름지어진다”고 함축적으로 대변할 수 있다.

주석(註釋)의 대가인 부다고사(Buddhaghosa)는 “괴로움은 있지만 괴로워하는 자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말을 함께 생각하면, 불타가 말한 “고를 본 사람은 고의 원인과 고의 소멸과 고의 소멸에 이르는 것을 본다”라는 고성제의 진리를 이해하기가 좀더 쉬워진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상상하는 것처럼 불교도들을 우울하고 슬픈 삶으로 이끌지는 않는다. 오히려 진정한 불교도는 가장 행복한 존재이다. 공포나 탐욕이 없는 그들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기 때문에, 변화나 하지 않은 재난에 대하여 흥분하거나 절망하지 않으며, 제나 평온하고 고요하다. 그리고 사실 불타도 우울하거나 고뇌에 찬 음산한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그는 그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에게서 ‘언제나 미소짓는 사람(微笑先導)’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그대로 보고 깨닫지 못하는 중생들은 탐욕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고의 근본 원인으로 간주되고 있는 탐욕은 다른 것, 즉 느낌(受)에 의해서 집기(集起)되는 것이다. 그리고 느낌은 접촉에 의해서 일어나며, 이러한 과정이 반복적으로 순환되면서 12연기(緣起)가 형성된다.”

– 고(苦), 한계지어진 삶의 속성, 월간 해인 61호, 1987

“불타는 ‘정신적 의도’가 업이라고 하고 있다. “정신적 의도의 자양분인 의사식을 이해하면 탐욕의 세 가지 형태를 이해할 수 있다”는 불타의 말에서 ‘탐욕’, ‘의도’, ‘정신적 의도’와 ‘업’이란 용어는 모두 같은 것을 지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있으려고 하고, 존재하려 하고, 존속하려 하고, 더욱 크게 되려고 하고, 더욱 많아지려 하는 탐욕과 의지를 가리킨다. 이것이 고를 발생시키는 원인이다. 여기에 불타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이 있다. 고를 일으키는 원인이나 근원은 고 그 차체 안에 있지 다른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과, 또한 고의 소멸을 가져오는 원인이나 근원도 고 그 차체 안에 있지 다른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주의깊게 명심해야 한다…나라고 불려지는 오온의 조건지어진 한계와 무상성 그리고 무명에서 비롯된 잘못된 집착에서 오는 중생의 삶, 그것이 바로 고(苦)이다. 그속에 즐거움이 있을지라도 그것은 한계와 조건이 있는 불완전한 것이며, 그래서 무상함이라는 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No man ever steps in the same river twice, for it’s not the same river and he’s not the same man.” – Heracli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