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독서의 계절

10월 뿐만 아니라 11월도 독서의 계절 될듯

바야흐로 내게 10월은 독서의 계절이다. 그동안 책 안읽은 것 밀린 숙제를 하듯 책을 읽고 있다. 투자 서적도 몇 권 훑어 봤지만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녀의 소설책을 읽고 나서 소설책이 다시 눈에 들어 왔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주문 넣었던 한강의 나머지 소설들이 이제서야 도착했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하지만 그보다 먼저 읽어야 할 소설이 하나 있다. 바로 이 녀석이다. 희망과 절망, 기대와 공포, 그리고 시간에 대한 이야기에 솔깃해서 집어 들었는데 디노 부차티가 직접 그렸다는 표지 그림만큼 적막하다. 과연 이 적막하고 황량한 먼지 속을 뚫고 소년이 오는 걸 볼 수 있을까.

타타르인의 사막


그리고 곧(29일 쯤?) 이 책도 도착예정이다. 이 글이 올라가면 손에 쥐겠다. 이 책을 번역이 아닌 영어로 읽을 수도 있다. 기존 ‘가난한 찰리의 연감’의 다이제스트 버전으로 알고 있는데 출판사 스트라이프프레스(일전에 내가 언급했던 결제서비스 기업 스트라이프가 설립^^)에서 찰리 멍거와 출간 기념으로 했던 인터뷰도 책만큼 좋다. 멍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무조건 소장해야 할 책이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

“그래서 지난 100년은 역사상 이례적인 시기였습니다. 이제 투자운용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자기와 거래하면 인플레이션 조정 후 8%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고객을 설득합니다. 지난 100년간 과거 기록이 주요한 논거입니다. 하지만 지난 100년간 그래왔다고 해서 향후 100년간 그럴 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모든 투자가 본질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빌어먹을, 정말 어렵습니다. 누가 봐도 훌륭한 아이디어에 투자하려면 더 높은 가격을 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위험한 이유는 자명합니다. 지불 가격을 계속해서 높여도 훌륭함이 훼손되지 않는 투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고, 무한대의 가치가 있는 투자 대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 찰리 멍거

멍거의 말을 다시 읽고나서 과거 100년 S&P500 인플레이션 조정 수익률(배당은 재투자)을 계산해 봤다. 1924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평균 9.39%, CAGR 7.47% 수익률(표준편차 19.84%)이다. 멍거의 말처럼 평범한 투자자나 대리인이라면 2% 내외 수익률이었을지도 모른다.

쉴러 PER

엊그제 골드만삭스는 S&P 500이 향후 10년 동안 연간 명목 총 수익률 3%를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JPMorgan Asset Management(JPMAM)는 대형 미국 주식이 향후 10~15년 동안 연간 6.7%의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를 누가 알겠는가. 당장 다음주 미국 대선 결과도 모르는데..^^

“따라서 버핏이 다시 자신의 주식 포트폴리오의 많은 부분을 매각하고 막대한 현금 보유액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버핏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시장이 다음 주, 다음 달, 심지어 다음 분기에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주식 매도는 지금이 주식 노출을 많이 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니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어느 시점에서 기회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장기적인 관점을 표현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 시장을 거품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기업 수익이 순환적으로 높거나 최고조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수익률이 낮고 P/E 비율이 높다는 점만 살펴보겠습니다.”
– 데이비드 아인혼

“1999년 7월 매년 개최되는 선 밸리 컨퍼런스에서 워런은 주식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그는 자동차의 등장부터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역사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주식 시장이 17년 동안 부진했던 기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예언적이었습니다. 그는 많은 농담을 했으며, 개인적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연설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스타트업 회사(그 중 많은 회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찬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는 당시 인터넷 주식의 평가가 신뢰할 수 없으며 투자자들이 매우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버핏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주식 시장이 연간 6%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당시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투자자는 20% 정도의 수익을 기대했습니다.”

오늘 읽은 기사 중에 “미국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김영익은 S&P500이 20% 이상 과대평가 돼 있다고 본다.”는 글을 봤다. 엊그제 내 모델도 S&P500이 약 22% 과대평가된 걸로 나왔었다. 신기..ㅋ 가격은 늘 적정 내재가치 주변을 위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돌아다니니까.

추가) 기대도 안했던 부록과 함께 어제 책 도착~ 역시 다 읽은 내용이지만 천천히 아껴 읽어야겠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과 부록

애널리스트들은 더 이상 현금흐름 할인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멀티플만 쓸 것인가

주말에 재밌는 논문을 한 편 봤다. 내재가치를 계산할 때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은 더이상 미래 수익을 할인하는 현금흐름 할인법을 사용하지 않고 “예상 EPS x 트레일링 PER” 같은 간단한 멀티플을 활용한다. 논문 초록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다.

“우리는 513개 보고서(2003~2022) 샘플을 연구했고, 대부분 애널리스트가 할인율이 아닌 트레일링 P/E(주가수익비율) 비율을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회사의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를 계산하는 대신 “작년에 ​​비슷한 수익을 낸 회사는 어떻게 가격이 매겨졌을까요?”라고 묻습니다. 다른 투자자들이 다르게 행동하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이 항상 할인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든 자산 가격 책정 모델의 중심에 할인율을 두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멀티플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2019년 홈데포(HD) 목표가격 241달러로 분석한 Chris Horvers(애널리스트로 꽤 유명한 사람인듯)의 예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년 뒤 주가를 예측하는데 2년 뒤 예상 EPS에 과거 3년 평균 PER를 사용하는데 논리를 보면 고든성장모델과 동일하다.

멀티플 사용 예 홈데포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멀티플은 다음과 같다. 표 중에서 All Am이 뭔지 궁금해서 살펴 보니 Institutional Investor magazine’s All-American research team 보고서 갯수를 의미하는데 애널리스트 중 최고의 애널리스트 집합으로 이해하면 된다.

애널리스트가 사용하는 멀티플 종류


멀티플 사용은 과거 평균과 경쟁기업 레벨을 함께 고려한다. 경쟁기업과 비교 비율(74.1%)이 과거 평균 비율(63.5%)보다 높은 이유는 신규 IPO 리포트 비중이 전체의 1/3이나 되기 때문이다.

과거 멀티플 동종업계 멀티플


멀티플도 하나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2개 이상을 함께 사용하기도 하고 최근에 SOTP 사용도 늘고 있다.

사용하는 멀티플 갯수


현금흐름 할인법(DCF)이나 배당 할인 모델(DDM) 같은 내재가치 계산법을 이용하는 애널리스트는 전체 30.2% 밖에 되지 않았고 멀티플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내재가치 계산법만 사용하는 비율은 고작 5.5%뿐이다.

현금흐름할인법 사용 비중


내재가치 계산은 주로 신규 IPO 기업이나 M&A가 있을 때, 그리고 특정 산업(부동산 리츠, 석유 가스)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대부분 공식 보고서는 주로 멀티플을 사용(92.9%)한다. 애널리스트 뿐만 아니라 투자자 대부분이 멀티플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체 멀티플 사용 비중


논문의 결론을 원문 그대로 가져와 보면,

The analysts in textbook models ask themselves: “What is the present value of a company’s expected future earnings stream in today’s dollars?” Real-world analysts ask a different question: “How would a comparable firm have been price last year if it had announced similar earnings?”

교과서적인 모델에서 애널리스트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회사의 미래 예상 수익 흐름의 현재 가치를 오늘 달러로 환산하면 얼마인가?” 실제 애널리스트들은 다른 질문을 합니다: “비슷한 기업이 작년에 비슷한 실적을 발표했다면 주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Price equals expected discounted payoff” is clearly not a sensible assumption to make when modeling sell-side analysts.

셀사이드 애널리스트를 모델링할 때 ‘가격은 예상 할인된 수익과 같다’는 가정은 분명 합리적인 가정이 아닙니다.

논문을 읽은 내 생각이다.
워런 버핏은 현금흐름 할인법이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지만 찰리 멍거는 버핏이 현금흐름 할인을 계산하는 걸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굳이 복잡한 계산을 할 필요가 없는 비즈니스에만 관심가진단 말도 된다. 버핏은 스스로 PER, PBR 같은 멀티플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멍거와 버핏은 머리가 아주 뛰어난 사람이자 경험이 풍부하고, 주변의 정보를 끊임없이 빨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유형의 사람이다. 그들은 산업별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은 사람들이다. 코카콜라 제조법을 외부에 절대로 공개하지 않듯 그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 봐도 교과서에 있는 원론적인 이야기밖에 하지 않을 것이다.

투자 공부는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하는 게 아니라 힘들어도 할 가치가 있는 일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다. 주식 투자로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워런 버핏이 깨닫고 후배 투자자들에게 말한 방법을 스스로 찾아 학습하면서 결국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PER는 쉽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PER 역시 깊이 들어가면 마냥 쉽지만은 않은 개념이다. DCF나 RIM이나 DDM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 빠르고 쉬운 길은 없으며 가만히 있는데 남이 그냥 떠먹여 주지도 않는다.

주말에 논문을 읽고, 논문에서 언급한 홈데포 주가를 살펴 보니 5년 동안 70% 상승했다.

홈데포 주가


보다시피 애널리스트들의 목표 주가 평균은 403달러다. 논문처럼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예상 EPS에 트레일링 PER를 곱해서 계산한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 이제 당신의 홈데포 목표 가격은 얼마인가? 남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할거면 굳이 계산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이미 당신보다 뛰어난 애널리스트들이 같은 방법으로 다 계산해서 평균까지 구해 놓았다. 주가를 보는 것처럼 계산할 필요없이 클릭해서 숫자만 확인하면 되는 세상이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숫자를 보고 같은 가격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면서 비교하고 투자한다. 똑같은 일을 하면 똑같은 결과를 얻을 뿐이다.

홈데포 목표가격


다시한번 당신의 홈데포 내재가치가 얼마인가?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 홈데포의 무엇을 보고 판단할 것인가? 홈데포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주식도 마찬가지다. 무슨 정보를 보고 어떤 예측을 하고 무슨 방법으로 내재가치를 계산해서 그 숫자를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 매수 매도는 모두 투기다. 계산을 하기 위해선 무언가 선행작업이 필요하다. 홈데포가 도대체 뭘 하는 회사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홈데포 투자 전략 지도


사실 복잡해 보이는 내재가치 계산도 학습하고 나면 멀티플처럼 단순한 작업이다. 예전엔 소수의 전문가들만 할 수 있었지만 이젠 엑셀같은 스프레드시트에 계산 로직만 입력하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이 될까. 결국 자신의 능력 범위에 달렸다. 기업의 경제적 해자를 찾는 것처럼 자신의 경쟁 우위를 찾아야 한다. 자신이 잘 알고 잘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충만한 자신감! 그것이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투자를 하면 할수록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새로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같은 것들 말이다.

내 10초 내재가치 계산으로 홈데포는 몇 가지 숫자에서 기준에 미달이긴 하지만 좋은 기업으로 보인다. 하지만 좋은 가격은 아닌 것으로 나온다. 내가 그랬듯 당신도 당신만의 방법으로 계산하고 판단한 후에 매수, 매도하길 바란다. 당신이 투자하고 싶은 대로 투자하면 된다. 누가 추천하거나 유튜브에서 이야기한다고 사지 말고 자신이 공부하고 사고 싶은 것을 매수하고 팔고 싶을 때 매도하면 된다. 팔고 싶지 않으면 계속 가지고 가면 된다. 투자는 그런 방식으로 긴 시간동안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긴 학습과 시행착오의 과정조차 즐거워야 한다.

결국 좋은 건 무엇이고, 싼 건 무엇인가?

저는 기업가들과 이야기할 때 이 이야기를 가끔 사용합니다. “이봐,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려고 한다고 상상해 봐. 셰르파 무리 중에서 골라야 해. 그리고 목표는 정상에 도달한 다음 살아서 내려오는 거야. 그게 목표야. 결과에 도달하고 성공적으로 살아남는 거야. 가장 싼 셰르파를 고르고 싶은가, 아니면 가장 좋은 셰르파를 고르고 싶은가?”
– 리치 웡

하드디스크도 밥 달라고 하네

어제 저녁에 문자 하나를 받았다. 카페24에서 온 문자다.
“하드디스크 91% 사용중”
관리 페이지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아무리봐도 80% 정도로 보이는데 91% 사용중이라니.

하드디스크 사용량


내가 설정한 알람도 확인해 보니 정확히 하드디스크 90% 넘을 때 문자 달라고 했는데 왜 80%일 때 알람이 왔을까? 이런건 자동으로 체크되고 발송될텐데 오류가 생기는 건 무슨 이유일까 쓸데없이 궁금해진다. 보이는 사용량 말고 내가 보지 못하는 다른 추가 사용량이 있는 건가? CDN도 쓰지 않는데..

한때 급증했던 웹트래픽(이건 80% 넘을 때 문자가 오도록 설정)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와서 기본 사용량을 초과할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하드디스크 용량때문에 조만간 최하 버전에서 한단계 위 상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해야겠다. 어느새 200개 글이 쌓이고 그만큼 블로그가 성장하고 있다는 말이 되니 내겐 즐거운 업그레이드다.

200개 글


글을 쓰면 아무래도 용량이라는게 사진이 대부분일텐데 요즘은 사진 용량 줄이려 구글에서 만든 WebP1 포맷으로 변환해서 올리거나 자동 변환하는 플러그인을 많이들 사용하는 추세인것 같은데 나야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편리나 효율을 추구하면 끝이 없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야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지 못하고 주말내내 접근성 점수 100점을 받기 위해서 이것저것 손을 보고 수정을 해서 결국 마지막까지 해냈다..ㅋ 성능을 100으로 올리는 일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기로 했다. 내 시간은 소중하다.

페이지스피드 검사
  1. 카페24 웹호스팅은 WebP 포맷을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